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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연루자, ‘부역자’ 아닌 ‘피해자’라는 동아2017년 2월 7일, 8일
2월 7일과 8일 신문에서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국정농단 연루자들이 ‘부역자’가 아닌 ‘피해자’일 수 있다며, 탄핵을 통해 비리에 연루된 대통령 개인에 대한 처벌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송 위원은 또 고작 ‘지원금을 배제하기 위한 블랙리스트’ 문제로 김기춘 등의 고위 관료를 인신을 구속한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조력한 이들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무작정 ‘피해자’로 포장하고, 헌법의 핵심적 가치이자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침해한 ‘블랙리스트 사건’을 단순한 행정 착오인 양 말하다니. 황당할 뿐입니다.
1. 오늘의 유감 보도 ① 박 대통령 도운 이들, 부역자 아닌 피해자라는 동아
△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연루된 사람들이
부역자가 아닌 피해자라 주장한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2/8)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의 <송평인 칼럼/보수의 자폭>(2/8, https://goo.gl/pdYNXD)은 표면적으로는 ‘보수 세력’인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에 대한 ‘쓴소리’이자 ‘조언’입니다. 두 정당이 자기 허물은 보지 못한 채 실속 없이 애를 쓰면서 ‘보수의 몰락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송 위원이 실제 비판하는 것은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이라기보다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청소론’입니다. 문 전 대표의 “국민이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니라 정권을 탄핵했다”는 ‘대청소’론 프레임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 ‘대청소론’은 애초 잘못된 주장이라는 것이죠.
송 위원이 대청소론을 비판하는 논리는 이렇습니다. “박 대통령의 정책 추진”은 “권위적”이었으며 “정치적 포용력”이 없었다는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권위적인 정책이나 포용력 없는 정치를 도운 사람을 청산 대상, 심지어 부역자라고 부르는 것은 가당치 않다” “그들도 박근혜와 최순실의 비밀스러운 관계의 피해자인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탄핵은 그 제도의 본질에 있어서 비리에 연루된 대통령 개인을 중심으로 한 탄핵이지 정권에 대한 탄핵이 아니”다.
요약하면 탄핵 정국을 빌미로 ‘부역자 색출’이니 ‘정권 탄핵’을 운운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인 셈인데요. 행정부 수반이 헌법의 가치를 유린한 사상초유의 사태를 박 대통령의 ‘권위적 정책’과 ‘포용력 없는 정치’ 문제로 축소한 것도 황당하지만, 박 대통령 개인에게 죄를 몰아주고 여타 부역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제공하려는 행태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조력자’들이 없었다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
심지어 송 위원이 ‘억울한 피해자’로 꼽은 인물은 이번 국정농단의 최대 부역자로 손꼽히고 있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입니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도 없고, 할리우드 블랙리스트처럼 취업을 제한하는 것도 아닌, 지원금을 배제하기 위한 블랙리스트로 김기춘 등 고위관료 5명을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구속한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죠. 그 근거로는 “잘못된 지원금 배제는 행정적으로 취소할 사안이지 인신을 구속할 사안은 아니니까 직접적으로 처벌할 법률이 없”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블랙리스트는 박 대통령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에게 “국정 지표가 문화 융성인데 좌편향 문화ㆍ예술계에 문제가 많다”고 발언한 이후 만들어졌습니다. 블랙리스트 집행 등에 반대한 문체부 1급 공무원이 물러나게 하는 데에도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구요. 그러니 ‘블랙리스트 문제는 국정농단 사태와 무관하다’는 주장 자체가 무식한 소리죠. 헌법의 핵심적 가치이자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 사건을 마치 단순한 행정 착오라도 되는 양 설명한 것도 황당할 뿐입니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동아일보는 적폐 반복을 막기 위해 개헌까지 해야 한다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동아일보의 논설위원이 정작 적폐 청산의 기본인 부역자 처벌에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입니다. ‘탄핵의 본질’을 운운할 시간에 ‘국정 농단 사태’의 본질을 좀 들여다 보는 게 어떨까요?
