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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 보도의 네 가지 키워드 ‘북한·여간첩·안보불안·사라진 이재용’
2017년 2월 15일
등록 2017.02.16 09:32
조회 613

2월 15일 신문에서 조선일보는 김정남 피살 보도를 전하며 ‘여성 공작원’이나 ‘미인계’등의 가십성 이슈에 집중하면서도, 안보불안을 부추기며 야권을 비난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가십성 김정남 피살 보도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이슈를 덮는 행태는 조중동에 모두 등장했습니다. 

 

1. 오늘의 유감 보도, 가십으로 소비되고 야당 흔들기 도구로 이용된 김정남 죽음  
1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이철우 정보위원장과 김병기 간사는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이번 사건은 독극물 테러로 추정되며, 암살을 수행한 여성 2명은 도주 중이지만 아직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가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를 받았음을 밝혔습니다. 


한국일보를 제외한 5개 일간지는 해당 이슈를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배치하고 관련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총 보도량은 조선일보가 1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동아일보(11건), 한겨레(9건), 중앙일보․한국일보(8건)가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경향신문은 총 4건의 관련 보도를 지면에 배치했습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는 관련 사설도 내놨습니다. 그렇다면 이 많은 보도는 모두 그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을까요? 유감스럽게도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첫 번째 유감 : 기정사실로 둔갑한 가설들
김정남의 죽음에 김정은 위원장이 개입했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하나의 유력한 설일 뿐입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상당수의 언론은 이런 추정된 사실을 마치 ‘기정사실이라도 되는 양’ 보도했습니다. 이를테면 동아일보는 <사설/김정남 피살… ‘공포의 폭주’ 김정은 정권교체 유도해야>(2/15, https://goo.gl/eQtYnO)에서 “장성택 처형에 이어 이복형까지 처단한 철권독재자 김정은의 반인륜적 잔인성에 새삼 경악을 금치 못한다”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를 뒤흔든 직후 보란 듯이 이복형을 살해한 것”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했습니다. 


조선일보 역시 <사설/김정남 독침 피살, 김정은 권력 내부에 무슨 일 있나>(2/15 https://goo.gl/h90vtm)에서 이번 사건을 “김정은 정권의 광기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정의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갈 데까지 간 북한… 김정남까지 독침 살해하다니>(2/15https://goo.gl/qLFGbr)에서 “아무리 테러 국가라 해도 이복형까지 독침으로 살해한 것은 공포정치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김정남에 대한 독침 테러는 김정은 식 공포정치의 막장 드라마나 다름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겨레 역시 <사설/‘김정남 피살’까지 이어진 북한의 공포정치>(2/15, https://goo.gl/3w9hWF)에서 “정황으로 보아 북한 공작원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김정남이 사라지면 정권이 좀 더 안정되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제사회의 눈은 싸늘하다”는 지적했습니다. 


불분명한 사안을 확실히 밝혀진 사실인양 보도한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국정원조차 김정남이 ‘테러 독극물에 의해 사망했으나 독침을 사용했는지는 부검해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즉, ‘독침이 사용됐다’는 것은 하나의 가설일 뿐, 정확히 밝혀진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일까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유독 ‘독침’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부각했습니다. 그나마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대신 ‘피살’ 혹은 ‘독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뿐, 확인되지 않은 살해 도구인 ‘독침’을 제목에서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2건, 조선일보는 1건의 보도 제목에 ‘독침’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단순히 제목을 통해 부각하는 것을 넘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북한 암살용 주요 독총 독침 제원’이라는 이미지를 첨부해가며 손전등형 독침과 만년필형 독침, 볼펜형 독침의 발사 형태를 상세히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과거 북한의 독침 사용 사례를 나열한 기사 역시 두 매체에 모두 등장했습니다. 중앙일보의 경우 <“검색 통과 쉬운 여성이 범행, 무기는 숨기기 좋은 독침”>(2/15, 2면, https://goo.gl/bMeKHg)에서 “2011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려다 검거된 북한 간첩이 보관했던 볼펜형 독침”의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과거 북한이 사용한 각종 ‘암살 도구’ 따위를 중요하게 보도하는 행태는, 이번 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을 재차 부각하고, 공포심을 부추키는 효과를 줍니다. 그러나 정치적 의도를 넘어서 해당 사안을 ‘북의 독재자가 이복형을 독침 살해’했다는 선정적 뉴스거리로 재가공해 언론소비자에게 팔아먹는, 일종의 장삿속이기도 합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독침과 관련한 어떠한 이미지도 지면에 내놓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유감 : ‘여간첩 미인계’부터 유족 얼굴공개까지, 쏟아진 가십들
이번 김정남 피살 사건에서 조선일보는 유독 ‘여성 공작원의 미인계’라는 키워드에 집착했습니다. 특히 다른 매체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미인계’라는 단어는 조선일보에만 무려 세 건의 기사에 걸쳐 등장합니다.

