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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백남기 농민 사망, 폭력집회가 원인이고 부검도 해야 한다는 TV조선(2016.10.6)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3일 있었던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관련 서울대학교병원 특별조사위원회의 기자회견 이후, 사인 왜곡 의혹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다. 이윤성 위원장은 기자회견 당시 “나라면 외인사로 썼을 것”이라며 사망진단서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부검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웠고 주치의 백선하 교수는 유족의 연명 치료 거부를 ‘병사’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의료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4일 국정감사에서는 성상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손명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도 “외인사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같은 날 유족은 서울대병원에 사망진단서 정정 요청서를 공식 제출했고 종로경찰서에는 부검영장 전문 공개를 요구했다. 유족은 부검을 전제로 한 경찰과의 협의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경찰은 25일까지 부검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인사’는 맞지만 폭력집회가 원인이고 부검도 필요하다? 모순투성이 TV조선
‧ TV조선 <백남기 씨 부검 갈등>(15번째, 김장한 대한법의학회 부회장, 정세영 기자, https://bit.ly/2cRfndC)
4일 TV조선은 2건의 보도로 백남기 농민 관련 소식을 전했는데, 1건은 유족이 부검 영장 공개를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나머지 1건인 <백남기 씨 부검 갈등>는 4일 보도 중 최악이라 할 만 하다. 보도는 대한법의학회 부회장인 김장한 교수와 정세영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앵커와 고 백남기 사망 관련 핵심쟁점 3가지에 대해 대담을 나누는 형식이었다. TV조선은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원인이 경찰의 과잉진압이 아닌 시위대의 ‘불법‧폭력 집회’이며, 부검도 진행해야 한다는 경찰 입장을 대변했다.
백선하 주치의 주장만을 상세히 설명하는 정세영 기자
보도에서 정세영 기자는 사망진단서 논란을 정리했는데, “백씨가 쓰러진 지 317동안 입원을 했었고 특히 숨지기 엿새 전에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서 유족들이 적극적인 투석 치료를 거부했다. 그래서 급성신부전이 와서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 그래서 병사로 적었다”라고 주치의 백선하 교수의 주장을 자세히 설명했다. 백 교수의 주장은 상세하게 설명한 반면, 유족의 입장은 “유족들은 당연히 주치의의 백 교수가 유족에게 책임을 떠넘긴다고 반발하면서 사망진단서를 다시 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간단한 설명으로 갈음했다. 이는 주요 사실관계를 은폐하여 ‘투석 치료 거부’를 사인으로 꼽은 백 교수의 주장을 사실상 정당화한 것이다.
TV조선은 전날(3일) 백 교수가 이 발언을 한 기자회견을 보도하면서도 같은 내용을 강조하면서 유족 측 반박을 무시한 바 있다. 유족은 무의미한 연명 치료인 투석만 거부했을 뿐, 그동안 의료진이 진행한 수혈, 승압제 등 모든 적극적인 치료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백선하 교수가 사망진단서에 선행 원 사인을 두부 손상으로 인한 뇌출혈로 기록해놓고 이제 와서 투석을 문제 삼는 것은 ‘사인 왜곡’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TV조선은 이런 사실은 계속 은폐하고 있다.
‘불법‧폭력시위’ 강조하고 ‘과잉진압’ 부인한 경찰만 대변한 TV조선
이어서 정 기자는 “지난해 민중총궐기는 급격하게 불법폭력시위로 변질이 됐다. 경찰은 최초에 경고 방송을 했다. 곡사로 물을 쐈던 것이 오후 5시 8분이었고 백 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건 오후 6시 56분이다. 개인에 대해서 어떻게 경고 방송하느냐, 전체적인 시위 맥락에서 경고 방송과 곡사 다했다고 한다”며 과잉진압이 아니라는 경찰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다. 심지어 “시위에서 경찰만 129명이 다쳤고 차나 버스가 52대가 파손됐다. 피해액이 4억에 가깝다”며 ‘폭력 시위’에 의한 피해액까지 산정했고 이를 두고 “이런 상황에서 과잉진압으로 인정하는 걸로 잘못비칠 수가 있”다며 사과와 조문을 거부하는 경찰의 입장까지 두둔했다. 기자라기보다는 경찰 대변인에 가까운 발언이다. 이렇게 ‘과잉진압 논란’을 설명하면서 정 기자가 언급한 유족이나 백남기 투쟁본부 측 입장은 “유족과 야당은 애초부터 조준 살수했다, 경고 살수도 안 했다고 주장했다”는 언급뿐이다.
