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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불출마시킨 ‘가짜뉴스’ 꾸짖던 방송, ‘탄핵 가짜뉴스’는 나 몰라라2017년 2월 7일
7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추가 신청한 증인 17명 중 8명을 채택한 헌법재판소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박 대통령의 노골적 지연작전이 다시 등장한 것인데요. KBS‧MBC는 단 1건의 관련 보도만 내면서 지연작전을 지적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탄핵심판 일정도 분석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은 국회 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대리인단의 ‘감정싸움’만 부각했습니다.
한편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보도가 JTBC 외에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관련 낙마시킨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지적하던 방송사들이 막상 특검을 성추행범으로 몰고 JTBC의 태블릿PC 보도를 ‘종북의 음모’라고 우기는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죠.
1. 위험 수위 넘어선 ‘가짜뉴스’, 방송사들 왜 보도 안 하나
대부분의 방송사가 침묵하고 있는 중요한 사안이 있습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세력이 만들어 내고 있는 각종 가짜뉴스입니다. 박영수 특검이 여기자를 성추행했다는 낭설부터 JTBC의 ‘최순실PC 보도’ 및 ‘박 대통령 리프팅 시술 자국 사진 보도’가 모두 조작이라는 내용까지, 각종 가짜뉴스가 SNS와 인터넷 포털을 뒤덮고 있습니다. 심지어 조원진‧윤상현 의원 등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 이런 가짜뉴스들을 연설의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 근거도 없는 정보를 누군가 ‘세결집’을 위해 유포하고 있는 겁니다. 이에 7일, 경찰은 ‘허위·악의적인 가짜뉴스 제작 및 유포행위를 포함한 사이버 반칙’을 ‘3대 반칙’ 중 하나로 규정하고 5월 17일까지 특별단속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JTBC외에는 그 어떤 방송사들도 ‘박 대통령 지지 세력의 가짜뉴스’를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 방송사들은 1일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에 관련된 가짜뉴스는 적극적으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MBC와 TV조선은 불출마 선언 당일인 1일, 불출마의 결정적 배경 중 하나로 가짜뉴스를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MBC는 “가짜 뉴스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난데없는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고 했고 TV조선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 시작부터 가짜 뉴스로 곤욕을 치렀”다고 전했죠. 다른 방송사들도 반 전 총장 불출마 이전까지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여러 차례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 국정파탄을 왜곡하고, 심지어 특검과 JTBC, 촛불집회까지 모독하는 ‘정치적 목적’의 가짜뉴스들은 어째서 보도를 안 하는지 의문입니다.
△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탄핵 가짜뉴스’ 심각성 짚어주고 새누리당 비판한 JTBC(2/6~2/7)
△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탄핵 가짜뉴스’ 심각성 짚어주고 새누리당 비판한 JTBC(2/6~2/7)
2. JTBC만 제정신, ‘가짜뉴스’ 심각성 제대로 다뤄
방송사들 중 JTBC만이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제대로 짚어주고 있습니다. 6일과 7일, JTBC는 하루에 7건의 보도를 할애해 ‘탄핵 반대 집회’에서 나온 가짜뉴스들의 경향과 전국경제인연합이 ‘가짜뉴스’ 유포 단체에 뭉칫돈을 지원한 정황을 보도했습니다.
JTBC <단톡방서 ‘더 빨리, 더 멀리, 더 교묘하게’>(2/7 https://bit.ly/2jY2uSg)는 “이젠 가짜 뉴스들도 단톡방을 통해 마치 진짜 뉴스인 것처럼, 받아보면 문장도 그렇게 쓰여 있고, 쉽게 퍼지고 있다”며 가짜뉴스의 유통 경로를 짚어줬습니다. JTBC는 “태블릿PC 보도 관련 가짜뉴스처럼 극우사이트를 중심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비방 목적의 콘텐츠가 첫 번째고요.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경향은 실제 뉴스를 왜곡해서 가짜 뉴스로 만드는 겁니다. 번역이 안 된 외신 뉴스를 왜곡하는 게 대표적”이라며 ‘제작 경로’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촛불집회에 중국 유학생 6만 명이 동원됐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한국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 미국은 즉시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북한을 공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등 각종 가짜뉴스의 사례를 전했습니다.
이어지는 JTBC <‘대통령 얼굴 사진’도 조작이라는 그들>(2/6 https://bit.ly/2k1EM7C)은 “박근혜 대통령의 좌측 하관에 나타나는 리프팅시술 자국도 방송 조작이다”라는 가짜뉴스에 대해 “이건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촬영한 사진을 그대로 보여줬던 것”, “어떻게 일개 방송사가 나라를 뒤집기 위해서 조작을 하겠습니까?”라고 반박했습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가 전교조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서 기획했던 것이다”라는 가짜뉴스도 언급하면서 “이런 게 탄핵반대집회에서도 여과 없이 등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다시 그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이호진 기자는 탄핵반대집회에서 “지금의 현 상황은 바로 거짓과 선동과 조작에 의해서 이뤄졌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다시피, 누군가의 기획에 의해서 이뤄졌다. 그 기획의 중심에는 누가 있습니까 여러분! 종북좌파 세력들이 있습니다!”라고 외치는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앵커브리핑>(2/7 https://bit.ly/2k1B5ij)에서 이런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태에 “가짜뉴스로 점철된 주장과 관제데모의 짙은 의혹으로 둘러싸인 그들은, 스스로를 '보수'라 칭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3. 이번엔 탄핵 심판 축소 보도…국정파탄 사태 덮는 공영방송
KBS와 MBC는 6일 최순실 9차 공판을 고작 1~2건 보도하면서 고영태 씨 등 증인들의 핵심적인 국정파탄 관련 증언을 대부분 누락한 채 최순실에 유리한 방향으로 묘사한 바 있습니다. 두 공영방송은 지난해 12월부터 박근혜-최순실 국정파탄 사태를 축소보도하고 있습니다.
