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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관련 저녁 종합뉴스 방송모니터 보고서(2016.9.7)
등록 2016.09.07 21:58
조회 194

 

추경 없는 추경 보도, 정치 혐오의 ‘만연’
- 정쟁과 싸움만 강조하는 국회 보도 -

 


9월 2일, 갖은 파행 끝에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었다. 7월 26일 법안이 발의된 지 정확히 39일 만이다. 조선업 위기와 불안한 경제 상황에 여·야 할 것 없이 필요성을 주장했던 추가경정예산안은 세부 사안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한 끝에 2일 가까스로 통과되었다. 추가경정예산이란 예산을 이미 실행한 후 부득이한 지출 요인이 새로 생겼을 때 추가 집행하는 예산이다. 11조 5천억 원 규모의 이번 추경은 구조조정 및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민생’ 추경안으로 브렉시트와 조선업 붕괴를 이유로 급히 발의되었다.
26일 발의된 추경안 초안은 추경의 이유를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고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편성된 것으로, 최근 수출·투자 부진이 지속하면서 분기별로 0%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있으며 특히,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고용여건이 악화되어 향후 실업자 증가가 예상된다는데 따른 것”이라 밝히고 있다. 국가재정법 제89조가 정하고 있는 ‘대량실업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진통 끝에 통과된 ‘졸속’ 추경
그러나 2일 처리된 추경안은 발의 시점부터 이미 ‘졸속’ 추경으로 많은 논란을 낳았던 예산안이다. 초기에 발의된 추경 예산안 원안을 보면 전체 11조 원 규모 중 절반에 가까운 4.5조 원이 지방재정 보강과 국가채무 상환에 투입되고 있다. 이는 이미 구조조정 및 일자리 지원 4조 원보다 많은 규모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대량실업’을 우려한 추경과 이미 거리가 먼 것이다. 또 지방재정 보강 사업에는 △울산 전시 컨벤션 센터 사업 △영암 튜닝산업 지원 시스템 구축 등 ‘지역 민원 예산’이 은근슬쩍 들어가 있다. 이런 사업은 부처의 숙원사업이거나 지역사업일 뿐이다.


추경의 핵심적인 부분이자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자리 지원 사업’에도 26일 발의된 초안에는 △한국어 교육용 앱 개발사업 △민족문화 계승 및 한글 가치 확산사업 등 전혀 관련 없는 사업에 예산이 배정되어 있었다. 이러면서도 정부는 6만 8,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생긴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겉으로는 구조조정과 일자리 창출을 외치며 “추경은 타이밍”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지만, 그 실속은 정부의 숙원사업이거나 국회의원들의 민원사업으로 가득 채워져 이미 ‘졸속’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지난해 경기부양을 이유로 6조 1,000억 원을 추가 집행했던 ‘메르스’ 추경은 11%가 불용 처리됐다. 예산안이 그만큼 부실했다는 것이다.


실제 2일 추가경정예산안과 같이 통과된 2015년 결산안에 보면 정부가 지난해 쓰지 못한 돈인 불용액이 16조 원으로 사상 최대에 이르렀다. ‘경기침체’를 이유로 6조 원을 추경했으면서도 정작 16조 원의 잔금을 남긴 것이다. 이렇듯 추가경정예산안은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적재적소에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반면 정부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작년에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1.2조 원을 추경예산에 은근슬쩍 포함해 추경 금액을 11조로 ‘뻥튀기’ 시켰다. 어떻게든 추경의 규모를 키워 홍보하는 데만 신경을 쓴 것이다.

 

‘추경’ 실제로 검증한 곳은 JTBC뿐

이런 상황이었음으로 추가경정예산안은 ‘집행’보다 ‘검증’이 중요했다. 그리고 국회와 정부에서 검증해야 하겠지만, 정보를 공론화하고 그것을 검증할 의무는 언론에 있다. 그러나 방송에서 추경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6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이 제안된 6월 28일부터 본회의에 통과된 9월 3일까지 방송사들의 추경 관련 보도량을 체크해보았다.

