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민언련 종편 모니터]고 백남기 농민 관련 시사토크 프로그램 2차 모니터 보고서(2016.10.17)
등록 2016.10.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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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에게 ‘부검’으로 답하라는 종편

 

 

종합편성채널은 여전히 고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논란거리로 만들고 있다. 종편은 마치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고 백남기 농민’에 관한 보도를 하는 것처럼 똑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시위를 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시체가 된 국민의 애환도 외면했다. 종편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입을 자처했다. 종편의 출연진들은 종편의 수많은 프로그램들을 종횡무진으로 다니며 경찰의 ‘정당방위’임을 주장했다. 종편은 고 백남기 농민을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에 놓고 정말 경찰이 죽였는지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백남기 농민이 세상을 떠난 지 22일이 지났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9월 28일부터 10월 6일간 ‘백남기 농민’ 사안을 다룬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분석했다. 조사대상은 종편 4사와 보도전문채널 2사의 33개 시사토크프로그램이다. 시사토크프로그램이 조사대상인 만큼 단순보도와 리포팅은 통계에서 제외했다. 방송 횟수는 ‘대담’이 진행된 횟수만 포함했다.


  민언련이 낸 ‘백남기 농민 관련 종편 시사토크쇼 1차 모니터 보고서’에서는 종편과 보도전문채널 시사토크쇼의 백남기 농민 관련 사망을 둘러싼 상황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전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부와 경찰의 편을 들거나 고인과 유족을 모욕하는 수준의 내용을 내놓았다. 따라서 차라리 백남기 농민 사안을 다루지 않음으로서 더 이상 문제 방송을 내놓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런데 2차 모니터 기간에도 시사토크쇼는 꾸준하게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한 사안을 다뤘다. JTBC는 모니터 대상 프로그램의 50%가 관련 아이템을 다뤘고, YTN은 단 한건도 다루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는 채널A가 44.4%의 비율로 백남기 농민 사망을 다뤘고, TV조선은 25.5%만 방송했다.

 

 

 

1. 기-승-전-부검, 경찰 논리만 강조하는 종편
  부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의 사인을 논쟁거리로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런 논쟁이 커질수록 ‘국가폭력’이라는 사안의 본질은 흐려진다. 종편 출연진들은 이런 경찰의 의도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실제 백남기 농민과 관련된 발언을 할 때마다 결론은 늘 ‘부검의 필요성’이다.


  TV조선 <최희준의 왜>(9/30)에서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백남기 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하는 건 부검을 해야 그것이 기본이죠”라고 발언했다. 황장수 씨는 발언하는 내내 ‘부검’이 기본이라는 표현을 썼고, 자기들이 먼저 소송을 제기했으니까요”라며 억지스러운 주장을 내놓았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9/30)에서 최병묵 전 월간조선편집장도 같은 주장을 했다. 최병묵 씨는 “사인을 명확하게 밝히려면 사실 부검을 해야 되는 게 맞는 것”이라며 “무슨 백남기대책위원회 관계자가 뭐라고 주장했다는 건 중요한 거 아닙니다”라고 발언했다.
채널A <이남희의 직언직설>(10/4)에서 여상원 변호사도 “유족 측이 말하는 대로 외인사냐 그다음 경찰이 병원에서 말하는 대로 병사냐 밝히기 위해서 바로 부검을 해야 된다는 겁니다”라며 같은 논조를 보였다.


  MBN <뉴스&이슈>(10/4)에서 최병묵 씨는 9월 30일,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들이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한 데 대해서 “학생들은, 제가 보기에 특히 서울대 노조나 아니면 뭐 다른 의대생들이나 이런 분들은, 사실은 신문 보고 방송 보고 지금 얘기하는 거거든요”라며 성명서를 낸 모든 의대생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최 씨는 “이 분야에 관해서 의학적인 전문 지식은 있을지 몰라도 백남기 씨의 상태나 이런 것에 관해서는 제일 잘 아는 분은 주치의예요”라며 “그런 점에서 주치의 말을 믿을만한데 그걸 자꾸 못 믿겠다고 하니까 그러면 못 믿겠다고 하니까 여하튼 조금 더 객관적인 제삼자한테 한번 맡겨보자 하는 것이 저는 부검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전국 의대생들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동참했지만 종편은 이들을 ‘자세하게 모르면서 신문, 방송만을 보고 그런 얘기’를 한다며 일축한 것이다. 또한 의대생들의 성명서야 어찌 됐든 부검을 하면 될 거 아니냐는 논조이다.


