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6년 7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보도’ 선정․발표이건희 성매매, 삼성그룹 개입 의혹 제기로
‘보도의 성역' 깬 뉴스타파
민언련은 2016년 5월부터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상’을 선정, 시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보도상은 대안언론은 물론이고, 인터넷언론과 일인미디어 등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는 보도 전반을 대상으로 합니다. 좋은 보도를 게재한 언론사나 기자, 일인미디어 여러분들의 자천과 언론소비자의 적극적 추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추천서는 ccdm1984@hanmail.net로 보내주시고, 양식은 자유롭게 하되 보도 URL과 추천사유를 꼭 써주시기 바랍니다.
7월 21일 저녁 10시 30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최승호 PD는 자신의 SNS에 “두려운 느낌이 어떤 건지 다시 느낀다”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최 PD는 “10년 전 황우석 사건 때 늘 코끝에 달고 살았던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며 “우리가 할 일을 해야 한다. 시민들의 가호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 같은 심경 고백이 올라오기 30분 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는 자체 프로그램인 뉴스타파를 통해 삼성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정황을 폭로하고, 그 성매매에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내놨다. 이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섬성’과 ‘이건희’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은 최 PD의 표현대로 ‘가호’가 필요한 일이 되어 버렸음을 의미한다.
△ 뉴스파타 <삼성 이건희 성매매 의혹…그룹 차원 개입?>(7/21) 보도 갈무리
뉴스타파의 <삼성 이건희 성매매 의혹… 그룹 차원 개입?> (7/21, 김기철․김경래․심인보 기자) 보도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보여주는 동영상 파일과 자료”와 뉴스타파가 3개월에 걸쳐 해당 “동영상의 진위 여부를 다각도로 검증”한 결과를 소개하며 시작된다. 그리고 이 검증에 따른 결론은 ‘동영상 위변조 합성을 의심할 만한 단서’는 없으며 그 외 이 회장의 입출국 기록과 현장의 여타 단서 속에서 ‘어떠한 모순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어 뉴스타파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이 촬영된 장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해당 빌라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결과 “삼성 그룹의 계열사 사장이 해당 호수에 전세권 설정”을 해 놓은 사실이 밝혀졌음을 지적했다. 취재 과정에서 당사자인 김인 삼성 SDS 고문은 이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답변을 내놨다가 이내 자신이 개인적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고 번복했다. 그러나 “김 사장이 왜 논현동에 13억을 주고 고급 빌라를 전세냈는지, 그리고 그 빌라를 왜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장소로 빌려줬는지”에 대해서는 삼성과 김 사장 모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뉴스타파는 “이건희 회장이 불법 성매매를 하는 과정에 비서실 등의 조직이 동원됐다면, 삼성 그룹 역시 법적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강조하며 이 회장의 성매매에 삼성 그룹차원의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후 보도는 해당 동영상의 촬영자가 누구인지, 삼성을 협박한 사람들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를 제시하며 마무리된다. 성매매 뿐 아니라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는 모두 실정법을 위반한 범법행위다. 그런데 한국 최대의 재벌인 삼성과 그 삼성의 총수일가가 이 같은 불법 행위를 수차례 반복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이미 개인의 사적 취향에 관한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 할 수 있다. 충분히 보도가치가 있는 중요한 사안인 셈이다.
그런데 이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대다수 일간지는 극단적으로 소극적인 보도 태도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지면에 해당 사안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며, 동아일보와 한국일보가 1건, 조선일보가 2건을 다뤘을 뿐이다. 그나마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한국일보는 성매매 관련 의혹과 이에 대한 삼성의 해명을 소개했을 뿐, 그룹 차원의 성매매 지원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의혹을 제기한 뉴스타파를 ‘한 인터넷 언론’이라고만 소개하기도 했다. 최대광고주인 삼성에 대해 언론이 자기검열에 나선 것이다. 반면 경향신문은 8건의 보도에서 해당 사안을 언급했으며, 이 회장의 성매매에 삼성 임직원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을 소개했다. 한겨레는 총 20건의 기사를 통해 성매매 의혹, 삼성 그룹차원의 개입, 특권층의 행태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을 ‘몰카 협박 범죄’로 갈음한 KBS와 TV조선
그렇다면 이와 관련해 방송사들은 어떤 보도를 내놨을까? 방송사들 역시 일제히 ‘광고주 지키기’에 나섰다.