 

<독침과 미인계… 북한이 암살에 쓰는 주무기>(2/15, https://goo.gl/3uYCfO)에서는 아예 ‘미인계’라는 단어를 제목에 사용했으며, <“누가 뒤에서 얼굴 잡아당기는 것 같다”… 김정남, 어지럼증 호소>(2/15, https://goo.gl/4g2TOC)에서는 “김정남이 여성 공작원에게 살해당한 것을 근거로 ‘미인계에 당했다’는 설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는 구절을 굳이 덧붙였습니다.

 

<암살․납치․폭파 훈련 받는 북 여성공작원>(2/15, https://goo.gl/lUo28w)의 경우 “북한은 최근에는 사이버상에서도 ‘미인계’를 이용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최근 밝힌 바에 따르면 유령 기관에 근무하는 미모의 여성 직원을 위장해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한 뒤 이들을 통해 국내의 각종 정보를 빼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북한의 여성 공작원 활용’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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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인계 쓰는 북한 여성 공작원’에 주목한 조선(2/15)

 

동아일보는 <“시신 공항에 널브러져… 비명 한번 못지르고 즉사한 듯”>(2/15, https://goo.gl/aHPe6o) 보도 등을 통해 김정남의 사망 당시 현장을 ‘생생하게’ 재구성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김정남 피습 당시 상황을 삽화로 그려 보여주거나, ‘시신이 널브러졌다’는 표현을 굳이 제목에 넣어야했는지 의문입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의 얼굴을 과감하게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의 사진은 주로 현재 그의 신변 상태를 추측하거나, 그가 이후 또 다른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기사에 등장했는데요. 해당 기사들은 표면적으로는 ‘우려’를 표하거나 ‘분석’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의 사진과 과거 행적을 나열한 뒤 “김한솔 여자 친구가 영국에 있다고 한다”는 식의 가십을 덧붙인 조선일보의 <다음 타깃은 김정남 맏아들 한솔?>(2/15, https://goo.gl/W2SJHD)보도를 보고 있자면, 사망자 가족의 신상과 신변을 일종의 가십으로 소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세 번째 유감 : 안보불안 부추기며 야권 공격 나선 조선
이번 피살 사건을 앞세워 안보불안을 부추기고,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했던 야권을 비난하는 보도도 등장했습니다. 


이 같은 ‘북풍․종북몰이’에 가장 앞장선 것은 조선일보입니다. <사설/김정남 독침 피살, 김정은 권력 내부에 무슨 일 있나>(2/15, https://goo.gl/h90vtm)에서 조선일보는 “이번 김정남 암살이 북 내부 권력 암투와 연결돼 있다면 이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며 “이는 우리에게도 비상사태”라며 “우리가 마주하는 상대가 이렇게 광포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설마 동족에게 핵을 쏘기야 하겠느냐는 안이한 발상으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겁니다.

 

공포심 부추기기에 이어 조선일보는 “최근 국내에서는 대통령 탄핵 사태 바람을 타고 야권 대선 주자라는 사람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도 즉각 재개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미국보다 북에 먼저 가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까지 했다. 야권은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부터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김정남 피살 사건을 빌미로 북한은 대화가 불가능한 집단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개재나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들이 안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존재인양 비난한 셈입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사설/김정남 피살… ‘공포의 폭주’ 김정은 정권교체 유도해야>(2/15, https://goo.gl/eQtYnO)에서 “이토록 불안하고 위험한 30대 독재자를 머리 위에 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편안히 발을 뻗을 수 없다”며 “김정은 정권의 ‘체제 교체’를 비롯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무엇보다 우리는 국론분열이라는 ‘내부의 적’부터 경계해야 할 때”라 강조했습니다. 김정남 피살을 빌미로 대북 강경책을 주문함과 동시에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야권의 입을 막기 위해 제시되어 온 ‘남남갈등’ 프레임을 제시한 겁니다. 


