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靑의 자화자찬까지 받아쓴 ‘받아쓰기 끝판왕’ YTN(2016.9.7)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6일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은 북핵 공조와 대북제재에 초점이 맞춰질 거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라오스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내고 “사드 배치를 포함한 연합 방위력 증강 및 확장 억제를 통해 북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 속에서 시행된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사드 배치를 분명히 하겠다는 메시지를 천명한 것이어서 사실상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이 현실화됐음을 의미한다.
한미정상회담 받아쓰기 급급한 방송사들
이러한 ‘신 냉전체제’ 선언에도 불구하고 JTBC를 제외한 8개 방송사는 한미정상회담 소식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6일 저녁 있었던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한미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을 그대로 받아쓴 것이다. 청와대는 라오스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을 “자위적인 방어조치로서 사드 문제에 대한 양국의 기본 입장을 정상 차원에서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 평했고, 실제 보도된 방송사들의 보도내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5일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 보도에서처럼 정부의 장밋빛 전망을 그대로 보도한 것이다. 특히 MBN, YTN과 KBS는 ‘한 목소리’로 제목에서 ‘한목소리’를 뽑았다. 보도 내용 역시 대부분 한미 정상회담의 내용만을 간략하게 언급하는 스케치 형식 1~2건이 전부였다. MBN이 <한미정상회담…사드‧북핵 ‘한목소리’>(9/6, 20번째, 이권열 기자, https://bit.ly/2c95pBW)에서 “이번 회담으로 굳건한 한미 동맹은 확인했지만, 한중 관계 회복은 숙제”라고 전했는데, 이런 수준의 우려도 타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한미정상회담의 내용과 의미를 분석한 곳은 JTBC 뿐이었다.
JTBC는 <한미 정상 ‘사드 배치’ 중국 압박>(9/6, 8번째, 조민진 기자, https://bit.ly/2czw4JQ)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도발은 한국에 위협일 뿐 아니라 동맹국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혀 사실상 사드 배치를 반대한 중국과 대립구도를 형성”했다며 한·중·일-북·중·러의 대치구도를 보도했다. 이어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박 대통령이나 오바마 대통령과의 개별 양자회담에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중국을 더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이례적인 한-미 공동성명 발표가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 분석했다. “중국은 사실상 사드 배치를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MD 편입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이유도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조건부 사드 배치론’이 중국에 설득력이 없는 이유를 분명히 한 것이다.
· YTN <한미 정상회담 '사드·북핵' 한목소리>(9/6, 톱보도, 김웅래 기자)
YTN은 톱보도 <한미 정상회담 '사드·북핵' 한목소리>에서 정작 회담 내용은 보도하지 않으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굳건한’ 동맹관계만을 강조했다. YTN은 “양국 정상은 우선 대북 공조를 위한 굳건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했습니다.”며 돈독한 한미관계를 강조하고, “다자회의 때 열린 양자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의미를 부풀렸다. YTN의 한미정상회담 의미 부풀리기 수법은 회담 시간이 길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당초 30분으로 예정되었던 회담 시간이 50분으로 연장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기자는 “이를(마지막 회담임을) 반영하듯 회담 시간도 길었습니다” “(회담은)50분 동안 이어졌는데, 순차 통역이 아니라 동시통역으로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된 셈입니다”이라 전했다. 회담 시간에 어떻게든 의미를 부풀리기 위해 별별 계산을 다 한 셈이다. 게다가 이런 YTN의 보도는 같은 날 저녁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한 “순차통역 회담으로 치면 (두배인) 1시간 40분간 회담을 가진 셈”이라는 브리핑을 그대로 받아 적은 것으로 보인다. 참 깨알 같은 받아쓰기 기사이다.
