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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한미관계 악화를 이유로 노무현 정부 외교 맹비난한 TV조선(2016.10.17) 14일 국정감사에서 때 아닌 ‘종북몰이’가 등장했다. 새누리당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내용 일부를 들어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북한의 ‘결재’를 구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를 향해 ‘적과의 내통’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여당이 미르‧K스포츠 재단으로 궁지에 몰린 정국을 타개하려다 무리한 ‘종북몰이’에 나섰다는 평이다. 이에 대부분의 방송사는 ‘여야 공방’으로 처리하며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유독 TV조선은 무려 5건의 보도를 ‘문재인 비판’에 할애하면서 적극적으로 여당을 대변했다. 대부분 근거도 없이 ‘무조건 문재인 탓’이라는 내용이다.
한편 국가폭력에 희생된 백남기 농민에 대한 무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14~16일 3일간 백 농민의 사인 왜곡 의혹을 다룬 방송사는 이번에도 JTBC뿐이고, 다른 방송사들은 국회에서 나온 ‘묵념 파행’만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1 ㅣ 송민순 회고록 관련 보도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논란이 됐다. 송 전 장관은 지난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과정에서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사전의견을 구한 뒤 기권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를 두고 ‘북한 정권 결재 사건’이라 명명하면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에 대한 ‘종북 공세’를 펼쳤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15일, “그 적들(북한)하고 내통한 것”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문재인 전 대표는 SNS를 통해 “정상회담 직후라는 시기적 특성 속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찬성→국제공조→북한 개선 유도’라는 전략과 ‘기권→한국의 주도성 확장→북한․미국 설득’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두고 정부 내에서 치열한 토론을 했던 시기”라고 반박했다.
야권에서는 미르‧K스포츠 재단 및 최순실 게이트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여당이 또 종북몰이로 프레임 전환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등 남북관계가 순조로운 시기였던 2007년과 현 상황을 단순 비교하고, 북한의 반응을 살핀 노무현 정부의 외교를 마치 북한의 허락을 구한 것처럼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무의미한 ‘여야 공방’ 처리한 지상파와 ‘물 만난’ TV조선
국감에서 이 사안이 처음 논란이 된 14일부터 16일까지 3일 간, 9개 방송사는 모두 관련 보도를 냈다. 하지만 보도량과 방송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관련 방송 보도량 상세 비교(10/14~16) Ⓒ민주언론시민연합
지상파 3사는 관련 보도가 3건뿐이었고, 내용도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만 짧게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14일, MBC와 SBS는 방송인 김제동 씨의 ‘영창 발언 논란’ 등 국감에서 나온 다른 사안들을 보도하면서 이 사안을 끼워 넣는 수준이었다. 지상파 3사는 15일과 16일에도 ‘여야 공방’ 1건만 보도하면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고자 했다’는 송 전 장관의 주장을 부인한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이재정 당시 통일부장관의 입장조차 전하지 않았다.
JTBC, MBN, YTN, 연합뉴스TV는 지상파 3사와 마찬가지로 여야 공방만 보도했지만 김만복‧이재정 두 인물의 의혹 부인은 언급했다. 연합뉴스TV는 송민순 전 장관의 입장만 따로 다룬 보도를 1.5건 더해 논란을 키우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와 달리 JTBC와 MBN은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발언 등 주변 정황을 토대로 논란을 분석하는 보도를 추가했다.
TV조선, 채널A는 태도가 다르다. 특히 TV조선은 무려 13건의 보도량으로 타사를 압도했는데, 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비판하는 보도만 5건을 내면서 ‘적과의 내통’이라 언급한 새누리당을 노골적으로 대변했다. 채널A도 이런 보도가 1건 있었으나 양과 질에서 TV조선의 호전성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새누리당 논평 빼다 박은 TV조선의 ‘문재인 비판’, TV조선은 여당 대변인?
