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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졸속 합의 1년, 과거사 잊자는 조선
등록 2016.12.29 16:46
조회 276

29일 신문에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28일 아베의 ‘진주만 방문’과 관련한 보도를 통해 ‘과거사를 잊고 한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무엇보다 28일은 한일위안부 졸속 합의가 발표된 지 1년째 되는 날이었음에도, 동아일보는 “위안부 합의가 비록 최상은 아니더라도 단순한 과거사 청산을 넘어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한 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그러나 과거에 우리를 침략하고, 지금은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행보를 걷고 있는 일본을 향해 ‘과거사는 잊자’고 말하는 것은 평화와 국익, 피해자 인권을 모두 해치는 주장입니다.

 

 

1. 오늘의 유감 보도 ① 미․일 ‘진주만 화해’ 띄우며 과거사 잊자는 동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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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의 ‘진주만 방문’과 관련한 보도를 통해 
‘과거사를 잊고 한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동아(위)와 조선(아래)

 


지난 28일은 한일위안부 졸속 합의가 발표된 지 1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올해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추모식과 수요집회가 함께 열렸습니다. 부산에서는 시민단체가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하려던 소녀상을 부산 동구청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로 철거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아베의 ‘진주만 방문’과 관련한 보도를 통해 ‘과거사를 잊고 한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먼저 동아일보는 <사설/진주만의 아베와 오바마…외교에는 현실과 국익만 있다>(12/29 https://goo.gl/XFGdF0)에서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고 국가 이익만이 있을 뿐”이며 “미일 신밀월은 국제정치에서 적과 친구를 가르는 기준이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은 미일동맹의 강화를 재확인하고 일본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노리는 현실주의 외교를 벌이고 있”는데 “한국만 외톨이가 된 느낌”이라는 것이죠.

 

이어 동아일보는 “한반도를 둘러싼 현실을 생각하면 미일과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해야 할 판에 주요 대선주자들은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주장한다”며 “위안부 합의가 비록 최상은 아니더라도 단순한 과거사 청산을 넘어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한 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사설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1면과 2면에 걸쳐 <진주만의 응어리 마저 푼 아베와 오바마>(12/29 https://goo.gl/cZFWVR), <2403명 전사한 바로 그곳서… 한발 더 나아간 미·일동맹>(12/29 https://goo.gl/cZFWVR)등의 보도를 내놓고 “양국의 ‘화해’는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양쪽 모두에 이익을 가져올 ‘전략’”이라는 미·일 주요 언론의 보도를 소개하고, 이러한 행보가 ‘현실적 이익’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또 <만물상/진주만의 아베>(12/29 https://goo.gl/soicW9)에서는 이번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에 대해 “불행한 역사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모래알처럼 작은 역사의 공통분모를 찾아 최대한 부각”했다며 “미·일 동맹은 확실히 다른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이 같은 보도가 함의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를 자꾸 걸고넘어지지 말고, 국익을 위해 일본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자’는 것이죠. 오랫동안 이어져 온 주장입니다. 그러나 언제 들어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기도 하지요. 과거에 우리를 침략하고, 지금은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행보를 걷고 있는 일본을 향해 ‘과거사는 잊자’고 말하는 것은 평화와 국익, 피해자 인권을 모두 해치는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잊고 일본과 함께하자’는 이런 주장에 대한 반박은 같은 날 한겨레의 <사설/과거사 반성 없는 ‘아베 외교’의 이율배반>(12/29 https://goo.gl/phhJks)에도 등장합니다. 한겨레는 “아베 외교는 미국만 바라볼 뿐 가해국으로서 책임을 외면하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인데다 현실적으로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베 외교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애써야” 할 우리 정부가 거꾸로 “미-일 동맹의 충실한 하위 파트너로 편입되는 길로 가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덧붙여 29일자 지면에 조선일보는 위안부와 관련한 보도를 단 한 줄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반면 아베의 진주만 방문과 관련한 보도는 6건이나 내놨죠. 동아일보는 5건의 진주만 관련 보도와 1건의 위안부 관련 보도를 지면에 배치했습니다. 인면수심이라는 말은 이런 때에 사용하라고 만들어진 말인 것 같습니다. 

 

