모니터위원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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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개그콘서트가 재미없는 네 가지 이유
2017년 1월 4회 분량(1월 8일, 15일, 22일, 29일자 방송)
등록 2017.02.20 20:09
조회 2825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재미가 없다. 시국을 풍자하는 개그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온 시국이 나서서 개그를 도와주고’ 있지만 시청률은 반등하지 않는다. 과거 <사마귀 유치원>이나 <민상토론>이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던 것과는 대비된다. 개콘을 보고 있자면 통쾌함도 공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지난 1월 4회 분량(1월 8일, 15일, 22일, 29일자 방송)을 모니터해 그 이유를 분석했다. 

 

<개콘>이 재미없는 첫 번째 이유, 풍자 아닌 나열에 그친 개그
첫 번째 이유는 깊이가 떨어지는 풍자이다. 시국을 비판하고 있는 <대통형>은 대통령과 권한대행, 각 부 장관들이 나와 그 주의 이슈를 풍자하는 코너다. 종종 통렬한 비판도 나왔지만 대부분이 ‘백화점식 나열 개그’에 그쳤다. 총리(유민상 분)가 건빵을 먹으며 “건빵 맛은 여전하구만”이라고 하고 창조경제부 장관(이현정 분)이 “군대 안 다녀오셨잖아요”라며 핀잔을 줄 때 느닷없이 최순실 분장을 한 이수지가 나타나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닙니다!”라고 소리치는 식이다. 황교안 총리와 최순실을 모두 풍자하겠다는 의도는 알겠으나 아무런 맥락도 없이 두 가지 현실을 이어 붙였을 뿐이다. 


 881회(1/15)에서는 “재벌에게 법인세 대신 죄벌세를 걷자”는 ‘사이다 발언’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지만 이것도 본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재벌의 ‘운전기사 폭행, 비행기 난동, 주점에서의 갑질’를 ‘죄벌세’의 근거로 들었기 때문이다. 운전기사 폭행과 비행기 난동은 재벌이 아니더라도 처벌을 받는 행위이다. 이러한 죄에 ‘죄벌세’를 적용하는 ‘개그’는 통쾌함은 줄 수 있지만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재벌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엄하게 벌을 줘야한다는 식의 오해 말이다. 개그콘서트가 좀 더 진일보한 풍자를 보여주고자 했다면 ‘죄벌세’를 ‘법인세’와 연결시켰어야 한다. 법인세는 재벌들도 우리와 같은 시민이기 때문에 부과되는 국민적 책임이기 때문이다. 깊은 고민 없는 나열식 개그는 풍자가 아니다. 풍자는 관객과 같은 입장에서 세상을 대상으로 함께 웃어야 하는데 <대통형>은 ‘연기자’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웃음의 대상이 되려 한다. KBS의 예능국장은 한 인터뷰에서 정치 풍자에 대해 “사실을 적시하는 코미디는 관객들에게 저 이야기를 지금 왜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파란 집에서 파란 약을 썼다’는 모 외신의 헤드라인처럼 풍자 코미디 역시 사람들이 바로 이해하고 웃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개그콘서트의 풍자는 ‘파란 집에서 파란 약을 썼다’와 같은 명료한 비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개콘>이 재미없는 두 번째 이유, 억지스러운 북한 비하
개그콘서트가 재미없는 이유 두 번째는 ‘동네북’처럼 비하되는 북한이다. <핵갈린 늬우스>는 우리가 바라본 북한, 북한이 바라본 우리라는 상상력을 북한의 뉴스로 풀어낸다. 이 코너는 정부가 사람들에게 주입하는 ‘북한은 못 사는 나라’, ‘북한은 핵을 가진 위험한 나라’라는 두 가지 인식을 있는 그대로 재연할 뿐이다. 북한에 대한 편견이 아닌 그 편견을 재연한 연기자들이 웃음의 대상이 된다. 


북한의 기술력을 희화화하는 코너 시작 부분부터 억지스런 장면이 연출된다. 881회(1/8)에서는 남자 앵커(장기영 분)가 “우리 북조선이 십여 년의 연구 끝에 이동식 저장장치인 USB를 개발했습네다”라며 노래 1곡을 들어보려 하지만 “용량 초과”라고 한다. 이에 여자 앵커(손별이 분)는 “이 USB 36개만 더 있으면 전곡듣기가 가능”하다며 너스레를 떤다. 매번 비하되는 기술력의 대상이 달라질 뿐 구도는 똑같다. 883회에서는 태블릿PC를 개발했다면서 신문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그 태블릿PC는 단지 신문이 가득 들어 있는 보관함에 불과하다. 