2. 오늘의 유감 보도 ② 최순실 공판, 고영태 마약 사범 전력만 부각한 조선․한국
6일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 고영태 씨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날 고씨는 지난해 4월 최순실 씨와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와 함께 미얀마에 다녀왔으며, 최씨가 관세청 차장·인천세관장에 대한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증언을 쏟아냈습니다. 이성한 전 총장은 최순실 씨가 언론의 의혹제기가 시작된 뒤 ‘차은택에게 책임을 떠넘기라’며 자신을 회유했음을 폭로하기도 했구요.
이에 6개 일간지는 7일, 관련 보도를 모두 지면에 배치하고, 공판의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보도량은 동아일보가 사설을 포함해 3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각각 2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국일보가 각각 1건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보도량이 아니라 보도의 내용에 있었습니다.
하나. 고영태-최순실 ‘마약․불륜 공방’이 가장 중하다?
이날 공판에서 최순실 씨는 고영태 씨를 향해 마약 전과 사범에 신용불량자라는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이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흠집 내기위한 시도라 할 수 있는데요. 사안의 본질과는 무관한 이런 ‘사생활 막말 공방’을 조선일보는 <최순실 “넌 신불자·마약 전과” 고영태 “한심한 소리”>(2/7, https://goo.gl/2wZKYH), 한국일보는 <고영태 “최와 불륜설 역겹다” 최순실 “고, 신용불량 마약전과”>(2/7, https://goo.gl/5dT9mB)라는 기사의 제목으로 뽑아가며 부각했습니다.
△ 공판에 등장한 주요 증언 대신 최순실-고영태의 막말 공방에 집중한
조선일보(위)와 한국일보(아래) 보도
제목만 이런 것이 아닙니다. 두 기사는 거의 절반 이상의 분량을 할애해 최씨와 고씨의 사생활 공방을 상세히 전달했습니다. 이들의 사생활 공방에 주목한 것은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아일보는 <속사포 질문 쏟아낸 최순실 눈길 한번도 안 준 고영태>(2/7, https://goo.gl/0hDDCF)에서 고씨와 최씨가 서로를 공격하며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것을 상세하게 전했습니다.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가 가까웠다는 고씨의 주장은 기사 말미에 가서나 등장합니다.
반면 다른 신문은 최소한 고씨나 이씨의 주요 증언을 보도 제목으로 선정하고, 이를 기사에서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경향신문 <고영태 “최순실, 대통령에 K재단 보고서 직접 보고한다 했다”>, 중앙일보 <최순실 측 “태블릿PC 조작” 주장, 재판부 “우리가 판단” 제지>, 한겨레 <고영태 “최순실 말대로 인사 이뤄져…겁나서 의상실 관둬”>
둘. 증인의 주요 발언도, 증인의 존재도 외면?
가십성 이슈를 앞에 내세웠다는 점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날 조선일보는 이성한 전 총장이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했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지면에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가 소개한 고씨의 증언 역시 “최씨가 청와대에 들어갈 때마다 ‘피곤한데 대통령이 부른다. 스트레스 받는다’며 짜증을 냈다”라는 것과 자신은 더블루K를 장악하지 않았다는 반박 정도였습니다.
보도 건수가 가장 많은 동아일보 역시 ‘내실’이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사설을 제외한 동아일보 보도 두 건 중 한 건은 앞서 언급했던 ‘최씨와 고씨의 신경전’을 다룬 보도였습니다. 다른 한 건은 최순실 씨 측근 고영태 씨,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국정농단 사건 대응책을 논의한 이른바 ‘이성한 녹음파일’과 관련한 내용을 다룬 <‘이성한 녹음파일’ 언론사 간부 거처 청 안종범에 흘러가>(2/7, https://goo.gl/2QQPk8)인데요. 이 보도는 녹음파일의 ‘내용’ 대신 “이 전 사무총장이 한 언론사 간부에게 미르재단 문제를 상의하면서 이 녹음파일을 넘겼다”는 사실과 이에 대한 최순실 씨의 ‘어떻게 녹음한 것이냐’는 반발을 주로 소개하고 있을 뿐입니다. 공판에서 어떤 증언이 나왔는지, 그 증언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지 않는 ‘공판 보도’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3. 오늘의 유감 보도 ③ 노사 합작인 한국GM 채용비리, ‘노조 비리’만 부각한 조중동
8개월에 걸쳐 한국지엠의 정규직 채용비리를 수사해 온 검찰이 7일, 한국지엠의 정규직 채용 비리 문제가 회사 임직원과 노조 핵심 간부간의 합작품이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관련 보도에서 이번 채용 비리에 ‘노조 간부’가 개입되어 있다는 점만을 부각해 보도했습니다.
