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주언론시민연합 2016년 7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발표(2016.8.23)
비굴하고 참담한 공영방송 KBS의 현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6년 7월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를 선정했다. 7월의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는 선정작이 없다. 신문과 온라인보도 부문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과 간담회는 8월 30일(화) 오후 7시 공덕동 민언련 교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지난 7월은 공영방송 KBS가 정권에 장악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준 ‘잔인한 7월’이었다. 7월 한 달에만 KBS 경영진의 부당한 업무지시와 인사가 4건이나 불거졌다. KBS는 ‘이정현 녹취록’으로 세월호 참사 보도개입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이 사안을 저녁종합뉴스에 단 1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게다가 KBS의 한심한 침묵행태를 지적한 정연욱 기자를 제주로 좌천시켰다. KBS 경영진은 사드 배치와 관련, 중국의 반발 및 동북아 긴장 국면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김진수 해설위원도 좌천시켰고 사드와 관련해 정부 입장을 그대로 따르라는 ‘보도지침’에 따르지 않은 박준형 대구총국 취재부장 등에는 특별감사로 목을 죄었다. 자사가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홍보하라는 지시에 거부한 기자들 역시 징계에 회부했다. 연이은 KBS 경영진의 횡포에 ‘신 보도지침’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반성은커녕 오히려 저녁종합뉴스에서 “언론자유 침해”라는 보도를 내놓았다. 민언련은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 심사위원은 이처럼 해야 할 보도는 은폐하면서, 하지 말아야 할 보도를 내놓고, ‘신 보도지침’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부당한 업무지시를 내린 뒤, 비판하거나 불응하면 ‘보복 인사’를 자행하는 일련의 KBS의 사태를 종합해 2016년 7월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했다.
나쁜 보도 1 l 자사 보도국장 겁박한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개입마저 은폐한 KBS의 무보도
2016년 7월은 공영방송 KBS가 국민이 아닌 박근혜 정부에 완전히 장악되었음이 드러난 ‘잔인한 7월’이었다. KBS에는 네 번의 ‘신 보도지침’ 사태가 발생했다. 그 중 첫 번째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개입’이다. 6월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7개 언론단체는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대표)과 김시곤 KBS 당시 보도국장 간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내용은 참담했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은 고압적인 태도로 김시곤 전 국장에게 KBS 기사에 대해 불만을 표했고, 리포트를 빼달라거나 기사의 단어를 바꿔달라고 거침없이 요구했다. 그 이유는 정부와 해경에 대한 비판을 보도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보도개입’ 녹취록은 그간 KBS에서 나온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적대적 보도는 물론, KBS 보도 전반이 친정부적 편파성으로 완전히 기울어버린 배경을 보여준 증거였다.
최악의 ‘권언유착’이 포착됐지만 방송사들은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특히 KBS와 MBC의 침묵은 독보적이다. KBS는 녹취록이 공개된 시점부터 현재까지 단 1건의 보도도 하지 않았고 MBC 역시 녹취록 내용이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은 단신 1건이 전부였다. SBS, TV조선, 채널A, MBN이 최소 1~2건의 보도를 내고 JTBC가 15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것과 천양지차이다.
‘신 보도지침’ 나쁜 행태 1 l KBS 이정현 녹취록 은폐 비판한 기자는 제주 전출
KBS의 뻔뻔한 침묵을 깬 건 양심을 지킨 평기자들이었다. 보도본부 경인방송센터에 근무 중인 7년 차 정연욱 기자는 7월 13일 기자협회보에 <침묵에 휩싸인 KBS…보도국엔 ‘정상화 망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면서, 이정현 전 수석의 녹취록을 보도하지 못한 채 침묵하는 KBS 보도국 상황을 비판했다. 특히 정연욱 기자는 ‘KBS 기자협회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모임’(이하 정상화 모임)을 지목해 ‘침묵을 배후조종하는 세력’으로 꼽았다. 정상화모임은 현 보도국장을 중심으로 팀장급까지 거의 모든 보도국 간부가 망라된 ‘간부 그룹’이다. 글을 게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연욱 기자에게는 느닷없이 제주로 전출명령이 내려졌다. KBS 보도국 간부진이 뼈를 깎는 자기반성에 나선 기자에게 오히려 ‘보복인사’를 감행한 것이다.