TV조선 <중도 내딛지만 안보정잭은 진보>(10/14, 2번째, 최지원 기자, https://bit.ly/2e8DJxf)
TV조선 <“문 탈레반과 협상 대표에 정부 신임장 주자”>(10/15, 4번째, 김정우 기자, https://bit.ly/2ebsC5C)
TV조선은 ‘물 만난 고기’처럼 보도를 쏟아냈다. 그 중 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보도가 단연 두드러진다. 문 전 대표와 야당을 싸잡아 ‘적과 내통한 종북’으로 규정한 새누리당의 주장을 적극 선전‧유포하는 수준이다. 송 전 장관의 일방적 주장이 담긴 회고록 한 권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정국을 ‘종북논란’으로 바꾸려는 여당의 전략에 TV조선이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먼저 TV조선은 2건의 보도에서 대화‧협력을 우선시하는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비난했다. TV조선 <중도 내딛지만 안보정잭은 진보>(10/14)은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재벌의 역할을 인정하고, 경제성장을 강조하며 중도 색채를 강화”했지만 “안보 문제에선 좌향좌 기조가 여전”하다고 못 박았다. 그 이유로 제시한 것은 ▲“사드에 대해 ‘정부가 위기조장으로 국민을 분열시킨다’며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도 대북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전시작전권과 관련해선 ‘우리군의 작전권이 미군에 넘어가 있는데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작전권을 미군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TV조선은 15일에도 이런 보도를 냈다. TV조선은 <“문 탈레반과 협상 대표에 정부 신임장 주자”>(10/15)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2007년 샘물교회 교인 피랍 사건 당시 ‘탈레반에 정부 신임장을 제시하자’는 주장에 찬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의 결론 역시 “유엔 북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이 또 한 번 논란”이라는 것이다.
△ 사드 반대, 수해 인도적 지원, 전시작전권 환수 등 야권의 모든 안보정책 싸잡아 비난한 TV조선(10/14)
황당하게도 TV조선의 이 두 보도 모두 새누리당이 낸 공식 논평과 내용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새누리당은 16일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해 논평을 내면서 “문 전 대표는 국제 공조로 강력한 대북제재를 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북한 수해민들에게 쌀을 지원하자고 했다”며 “북한에 인도적 지원인 쌀은 되고 인권은 눈을 감아도 된다는 뜻이냐”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도 북한 정권이 사드에 반대하기 때문인지 묻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한 2007년 샘물교회 피랍사건 당시 문 전 대표가 테러단체 탈레반에 정부 신임장을 제시하자는 의견을 냈다는 회고록 내용도 거론하면서 “북한 주민보다 독재정권을 더 존중하는 태도, 국제사회의 적인 테러단체까지 인정하자는 과잉대응 등 문 전 대표의 오락가락 가치관과 갈팡질팡 안보관이 정상이냐”라고 힐난했다. 사드 반대, 대북 지원, 샘물교회 당시 입장까지 TV조선 보도와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내용이다.
물론 시기상으로는 TV조선의 보도가 먼저 나오고 16일, 새누리당 논평이 나왔다. 하지만 너무도 똑같은 내용에 TV조선과 새누리당이 의견을 공유하고 있거나, 새누리당이 TV조선 보도를 교과서 삼아서 논평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문재인 비판의 근거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TV조선의 어깃장
TV조선 <‘송민순 회고록’ 논란>(10/14, 23번째,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 https://bit.ly/2e4R9Li)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TV조선의 비난 공세는 위 2건에서 그치지 않았다. TV조선은 <‘송민순 회고록’ 논란>(10/14)에서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의 입을 빌려 문 전 대표를 질타했다. 남 전 차장은 “황당하다”고 운을 떼더니 “그때 남북정상회담 막 끝내고 왔던 열기 때문에 이런 논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불성설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열을 올렸다. 다음 논리 전개가 황당하다. 남 전 차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탈북을 부추긴다는 오해까지 불러일으키면서 말씀도 하시는데 탈북 급증은 북한 인권문제와 직결된다. 탈북자가 급증하면서 비참한 인권상황이 다 증거가 되고 중국 대륙에서 헤매고 비참하게 고생하는 것이 국민에게 알려지면서 자연히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에 대해 대한민국 최대 책임자가 당신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라며 느닷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탈북 종용 발언’을 옹호했다. 또한 “북한이 공격 직전까지 가면 우리가 자위적 선제 강타할 수 있다. 국제법적으로 허용되어있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자멸한다. 북한 애들이 말하는 대로 서울 불바다가 된다”며 ‘북한 선제타격론’도 강변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대북관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탈북을 종용하며 북한 붕괴까지 언급했던 박근혜 정부의 호전적 대북관은 옳다는 흑백논리이다.