 


△ 추가경정예산안 보도량 비교(6/28~9/3) ⓒ민주언론시민연합

 

그 결과 추가경정예산안의 실제 내용을 검증하고 문제점을 제기한 보도는 JTBC 3건 뿐이었다. JTBC를 제외하고서는 7개 방송사의 80.5건(단신 포함)의 보도 중 단 한 건도 추경 예산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다. JTBC를 제외한 6개 방송사는 추경 예산안 내용에 대해 어떤 검증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JTBC는 추경 예산안이 상정되기 전부터 <11조 배정하고 다 쓰지 않은 작년 추경>(7/14, 7번째, 이지은 기자, https://goo.gl/Ij1ubZ)과 같이 추경 예산안의 꼼꼼한 배정을 강조했다. 정부 예산안이 발표된 직후에는 <급조된 11조 추경…'선심성·나눠주기식' 예산 수두룩>(7/22, 2번째, 이새누리 기자, https://goo.gl/2cFsRq)에서 예산안의 부실한 측면을 지적했다. 그러나 JTBC조차 문제를 제기한 보도는 고작 3건에 불과했다.


KBS는 <28조 풀기로…“구조조정·일자리 집중”>(7/22, 15번째, 우한울 기자, https://goo.gl/FHDPXE)에서 추경 내용을 조금이나마 다뤘다. 그러나 기자는 정부의 11조 지원을 두고 “조선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데 집중 투입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미 예산부터가 국가부채 상환과 지방재정보강 사업에 대부분 투입된다. 기자가 추가경정예산안을 분석했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이 보도 역시 정부가 주는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데만 급급한 수준이었다.

 

추경제안과 법안발의까지 조용하던 방송사, 정쟁과 파행만 쫓아
추가경정예산안이 발의되고 심사를 거쳐 통과되는 70일에 가까운 기간 동안 방송사들이 주목한 내용은 ‘정쟁’이었다. 실제로 80.5건의 추경 보도 뉴스 중에 절반이 넘는 46건이 8월 16일부터 9월 3일까지 단 18일의 기간 동안 보도되었다. 특히 8월 26일부터 9월 3일까지는 공영방송과 TV조선, 채널A의 이 기간 중 보도량은 총 보도량의 42~44% 정도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추경제안부터 법안발의 중에는 무관심하다가 16일 있었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안 검증을 요구하며 국회 파행이 생기자 그때부터 방송이 추경관련 보도를 했고, 8월 26일부터 국회 파행이 본격화되자 추경 관련 집중된 셈이다.

 


△ 7개 방송사 추가경정예산안 보도량 비교(6/28~9/3) ⓒ민주언론시민연합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더민주는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청와대 서별관 회의’ 청문회 증인채택을 요구하며 버티기에 들어갔고 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8월 임시국회 둘째 날인 17일 예결위가 파행되었다. 26일 발의된 초기 예산안에는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산업은행의 외국환평형기금 출연(5,000억 원)등이 포함되어 있었고, 더민주는 특혜지원 의혹을 받는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밝히지 않으면 추경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외국환평형기금 제도를 이용해 산업은행에 5억 3000만 달러(5,800억 원 규모)를 지원받은 대우조선해양이 빚을 갚는데 출자금을 사용하는 등 추경과 관련해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회 정쟁 발생(예결위 심사) 전후

추경 보도량 비교(6/28~9/3) ⓒ민주언론시민연합


첫 임시국회 파행 소식이 전해지자 방송사들은 앞 다투어 추경 소식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6월 28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발표 이후 49일 동안 추경 관련 보도는 34.5건에 불과했지만, 예결위 파행 소식 이후로 추경 보도는 46건이다. 19일간 보도가 49일간 보도보다 많다는 것은 그야말로 ‘급증’했다고 봐야 한다.


예결위 심사는 법안이 접수된 후 각 상임위에 예비심사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 법안을 검토하는 ‘종합심사’ 성격의 국회심사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예비검토가 끝난 법안을 최종 점검하는 예결위 심사가 진행된 뒤에야 보도를 시작한 것이다. 80.5건의 추경 보도 가운데 추경 검증보도가 단 3건밖에 없는 이유다.