명백한 편파, 왜곡 보도이다. 지난달 29일, 더민주 박남춘 의원이 공개한 광주11호 살수차 폐쇄회로 CCTV 영상을 보면 경찰은 백 농민을 향해 처음부터 직사살수를 했다. 이는 “경고살수가 1회, 곡사살수가 3회, 직사살수가 2회 이뤄졌다”는 경찰의 살수차 사용 결과 보고서와 상반된 증거로서 백 농민을 향한 1~3차 살수가 모두 직사살수로 이뤄졌고 4차 살수는 무려 1분 18초간이나 진행 돼 결국 백 농민을 혼수상태에 빠뜨렸다. 이런 증거가 이미 나왔는데도 TV조선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사안 왜곡 논란이 불거진 지금까지도 ‘폭력집회’를 사태의 원인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 측 피해액을 백 농민의 사망에 비견하기까지 했으니 이는 기본적인 인륜마저 저버리는 보도 행태이다.
△ 과잉진압 아닌 ‘폭력집회’ 부각하면서 부검의 필요성까지 강조한 TV조선(10/4)
부검 필요하다고 단언하는 김장한 교수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의료 전문가로 나온 김장한 교수는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가 “형식적으로 틀린 건 명백하다”면서도 “부검을 해야 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부검은 기본적으로 형사 사건이나 민사 사건에서 사망 원인과 관련된 증거를 찾아내는 작업”이므로 “재판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손해배상이나 공소유지 유죄 판결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사망 원인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는 경찰 및 여당의 입장과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주장인데 여기에는 이미 많은 비판이 제기돼 왔다. 경찰이 처음부터 직사살수를 한 증거 영상, 입원 직후 외상에 의한 뇌출혈을 진단하고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병원 측 의무기록, 부당함이 입증된 사망진단서에서도 근본 사인으로 인정한 ‘두부 손상에 의한 뇌출혈’ 등 모든 기반 사실은 사망 원인이 경찰 물대포임을 보여주고 있다. 법원도 경찰의 1차 부검영장 청구 당시에는 “변사자를 입원 치료에 이르게 한 선행 원인, 치료가 이루어진 기간 및 장소, 사망의 장소, 사망 당시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변사자에 대한 입원기간 중의 진료기록내역을 압수하여 조사하는 것을 넘어 사체에 대한 압수 및 검증까지 허용하는 것은 필요성과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움”이라는 사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법원도 처음에는 물대포로 인한 사망이 확실한 만큼 부검이 필요 없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렇게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사망 원인을 트집 잡아 백 농민이 숨을 거두기도 전인 24일부터 병력까지 배치한 것은 경찰이고, 경찰의 부검 시도를 시작으로 여당과 보수언론이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한 부검’ 프레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대병원에 외압이 있었다는 정황과 의혹마저 은폐될 위기에 처해있다. 경찰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과정에서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음에도, 언론이 경찰의 대변인 노릇만 하며 최악의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특히 TV조선은 이런 논리를 전문가 견해를 빌려 노골화했다. 백 농민을 희생시킨 국가의 폭력을 은폐하고, 모든 책임을 유족과 국민에게 돌리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또 침묵한 공영방송, KBS는 “물대포로 사람 뼈 부러지지 않는다”는 발언까지 보도
‧ KBS <백남기 공방전…사인‧부검 놓고 ‘팽팽’>(10/4, 18번째, 노윤정 기자, https://bit.ly/2drPeAl)
공영방송 KBS와 MBC의 침묵은 계속되고 있다. 1일 범국민 추모대회를 외면하고 3일 서울대병원 특조위의 기자회견을 ‘사망진단서 문제없다’는 보도로 갈음했던 KBS, MBC는 4일에도 침묵했다. 두 공영방송은 4일 있었던 유족의 부검영장 공개 요청 및 사망진단서 정정 요구는 보도하지도 않은 채, 국감에서 있었던 ‘여야 공방’만 1건으로 보도했다. 심지어 KBS, MBC 보도는 백남기 농민 사망을 둘러싼 공방에 박근혜 대통령 사저 준비 계획 의혹 등 다른 내용까지 끼워 넣은 반쪽짜리 보도였다.
