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6년 8월 ‘이달의 좋은 나쁜 신문보도’ 선정 사유보고서(2016.09.26)케피아 판치는 기형적 세상 파헤친 경향신문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6년 8월 ‘이달의 좋은 신문, 방송, 온라인 보도상’ 대상자와 2016년 8월 ‘이달의 나쁜 신문, 방송’을 선정 발표한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는 신문부문은 경향신문 <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 기획 보도 41건(김기범, 박광연, 최미랑, 최민지, 이효상, 이혜리, 이혜인, 허진무 기자)이 선정되었다. 방송부문은 미국의 사드 배치 의도 파헤친 JTBC <탐사플러스/MD 체제 편입?…사드 문제의 본질은> 등 5건(정제윤 기자)이 선정되었으며, 온라인 부문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특별기획 <훈장과 권력> 4부작(김강민, 박중석, 송원근, 이보람, 연다혜, 조현미, 정형민, 최문호, 최윤원, 최형석 기자)이 선정되었다. 기자들과 함께 하는 시상식과 간담회는 내일(9월 27일 화) 오후 7시 공덕동 민언련 교육공간 <말>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아래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보도 선정사유 보고서다.
좋은 보도, 독한 취재로 ‘독한 사회’ 정면으로 응시한 경향
선정 배경
경향신문 ‘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 취재팀은 지난 5월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범람하는 생활화학제품을 취재해왔다. 해당 기획에서 경향신문은 기업과 정부 부처, 학계와 언론이 “기업들의 이익을 우선하고 나누는 ‘공동체’가 되어 견고한 ‘침묵의 연결망’을 형성”했고, 그 결과 완성된 ‘느슨한 화평법’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사실상 초래한 것이라 지적했다. 우리 사회내에 ‘제대로 된 화학물질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어떤 상황에서도 ‘알아서 생존하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충실한 취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보도다. 이에 민언련은 경향신문의 <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 41건을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로 선정했다.
생활화학제품의 위험성 총체적 진단한 경향신문
어린 자녀를 위해. 가족의 건강을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이들이 그 속에 포함된 독성물질에 참혹한 피해를 입었다. 마트 진열대에 놓여 있는 물건을 구입해 사용했을 뿐인 이들의 죽음과 고통, 그리고 그 이후의 싸움을 바라보며 수많은 이들이 참담함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경향신문 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 취재팀은 지난 5월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생활화학제품을 취재했다. 그 결과 나온 경향신문의 <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 기획은 “생활화학제품의 위험을 사회 각 분야가 관리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진 이후의 우리의 현재를 진단하는 것을 시작으로, 과거를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청결강박이 되어버린 우리의 현실을 진단하고 그 배경까지 짚어
△ 경향신문 <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 기획 목차
해당 기획은 총 3부작으로 7회에 걸쳐 지면에 소개 배치됐다. 1부 <청결강박 사회의 경고>는 다시 ‘독안에 든 호모케미쿠스’와 ‘뭣이 독인지도 모르면서’, ‘살균, 신앙이 되다’로 나뉜다. 이 1부의 보도는 공통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화학제품을 사용하고, 또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런 화학제품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지적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먼저 지난 6월 21~24일 여론조사업체 스페이스리서치를 통해 전국 성인 500명에게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인식 및 사용실태’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성인 3명 중 1명은 생활화학제품 사용 후 몸의 이상 증상을 경험했으면서도, 제품에 따라 ‘위험해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이런 판단은 독성물질에 성인보다 훨씬 취약한 유아를 키우는 집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살균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수십 수백 개의 스프레이를 사용하고 있는 성인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판단을 야기한 일차적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점에 있다. <직접 만들 수도 없고…대체품 쓰고 싶지만 대안이 없다 70%>(8/1, 4면, 이혜인 기자, https://j.mp/2aUV5vk)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대체품을 만드는 대신, 사용량이나 사용제품 수를 줄이는 정도의 타협을 하고 있었다. 이런 일상의 불안 속에서 소비자들은 그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를 원했다. 표기만 해주면 알아서라도 거르겠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에 대한 불신과 정보에 대한 갈구는 ‘개인적 공부’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부 기업 못 믿겠다…분노한 시민들, 생활화학제품 열공> (8/1, 5면, 이효상 기자, https://goo.gl/UyPUvj)과 <정부가 손 놓고 있을 때…화장품 성분 앱 만든 소비자들>(8/11, 9면, 이혜인 기자, https://me2.do/FbQQ0lpO) 등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독성 물질에 대한 개별적 공부를 진행하거나 “제품 겉면에는 성분이 표기되지 않고, 한 번에 성분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앱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100nm 세포 조직 침투하는 나노물질 사용 표기도, 안전기준도 없어> (8/5, 5면, 김기범 기자, https://goo.gl/6eYnzv) 등을 보면 그것조차 요원해 보인다. “스프레이에 들어 있는 독성물질도 다양해 정부도 모든 물질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지는 못한 상태”인데 개인적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 정도로는 당연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를 해결하고 관리해야 할 정부가 “동일한 화학물질이라도 관리하는 부처와 적용되는 법에 따라 제품별 허용치가 천차만별”인데 이를 방치하고 제대로 된 정보 전달 역시 등한시 하고 있는 와중, 개별 업체는 여전히 제품 성품을 숨기고 있으며, 그나마 있는 안전 기준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제품 성분은 영업기밀이라 알려줄 수 없습니다>(8/11, 1면, 이효상·이혜인 기자, https://goo.gl/qZuFIZ), <같은 물질 다른 기준… 정부도 안전 위험 여부 모른다>(8/11, 9면, 이혜인 기자, https://me2.do/xKDD2jox)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일제부터 각인시킨 청결, 케피아는 ‘살균의 상업화’로 이익 추구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왜 위험을 감수해가며 청결을 유지하려 하는 것일까? 2부 화학물질 권하는 사회에 따르면 우리의 이 같은 강박은 사실 일본 식민지 시절부터 통치의 한 방편으로 강요되어 온 청결은 이후 ‘살균의 상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우리 삶의 필수 조건으로 각인됐다.