공포심을 부추긴 것은 중앙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일보는 <사설/갈 데까지 간 북한 … 김정남까지 독침 살해하다니>(2/15, https://goo.gl/qLFGbr)에서 “독침 테러와 미사일 발사 실험에 이은 김정은의 다음 표적은 대한민국일 수 있다”며 “북한의 반인륜적 만행에 대해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네 번째 유감 : 상대적으로 소외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영장 재청구 이슈 
언론이 이렇게 김정남 피살 사건에 집중하며 ‘여간첩’이나 ‘독침’, 기타 가십성 이슈로 지면을 채워 넣는 사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이슈는 축소되었습니다. 실제 6개 일간지는 모두 이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 관련 보도보다 김정남 피살 사건 관련 보도를 더 많이 내놨는데요. 특히 조선일보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 관련 보도량(6건)이 김정남 피살 사건 보도량(17건)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동아일보는 이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 보도(5건)보다 김정남 피살 사건 관련 보도(11건) 보도가 두 배 가량 많았습니다.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김정남 피살 사건 관련 보도

총 보도량

4

11

17

8

9

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 관련 보도

총 보도량

3

5

6

5

5

4

△ 김정남 피살 사건 관련 보도량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 관련 
보도량 비교(2/15)


이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 보도의 축소는 이날 1면 지면편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앙일보는 1면의 절반 이상을 김정남 피살 관련 보도와 사진으로 채운 뒤 이 부회장 구속영장 이슈는 4줄짜리 1단 기사로 처리했습니다. 전형적인 ‘뉴스로 뉴스 덮기’식 보도 행태인 셈입니다. 반면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김정남 피살 보도를 내놨지만, 바로 그 옆에 이재용 구속영장 재청구 관련 보도를 상당한 비중으로 배치하며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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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 피살 사건 관련 보도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 관련 보도 
6개 신문 1면 편집 비교(2/15)


2. 오늘의 비교, 특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
14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비선 실세’ 최순실과 공모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 이를 위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습니다. 이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지난 첫 구속영장 청구 당시와 마찬가지로 ‘특검이 부족한 증거로 오기를 부리고 있다’ ‘특검의 행보로 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을 쏟아냈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오히려 보수 언론의 특검 때리기가 ‘팩트’에 근거한 것이 아닌만큼,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 뇌물죄를 규명하기 위한 초강수”
동아일보 : “특검, 여론재판 유도말고 법정에서 진실 가려진 뒤 인신구속 여부 결정하라”
조선일보 : “이재용 영장 재청구로 재계 눈뜨고 해외시장 잃고 있다. 특검, 의지인가 오기인가”
중앙일보 : “특검, 미진한 수사로 무리수 둬. ‘깜깜이 영장’까지 치나”
한겨레 : “보수 언론의 특검 때리기가 오히려 수상하다”
한국일보 : “이 부회장 구속 여부는 특검의 운명 좌우할 최대 분수령 될 것”

 

3. 오늘의 미보도 ① 한국당 환노위 빌미로 2월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
한국당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MBC노조 탄압 등 청문회 개최 일정을 이유로 15일부터 전 상임위를 보이콧하기로 했습니다. 바른정당 역시 야당 의원들 주도로 의결된 삼성전자, 이랜드파크, MBC 등에 대한 청문회 개최 의결에 반발하고 나선 만큼, 2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 등의 개혁입법이 처리될 가능성은 불투명해졌습니다. 이를 지면에 보도한 것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입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4. 오늘의 미보도 ② 일본 ‘독도 일본땅’ 지도 지침 명시, 동아일보만 미보도
14일 일본 정부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회과 수업에서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가르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6개 일간지 중 이를 지면에 보도하지 않은 것은 동아일보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