△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방송보도 상세 비교(10/4) Ⓒ민주언론시민연합
타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채널A는 아예 보도가 없었고 MBN, YTN, 연합뉴스TV는 KBS, MBC처럼 여야 공방만을 보도하면서 유족의 영장 공개 및 사망진단서 정정 요청을 1건 덧붙였다. SBS, JTBC를 제외한 방송사들은 국감을 보도하면서도 국감에서 나온 건강보험공단 의료 전문가들의 ‘외인사가 맞다’는 발언을 외면하는 등 사인 왜곡 논란을 묵살했다. TV조선은 이날 유일하게 폭력집회를 강조하고 부검의 필요성을 강변하는 등 경찰입장을 대변했다.
특히 KBS <백남기 공방전…사인‧부검 놓고 ‘팽팽’>은 리포트 첫 머리에 “(물대포로) 사람 뼈가 부러진다는 건 보통 상상하기가 힘든 거예요. 그래서 사인을 규명하는 데는 부검이 제일 중요한 거다”라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 장면을 보여줬다. 이는 백 농민 사망 원인이 경찰 물대포가 아니라고 단언한 초유의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KBS는 4일 방송사 중 유일하게 이 발언을 보도했다. KBS는 이 발언을 보여준 직후 “사고 당시에 뇌수술까지 받아서 뇌의 자세한 형태까지, 상황까지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또다시 부검이 필요합니까?”라는 박주민 더민주 의원 발언을 덧붙이긴 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이사장 등 국가기관의 의료 전문가 역시 ‘외인사’가 옳다고 밝힌 점 등, 주요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 “물대포로 사람 뼈 부러지지 않는다” 발언, KBS(10/4)
MBC <치열한 ‘부검 공방’…양보없는 대결>(6번째, 손령 기자, https://bit.ly/2d1Pea7)도 여야의 부검 관련 공방을 한 마디 씩 나열한 뒤, 박원순 서울시장 대선출마 여부와 한진해운 사태 관련 소식까지 끼워 넣었다. 사인 왜곡에 대해 계속 문제제기를 하는 방송사는 SBS와 JTBC뿐이다. SBS는 4일, 2건으로 유족의 사망진단서 정정 요구와 함께 건강보험공단 전문가들의 ‘외인사’ 발언을 전하면서 지상파 3사 중 그나마 합리적인 태도를 보였다.
JTBC의 계속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JTBC는 4일에도 6건의 보도로 사인 왜곡 및 외압 의혹을 타진했다. 이중 JTBC <애매한 서울대병원…묻혀버린 외압 의혹>(7번째, 강버들 기자, https://bit.ly/2cRSzpb)은 전날 자사 인터뷰에서 “학교 차원에서 외인사다 라고 하는 것이 크게 작용을 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크게 작용해도 된다”고 대답한 이윤성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을 되짚으면서 외인사를 인정하면서도 사망진단서는 정정하지 않는 서울대병원 입장을 “알 수 없는 논리”라 비판했다. 이 때문에 “정작 초기부터 줄곧 제기됐던 외압 의혹은 묻혀버린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인 왜곡에 외압이 있다는 의혹에 꾸준한 보도를 내는 것은 JTBC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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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이봉우‧최민호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