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040
이재용을 지켜라! 종편의 낯뜨거운 ‘삼성 구하기’2017년 1월 16일
16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밝혔죠. 이에 특검을 비판하며 이 부회장을 옹호하는 출연진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들은 ‘특검의 무리수다’, ‘재계 1위 삼성의 총수를 구속하면 경제가 위험하다’ 등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한편, 반 전 총장의 ‘민생’과 동떨어진 ‘민생 행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종편 출연진들은 앞다투어 반 전 총장을 둘러싼 논란 해명에 나섰습니다. 무인발권기 논란은 “미국이랑 달라서”, 꽃동네 봉사 논란은 “일어날 수가 없는데 왜 시비를 거느냐”고 따져 묻기도 합니다. 그리고 ‘민생 행보’가 반영되면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은 오를 것”이란 핑크빛 전망까지 등장합니다.
1. 이재용을 지켜라! 종편의 낯뜨거운 ‘삼성 구하기’
지난 16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밝히자, 종편 시사 토크쇼에서는 이 부회장을 옹호하는 출연진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들의 논리는 그간 재벌 총수의 구속사건에서 익히 들어온 보수언론의 논리 그대로였는데요. ‘특검의 무리수다’, ‘재계 1위 삼성의 총수를 구속하면 경제가 위험하다’ 등의 주장이었습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에 가장 많이 등장한 주장은 ‘경제 악영향’입니다. 국제적 기업의 재벌 총수를 구속하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죠. 범죄 사실이 명확한 범죄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것인데, 출연진들은 이런 경제 악영향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법률과 증거에 따라 결정될 일이지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이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출연진들의 지적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부추긴다고밖에 볼 수 없는 발언입니다.
채널A <정연욱의 쾌도난마>(1/16)에 출연한 이상휘 위덕대 부총장의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이 씨는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발부된다고 그러면 실질적으로 삼성이 GDP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지 않습니까? 10대 그룹 같은 경우 25%까지 차지한다고 하니까. 여기에 발부가 되면 연달아 SK라든가 여타 그룹들이 계속 형평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단죄를 받을 수 없는 그런 문제. 그러니까 경제적인 문제도 상당히 특검에서 부담을 안을 수 없는 부담이 아닌가”라며 경제적 효과를 언급합니다.
GDP의 25%를 차지하는 10대 그룹의 경영 성과가 하락하면 국가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 씨의 주장과 다르게 재벌 총수의 구속과 기업 경영 성과는 구체적인 상관관계가 밝혀진 바 없습니다. 이미 여러 언론에 소개된 전성인 홍익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2007년 10월부터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이 특별사면된 2009년 12월까지 재벌 총수와 삼성전자의 경영 성과 지표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재벌 총수의 구속이 순이익, 매출액, 영업이익 등 경제지표에 미친 영향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총수 구속에 따른 일시적인 주가 하락이나 경영 혼선이 일어나긴 하겠지만, 기업의 경영이 마비되고 이것이 GDP까지 악영향을 끼치지는 못하는 셈입니다. 또 이런 주장은 삼성이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국제적 기업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아예 ‘유전무죄’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있었습니다.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1/16)의 진행자 윤슬기 씨는 “유전무죄도 문제지만 유전유죄, 그러니까 돈 있는 부자들은 무조건 비딱한 시선으로만 보는 것도 마찬가지로 지양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뒤에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이번 사태의 본질이, 책임이 누구한테 있고 또 무엇을 밝혀내야 하는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윤 씨의 지적과 달리 이 전 부회장은 명백한 범죄에 가담한 증거가 있고 이를 국회에 나와 위증하여 진실을 은폐한 혐의까지 받고 있습니다. 윤 씨의 주장처럼 특검이 “돈 있는 사람”을 삐딱하게 봐서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을까요?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명할 열쇠가 박 대통령과 기업 간의 뇌물죄 혐의 입증이기 때문에 구속에 열을 올리는 것입니다. 이 전 부회장이 본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윤 씨의 발언은 사실을 호도하는 발언입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에 경제 악영향 우려 표시한 시사토크쇼 패널들. 연합뉴스TV<뉴스포커스>(1/16), 채널A<정연욱의 쾌도난마>(1/16) 갈무리.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1/16)에 출연한 장성호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교수도 특검의 구속영장 신청을 ‘무리수’로 규정합니다. 장 씨는 “(삼성이)글로벌 기업 아닙니까? 유력 제1의 국내 삼성 기업의 부회장으로서 구속 사유가 저는 있을까. (중략)첫째는 이것이 사전영장이 기각될 경우에는 특검의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고 보고 헌재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상당히 많다. (중략)특검에서 한풀이 식으로 해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 시킨다는 그런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보고 두 번째는 국민들 전체가 구속을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제도 제가 뒤에 식당에 가서 해남분이 운영하는 식당에 갔는데 그 두 분도 이재용 부회장은 왜 구속을 시켜야 되나 법원에 가서 재판을 통해서 가려야 되지 않겠나 그 논리는 그겁니다. 경제적으로 국내에 경제적 기여를 많이 했고 그리고 글로벌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은 지금 외국에서 삼성과 경쟁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주장합니다.
