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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설 세계적 특종’? TV조선의 민망한 자화자찬
2017년 2월 14일
등록 2017.02.15 20:17
조회 480

14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MBC의 ‘보도 사유화’가 두드러졌습니다. MBC는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의결한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고발 및 ‘MBC 노조탄압에 대한 청문회 실시 계획’에 ‘언론탄압’ ‘민주주의 말살’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뉴스를 사측의 성명서 창구로 이용하는 ‘뉴스 사유화’ 행태는 중징계를 맞아야 할 수준입니다. 이 내용은 별도의 보고서(https://bit.ly/2lOKbMB)로 처리했으니 참조 바랍니다. 
한편 KBS와 TV조선은 ‘김정남 피살설’을 각 4건, 8건을 할애해서 그것도 톱보도로 다루었습니다. KBS는 국정파탄 사태 관련 보도가 5건에 불과해 아직 정부가 공식 확인도 하지 않은 ‘김정남 피살설’과 비슷한 비중에 그쳤고 그마저도 3건에서 박 대통령 측 지연 전략 중 하나인 ‘고영태 녹음파일’을 다뤘습니다. MBC도 노골적인 ‘고영태 게이트’ 프레임을 고수했습니다. 

 

1. TV조선 ‘김정남 피살설’ 특종, 부끄러운 자화자찬
14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MBN을 제외한 6개사 모두 ‘김정남 피살설’을 타전했는데요. KBS와 TV조선은 이를 톱보도로 전하며 긴장감을 조성했습니다. TV조선은 무려 관련 뉴스가 8건에 이르고 KBS도 4건으로 MBC·SBS 1건, JTBC·채널A 2건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8건으로 물량공세를 퍼부은 TV조선은 ‘자화자찬’에 젖어들기도 했습니다. 방송 시간대가 밤 9시인 KBS를 제외하면 6개사 모두 밤 8시 경이라 ‘김정남 피살설’을 톱으로 전한 TV조선은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전한 셈이 됐는데요. 타사는 뉴스 중반부나 후반부에 속보 형식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TV조선 <김정남, 말레이시아에서 피살>(2/14 https://bit.ly/2kvPpuY)에서 윤정호 앵커는 “오늘 저희 뉴스판은 깜짝 놀랄 만한 세계적인 특종을 준비했습니다”라며 운을 뗐고 김정우 기자는 “김정남 암살설이 깊숙이 돌긴 했지만, 다들 크게는 신경을 안 썼습니다. TV조선 취재진이 적극 취재한 결과 다수의 핵심 관계자로부터 확인을 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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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 보도를 ‘세계적 특종’이라 자화자찬 한 TV조선(2/14)

 

하지만 다른 방송사들은 무신경했던 게 아니라 신중을 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JTBC <“김정일 장남 김정남 피살”…국정원 확인 중>(2/14 https://bit.ly/2lLsf5Q)은 “김정남 피살설은 오늘 오전부터 정치권에 나왔는데요, 오늘 오전에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도 관련 질문이 국정원에게 있었습니다. 이때도 국정원은 ‘확인 중’이라고 언급했고,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라며 확인된 사실만 보도하려 애썼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확인이 안 돼서 보도해드릴 수가 없었는데”라고 밝히기도 했죠. TV조선이 취재를 거쳐 확인을 하고 맨 처음 보도한 특종은 맞지만 아무도 모르던 사실을 취재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2. 이미 알려진 얘기 잘 정리하면 특종?
TV조선 <김정남, 말레이시아에서 피살>(2/14 https://bit.ly/2kvPpuY)은 “세계적인 특종보도가 방금 나왔는데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는데 8건 모두가 이런 식의 특종 보도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도 내용은 김정남이 피살됐다는 뉴스를 반복해서 전하거나 기존에 알고 있던 북한의 후계구도, 김정은-김정남의 관계를 설명한 수준입니다. 


특히 <암살 왜? 자리 위협 불안 때문인가>(2/14 https://bit.ly/2ksk8Jp)은 새로운 내용이 없는 ‘이상한 특종’입니다. 김남성 기자는 “김정남은 2010년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암살공작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어린 김정은보다 김정남이 후계자로 적합하다는 기류도 적지 않았습니다”, “2013년 장성택이 처형된 후 김정남 ‘망명설’까지 돌았습니다”라며 김정남의 과거 행적을 읊은 뒤 “보호막이었던 장성택이 사라지자, 김정남의 신변이 더욱 위험해졌다는 관측”을 내놨는데요. 이 모든 게 이미 과거에 보도되거나 알려져 있던 사실들입니다. 김정남의 ‘2010년 암살 위협설’의 경우, 지난 2012년 9월 탈북자로 위장해 한국에 왔다 구속된 북한 보위부 공작원이 “2010년 7월 보위부로부터 ‘김정남을 찾아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았다”고 진술해 당시에 보도가 많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TV조선 <이복형제, 어려서부터 좋지 않아> (2/14 https://bit.ly/2kspNPC)는 “김정남의 피살에는 김정은이 이복형에게 가지고 있었던 컴플렉스도 한 몫 한 걸로 보입니다. 김정남은 김정일의 장남으로,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 했습니다”라며 김정은과 김정남의 불화설을 특종으로 전했는데요. 이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새롭게 구성한 겁니다. 이렇게 이미 나온 얘기들을 정리하고 ‘특종’을 붙인 TV조선. 과한 ‘북풍 욕심’이 엿보입니다.  

