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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물리적 충돌 사태 기대하는 TV조선, 백남기 농민 외면한 지상파 3사(2016.9.29)
등록 2016.09.30 01:19
조회 471
법원이 기어코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을 발부했다. 유엔 특보고관이 부검을 반대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으나 KBS는 단 한 마디 언급에 불과한 단신으로 법원의 결정만 전했다. MBC, 채널A, 연합뉴스TV는 아예 보도가 없었다. TV조선은 1건을 보도했으나 경찰이 발표하지도 않은 ‘오늘 밤 내 영장집행’을 언급해 물리적 충돌 사태를 기대하는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법원이 기어코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 영장을 발부했다. 28일 밤 8시 30분 쯤, 서울중앙지법은 검경이 재청구한 백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을 발부하면서 부검 장소와 참관인, 촬영 등 절차를 유족과 협의해 결정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검찰은 유족의 의사를 최대한 들으라는 취지라며 “당장 집행하지 않는다” “유족과 접촉해 의견을 듣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족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수백명의 시민들이 공권력이 투입될 상황에 대비해 서울대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주치의와 많은 의료 전문가들은 외상에 의한 뇌출혈을 ‘원 사인’으로 판단했고, 28일에는 유엔 특별보고관도 백 농민 사망에 대한 진상조사와 부검 중단을 촉구했다. 사인을 ‘병사’로 왜곡해 국가폭력의 책임을 지우려 한다는 의혹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부검영장 집행을 강행할 경우 시민들과의 충돌과 국제적인 규탄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홀로 ‘오늘밤 영장 집행’ 외친 TV조선, 물리적 충돌 기다리나
‧ TV조선 <법원 고 백남기 씨 부검영장 발부>(9/28, 27번째, 조새해 기자,
https://bit.ly/2cDbaF5)
부검영장 발부 소식을 전하는 TV조선의 태도가 매우 수상하다. TV조선은 경찰이 발표하지도, 타사가 보도하지도 않은 ‘경찰의 오늘 밤(28일) 중 영장집행 계획’을 언급했다. TV조선 <법원 고 백남기 씨 부검영장 발부>는 앵커의 첫 멘트부터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엔 전운마저 감돌고 있습니다”라는 것이다. 리포트를 맡은 김도형 기자는 “지금 백씨 유가족들과 백남기 투쟁본부 측 300~500명은 종일 서울대장례식장 주변을 지키고 있는데요, 영장을 집행하기 위한 경찰병력 투입이 예상되면서 대규모 충돌이 우려”된다며 재차 ‘충돌’에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 나서야 부검영장 발부에 부검 참관 및 영상 촬영 등 조건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보도 말미가 이 수상한 보도의 ‘정점’인데, 김 기자는 “경찰은 대거 인력을 동원하더라도 오늘 안에 영장을 집행할 계획”이라며 보도를 마무리했다.

 

△ 출처 불명의 ‘오늘밤 영장 집행’ 소식으로 국민 혼란 가중시킨 TV조선(9/28)

 

 

이는 경찰이 언급한 적도 없는 출처 불명의 소식이다. 오히려 경찰은 밤늦게 “유족과 접촉해 의견을 듣는 게 우선”이라면서 “당장 집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TV조선과 비슷한 보도를 한 JTBC의 경우 “경찰도 영장을 신청할 때 강제로 집행하기보다는 유족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진행하겠다,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며 신중함을 보였다. TV조선과 JTBC 모두 부검영장 발부 직후였음으로 경찰의 입장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TV조선만 경찰이 발표한 적도 없는 ‘오늘밤 대규모 병력 동원 및 영장 집행’을 보도한 것이다.


이는 TV조선이 물리적 충돌 사태를 혹여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TV조선은 27일에도 경찰의 입장만 구구절절 대변하는 보도인 <고 백남기 씨 부검 갈등>(9/27, 26번째, 김도형 기자, https://bit.ly/2cAfFQI)에서 백남기 대책위가 ‘과격‧폭력 집회’ 할 것처럼 예단한 바 있다. 28일 이 보도는 백남기 농민 측 유족과 시민들의 ‘폭력 집회’에 군불을 떼면서, 국가폭력의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횡포를 또 준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따름이다.

 

취재할 시간 충분했던 KBS, 또 무책임한 단신 보도
‧ KBS <간추린단신/법원, 고 백남기 씨 부검영장 발부>(25번째,
https://bit.ly/2dmDdND)
부검영장이 발부된 시각은 28일 밤 8시 30분경으로, KBS와 YTN(KBS ‘뉴스9’(밤 9시 방송), YTN ‘뉴스나이트’(밤 10시 방송))을 제외한 7개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는 이미 방송 중이거나 끝날 무렵이었다. 이중 MBC(밤 8시 시작), 채널A(밤 7시 30분 시작) 연합뉴스TV(밤 7시 50분 시작)는 이 소식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8시에 시작하는 SBS는 단신 <고 백남기 씨 부검영장 발부…충돌 예상>(26번째, https://bit.ly/2dbrOzy)에서 법원의 부검영장 발부와 이에 따른 긴장감 고조를 전했다. MBN은 방송 당시 영장 발부 소식을 미처 반영하지 못했는지 ‘발부 여부는 오늘 밤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보도 1건을 냈다. JTBC는 2.5건, TV조선은 1건을 보도했다.