정작 현실에서는 KBS 뉴스가 우리 정보망이 뚫릴 때마다 북한을 범인으로 지목하며 ‘최고의 해커 국가’로 칭송하고 있다. KBS 애청자라면 헛웃음이라도 나오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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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콘서트 883회_여러 겹의 신문이 겹쳐져 있는 모습을 보고 태블릿PC를 발명했다고 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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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콘서트 883회_여러 겹의 신문이 겹쳐져 있는 모습을 보고 태블릿PC를 발명했다고 하는 장면
 

<개콘>이 재미없는 세 번째 이유, 진부한 외모 비하 개그
개그 프로그램이 고질적으로 차용하는 편견 가득한 소재도 문제다. 이는 소재 고갈의 단면이자 사회적 편견을 비틀지 않고 그대로 소비하는 희극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 편견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편견을 입은 연기자들이 웃음의 대상이 되는 게 문제다. 그 중 ‘외모 비하’는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못생긴 외모’라는 소재를 콕 집어 아주 노골적으로, 단지 보여주는 수준에 머무는 코너가 눈에 띈다. 


<연기돌>이라는 코너는 오디션을 배경으로 한다. 극중 배우로 나오는 오나미가 무대에 등장하면 감독이 바로 ‘탈락’을 외친다. 다른 이들이 연기를 한 후 탈락당하는 것과는 다르게 단지 얼굴로만 평가당하는 것이다. 883회(1/29)에서는 오나미가 남자친구와 싸우는 연기를 하다 “오빠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라고 묻자 상대 연기자가 “넌 어떻게 그렇게 생길 수가 있어?”라고 말한다. 아무 맥락 없이 오나미의 외모에 대한 자극적인 비난이 억지웃음을 유발한다. 이어서 오나미가 치마를 찢고 비욘세의 ‘싱글레이디’ 노래에 맞춰 춤을 추자 감독은 “나미씨, 더럽게 왜 이러는 거에요?”라고 말한다. 사회저변에 퍼져있는 날 것 그대로의 외모지상주의를 전파에 태운 것  뿐이다. 외모지상주의를 교묘하게 비틀거나 풍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연기자 오나미는 지난해 9월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나미라는 이름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지금의 ‘못생긴 개그우먼’ 콘셉트 덕분이다. 그 소중한 걸 어떻게 버릴 수 있겠냐”라고 밝혔다. 그녀는 당당하고 열정적인 연기자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못생긴 외모’가 부각되는 개그여야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방송 생태계의 피해자이다. 
 
<개콘>이 재미없는 네 번째 이유,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찬 개그
여성에 대한 남성의 일방적인 시각, 비뚤어진 편견도 개그콘서트의 단골 소재이다. <신랑입장>이라는 코너는 기혼 남성들이 술집에서 모여 서로의 애환을 나누는 형식이다. 이 코너는 기혼 여성에 대한 잘못된 프레임을 전제로 한다. 여성은 남성에게 육아의 책임을 ‘독박’ 씌우고 남성은 돈도 벌고 애도 보는 애달픈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일단 현실과 다르다. 현실에서 일도 하고 애도 보는 것은 여성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최근 발표한 ‘기혼여성의 재량시간 활용과 시간관리 실태연구’에 따르면 취업 상태인 기혼남자의 하루 평균 가사 관리시간은 19분이다. 취업상태인 기혼여성의 가사 관리시간은 140분으로 7배 이상 차이가 있다. 심지어 아내는 사치가 심하고 까다로운 존재이기로도 묘사된다. 


882회(1/22)에서 남편(송병철 분)이 아내와 통화하는 내용은 “뱃속의 아이가 추워서 패딩을 하나 사야겠다고요? 200만원이요? 아, 그 패딩을 입으면 영하 20도에도 애기가 따뜻해 할 것 같다고요? 제가 확신이 안서서 그러는데 뱃속의 아이랑 히말라야 가요? 아이고 욕하지 마세요. 제가 사드릴게요”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 코너에서 아내는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쉽게 말해 ‘남편들의 뒷담화’로 구성된 ‘왜곡된 이 시대의 아내상’을 그린 코너라 할 수 있다. 

 

진짜 풍자를 기다리며
최근 방송인 유병재 씨는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정농단 사태를 개인사로 재미있게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이다. 어느 날은 조카가 “삼촌, 공부는 왜 열심히 해야 돼요?”라고 묻길래 “그래야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라고 답하니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뭐 해요?” “그래야 좋은 회사에 들어가지.”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뭐해요?” “좋은 동네에 살지.” “좋은 동네에 살면 뭐해요?” “좋은 친구를 사귀지” “좋은 친구를 사귀면 뭐해요?” “그러면 이제 네가 연설문을 직접 안 써도 되지.” 예상할 수 없는 내러티브에 ‘연설문’ 단 세 글자로 시국을 찌른, 풍자의 미학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간 결과가 지금의 이 시국이라는, 국민들이 분노하는 그 본질적 지점도 잘 읽어낸 것이다. 개그콘서트에서 볼 수 없었던 촌철살인의 풍자이다. 


시국을 빗대어 시청률을 높여보겠다는 생각으로 천편일률적이고 억지스러운 상황을 반복하는 개그, 특정 집단이나 성별, 외모 등을 비하하면서 쥐어짜는 방식의 웃음이 아니어도 시청자는 웃을 수 있다. 그런 깊이 있고 진짜 ‘빵 터지는’ 웃음이 <개그콘서트>에서 다시 터져주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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