 

3. ‘김정은이 김정남 암살’ 확인도 전에 사실로 전제한 KBS·TV조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TV조선의 이런 태도가 ‘김정은의 김정남 암살’을 사실로 전제하고 있다는 겁니다. 15일 오후 4시 현재까지,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은 범인의 신원이나 행방, 범행 동기, 북한의 개입 가능성 등에 확답을 내리지 않고 있고 우리 정부도 “살해된 사람이 김정남이 확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만 할 뿐 다른 내용은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TV조선과 KBS는 이미 14일 저녁 뉴스에서 사실로 확정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국정원은 14일 저녁엔 “확인 중”이라고 했고 15일 국회 정보위 긴급 간담회에서 ‘김정남이 독극물에 의한 테러로 피살된 것이 맞다’고만 공식적으로 보고했습니다. 때문에 14일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피살설’ 혹은 ‘확인 중’이라는 언급을 했습니다. MBC는 “정보당국이 관련 사실을 확인 중”이라고 전했고 SBS도 “김정남 피살설”이라고 칭했습니다. JTBC <"김정일 장남 김정남 피살"…국정원 확인 중> (2/14 https://bit.ly/2lLsf5Q)은 “현재 김정남 씨의 피살이 북한 공작원의 소행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 당국에서도 확인이 안돼 우리 정부에 보안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반면 KBS는 <“김정은, 중국 영향력 우려 김정남 제거”>(2/14 https://bit.ly/2l3JNd6)에서 황상무 앵커가 “김정은은 왜 외국을 떠돌고 있는 김정남을 굳이 살해하기까지 했을지 궁금”하다며 ‘김정은의 김정남 피살’을 확실시 했습니다. 김가림 기자 역시 “김정남은 결국 자신의 목숨을 노린 동생 김정은의 손에 살해됨으로써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극에 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놀랍게도 KBS는 이 보도 앞선 톱보도 <“북 김정남, 말레이시아 공항서 피살”>(2/14 https://bit.ly/2lLaljy)에서는 “김정은이 보낸 공작조에 살해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고만 전했습니다. 순식간에 ‘가능성’을 사실로 둔갑시켜 보도한 겁니다. 이런 태도는 김정은의 김정남 암살이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 정확한 사실만 전달한다는 기본적인 저널리즘 원칙에 위배됩니다. 

 

 4. 오늘도 MBC는 ‘고영태 게이트 프레임’, 청문회 대상임을 스스로 증명해
MBC의 ‘친정부 기사’ 사례는 셀 수도 없지만 당장 최근 노골적인 ‘친박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박 대통령 측이 들고 나온 ‘고영태 녹음파일’을 집중 보도하는 겁니다. MBC는 지난 8일부터 이 보도를 시작해 12일 딱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보도를 내고 있습니다. 8일부터 14일까지 MBC의 관련 보도량은 총 7건입니다. KBS 8건, SBS 3건, TV조선 7건, 채널A 6건, MBN 4건 등 타사들보다 많거나 비슷한 수준입니다. 


보도량보다 더 큰 문제는 보도내용입니다. ‘고영태 녹음파일’은 대통령 측이 ‘고영태 사익추구’로 내세우는 일부의 내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증명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녹음파일 문제제기는 대통령 측이 했는데 헌재에 증거 신청은 국회 소추위원단 측이 먼저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MBC는 지금까지 ‘최순실 국정농단’에 해당하는 내용을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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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고영태 게이트 프레임’ 내세운 MBC(2/14)

 

14일 나온 1건의 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MBC <검찰 인사 개입 정황…수사 기획한 듯>(2/14 https://bit.ly/2l3yKRx)은 아예 보도 제목부터 고영태 씨가 수사까지 기획했다고 명시했습니다. 박철현 기자는 녹음파일 속 “고 회장님 민원 처리하러 다니느라고, 내가 동사무소 다니고, 검사장을 찾으러 다니고 있어. 내가 검사장...(검사장이요?) 검사장급”이라는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의 발언 등을 묶어 “'고영태 녹취록'에는 고 씨의 측근들이 검찰수사를 기획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못 박았습니다. “검사를 지금 반부패팀에 있는 부장검사 바로 밑에 자리 하나에 사람을 꽂고, 이 지시를 하는 거야. 무조건 스포츠계를 이번 정권 끝나기 전에 대대적인 수사를 다 해라”라는 류 전 부장의 또 다른 발언에는 “검찰 인사에 개입한 뒤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는 얘기”라 설명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MBC가 전달한 녹음파일 대화는 총 6개인데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내용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5. MBC만 ‘대통령 편’, 타사는 최소한의 중립 지켜
MBC 보도만 보면 마치 이 모든 사태를 고영태 씨가 기획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 측이 국민을 속이기 위해 동원한 프레임입니다. KBS도 이날 3건의 보도를 고영태 녹음파일에 할애하며 MBC와 비슷한 태도를 보였지만 그나마 그 중 1건은 녹음파일 속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에게 국정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미르·K스포츠 재단도 철저한 기획 속에 설립됐다고 생각한 정황”만 전달했습니다. 


SBS는 2건의 보도에서 아예 헌재가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그리고 최 씨와 박 대통령 주도로 재단이 설립됐다는 정황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증거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라 규정했습니다. TV조선은 2건 모두를 ‘최순실 국정농단’ 정황에만 할애했고 채널A·MBN은 14일 관련 보도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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