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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부검하려는 경찰, 경찰의 대변인 자처한 TV조선(2016.9.28)
등록 2016.09.28 17:03
조회 338
 경찰이 26일 밤,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국가폭력 사태를 덮으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백 농민 사망 당일인 25일부터 26일까지, 경찰의 부검 시도와 부적절한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 등 핵심적인 사안을 보도하지 않던 방송사들은 27일이 되자 아예 침묵해버렸다. 이 와중에 보도를 낸 TV조선은  부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과잉 진압이 아니었다’ 등 경찰의 입장을 보도 내내 선전했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부검하려는 경찰, 경찰의 대변인 자처한 TV조선
‧ TV조선 <고 백남기 씨 부검 갈등>(9/27, 26번째, 김도형 기자,
https://bit.ly/2cAfFQI)
백남기 농민을 부검하여 사인을 ‘병사’로 바꾸려는 경찰의 공작이 계속되고 있다. 26일 새벽 첫 번째 부검영장이 법원으로부터 기각되자 경찰은 26일 밤 자정 쯤, 부검영장을 다시 신청했고 법원은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법원은 “종래 제기된 ‘살수차에 의한 충격’ 등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제3자에 의한 외력으로 인한 충격이 사망의 인과관계에 영향을 줬음을 밝히기 위함인지 명확히 밝히라”고 경찰에 요구했다. 그러자 경찰은 27일 오후 추가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유족은 부검영장을 기각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시민들의 추모 행렬과 경찰의 부검 시도를 막으려는 농성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외부세력 개입론 프레임’에도 시동을 걸었던 TV조선은 27일에는 TV조선 <고 백남기 씨 부검 갈등>(26번째, 김도형 기자, https://bit.ly/2cAfFQI)에서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이 부검을 정당화하려는 경찰 입장을 선전한 최악의 보도를 내놨다. 이 보도는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거나, 과잉 진압이 아니었다는 등, 경찰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했다.

 

TV조선의 경찰 편들기 1 l ‘‘오해가 소지’ 없으려면 부검 필요하며 주요 의혹 은폐

이 보도는 이하원 앵커와 김도형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질의응답을 하는 형식의 보도였다. 이하원 앵커는 먼저 “법원이 제동을 걸었는데도 먼저 경찰은 왜 굳이 시신을 부검하려고 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도형 기자는 “경찰은 백씨가 물대포에 맞아서 쓰러진 것은 인정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직접적인 사인으로 이어진 것인지는 정확하게 법의학적 소견을 받아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철성 경찰청장이 기자회견에서 “백씨 입원 당시엔 ‘두피 밑 출혈’이라고 진단서에 기록돼 있는데, 사망진단서엔 ‘병사’라고 돼있다고 말했”음을 전했다.

 

△ 사망 원인을 ‘병사’로 보는 경찰 입장 조명한 TV조선(9/27)

 

그나마 기자는 “백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서 300일 넘게 입원한 게 확실한데 경찰이 ‘사인’을 빌미로 부검을 하고 과잉진압의 책임을 피해가려 한다”는 유족 측의 입장도 덧붙이기는 했다. 이렇게 경찰과 유족의 입장을 나열하며 중립을 지킨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이 보도는 주요한 의혹을 모두 누락해, 사실상 경찰 입장에 힘을 싣는 것이나 다름없다.


TV조선은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 자체가 논란이며 경찰이 그 사망진단서마저 ‘오독’했다는 사실을 은폐했다.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는 ‘사망의 원인’에서 직접 사인을 심폐정지로, 그 원인을 급성신부전으로, 또 그 원인을 급성경막하 출혈(외상에 의한 뇌출혈)로 명시했다. 이는 표면적 사인이 심폐정지이고 선행사인은 물대포에 의한 뇌출혈이라는 의미이다. 상식 수준에 가까운 내용인데 경찰은 표면적 사인인 심폐정지와 급성신부전에만 집착하면서 부검을 시도하는 것이다.