주요 매개체는 광고였다. 경향신문 ‘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 취재팀이 한국광고총연합회 광고정보센터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의 생활화학제품 TV 광고 125개를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중 안전성을 언급한 광고는 5개뿐이었다. 대부분의 광고는 세균을 ‘공포’와 ‘위험’으로 다루고 있었다.
△ 일제 식민지 시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기업이
시민에게 청결을 ‘강요’해왔음을 지적한 경향신문
이렇게 청결과 살균에 대한 강박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사이, ‘케피아’들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뜯어고쳤다. <손댈수록 헐거워진 화평법…그 뒤엔 케피아 있었다> (8/26, 8면, 임인택 기자, https://goo.gl/3VvMJo)에 따르면 “환경부와 전문가들은 제품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 유해성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내용이 화평법에 담기길 원했”지만 “화평법 시행 시 기업들이 관리해야 할 물질이 많아 중소기업이 다 망한다”는 논리에 밀려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와중 산업부는 “전적으로 기업 편에 섰다” <소비자 살균제 업체들 안전성 질문에 책임 떠넘기기 바빴던 무능한 정부> (8/26, 8면, https://goo.gl/2m1c4R)에는 산업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확인하려고 기업이나 시민들이 보낸 민원에 대해 얼마나 무책임한 대응을 이어나갔는지가 담겨있다.
경향신문은 이런 정부 하에서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의 전모를 조망하려 했지만, 끝내 코끼리의 전신을 볼 수는 없었”음을 고백한다. 대신 <재앙을 만든 불편한 진실의 조각들>(8/26, 9면, 이효상·김기범·이혜인·이혜리 기자, https://goo.gl/qhkVwj)을 통해 “한 조각, 한 조각 모은 화학세계의 부분적 진실을 지면에 옮”겨 놓는다. 이 같은 고백은 경향신문의 해당 기획이 ‘쉬운 답’을 정해놓고 진행한 ‘늘 하던 뻔한 말을 반복하기 위한 기획’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화학물질을 적게 쓰자는 권유 이상은 어려웠지만 의미가 깊은 보도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사적 영역에서는 화학물질을 적게 쓰고도 살 수 있으며, 오히려 더 잘 살 수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 경향신문 ‘독한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 취재팀이 서울대·을지대·한양대 연구진과 함께 7명의 20~50대 시민이 참가한 ‘생활환경 유해물질 노출 회피 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소개한 <4박5일간의 불편 체험 우리 몸이 달라졌어요> (9/7, 1면, 김기범 기자, https://goo.gl/663WBA), <일회용 컵 물비누 안 쓰니 환경호르몬 5분의 1로 줄어> (9/7, 8면, 김기범·이효상·최미랑 기자, https://goo.gl/bWXVTP) 보도 등에 따르면 “일상에서 몇 가지 생활수칙만 며칠 지켜도 체내 유해화학물질 상당량이 감소”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개인적 노력은 결국 한계가 있기에, 경향신문은 결국 제대로 된 화평법을 근간으로 엄격한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를 실시하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독일 탈리도마이드 베이비는 말한다 가습기 살균제 비극 또 일어날 수 있다>(9/1, 1면, 이혜리 기자, https://goo.gl/z06zgR)에서 경향신문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막으려면 결국 청문회가 아닌 화학물질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독일 ‘탈리도마이드 베이비’의 비극 사례와 그 이후 변화한 독일의 화학물질 관리 시스템을 소개했다. <화학물질 기본정보도 없이 관리하겠다는 것은 기형적 체계>(9/7, 9면, 이혜리 기자, https://goo.gl/KagSKH)에서는 정부가 제대로 된 노출 측정 도구와 평가 모델을 만들고, “유해성 정보가 만들어지면 다른 정부 부처와 해당 물질을 사용하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여전히 ‘규제 반대’ 목소리만 높이는 한국 기업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이 길고 고된 취재를 통해 이처럼 7회 차 41편에 달하는 거대한 보도를 내놓은 것은 결국 “이대로 가면 더 큰 재앙이 온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아무도 반성하지 않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결국 참사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정부가 어떤 상황에서도 ‘알아서 생존하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충실한 취재를 통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한 해당 기획은 매우 유의미한 보도로 볼 수 있다. 이에 민언련은 경향신문의 <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 기획 41편을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보도, 세월호 천막 철거가 ‘세월호 유가족 위하는 일’이라 주장한 조선일보
선정 배경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 광화문 세월호 천막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거리의 미관,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세월호 천막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간 꾸준히 반복되어 왔지만, 이번에는 광화문 세월호 천막을 철거해야 하는 이유로 ‘유족들의 마음’까지 들먹였다. 조선일보는 자신들 주장대로 세월호 농성장이 보기에 좋지 않고, 슬픈 기억을 자꾸 상기시킨다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했어야 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행태를 보여놓고, 이제 와서 유가족 마음을 들먹이는 조선일보는 언론으로서의 윤리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행태이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사설/광화문 한복판 세월호 천막도 이젠 걷을 때 되지 않았나> 1건을 이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했다.