실제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관련 보도 제목은 각각 <‘뒷돈’ 받고 정규직 뽑은 한국지엠 노사 간부 15명 구속기소>, <검찰, 한국GM 채용비리 31명 기소>인데 반해, 동아일보의 관련 보도 제목은 <한국GM노조 간부들 ‘채용장사’에 납품 뒷돈까지 집천장서 4억 뭉칫돈… 지부장 형은 ‘채용 브러커’>(2/8, https://goo.gl/tlP8NO)입니다. 기사 내용 역시 편향적인데요.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 전 지부장과 다른 노조 간부들의 채용장사 행태는 부각하면서, 노조가 아니지만 사건에 개입한 회사 간부들에 대해서는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던 회사 임원들”이 노조 측의 부탁을 들어줬다는 식의 설명을 덧붙이고 있을 뿐입니다.
‘노조 간부’의 비리라는 것을 유달리 부각한 것은 조선일보 <한국GM노조, 3000만원 받고 ‘정규직 장사’>(2/8, https://goo.gl/dAuR9w)와 중앙일보 <한국GM 전 노조간부 집 화장실에서 현금 4억원이>(2/8, https://goo.gl/z5a7wq)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중동의 보도만 보면 한국지엠 고위 임원과 전·현직 노조 간부 수십 명의 공모로 발생한 사안이 아니라 ‘노조 간부의 비리’ 사건으로만 보일 지경입니다. 이건 명백한 왜곡보도죠.
4. 오늘의 미보도, 황교안 ‘2월 북한 도발 가능성’ 발언, 그대로 받아쓴 조선
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5주년 생일(2월16일)이 있는 2월에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발언했습니다. 해당 발언을 지면에 소개한 것은 경향신문과 조선일보인데요. 경향신문은 기사와 사설을 통해 이 같은 황 권한대행의 발언이 '안보 이슈를 띄우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라며 비판한 반면, 조선일보는 <황교안 "김정일 생일 있는 이번달, 북도발 가능성"> 보도를 통해 황 권한대행의 발언 자체를 그대로 전달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사실상 황 권한대행의 '안보이슈 띄우기'에 동조한 셈입니다.
5. 오늘의 비교, 헌재 박 대통령 측 증인 채택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헌재는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17명 가운데 8명을 채택하고 증인 신문을 22일까지로 잡았습니다. 이 일정대로라면 탄핵심판 결정은 ‘3월 초’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박 대통령 측의 시간 끌기 전략에 휘말려 3월 13일 이정미 재판관 퇴임 이전에 탄핵심판의 결론이 나지 않으면, ‘7인 재판관’ 체제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헌재가 대통령 측의 지연작전에 말려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헌재의 이번 결정에 ‘절차적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는 바람직한 조치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동아일보는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시장의 ‘탄핵 관철을 위해 촛불을 들자’는 주장을 ‘선동’이라 비난하며, 헌재에게 ‘흔들리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헌재의 여유와 선의가 대통령 측의 작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 나온다”
동아일보 : “박대통령 측 요구 전향적으로 수용한 결과”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시장이 지지율 정체되자 무리한 헌재 압박으로 선동 나서고 있지만 헌재는 촛불이나 태극기에 휘둘리지 말고 결론 내라”
조선일보 : “헌재의 ‘절차적 공정성’ 논란이 불식됐다”
중앙일보 :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 표명과 공정성 보장하는 바람직한 조치”
한겨레 : “박 대통령 쪽의 ‘지연전술’에 말려든 것일 수 있다” “야4당은 '탄핵 공조' 굳건히 하고, 시민들의 주말집회에 적극 참여해 조속한 탄핵 결정에 힘 보태라”
한국일보 : “헌재, 대통령 측의 ‘시간 끌기’에 단호하게 제동 걸어라. 재판관이 7명만 남는 상황이 심판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 헌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