2. 오늘의 유감 보도 ② 이승만·박정희 참배 피한 민주, ‘후회의 날 앞당겨질 것’이라는 조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내년 1월 1일 새해 첫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방문 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결정에 대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조선일보는 제목부터 감정적인 <사설/이승만·박정희가 최순실 게이트와 무슨 상관인가>(12/29 https://goo.gl/re8PoC)를 통해 민주당이 지난해 2월과 올 8월에는 참배를 진행하더니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 집회를 거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 방침을 뒤집었다”며 “무원칙에 앞서 유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행보를 보고 “이제 적어도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 갈등이라는 부끄러운 일은 없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었는데 “민주당의 이번 결정으로 다 헛일”이 됐다는 겁니다. “통합을 저해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것” “연좌제를 연상”시킨다는 등의 격한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이어 조선일보는 “대체 이승만·박정희와 최순실이 무슨 상관인가”라며 “시류만 좇는다면 책임 있는 정당이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권을 다 잡았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극렬 지지층에만 영합하고 중심을 못 잡으면 후회하는 날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저주까지 빠지지 않습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4당 체제 1당 등극한 민주당, 1년 전을 기억하라>(12/29 https://goo.gl/esizxC)를 통해 민주당이 작년에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해놓고 내년에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할 방침”을 밝혔다며 “당시엔 중도와 개혁보수층에 대한 구애가 절실했지만 아쉬울 게 없는 지금은 두 전직 대통령과 선을 긋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민주당과 문 전 대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까지 몰렸던 1년 전을 잊지 말기 바란다”며 “지금의 민주당 위세는 문 전 대표가 잘해서가 아니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몰락에서 거저 얻은 어부지리이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내세운 ‘중도 코스프레’로 총선에서 약진”한 것이라 비판했습니다. “오만과 독선에 물든 정치세력은 민심의 응징을 피할 수 없다”는 협박도 조선일보와 비슷하네요. 


두 야당의 행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에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어 내린 선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양당이 정치적 의미보다는 촉박한 일정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상황에서 ‘국민 통합의 약속을 어겼다’며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분풀이’로 보일 뿐입니다. 

 

3. 오늘의 추천 보도 ① ‘박연차 회장이 반기문 총장에 돈 건넸다’는 진술 등장
경향신문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2009년 검찰 수사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이 이를 덮으며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고 압박했다는 박 전 회장과 가까운 법조계 인사의 증언”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반 총장이 뇌물수수 논란에 얽히면 국가적 차원의 불명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는 것이죠. 이게 사실이라면 유엔 사무총장 취임 전후 박 전 회장으로부터 수십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은 더 이상 의혹이 아닌 것이 됩니다. 관련 기사는 <“박연차 ‘반기문에 돈 줬다’ 진술했지만 당시 검찰이 외부 발설 말라며 덮었다”>(12/29 https://goo.gl/d2Kg8V)입니다.

 

4. 오늘의 추천 보도 ② 삼성 위한 문형표의 행보, 청와대와는 무관했을까 
동아일보는 특검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떻게 해서든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의견을 내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의 보고서 작성을 복지부 간부들에게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음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문 전 장관은 부인하고 있지만, “특검은 문 전 장관이 합병 찬성 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해 직무 범위에 속하지 않는 일을 주도한 배경에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는 <“문형표, 삼성합병 찬성 보고서 지시”>(12/29 https://goo.gl/VmCa19)입니다. 


한겨레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계획 발표 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들이 합병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자 전문위원회 회부를 막은 정황”을 파악했음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관련 기사는 <문형표, ‘삼성 합병’ 국민연금 전문위원 성향 사전파악>(12/29 https://goo.gl/NY3gOy)입니다. 

 

5. 오늘의 미보도 ① 수요집회도 소녀상 철거도 외면한 조선·중앙
한국과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 1주년인 28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과 외교부 앞에서 올해 별세한 피해 할머니 일곱 분의 추모식을 겸한 2016년 마지막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촉구 수요집회’가 열렸습니다. 이를 지면에 보도하지 않은 것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뿐입니다. 동아일보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인터뷰 기사 말미에 수요집회가 열렸다는 언급을 한 줄 덧붙인 수준이었습니다. 


같은 날 부산 일본 영사관 앞에서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지 4시간 만에 강제 철거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막으려던 대학생과 시민들은 연행되기까지 했습니다. 이를 지면에 보도한 것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뿐이었습니다. 조중동은 이를 모두 외면했습니다. 


6. 오늘의 비교 ① 아베 진주만 방문
2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미국 하와이 애리조나 기념관에서 열린 진주만 공습 희생자 추모 행사에 참가하고, 행사 이후엔 생존 용사를 만나 위로했습니다. 전쟁 시발지에서 화해를 연출해 미·일 화해 및 동맹 관계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죠. 그러나 이날 아베 총리는 전쟁 책임에 대한 어떤 사죄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사과 없는 역사적 제스처’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특히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역사를 직시하지 않으면 진정한 화해도 이뤄질 수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조선일보는 이번 행보를 계기로 ‘두 나라가 응어리를 풀고 한 차원 높은 동맹관계’를 맺게 됐음을 강조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사과가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과거사가 아닌 미래를 보고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사죄도 반성도 없었던 역사적 제스처”
동아일보 : “사죄는 커녕 가미카제 치켜세웠다. 하지만 국제정치에서 적과 친구를 가르는 기준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미일과 미래지향적 파트너십 강화해야 할 판”
조선일보 : “진주만 응어리 풀고 한발 더 나아갔다. 미일 동맹 다른 차원으로 진화”
중앙일보 : (자체 평가 없이) “중국 관영언론 아베 비난했다”
한겨레 : “사죄없는 헌화. 역사를 직시하지 않으면 진정한 화해도 이뤄질 수 없다”
한국일보 : “사과없는 진주만 방문 이벤트. 우파 반발 피하려는 아베의 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