‘신 보도지침’ 나쁜 행태 2 l ‘사드 보도지침’ 거부한 해설위원은 ‘좌천’
KBS는 7월 8일 최종 결정된 사드 배치에 있어서도 기자들에게 ‘보도지침’을 내리면서 지침을 따르지 않는 기자들에게 또 ‘보복인사’의 칼을 휘둘렀다. 7월 11일, 김진수 해설위원은 <뉴스광장> 뉴스해설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의 견제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 즉 MD를 한반도에 들여와 양국의 핵전력을 무력화시키려고 한다는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논평을 했다. 그러자 고대영 KBS 사장은 임원회의에서 ‘중국 관영매체의 주장과 같다’며 불만을 표했고 ‘안보 문제는 다른 목소리가 나서는 안 된다’며 사드와 관련된 구체적인 ‘보도 지침’을 내렸다. 다음날에는 김인영 보도본부장이 김진수 해설위원을 불러 “수원 연수원 등으로 곧 인사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는 결국 현실화됐다.
‘신 보도지침’ 나쁜 행태 3 l 서울본사에서 부당한 업무지시 내리고 폭로하자 ‘특별감사’
KBS 사측의 ‘사드 보도지침’와 ‘보복인사’는 또 있다. KBS 전국기자협회는 본사에서 내려온 2개의 ‘사드 보도지침’을 폭로했다. 7월 16일 리포트 <총리에 달걀 투척, 감금…경찰 수사>(10번째, 윤나경 기자, https://me2.do/Gh1YNelK)는 전날(15일) 성주군청 앞 충돌사태를 전하면서 성주 군민들을 25년 전 정원식 총리 밀가루 투척 사건과 비유했는데 이것이 본사 뉴스 책임자의 지시였다는 것이다.
3일 뒤, <경찰 “성주 시위 외부 인사 참가 확인”>(7/19, 5번째, 박준형 기자, https://me2.do/x8RhYf1B) 역시 성주 군민들의 ‘폭력사태’가 통진당 세력에 의해 일어난 것처럼 보도하라는 본사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참다못한 박준형 대구총국 취재부장은 후배들에게 왜곡 보도를 맡길 수 없다며 19일 리포트에 직접 나섰다. 박 부장은 백철현 성주 사드 투쟁위원장의 “외부세력을 성주 군민들이 투입시킨 것 같이 꾸며서 자꾸 종북몰이를 하고,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면 그런 사람들을 속출해내서 처벌을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라는 발언을 넣는 등 최대한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
그러자 KBS 사측이 꺼내든 카드는 ‘특별감사’였다. KBS 사측은 26일부터 노준철 전국기자협회장을 시작으로 특별 감사에 들어갔고 여기에는 박준형 취재부장도 포함됐다. 감사를 통해 자사의 부당한 취재·제작 지시를 은폐하고 취재·제작 실무자인 대구 기자들의 정당한 반발을 힘으로 누르려는 것이다.
‘신 보도지침’ 나쁜 행태 4 l 자사 투자 영화 ‘셀프 홍보 지시’ 거부한 기자들에게도 ‘징계 철퇴’
KBS의 ‘보도지침’과 ‘보복인사’는, 심지어 자사가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선전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악용됐다. KBS는 자사가 대략 30억 원을 투자한 ‘인천상륙작전’을 이미 지난 2015년부터 각종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민언련은 KBS의 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련 보도와 기자 징계에 대한 보고서(8/4, https://me2.do/5j3qeCpq)를 통해 지난해 8월 13일부터 올해 8월 3일까지, KBS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 ‘인천상륙작전’ 홍보 보도만 52건에 달하고, 그중 17건의 보도에서는 ‘반공 이념’에 대한 강조까지 엿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렇게 자사 투자 영화 홍보에 뉴스를 이용하던 KBS는 결국 또 ‘보도지침’을 자행했다. 7월 29일, KBS 통합뉴스룸 문화부 팀장과 부장은 송명훈, 서영민 두 기자에게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관객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평론가들이 낮은 평점을 준 사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할 것을 지시했다. 두 기자는 “개별 영화 아이템은 홍보가 될 수 있어 과도하게 다룬 적이 없다” “개봉 첫 주도 지나지 않아 영화에 대한 평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관객과 평론가의 차이를 어떻게 논할 수 있느냐”며 지시를 거부했다. 그러자 KBS 사측은 또 탄압에 나섰다. 8월 1일, KBS 보도본부는 ‘상사의 직무상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취업규칙 ‘성실’ 규정 위반을 이유로 두 기자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KBS 경영진은 편성규약 상 보장된 기자협회장의 보도위원회 개최 요구마저 묵살했고, 결국 두 기자는 징계에 회부됐다.