“사망진단서엔 ‘병사’라고 돼있다”는 이철성 경찰청장의 발언도 문제이다. 대한의사협회의 진단서 작성지침은 “병사와 외인사의 구분은 ‘원 사인’을 따르라”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선행사인, 즉 원 사인을 ‘급성경막하 출혈’이라고 명시하고도 사망 종류는 ‘병사’로 적어 ‘외압’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를 빌미로 물대포로 인한 외상이 ‘원 사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TV조선은 이런 상황을 은폐함으로써, 유족과 투쟁본부가 유족이 단순히 경찰을 불신하여 정당한 부검 요구를 거부하는 것처럼 묘사한 셈이 됐다. 무엇보다 TV조선은 기본적으로 경찰과 기자가 말한 것처럼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하려면 부검은 하고 보자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TV조선의 경찰 편들기 2 l 부검 논란은 과잉 진압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이다?
TV조선의 어깃장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하원 앵커는 부검 논란 질문을 마친 후 느닷없이 “결국 지난해 시위를 과잉 진압했느냐가, 이번 부검 논란까지 이어지는 거군요”라고 물었다. 그러나 이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이다. ‘부검 논란’은 국가폭력의 책임을 회피해보려는 경찰의 수작일 뿐이다. 경찰의 과잉 진압 여부는 이미 명백하게 사실로 밝혀진 별개의 사안이다. 진압 당시 경찰이 살수차 운
용지침을 위반했고 조준 살수를 했다는 정황은 이미 뚜렷하게 나와 있다. 백남기 농민을 향한 물대포는 규정이 정한 7기압을 훨씬 넘긴 10기압 이상으로서 인체에 치명적인 수준이었다. 지난 12일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는 경찰이 처음부터 직사살수를 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던 당시의 영상은 경찰이 집요하게 백남기 농민을 따라가며 조준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심지어 경찰의 물대포는 백 농민을 부축하는 시민들까지 쫓아갔다. 과잉 진압은 부검과 상관없이 명백한 사실로 드러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하원 앵커는 의도가 불순한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김 기자의 답변은 더 가관이다. 김 기자는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경찰이 가슴을 향해 물을 뿌려야 하는 살수차 운용지침을 어기고 백씨의 머리를 향해 직사살수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어두운 상황에서 극렬한 폭력시위가 이뤄졌고 또 시야가 가로막혀 CCTV에 의지해 살수를 했지만, 과잉 진압이나 조준 살수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것도 중립을 가장한 ‘경찰 편들기’에 불과하다. 경찰이 살수차 운용지침을 어기고 조준 살수했다는 것은 유가족 측의 주장이 아니라 이미 확인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TV조선은 결국 ‘극렬한 폭력시위’가 사태의 원인이라는 경찰 입장만 강조해준 셈이다.

 

△ 부검 논란이 민중총궐기의 ‘불법‧폭력 시위’ 때문이라는 TV조선(9/27)

 

이게 끝이 아니다. 이하원 앵커가 “경찰 수뇌부의 조문객이나 이런 건 전혀 없습니까”라며 조문의 필요성을 물었지만, 김 기자는 “경찰은 백남기 씨가 쓰러져서 사망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입장과는 별개로 경찰 수뇌부의 공식적인 조문은 아직 미뤄지고 있는데요. 경찰은 지난해 과격 시위가 일어났고, 이에 대해서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조문을 가버리면 이러한 입장을 접고 경찰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입장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가히 기자가 아닌 경찰 대변인이라고 할 만하다.


온갖 방법으로 경찰의 주장을 정당화하려 했던 이 TV조선의 보도는 어설프고 비논리적이다. 이하원 앵커는 대담 도중 “시위 도중에 분명히 사망을 했고, 또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것은 맞으니까 최소한 경찰 수뇌부가 조문을 해야지…”라고 말했다. 중언부언 경찰에 역성을 들다, 전체 보도와 결이 다른 속내를 노출한 것이다. 횡설수설, 엉터리 보도라 할 수 있다.

 

TV조선의 경찰 편들기 3 l 백남기 투쟁본부는 ‘과격‧폭력 집회’ 할 것이다?
TV조선의 ‘망언’의 절정은 보도 마지막에 나온다. 김 기자는 “영장이 발부되면 시신을 서울대병원에서 국과수로 옮겨야 합니다. 하지만 투쟁본부 300여명이 병원을 둘러싸고 있어, 영장 집행 과정에서 충돌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또 투쟁본부는 오는 토요일, 10월 1일에 서울대병원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데, 자칫 이날 집회도 과격, 폭력 시위로 변질되지 않을까 경찰은 우려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부검 영장 발부를 예견하면서 ‘충돌의 불가피성’을 운운하고 투쟁본부의 집회를 무조건 ‘과격, 폭력 시위’로 연결하는 대목에서, TV조선은 벌서부터 추모하는 국민, 백 농민을 지키려는 국민을 ‘폭력 시위대’로 이미 규정하고, 폭력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백남기 투쟁본부가 ‘과격‧폭력 시위’ 할 것이라고 예단한 TV조선(9/27)

 

■ 오늘의 방송 ‘무보도’