△ 국정원 전 차장 출연시켜 ‘문재인 비판’에 열 올린 TV조선(10/14)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에서 나온 주장을 빌미로 무조건 문재인 전 대표를 깎아내리고자 하는 TV조선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북한 인권결의안에서 북한의 반응을 살폈다는 이유로 문재인 전 대표의 대북관을 비판하면서, 갑자기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관은 강력히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비판 근거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라니 근거도 논리도 없는 주장이다. 사드 배치 과정에서 미국과 입장이 어긋나면서 ‘미국 배후론’을 자처하고 중국의 거센 반발에 그 어떤 대처도 못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 실패는 어째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강경 일변도의 호전적 대북 정책이 불러온 개성공단 폐쇄와 잇따른 북한의 군사적 도발, 이렇게 민감한 상황에서 탈북을 종용하고 ‘북한 붕괴론’까지 암시하며 전쟁을 부추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등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은 무조건적인 옹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나무라지 마라’는 TV조선
TV조선 <시험대 오른 문재인 안보관>(10/16, 19번째, 류근일 조선일보 주필, https://bit.ly/2dtUrrz)
TV조선의 ‘무조건 문재인 탓’ 보도의 하이라이트는 자매사 조선일보 주필인 류근일 씨와 대담을 나눈 TV조선 <시험대 오른 문재인 안보관>(10/16)이다. 이 보도는 문재인 전 대표가 새누리당의 종북 공세에 반박한 SNS 글을 재반박하는 내용이었는데 여기서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주요한 근거로 등장한다.
△ 류근일 조선일보 주필이 나서 ‘문재인 비난’한 TV조선(10/16)
먼저 이상목 앵커가 “문 전 대표가 남북대화가 단절됐기 때문에 핵과 인권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했다. 어떤 내용인가”라고 묻자 류 주필은 “남북대화가 단절된 것이 우리 때문인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박정희부터 오늘까지 약 40년간 남북 적십자 회담하자, 남북정상회담하자, 불가침 조약하자, 공존교류화해협력하자, 단계적 통일하자, 오로지 대화에 의한 통일만 추구하자, 시종일관 그래서 일부에서는 너무 비겁하지 않느냐, 남북대화를 위해 을처럼 매달리지 않았느냐는 비난도 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그러나 그동안 북한은 우리 모르게 핵개발하고 어느 날 갑자기 맘에 안 드니까 서울 불바다, 백악관 잿더미라고 한다”며 대화 단절의 원인은 북한에 있음을 강조했다. 류 주필의 결론은 “대통령이 거기에 안 된다, 우리도 비핵화를 하면 (대화)하겠다는 것을 강경정책이라고 나무라니 어쩌면 좋냐”는 문 전 대표 비판이다. 류 주필은 “박정희부터 오늘까지 약 40년간” 우리 정부가 적십자 회담 및 정상회담 등 대화 노력을 했다고 뭉뚱그렸지만 그 모든 대화 노력이 멈춘 것이 바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보수정권 시기였다. 류 주필은 이런 사실은 얼버무린 채 무작정 북한의 일상적 수사인 ‘서울 불바다’를 빌미로 전쟁을 의미하는 박근혜 정부의 ‘선제타격론’을 옹호했고, 문재인 전 대표는 비난했다. 근거도 없는 흑백논리이다.
다른 문답에서도 황당 논리가 이어진다. 선제타격과 자위적 핵 무장론이 평화를 해친다는 문 전 대표에 대해 류 주필은 “북한이 반세기동안 군사도발하고 때리고 지뢰 터뜨린 걸 먼저 비난하고 해야지 우린 나중에 얻어맞다가 최근에서야 하는 거에 왜 야단을 치나”라고 항변했다. 또한 북한 수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 주장에는 “우리가 너무 많이 인심을 썼다. 요새 와서 화가 나서 좀 그러는 거다. 그거 나무랄 게 아니라 김정일 김정은은 캐비어 먹고 외제 승용차 타고 고급선물 주고받고 하는데 그러지 말고 수재 이재민 도와라, 김정일 동상이라도 덜 만들어라 이렇게 말해야 옳다”고 했다. 문 전 대표의 ‘수해 인도적 지원’을 반박하려다 ‘김정은의 외제차와 캐비어’까지 끌어온 것인데 TV조선의 이 보도가 북한 인권결의안, 즉 북한 주민들의 인권 및 생존을 위한 인도적 문제로 인해 불거진 논란을 분석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표결에서 북한의 의중을 살폈다는 이유로 문 전 대표를 맹폭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과 생존을 위해 인도적인 지원은 하자는 문 전 대표 주장에는 ‘김정은 캐비어’가 문제라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유가 잘 어울리는 논리이다.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 일부로 문 전 대표를 ‘낙마’시키려는 TV조선의 노력이 결국 자가당착적 보도를 내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결론은 ‘미국이 상전’, 북한과의 대화보다 ‘한미동맹’에 사활 건 TV조선