7일 헌재의 탄핵 심판 관련 보도에서도 두 공영방송은 중요한 내용들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KBS‧MBC 모두 보도량도 1건에 그쳐 4건의 SBS, 5건의 JTBC, 2건의 TV조선, 3건의 채널A‧MBN과 차이가 납니다. 공영방송 보도에는 일단 박 대통령 측의 탄핵심판 지연작전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KBS <8명 증인 채택…탄핵심판 일정 윤곽>(2/7 https://bit.ly/2khnnUS)은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측이 추가로 신청한 증인 17명 가운데 8명을 채택”, “빨라도 3월 둘째 주 정도에야 탄핵 심판 결론이 나올 것” 등 기본적인 소식만 전달했습니다. 이날 진행된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온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증언과 무더기 증인 신청으로 심판을 지연하는 박 대통령 측 전략은 언급도 안 했습니다. 다만 “국회 소추위 측은 증인을 너무 많이 받아줬다며 강한 불만을 표했습니다”, “반면 대통령 측은 절반 이상의 증인이 채택되지 않았다며 추가 증인 신청의 여지를 남겼습니다”라며 증인 신청을 두고 벌어진 국회 측과 박 대통령 측의 대립만 받아썼을 뿐입니다. MBC 보도 역시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구성과 내용입니다.
4. TV조선은 또 본질 벗어난 ‘언쟁’만 부각
TV조선도 KBS‧MBC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입니다. TV조선은 2건의 관련 보도를 냈는데 1건은 두 공영방송의 보도와 판박이입니다. 다른 1건은 아예 본질을 벗어났습니다. TV조선 <양측 대리인단 서로 “안하무인” 언쟁>(2/7 https://bit.ly/2kCOOJJ)은 “K스포츠 전 사무총장 정현식 씨를 두고 대리인단간 싸움이 시작됐”다며 ‘국회 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대리인단의 싸움’으로 그렸습니다. “대통령 측 정장현 변호사는 정 전 사무총장에게 고영태 씨의 인성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질문했”는데 “국회 측 이명웅 변호사는 소추사유와 관련 없는 개인 의견을 묻는다며 정 변호사의 질문을 막아섰”고 이 때문에 오전 심판이 끝난 후에도 두 변호사가 “상대를 향해 ‘안하무인’이라며 언쟁을 벌였”다는 겁니다. TV조선은 이런 상황을 “탄핵소추안 접수 후 두 달째 다투는 양측.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묘사했습니다.
이날 정현식 전 사무총장은 “재단 이사회는 ‘껍데기’였다면서,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의 의사 결정을 그대로 따르는 구조”라며 K스포츠재단이 최순실과 청와대에 의해 좌우됐다는 사실, 안종범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며 여러 지원 사업에 모두 개입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는데요. TV조선은 이 증언 대신 정 전 사무총장을 두고 벌어진 국회 측과 박 대통령 측의 ‘말다툼’만 보도한 겁니다. 언쟁의 발단이 “고영태 씨의 인성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박 대통령 측의 황당한 질문임을 알면서도 이를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 국정파탄 사태 본질과 관련 없는 ‘말싸움’만 조명한 TV조선(2/7)
5. 타사는 탄핵심판 일정에 촉각, JTBC는 ‘지연전략’ 비판
다른 방송사들은 KBS‧MBC‧TV조선보다 충실한 보도를 했습니다. 공통적으로 3월 13일 이정미 재판관 퇴임 이전 탄핵 심판 선고 가능성을 적극 타진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연작전을 변수로 꼽기도 했습니다.
SBS <3월 13일 이전 선고는 가능할 듯>(2/7 https://bit.ly/2jXXmOd)는 헌재의 의도를 “2월 안에 변론 절차를 끝내겠다는 뜻”으로 풀이하면서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 선고가 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추가 증인 신청, 박근혜 대통령의 변론 출석, 그리고 대리인단 총사퇴 가능성 등”이 변수이지만 “어느 정도 결론을 논의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최종 변론 전부터 재판부 뜻에 따라 평의를 시작할 수 있”다며 “재판부 역시 대응카드가 없지 않”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채널A도 비슷한 내용을 전하며 헌재의 “신속한 결론을 내야한다는 입장”에 방점을 찍었죠.
JTBC는 관련 보도 5건 모두에서 박 대통령 측의 지연작전을 언급했습니다. 특히 JTBC <밖에선 “마녀사냥” 여론전>(2/7 https://bit.ly/2kmZhuf)은 “막판까지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대통령측이 법정 밖에서는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의 손범규 변호사가 자신의 SNS에서 “누명 씌우기 식 탄핵에 완결성과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특검의 임무”라며 “헌법재판소는 마녀사냥에 동참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고 “다른 대통령 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는 주말마다 친박 단체의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일부 인터넷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일방적 주장을 편 뒤부터 대통령 대리인단의 부적절한 여론전도 본격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