27일, KBS, MBC, SBS, 채널A, YTN, 연합뉴스TV의 고 백남기 관련 무보도
국가폭력으로 국민이 희생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지 고작 3일째, 거기다 스스로 저지른 과오를 덮으려 희생자의 시신에 손을 대려는 경찰의 작태가 반복되고 있으나, 27일 방송사들은 일제히 침묵으로 접어들었다. 27일, JTBC(4건)와 TV조선(2건), MBN(1건) 외 6개 방송사는 단 1건의 보도도 내지 않았다. ‘시민과 경찰의 몸싸움’만 부각했던 KBS, 백 농민 사망 당일인 25일과 26일, 뉴스 후반부에 단신 1건만 내보냈던 MBC, ‘전어 축제’를 우선시 했던 채널A, ‘급성신부전’이라는 표면적 사인에 집착했던 MBN, 연합뉴스TV, 그나마 균형 잡힌 보도를 냈던 YTN까지 모두 침묵했다. 27일에 경찰의 부검영장 재청구가 이뤄졌고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이재정, 표창원 의원 등이 부검 시도에 대한 항의 차 경찰청을 방문했으며, 오마이뉴스의 단독 보도에 따라 경찰청이 추모 분향소 설치 차단 지령을 지방에 하달한 사실이 알려졌다. 사망 종류를 ‘병사’로 명기한 서울대학교 병원의 사망진단서도 여전히 논란이다. MBN은 비록 1건이지만 경찰의 영장 재청구와 유족의 반발, 야당 의원들의 경찰청 항의 방문을 전했다.


뉴스 가치의 판단은 언론사의 재량이지만 27일, 보도할 만 한 소식이 없었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사망 전날부터 이뤄진 경찰의 부검 준비 등 주요 사안을 보도하지 않던 방송사의 행태는 직무유기에 가깝다.

 

■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

 

물대포 아닌 다른 사인 부각하라는 검찰 지시 폭로한 JTBC
‧ JTBC <단독/“사망원인 다른 의견 강조하라”>(9/27, 6번째, 심수미 기자,
https://bit.ly/2d8aNq9)
‧ JTBC <병사? 이상한 사망진단서>(9/27, 7번째, 서효정 기자,
https://bit.ly/2deaNUv)
타사가 모두 백남기 농민을 외면하거나 왜곡했던 27일, JTBC는 경찰의 부검 시도가 결국 ‘살인 물대포’의 책임을 덮기 위한 수작임을 증명했다. JTBC에 의하면 경찰의 부검 영장 재신청을 지휘한 검찰이 물대포로 인한 충격 외의 다른 사인을 부각하라고 지시했다.

 

△ 검찰이 ‘물대포’ 아닌 다른 사인 찾으라고 지시했음을 폭로한 JTBC(9/27)

 

JTBC <단독/“사망원인 다른 의견 강조하라”>(9/27)는 검찰의 수사 지휘서를 입수하여 단독으로 보도했다. 이 지휘서는 26일 새벽 1차 부검영장이 기각된 직후부터 26일 자정 쯤 부검영장을 재청구할 때까지, 22시간 사이에 경찰로 하달됐다. 검찰은 26일 오전에 “이미 신속한 영장 재신청 방침을 내려”보냈다고 한다. 이 지휘서는 “‘백씨의 의료기록 일체를 확보해 재신청서에 첨부하라’며 ‘시간이 촉박하면 진료기록 사본이라도 첨부하라’고 경찰에 신속한 대응을 강조”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주치의 진술조서가 백씨가 넘어지면서 두개골이 골절돼 치료를 받다가 숨진 만큼 사인이 일견 분명해보인다는 취지로 돼 있으니 이에 대한 법의관 의견의 차이점을 상세히 밝히라”는 검찰의 지시 내용이다. 심수미 기자는 이를 “물대포 충격을 근본 사인으로 언급한 주치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부검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하라는 지시”라고 정리했다. 검경이 물대포가 확실한 사인임을 알면서도 다른 사인을 부각하기 위해 부검을 시도하고 있음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JTBC는 곧바로 이어지는 <병사? 이상한 사망진단서>(9/27)에서 타사가 모두 은폐한 ‘엉터리 사망진단서’ 논란도 전했다. 기자는 먼저 백 농민의 사망진단서에 “사인이 심폐정지와 급성신부전 등으로 돼 있고, 사망의 종류도 병사라고 기재돼” 있어 “이를 근거로 경찰은 부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어서 “대한의사협회와 통계청의 진단서 기재지침에 보면 선행 사인을 기반으로 사망의 종류를 적도록 돼” 있어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가 의료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신부전은) 오랫동안 병상생활을 하고 온갖 약물이 투여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합병증이므로 (사인이 된) 기저 질환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라는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의 인터뷰도 녹취 인용했다.


JTBC는 백 농민 사망 당일인 25일부터 3~4건의 보도를 꾸준히 보도하며 경찰의 부검 시도, 유족의 반대 입장, 부검의 적실성 논란을 비교적 성실하게 다뤘다. 이런 노력 끝에 27일에는 부검에 집착하는 검경의 목표가 ‘사인 왜곡’이라는 사실을 직접적 증거로 보여줬다. 타사의 왜곡과 은폐를 감안할 때 이는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짚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끝>
문의 이봉우‧최민호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