  연합뉴스TV <뉴스일번지>(10/5)에서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도 같은 주장을 했다. 이상일 씨는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살수에 의해서 사망하셨다, 이렇게 이야기하셨는데 아직은 단정적이라고 봅니다”라고 발언했고, 그 이유를 서울대 의사들의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일 전 의원은 “(특별위원회)그 위원장조차도 정말 사망 원인을 제대로 알려면 부검이 필요하다”라고 했다며 부검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정쟁의 소재로 자꾸 활용돼서는 안 되겠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은 명백하다. ‘부검’은 공권력에 의한 살인이라는 걸 부정하고 싶은 경찰의 목소리이다. 그런데 생뚱맞게 종편이 경찰 입장을 변호, 대변해주고 있다. 이는 종편이 경찰의 편에 서서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2. 폭력시위가 먼저라고 우기는 종편 출연자들
  종편 출연자들은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은 언급하지 않은 채 경찰 측에 완전히 빙의돼서 대변인 수준의 발언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폭력시위’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는 주장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악의 막말들도 쏟아졌다.

 

노인 앞장세운 민주노총이 책임져야한다는 막말 쏟아낸 이영작 씨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는 연합뉴스TV <뉴스일번지>(10/4)에서 고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민주노총이 책임질 문제라는 황당한 막말을 쏟아냈다. 이 교수는 “저는 거기에서 백남기 같이 백남기 씨 같은 노인이 앞장서서 데모를 했다는 건 그것은 사실 민노총이 책임져야 되는 문제고요. 왜 노인을 앞장을 세웁니까? 그래서 저는 이게 정말 문제가 되고 야당 의 특검을 오남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라고 말했다. 마치 백남기 농민 죽음의 책임을 경찰이 아닌 민주노총에 있다는 식의 이런 주장은 국민 누구나 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헌법적 권리도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치 민중총궐기 당시 민주노총이 정교하게 노인을 살수차에 앞장세운 것처럼 몰아간 최악의 막말이며 민주노총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다. 이영작 교수는 이처럼 입증할 수도 없고 책임질 수도 없는 막말을 쏟아낸 것에 대해서 사죄해야 마땅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발언의 심각성을 감안해 엄중하게 심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백남기 농민이 정말 ‘농민’ 맞냐며 막말한 이계진 씨
  이계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고 백남기 농민과 관련해 고인에 대한 모독적 발언을 쏟아냈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10/5)에서 그는 “어제쯤 돌아다니던 SNS의 콘텐츠 가운데 백남기 씨가 정말 농민이냐 하는 데 대한 게 있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계진 의원의 발언은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를 바탕으로 고인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을 저지른 것이다. 이계진 의원의 막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과연 이분이 순수한 농심을 갖고 농민을 위해서 땅을 파고 땀을 흘렸던 사람이냐. 여기에 대한 순수성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그걸 보고 의아해했습니다”라며 여론을 호도했다.


  백남기 농민이 순수한 농민, 노인이 아니라 ‘전문 시위꾼’이라는 식의 악의적 글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이후 일부 보수 사이트와 SNS 등에서 많이 유통되었다. 이계진 씨는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신 현 시점에서 이런 악의적인 내용을 방송에서 그대로 노출했다. 백남기 농민은 농민이 맞다. 그리고 농민단체에 소속해서 농촌을 위해 활동했다. 평생 민주화를 위한 염원을 갖고 생활했다고 해서 그가 ‘순수한 농심을 갖고 농민을 위해서 땅을 파고 땀을 흘렸던 사람이냐’ 의심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무엇보다 이런 말을 생전도 아니고, 돌아가신 상황에서 언급했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무례한 행태이다. 이 발언 역시 고인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으로 엄중한 심의가 필요하며, 채널A와 이계진 씨는 즉각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다.