언론으로서의 윤리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자격조차 못 갖춰
8월 23일. 조선일보는 제목 그대로 광화문 세월호 천막을 걷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광화문 한복판 세월호 천막도 이젠 걷을 때 되지 않았나>(8/23, https://goo.gl/IHJTVn) 사설을 내놨다. 21일 안산 단원고의 세월호 기억교실 이전 작업이 마무리되자 본격적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입을 다물라’는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이다.
△ 애도도 너무 오래 끌면 본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며
유가족이 직접 세월호 천막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조선일보 사설(8/23)
조선일보는 사설 도입부에 기억교실 이전 작업 완료로 “새 학기에는 희생 학생들이 쓰던 교실들에서 정상 수업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반면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 세월호 농성장은 여전히 그대로”라 운을 띄웠다. 이어 “천막 14개와 농성장으로 쓰고 있는 천막 2개가 설치돼 있고 노란 리본 조형물, ‘세월호 특조위 활동 보장하라’고 적힌 입간판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며 흉물스러움을 강조했다. 또한 “농성장엔 유경근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많은 시민이 이런 장면을 흘깃흘깃 보며 지나가고 있다”고 언짢음을 표현했다. 거리의 미관,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세월호 천막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해당 사설의 가장 문제적인 지점은 광화문 세월호 천막을 철거해야 하는 이유로 ‘유족들의 마음’까지 들먹였다는 점에 있다. 사설은 “세월호 참사만큼 국민 마음을 아프게 한 사고도 없었”고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의 안타까움과 분노는 시간이 2년, 3년 지난다 해도 가라앉기 어려울 것”이지만 “유족들부터 세월호가 가라앉던 그 끔찍한 기억의 고통에서 풀어주어야”하기에 “광화문 세월호 천막들은 이제 걷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또 조선일보는 “단원고 기억교실을 이전한 것엔 그런 뜻도 있을 것”이며 “국민도 침울한 기억에 너무 오래 매달려 있을 수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광화문광장 천막 옆을 지나는 시민 중엔 겉으로 표현은 않지만 이제는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어 조선일보는 “애도도 너무 오래 끌면 본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며 “이 문제는 결국 세월호 유족들이 나서서 먼저 말을 해줘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사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선 후보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다면 수도(首都) 한복판에 설치돼 있는 농성 천막이 서울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피고 천막을 걷기 위한 유가족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우리는 조선일보는 대표 보수신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사설을 내놓는 신문사를 보수신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확하지 않다. 세월호 농성장이 보기에 좋지 않고, 슬픈 기억을 자꾸 상기시킨다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해야 한다. 그런데 유족이 단식하는 농성장을 자신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외국인이 보지 못하는 곳으로 치워버리라니, 이것이 신문의 사설에서 가능한 주장인가? 유족들을 향해 ‘끔찍한 기억’을 지우라며 천막 철거에 앞장서라는 이런 인면수심의 주장을 쓰는 논설위원은 도대체 누구인가?
가족과 친구와 이웃이 우리 눈 앞에서 수장됐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왜 그들이 그렇게 죽어야만 했는지 진상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여당은 ‘세금 낭비’라며 진상 규명을 하겠다는 특조위의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이젠 치워야 한다는 말은, 진상 규명을 요구 하지 말라는 것이다. 유족들을 향해 먼저 진상 규명을 하지 말자고 주장해야 한다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으로서의 윤리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보도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사설/광화문 한복판 세월호 천막도 이젠 걷을 때 되지 않았나>를 2016년 8월의 ‘나쁜 신문 보도’로 선정한다.<끝>
문의 신문모니터 배나은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