장 씨는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라면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무리수’, ‘한풀이’로 규정합니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특검의 존재가치가 없어진다면서 말이죠. 또 삼성이 국내에 경제적으로 기여를 많이 했기 때문에 구속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 근거가 상당히 재밌는데요. 장 씨는 민심을 이야기하면서 식당에서 만난 주인 두 분의 의견을 소개합니다. 식당 주인들의 의견이 어떻게 구속에 반대하는 민심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장 씨는 분명하지 않은 경제적 효과를 근거 없이 제시하면서 ‘특검이 민심에 휘둘려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전제합니다. 특검이 단순히 한풀이를 위해, 또 국민이 구속을 원해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오히려 특검은 “국가 경제보다 정의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과 헌정질서가 붕괴한 현 시국에서, 국가 경제도 중요하지만, 사법 정의를 세우는 일은 더욱 중요하겠습니다.
2. 종편 출연진 힘을 모아 ‘반기문 구설수 해명해주기’
12일 귀국 이후 반기문 전 총장의 ‘민심 행보’가 숨 가쁩니다. ‘1일 1 구설수’란 별칭이 생길 정도로, 논란 역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누워 있는 할머니에게 죽을 먹이고,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는 “자원봉사”, “인턴 확대”를 제시하는 등 ‘민생 행보’라지만 ‘민생’과 동떨어진 발언과 행보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력 대선 후보의 행보에 대한 관심은 당연합니다.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도 반 전 총장의 행보와 그에 따른 구설수를 다룹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출연진마다 반 전 총장을 비호하기 급급합니다.
논란은 귀국길부터 시작됐습니다. 반 전 총장은 시민 불편이 뻔히 예상됨에도 ‘공항철도로 이동’했습니다. 당시 반 총장은 직접 무인발권기에서 티켓을 발권하려다 지폐 두 장을 한 번에 넣기도 했습니다. 황태순 정치 평론가는 채널A <뉴스특보>(1/16)에 출연해 반 전 총장이 “(UN 총장이 아닌 신분으로) 10년 만에 왔”다며, 과거와 달리 이제 “전 사무총장 자격으로 와서 이른바 서민들하고 똑같이 한다고 그러는데. 보니 미국하고 다르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게 만 원, 만 원 넣어야 하는데 이만 원 동시에 넣었다가 안 들어가서”라 옹호합니다. 18일 반 총장이 내어놓은 해명 “UN 총장을 10년 동안 하면서 뉴욕에 오래있었다”, “여러분은 파리에 가서 전철표를 끊을 때 금방 할 수 있냐. 그것 못한다고 비난하면 공정하냐”와 일치합니다. 미국, 프랑스든 한국이든 통상적으로 지하철 무인발권기를 이용할 땐 지폐를 한 장씩 넣습니다. 시민의 반응은 ‘기계 다루는 능력’에 대한 비판이 아닌, 지하철 자체가 익숙하지 않음에도 연출한 ‘서민 코스프레’, ‘보여주기식 행보’에 대한 비난입니다.
논란은 13일에도 계속되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사회복지시설 ‘꽃동네’에 방문해 본인이 턱받이를 하고, 누워있는 할머니에게 죽을 먹여 지적을 받았습니다.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1/16)에 출연한 민영삼 한양대 특임교수는 “저 노인이, 저 누워계신 분이 일어날 수가 없대요. 일어날 수가 없는데 왜 시비를 거는지, 저는 그 부분이 좀 이상해요”라며, “우리가 너무 자극적인 것 (말고), 사실에 근거해서” 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꽃동네 재단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좁은 공간에 기자들이 반 전 총장을 둘러싸고 있어 요양보호사가 케어하기도 힘들었다”, “침대를 올린다고 올렸는데 몇 바퀴 못 올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침대를 올려 상체를 세워 먹여야 했지만, 정신없는 상황에서 누운 채로 식사 장면까지 연출되었다는 이야깁니다.
정성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민생 행보’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상승하리라 전망하기도 합니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1/16)에서 리얼미터, 한국갤럽이 발표한 1월 2주차 대선주자 지지도에 대해 논하던 중입니다. 결과는 문 전 대표가 반 전 총장보다 각 7.6%, 11%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 씨는 이를 반 전 총장은 “이제 겨우 출발대에 섰기 때문에” 문 전 대표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치라 분석합니다. 그리고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호남에서 지지율이 많이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반문 정서가 강하다”라 평가합니다. 자료화면으로 보여준 한국갤럽 자료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지도가 18%, 22%, 39%로 매주 상승하고 있음에도 수치의 의미는 누락하고 부정적인 분석만 내어놓고 있는 것입니다. 반 전 총장에 대해서는 “주말에 많은 행보를 했으니까 그것이 반영된 금주가 되어야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전망을 내어 놓았습니다. 반 전 총장이 “중도를 아우르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며 “(반 전 총장) 캠프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지금 보수적인데 그것과 (반 전 총장이) 지금 균형이 안 맞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진보적인 메시지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메시지가 나오면 저는 이건 한번 큰 요동을 칠 것”이란 것입니다. 반 전 총장이 어떤 부분에서 ‘균형이 맞지 않을 정도로 진보적’인지는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그저 ‘중도를 아우를 것’이라는 주장만 합니다. 이 근거 없는 추측은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은 오를 것”이란 긍정적 예측으로 끝맺습니다.
종편 출연진들은 그동안 문재인, 이재명, 박원순 등 야권 대선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았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도 집요하게 파헤쳤고, 공식 석상, 사적 대화 가리지 않고 발언 내용은 악의적으로 왜곡해가며 비난해 왔습니다. 이 모든 것은 ‘대선 후보’이기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검증의 절차’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엄격한 기준은 유독 반 전 총장만 피해 가는 모양입니다.
*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