 

주객이 전도된 추경보도, 정치 혐오만 부추겨
22일 추경 합의가 다시 번복되고, 9월 1일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빌미로 국회의장실을 점거하자 이런 경쟁적인 추경 보도는 극에 달했다. 추경 이슈에 방송사들의 입맛에 맞는 ‘정쟁’이 가미되었기 때문이다. 보도 방식도 정부의 추경안을 받아쓰기 전달하는 식에서 MBN <증인채택 ‘기싸움’>(8/16, 4번째, 박준우 기자, https://goo.gl/vFacDi)처럼 정쟁을 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MBN은 “하루가 급한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시작됐는데, 엉뚱한 곳에서 발목이 잡혔습니다”며 국회에 벌어진 언쟁과 다툼을 보도했다. 더민주의 서별관회의 지적이 ‘엉뚱한 곳에서 발목’ 잡는 행위라는 것이다. 내용과 함께 언쟁을 주고받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정치 혐오’ 프레임이 발동한 것이다.


80.5건의 추경 관련 보도 중 추경 내용과 검증에 대한 보도는 38건이었지만, 국회 내분을 다룬 보도는 42.5건으로 추경보도를 뛰어넘었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방송사들은 추경 예산안의 문제점은 지적하지 않으면서도, 이런 식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만을 쏟아냈다.


채널A <증인 불발에 “추경 올스톱”>(8/17, 24번째, 임수정 기자, https://goo.gl/XyIXVe), MBC <뒤집힌 합의…‘일자리 추경’ 처리 불발>(8/22, 20번째, 장재용 기자, https://goo.gl/gn4Axh)가 대표적이다. MBN은 <추경 다급…국회는 느긋>(8/24, 19번째, 김주하 앵커, https://goo.gl/ihDFF8)에서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석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1,600건이 넘는 법안이 접수됐지만, 지금까지 처리된 건 단 한 건도 없습니다.”며 “‘혹시나~’했던 마음이 ‘역시나~’로 바뀌고 있습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국회 파행을 근거로 정치혐오 심리를 부추기는 것이다.


 입법기관이 의무를 저버리고 파행을 거듭하는 것은 언론사로서 당연한 비판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 ‘혐오’적인 시선을 보이는 것이 더 문제이다. 지나친 정치 혐오주의는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현안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민심이 없는 국정운영은 동력을 잃게 된다. 국회 정치의 추한 부분을 미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룰 것은 다루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한 어떠한 검증도 없으면서 국회 파행이나 언쟁만을 집중해서 보도하는 방송사들의 보도 방식은 문제가 있다.

 

연례행사가 돼버린 추경…길 잃은 경제정책의 문제
2일 2016년도 추경 예산안이 확정되면서 추경은 말 그대로 ‘연례행사’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추경을 편성한 셈이다. 첫해에는 세수결손을 이유로, 지난해는 메르스를 이유로 추경을 집행했다. 추경이 없던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를 이유로 42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재정보강을 했다. 박근혜 정부는 본예산으로 1년을 버틴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이다. 연이은 ‘예산 당겨쓰기’에 부족해 보였던 본예산은 2015년 16조 원의 불용금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해 추경이었던 ‘메르스 추경’의 불용액도 5,996억 원에 달한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재정정책이 그만큼 구멍투성이였다는 이야기다. 이런데도 추가경정예산안이 경제성장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분석자료 하나 없는 실정이다. 구체적인 계획도, 목적도 없는 추경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작년 1월 발표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7%다. 작년에 1번, 올해 들어 벌써 3번째 하향 조정 당해 현재 2.7%를 기록하고 있다. 당연히 작년 9월 국회에 제출된 올해 예산안은 경제성장률 3.3%를 전제로 짜인 예산안이다. 0.6%나 ‘뻥튀기’된 낙관적인 경기전망 때문에 부족한 예산분을 매년 추경으로 구멍을 메우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지원, 국책상환을 목적으로 추경을 제안했는데, 경기를 부양하는데 예산이 쓰기보단 지난해 예산의 손실분을 메우는 방향으로 반복되고 있다.


 "추경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불가피할 때만 하는 것" 불과 7개월 전인 2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했던 말이다. 그는 6월이 되자 "추경이 경제를 반드시 살릴 것"라며 입장을 바꿨다. 올해 추경이 ‘졸속’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끝>

문의 최민호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