8시에 방송한 뉴스와는 달리 KBS와 YTN은 방송 시각이 각각 밤 9시와 10시로서, 타사보다 충실한 보도를 했어야 한다. 그러나 KBS는 뉴스 최후반부인 25번째에 가서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는 고 백남기 씨 시신에 대해 검찰이 재청구한 압수수색 검증영장, 즉 부검영장을 발부했습니다”라는 내용이 전부인 12초짜리 <간추린 단신>으로 처리했다.

 

△ 똑같이 보도 준비 시간 충분했던 KBS와 YTN, KBS는 12초짜리 단신, YTN은 충실한 1건(9/28)

 

YTN은 다르다. YTN은 백 농민 사망 당일인 25일부터 타사에 비하면 충실한 보도를 내놨는데 28일에도 직접 취재기자를 연결해 구체적인 상황을 곧바로 전했다. YTN <법원, 고 백남기 씨 부검 영장 발부>(9/28, 13번째, 양시창 기자)는 “법원은 부검을 허락했지만, 장소와 방법 등에 대한 분명한 단서를 달았습니다. 유족이 지정하는 사람을 부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부검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는 등의 조건”이라며 부검영장 발부의 내용을 먼저 전했다. 이어서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지금까지 부검을 강력하게 반대해왔습니다. 건강하던 백 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사망에 이른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의학적 논쟁의 여지가 없는데도 부검을 강행하는 경찰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라는 유족의 입장을 덧붙였다. 또한 “법원이 유족의 의견을 반영하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면서 이에 대한 법적인 해석을 놓고 변호사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실시간 상황까지 타전했다.

 

‘서울 10대 명소’는 보도하고 백남기 농민은 외면한 MBC
한편 28일 무보도로 일관한 MBC, 채널A, 연합뉴스TV은 비판을 면키 어렵다. 비록 부검영장 발부가 뉴스 시간 말미에 알려졌으나 타사는 최소 단신은 내보냈다. 또한 25일 백 농민 사망 이후 이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대부분의 언론들도 상시 취재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두 방송사의 무보도에 대해 의도적 무관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MBC는 28일 <유커 유혹하는 서울 10대 한류 명소>(9번째, 김진희 기자, https://bit.ly/2cVl6Lq) 제하의 리포트에서 자사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화면과 함께 ‘서울 10대 명소’를 소개했다. 국가폭력에 의한 국민의 희생이 ‘무한도전’ 속 ‘서울 10대 명소’보다 가벼운 사안이라니,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부검영장 발부를 제외하더라도 이날 백남기 농민과 관련해 추가적인 상황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28일,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성명을 발표해 “백씨의 죽음에 대한 독립적이고 충분한 조사를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부검에 관해 백씨 가족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며 부검을 반대했다. 이미 국제적으로도 경찰의 부검시도가 부당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법원이 부검영장을 발부하기 전인 28일 오후에는 유족은 부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재차 제출하면서 지난 7월 법원이 민중총궐기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백씨를 중태에 빠지게 한 직접적 원인이 경찰의 직사살수에 있다고 밝힌 점을 지목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심담)는 “경찰은 시위 참가자인 백남기의 머리 부분에 직사 살수하여 그가 바닥에 쓰러짐으로써 뇌진탕을 입게 했고, 쓰러진 이후에도 계속 직사살수”했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부검의 부당성을 보여주는 국내외적 목소리가 28일에도 이어졌으니 뉴스거리가 없었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이런 의미에서는 단신에 그친 KBS, SBS와 1건의 보도에서 ‘충돌’만을 기다린 TV조선, 부검영장 발부를 다루지도 못한 MBN도 정상적인 보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과 달리 JTBC는 부검영장 발부 직후 곧바로 취재기자를 연결해 속보를 내고, 1.5건의 보도를 더해 부검영장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특히 JTBC <고 백남기 씨 부검영장 발부…유족 입장은?>(2부 2번째, 백민주화 씨, https://bit.ly/2cMMUE5)는 고인의 딸을 인터뷰하여 “법원에서 그렇게 판결이 났더라도 저희는 응하지 않겠”다는 유족 입장을 직접 전하게 했다. 여기서 백 씨는 “10달 동안 저희 아버지를 돌봐준 서울대병원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서울대병원에서 그렇게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는 것은 정말 유가족으로서 이해를 할 수가 없고 충분히 수정도 가능한 부분인데도 수정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모르겠습니다. 많은 의심이 듭니다”라며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이 ‘원 사인’을 ‘급성경막하 출혈’로 명시하고도 사망 구분을 ‘병사’로 적어 경찰에게 부검시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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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이봉우‧최민호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