부서장과 국장의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기자를 징계에 회부하는 것은 취업규칙보다 상위 법규인 ‘KBS 방송 편성규약’을 위반한 명백한 위법 행위이다. 애초에 송명훈, 서영민 두 기자에게 내려졌던 ‘보도 지침’ 역시 편성규약 위반이다. ‘KBS 방송 편성규약’은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 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실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5조 4항)’,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자신의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의 제작 및 제작을 강요받거나 은폐 삭제를 강요당할 경우,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6조 3항)’라고 명시해 취재 실무자인 기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나쁜 보도 2 l ‘보도지침’ 비판한 국회의원에게 ‘언론자유 침해’라며 적반하장
잇따른 KBS의 ‘신 보도지침’ 파문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KBS는 22일 <“보도지침‧공안몰이”…“언론자유 침해”>(13번째, 김기흥 기자, https://me2.do/53OjR7DB)라는 보도를 내놨다. 어처구니없게도 이 보도는 국회에서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가 KBS의 보도지침 문제를 지적한 것을 전하면서 이는 ‘언론자유 침해’라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기자는 “KBS는 지난 19일 9시 뉴스에서 성주 집회에 외부 단체 인사 10명이 참가했다는 걸 경찰이 확인했으나 그들이 폭력사태에 개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보도 과정도 정상적인 편집회의와 업무지시 절차에 따라 이뤄졌습니다. 그런데도 더민주가 공안몰이니 보도지침이니 운운하고, 언론사 간부들을 국회로 불러내겠다고 까지 말하는 건 공영방송에 대한 간섭이고, 명백한 언론자유 침해라는 게 KBS 보도본부의 입장입니다”라며 고대영 사장과 보도국 간부진들의 입장을 보도에서 그대로 전했다. ‘보도지침’ 파문의 원인이 된 연이은 보복 인사와 전국기자협회 특별감사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보도지침’을 비판한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오히려 ‘언론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라며 윽박지르는 이 보도는 KBS 경영진의 입장을 담은 성명을 저녁종합뉴스를 이용해 발표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해야 할 보도는 않고, 하지 말아야 보도는 하고, 할말 하면 징계하는 KBS’를 나쁜 보도로 선정
KBS에서 7월 한 달에만 4건이나 터진 ‘신 보도지침’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군부독재 시절과 같은 직접적, 물리적 겁박이 없는데도 KBS가 박근혜 정부가 원하는 내용만 보도하려 한다는 사실, 둘째는 그러한 부당한 보도를 거부한 기자들에게는 하나같이 ‘보복인사’가 가해졌다는 사실이다. 셋째, KBS가 자행한 ‘보도지침’ 및 ‘보복인사’는 모두 방송법에 의거한 ‘방송 편성규약’을 위반한 것이다.
고대영 KBS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하기 전부터 실무 기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송 편성규약’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고대영 사장을 앞세운 KBS 사측은 지금도 노조와의 협의 없이 편성규약을 개악하려 혈안이 되어 있다. 지금 국민들은 공영방송이 기자의 취재 자유를 침해하고 공정 보도를 요구하는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참담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이 모든 횡포의 최종 목표는 사드 배치 정당화나 반공영화 홍보 등 박근혜 정부 및 보수 세력의 입맛에 맞는 보도만 내는 것이다. 이런 노선에 반기를 드는 기자들은 모두 ‘보복인사’의 철퇴를 맞고 있다.
민언련은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 심사위원은 이처럼 해야 할 보도는 은폐하면서, 하지 말아야 할 보도를 내놓고, ‘신 보도지침’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부당한 업무지시를 내린 뒤, 비판하거나 불응하면 ‘보복 인사’를 자행하는 일련의 KBS의 사태를 종합해 2016년 7월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했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