KBS와 MBC의 관련 첫 보도인 KBS <이건희 성매매 의혹 동영상…경찰, 내사> (7/22, 20번째, 천효정 기자)와 MBC <성매매 의혹 동영상, “물의 빚어져 당혹”> (7/22, 16번째, 조현용 기자)는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두 공영방송은 일단 보도의 출처가 뉴스타파라는 사실조차 밝히지 않았고 보도의 핵심인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단 1초도 보여주지 않았다. 심지어 성매매 의혹의 정황조차 설명하지 않았다. KBS와 MBC가 보도한 것은 제보 영상을 찍은 사람들이 삼성에 돈을 요구했다는 점,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뿐이다.
TV조선은 <협박용 동영상 공개 회사 당혹> (7/22, 18번째, 강동원 기자)이라는 보도 제목에서 아예 ‘성매매 의혹’을 ‘협박용 동영상’ 사건으로 갈음해버렸다. 리포트에서는 ‘성매매 의혹’이라는 언급이 아예 없다.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협박용 몰래카메라’로 덮어버린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KBS 역시 이 프레임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KBS <심층리포트/‘이건희 동영상’…협박‧공갈도 수사 쟁점> (7/25, 13번째, 오현태 기자)는 리포트를 시작하자마자 느닷없이 “몰래카메라가 장착된 자동차 열쇠”와 “넥타이나 안경, 시계 등으로 위장된 몰래카메라”를 화면으로 소개했다.
다음 화면은 성관계 동영상 파문으로 법정 공방을 벌였던 배우 이병헌 씨를 등장시켜 “몰카 영상을 공개하겠다는 등의 위협을 가했다면 협박죄, 협박하면서 돈까지 요구했다면 공갈죄로 처벌”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는 화면에 큼지막한 빨간 자막으로 “협박죄” “공갈죄”가 부각되기도 했다.
이렇게 전체 2분여의 보도 분량 중 1분을 ‘협박용 몰래카메라’에 할애한 뒤에야 이 보도는 이건희 회장을 언급했는데 황당하게도 그 내용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촬영한 일당도 삼성 측에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오현태 기자는 여기서 “몰카 촬영 행위는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초상권 침해에 따른 민사 손해배상 소송까지 이어지는 추세”라며 다시 ‘몰카 처벌’에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처음부터 범죄에 악용할 목적으로 불법 촬영된 영상물을 취재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언론윤리에 위배된다며 거부”했다며 이를 보도한 뉴스타파를 ‘언론윤리에 위배된 언론’으로 매도했다.
△ ‘이건희 성매매 의혹’ 대신 ‘협박용 몰카’ 보도한 KBS(7/25)
KBS의 태도는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에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타 매체보다 더 악의적이다. 먼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배우 이병헌 씨 사례와 비교한 부분은 억지에 가깝다. 이건희 회장의 동영상을 찍은 주체가 삼성에 돈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건희 회장 사건은 이병헌 씨의 사례와 비교할 수 없는 ‘공익적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헌 씨의 경우 성매매가 아닌 성관계 자체가 논란이 되었지만 이건희 회장은 영상에서 여성들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뉴스타파 보도에는 김인 현 삼성 SDS 고문이 계약한 13억 원 전세의 논현동 고급빌라가 성매매를 위한 ‘안가’로 사용됐다는 사실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삼성그룹 차원의 개입을 예상케 한다.
뉴스타파의 보도 이후 대다수의 언론은 “언론윤리에 위배”를 운운하며 삼성의 입장만을 소개하는 보도를 내놓거나 이 사안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이 같은 언론 환경에서 대표적인 재벌기업이자 최대 광고주의 실정법 위반에 대한 의혹을 충분한 근거 제시와 함께 제기한 해당 보도의 가치는 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민언련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삼성 이건희 성매매 그룹 개입 의혹> 보도 1건을 2016년 7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로 선정한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