TV조선 <시험대 오른 문재인 안보관>(10/16, 19번째, 류근일 조선일보 주필, https://bit.ly/2dtUrrz)
TV조선 <문재인 전 대표 ‘안보관’ 논란>(10/15, 19번째, 강상구 기자, https://bit.ly/2ebsfrR)
류근일 주필은 마지막 문답에서 “참여정부의 외교정책은 수준 높았다, 배워라”라는 주장에 “참여정부 때야 말로 한미 동맹이 가장 최악이었던 시기다. 한국 안보, 생존과 관련해서 가장 우선적인 외교가 한미동맹이다”, “노무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합의해놓고 언제 한다는 걸 미국에 알리지도 않았다. 미국도 그걸 알고 우리에 대해서 정보, 첩보, 여러 가지 안줬다는 설이 있다. 그 정도인데 뭘 가지고 외교를 잘했다고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열을 올렸다. 결국 이 모든 비판의 핵심 논리가 ‘최우선적으로 중요한 미국 대신 왜 북한과 대화하느냐’는 것이 잘 드러난다. 스스로도 ‘가설’이라고 인정하는 근거를 가지고 노무현 정부의 외교를 질책하는 부분에서 시청자들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TV조선의 또 다른 대담 보도인 TV조선 <문재인 전 대표 ‘안보관’ 논란>(10/15)에서도 이러한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구애가 나타난다. 이 보도에서 강상구 기자가 나와 앵커와 대담을 나눴는데 강 기자는 먼저 “치열한 토론을 거친 다수의 결정을 따르는 걸 배우라”는 문 전 대표의 반박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데 '다수결로 결정했다'는 말이 변명이 될 수는 없습니다”라고 재반박했다. 이에 이하원 앵커는 “결과로 평가한 노무현 정부의 외교정책은 배울만 한가요?”라고 물었고 강 기자는 ‘한미관계 악화’를 이유로 노무현 정부 외교를 비판했다. 그 사례로 든 것이 류근일 주필과 동일하다. 강 기자는 “2006년에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다. 이때 1시간 전에 중국에 통보를 해주는데 중국은 제일 먼저 미국에 알려줬다. 미국은 거의 동시에 알았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에 아무것도 안 알려줬다”다면서 “한국 정부는 다음 해 남북정상회담 날짜가 잡혔는데 미국 쪽에 그 날짜를 알려주지도 않았다. 굉장히 관계가 악화된 와중에 남북관계는 핵실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앞서 류근일 주필이 ‘가설’이라고 했던 것과 내용이 비슷하다. 류 주필은 가설이라고 했지만 강상구 기자는 그런 조건도 없이 무조건 ‘한미동맹이 최악이었으므로 노무현 정부 외교는 잘못됐다’고 비난한 것이다.
△ ‘한미관계 최악’이었으니 노무현 정부 외교는 잘못됐다는 TV조선(10/15~16)
2007년 당시 치열한 토론을 거친 노무현 정부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비판은 얼마든 가능하지만 모든 비판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 근거가 단지 ‘미국이 더 중요하다’는 식이라면 정파 논리에 불과할 따름이며, 남북관계의 당사자인 우리가 따라야 할 현명한 방향이 될 수도 없다.
JTBC만 제정신, TV조선의 정치적 의도 엿보여
TV조선의 이런 어깃장과 달리 JTBC는 객관적인 보도를 냈다. JTBC <2007년, 당시 상황 어땠길래…>(10/15, 3번째, 안태훈 기자, https://bit.ly/2ek3R7Y)는 “또 다시 종북 논란이 정치권에 등장”했다면서 이번 사태가 새누리당이 일으킨 ‘종북 프레임’임을 먼저 주지했다. 안태훈 기자는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한 달여 뒤에는 서울에서 남북 총리회담” 등 지금과는 달랐던 당시의 남북관계를 설명했다. 이어서 “노무현 정부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입장을 연도별로 좀 짚어보면요, 남북 관계에 따라 달랐는데, 처음에 UN 결의안이 상정된 2005년에는 기권을 했고, 2006년에는 찬성했습니다. 이때는 북한의 핵실험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을 한 2007년에는 기권한 것”이라면서 남북관계에 따라 달라진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를 언급했다. 또한 “새누리당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프레임 전환을 하고 있다, 색깔론으로 덮으려고 하고 있다”는 야당의 입장도 소개했다.