△청와대의 자화자찬까지 그대로 받아쓴 YTN의 무비판적인 보도(9/6)
■ 오늘의 황당 방송 보도
· TV조선 <단독/김정은 “동성애 처벌” 지시 입수>(9/6, 27번째, 김정우 기자, https://bit.ly/2c2EF4U)
평소 성적소수자 인권에 대해 둔감하다 못해 차별적 시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던 TV조선이 동성애자의 인권을 두둔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시행에 들어간 ‘북한인권법’을 띄우기 위한 무리수 보도다.
TV조선은 <단독/김정은 “동성애 처벌” 지시 입수> 보도에서 북한이 동성애와 근친혼을 금지했다고 전했다. 앵커는 “북한 김정은이 동성애와 근친혼을 직접 비판하면서 사실상 금지한 사실이 ‘북한군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고 전했다. 기자는 “2012년 4월 7일 북한군 문건에 기록된 김정은의 지시”라며 관련 내용을 전했지만 화면에서는 실제 문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래픽으로 자막 처리된 김정은 발언뿐이었다. 실제 북한군 문건에 그런 내용이 있었는지 증거가 될 만한 문건은 전혀 없는 전형적인 ‘카더라’ 보도인 것이다.
게다가 북한의 반인권 상황을 비난하기 위한 TV조선의 보도는 정작 자신들의 낮은 인권의식은 감추지 못했다. 기자는 “복무 기간이 긴 북한군에선 동성 간 성범죄가 만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북한군 내 동성 간 성범죄 사례는 단 한건도 말할 수 없었는지 엉뚱하게 “같은 여자인데 걔만 데리고 가서는 계속 끌어안고 자고… 충격을 받았어요”라는 탈북자 김진희 씨의 증언을 첨부했다. 탈북자가 발언한 내용은 분명 성범죄라고 특정할 수 없다. 그런데 기자는 또 난데없이 “하지만 일부 성범죄자만이 아니라 모든 동성애자를 공개처형 대상으로 내모는 건 심각한 인권침해란 지적이 나옵니다”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기자는 은연중에 동성애는 성범죄, 동성애자는 성범죄자로 동일시하여 자꾸 비논리적인 기자멘트를 이어가는 것이다.
△TV조선이 북한 동성애자 처형의 근거라며 보여준 김정은
지시 사항, 문건 원본이 아니라 그저 그래픽 처리된 자막일
뿐이다. (9/6)
TV조선은 북한인권보다 자신들의 동성애 혐오조장 보도부터 걱정해주길
TV조선은 그동안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저녁종합뉴스인 뉴스쇼판에서 <10대 청소년까지 파고든 동성애>(4/29, 톱보도, 박상현 기자, https://me2.do/FzfWipAV)라는 제목을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앵커는 “오늘 뉴스쇼 판은 지금까지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겨졌던 동성애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늘어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으로 시작합니다”라며 동성애에 대해 차별적인 시각과 배타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동성애는 남의 나랏일이고 10대 청소년은 동성애를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시선이 깔려있는 것이다. 또한, 이어진 <에이즈 심각…“동성애 확산 때문?”>(4/29, 2번째, 임유진 기자, https://me2.do/xtXoMYWZ)에서는 질병관리본부의 자료를 억지 해석하면서까지 에이즈가 동성애 때문에 퍼진다는 왜곡 보도를 했다. 방송사가 직접 나서 성 소수자를 탄압한 것도 모자라 에이즈가 동성애 때문에 확산된다는 유언비어까지 보도한 것이다. <60대 여장 동성애자 노숙자 살해>(7/4, 13번째, 하동원 기자, https://me2.do/5Pf8hu8G)에서는 가해자가 ‘동성애자’임을 강조하여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를 해왔다. 이렇듯 성적소수자를 일관되게 ‘혐오’해온 TV조선이 이제 와서 “동성애자를 공개처형 대상으로 내모는 건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보도하는 것은 너무 우스꽝스럽다. TV조선에게 부정확한 정보로 북한 인권을 걱정하기에 앞서, TV조선의 혐오조장 보도를 반성하고, 자신들의 인권 감수성부터 높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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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최민호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