 

 

△ SNS에 고 백남기 농민이 ‘순수한 농민’이 맞냐는 얘기가 있다며 발언하는

이계진 전 새누리당 의원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10/5) 화면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진부한 폭력시위 강조 수법
  TV조선 <최희준의 왜>(9/30)에서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이 부분의 본질은 야간에 집단적인 폭력 시위를 하면서 통제 불능에 빠진 시위대가 경찰버스에 줄을 걸어서 경찰버스 차벽을 무너뜨리려고 했습니다”라며 사건의 본질을 ‘폭력시위’에 맞췄고 심지어 경찰 차벽이 무너지면 그다음은 청와대가 아니겠냐며 “그러면 경찰은 정당방위죠. 공권력. 집행도 아닙니다. 막기 위해서죠. 경찰이 잡아서 체포할 상황도 안 됐어요”라며 경찰을 대변했다.


  TV조선 <박종진의 라이브쇼>(10/6)에서는 최경식 서울청 전 특수기동대장이 출연했는데, 그가 말하는 동안 여러차례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차를 흔드는 시위대들을 비췄다. 그러다 갑자기 진행자 박종진 씨가 “경찰도 많이 다쳤죠”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평생 가슴에 앉고 눈 다치신 분 이런 분들”이라며 경찰들의 부상으로 화재를 전환했다. 화면에는 <시위대의 수위 높은 폭력... 해법은?>이라는 자막을 깔았다. 이와 같은 발언과 화면 편집은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함으로써 이에 대처하는 경찰들의 진압은 정당방위라는 경찰 쪽 주장을 강조한 셈이다. 최 씨는 또한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을 한다면서 “이런 일이 없도록 극렬 소수 앞장 시위대들이 없어졌으면”한다고 말했다. 결국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극렬시위로 인한 죽음으로 한정하는 발언이다.

 

3. 박원순 시장과 야당 비판하기 바빠
  10월 5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소화전에서 쓰는 물이라는 것은 원래 화재 진압을 위해 쓰는 것,(중략) 데모진압을 위해서 물을 쓰게 하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며 지금까지 서울시에서 공급해 줬던 경찰 물대포의 소화전 물을 앞으로는 공급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그러자 종편은 박원순 시장의 발언을 야권 지지층의 결집을 위한 인기 영합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TV조선 <박종진의 라이브쇼>(10/6)에서는 최경식 전 서울청 특수기동대장이 출연해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관한 대담이 진행됐다. 최경식 씨는 박원순 시장의 ‘물 공급 중단’ 발언에 대해 “그 많은 물 보급차량을 우리 기동본부에서 (중략) 물을 가져와야 합니다. 그럼 몇 대를 사야 되겠습니까? 그러니까 국민의 혈세가 또 낭비가 되죠”라며 박원순 시장과 야당의 발언을 “이게 포퓰리즘입니다”라고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박원순 시장의 ‘물 공급 중단’ 발언의 본질은 경찰이 시위 진압용도로 물대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경식 씨는 발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박원순 시장 때문에 물대포를 사용하려면 국민의 혈세를 써야 한다며 엉뚱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시위현장에서 겪는 경찰들의 고초를 설명하는 최경식 전 서울청 특수기동대장,
TV조선 <박종진의 라이브쇼>(10/6) 화면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연합뉴스TV <뉴스일번지>(10/4)에서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는 부검을 반대하는 야당을 향해 “이중적 태도가 안타깝다며” 고 백남기 농민과 세월호를 비교해 언급했다. 이영작 씨는 “예를 들어서 세월호 침몰 원인은 너무 분명”하다며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세월호를 원형 그대로 인양을 하자고 해서 지금 수천억의 돈이 들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 국민 세금이 들어가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건 그렇게 하자 그러면서 백남기 농민의 사망에 대해서 부검은 또 반대하지 않습니까?”라며 야당을 비난했다. 이영작 교수는 “그런 이중적인 태도를 가지면 여기서는 여기저기 자기 편한 대로만 본다는 건 정말 무리가 있는 정말 이중적인 태도고 이러기 때문에 우리 정치가 이 꼴이 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세월호는 사고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원형 그대로를 인양해야 하는 것이고, 반대로 백남기 농민의 사망은 명백한 경찰의 공권력에 의한 죽음이다. 이를 구분하지 않고 야당의 이중성이라며 맹비난한 이영작 씨의 발언은 말장난일 뿐이다.

 

 

 

 

 

 

<끝>
문의 우지연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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