JTBC가 소개했듯, 2007년 당시의 남북관계를 현재 상황에 따른 시각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은 송민순 전 장관의 주장에 따라 ‘대북 결재 요청 사건’이라고까지 규정했지만 대화 국면이던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의견을 미리 타진한 것을 두고 허락을 받은 것처럼 왜곡했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또한 JTBC가 설명한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 총리회담을 제외하고도 당시 평양 2차 국방장관 회담, 서울 부총리급 경제협력공동위원회 회의 예정 등 순풍을 타던 남북관계를 방증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총리급 장관급 회담이 남북을 오가며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결의안 기권방침을 북한에 사전 통보하고 반응을 살피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던 2006년에는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한 바 있다. 북한과의 대화 여부에 따라 외교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배경을 배제한 채, 단편적인 사안을 침소봉대하면서 야권과 문재인 전 대표를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TV조선의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2 l 백남기 농민 관련 보도
‘사인 왜곡’ 대신 ‘여야 묵념 파행’만 짧게 언급한 방송사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묵념을 제안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집단 퇴장했다. 더민주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 새누리당 간사 김상훈 의원, 더민주 간사 인재근 의원이 합의한 것이었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그동안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왜곡하는 서울대병원과 검경의 행태를 보도하지 않았던 방송사들이 이 상황은 짤막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같은 날 국감에서 나온 백선하 교수의 수술 배경 의혹에는 침묵했다. 14일에도 사인 왜곡 의혹에 천착한 방송사는 JTBC뿐이고 MBN과 YTN은 아예 관련 보도가 없었다.
KBS <‘미르 공방’ 계속…‘백남기 묵념’ 놓고 파행>(10/14, 18번째, 남승우 기자, https://bit.ly/2dTrvIX)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관련 여야 공방과 방송인 김제동 씨 ‘영창 발언’ 논란을 함께 전하던 중, “복지위에선 야당이 고 백남기 씨에게 묵념하기로 한데 대해 여당 의원들이 링스 헬기 희생자 등에게도 상임위에서 추모한 적이 있었냐며 퇴장하는 등 파행을 빚었습니다”라고 짧게 언급만 했다. MBC, SBS, TV조선, 채널A, 연합뉴스TV도 국감에서 나온 여야 공방을 나열하면서 이 사안만 언급했다. 채널A를 제외하고는 모두 “링스 헬기 순직자들 나라를 위한 순국 아닙니까. 그분들에 대해서 국회 차원에서 예의를 갖췄습니까?”라면서 백남기 농민과 링스 헬기 순직자를 단순 비교한 새누리당 송석준 의원의 주장을 녹취 인용하기도 했다. 다만 연합뉴스TV가 16일 35초짜리 단신 <백남기 유족, 부검 협의 거부…"법원, 영장발부 취소해야">(10/16, 14번째, https://bit.ly/2e9Opxp)으로 유족의 입장을 짤막하게 전했을 뿐이다.
반면 JTBC는 <‘수술 경험’ 당직의 두고 왜? 배경 논란>(10/14, 11번째, 박현주 기자, https://bit.ly/2ekhJiw)에서 “백선하 과장의 수술 배경”을 지적하면서 사인 왜곡 논란을 짚었다. JTBC는 “서울대병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백 교수는 지난 4년 간 총 1000여 건의 수술을 했”는데 “주말 심야시간대에 수술을 한 건 백남기 씨 경우가 유일”하다고 전했다. 이어서 “당시 병원엔 경막하출혈수술을 여러 번 했던 의사가 당직을 서고 있었”고 이 때문에 14일 국정감사에서도 “백 교수가 직접 수술한 이유에 대해 의혹이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JTBC는 이렇게 백 교수의 사인 왜곡 정황을 보도한 뒤 보도 말미에서 “백남기 씨에 대해 추모 묵념을 하자는 야당 의원들의 제안에 여당 의원들이 반대하며 모두 퇴장해 시작하자마자 파행을 빚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국감에서 나온 사인 왜곡 의혹에는 침묵하고 ‘묵념 파행’만 짧게 언급한 타사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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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이봉우‧최민호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