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종편시사토크쇼]‘이정현 녹취록 파문’ 관련 종편 시사토크쇼 모니터 보고서(2016.7.8)
등록 2016.07.0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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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보도개입은 일상 업무…전 정권서도 빈번”
-‘이정현 녹음파일’을 다루는 종편의 물타기 행태-

 

 

6월 30일, 전국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들은 세월호 사고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보도개입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폭로했다.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행태는 방송 그 자체만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을 일이었지만, 이처럼 구체적이고 천박한 수준의 청와대 보도개입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시사토크쇼들이 ‘정권의 공영방송 보도 통제’라는 사안의 본질을 외면한 채 물타기로 일관하고 있다. 종편의 주장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입장과 같다. 통화 내용은 역대 홍보수석의 통상업무이며, 이 전 수석의 거친 말투 역시 대통령에 대한 과잉충성에서 비롯된 읍소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다는 사실, 다시 말해 힘의 불균형에 따른 외압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핵심은 도외시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6월 30일부터 7월 5일까지 TV조선, 채널A, MBN의 대표적 시사토크쇼 15개를 모니터했다.

 

그 결과 종편시사토크쇼는 “신문사에 가면 윤전기에 머리까지 넣어서 나쁜 기사 못 나게 하는 일이 홍보수석의 일입니다”라는 거친 비유까지 써가며 청와대의 공영방송 보도 통제를 ‘통상 업무’라며 감싸는 논리를 펴고 있었다. 또한 명백한 증거도 없이 과거 DJ,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런 보도 개입이 빈번했다는 카더라성 이야기로 사안을 물타기했다. 이정현 의원의 개인의 말투의 문제로 치환하며, ‘읍소, 호소는 보도지침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한편, 이처럼 갑질 중의 갑질을 한 이정현 의원에게는 관대하면서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의원에게는 엄청난 ‘갑질’ 프레임을 뒤집어씌우는 이중잣대 역시 빠지지 않았다.

 

■청와대의 공영방송 보도 통제를 ‘통상업무’로 단정
- “홍보담당자는 보스를 위해 목숨 바치는 호위무사”
종편 시사토크쇼들은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전화를 홍보 책임자로서 당연히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업무로 단정했다.
TV조선 <이슈본색>(7/1)에 출연한 조해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언론 담당은 제가 15년을 해봤지만 결국 기사 관련해가지고 넣고 빼고 키우고 줄이고 이런 거 하는 게 주 업무고 그 담당자들은 수도 없이 전화하고 하는 것인데…(후략)”라고 말했다.

 

 

한화갑 한반도 평화재단 총재도 TV조선 <뉴스를 쏘다>(07/04)에서 “홍보수석이니까. 대통령을 위해서 자기가 좋은 기사는 못 만들어 내지만, 나쁜 기사를 말입니다. 어떻게 해서는 없애려는 노력을 하는 거에요”라고 언급했다.
심지어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07/02)에 나온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는 “홍보가 원래 호위무사 역할이거든요. 자기 모시는 보스를 위해서는 목숨까지 바쳐야 되고, 신문사에 가면 윤전기에 머리까지 넣어서 나쁜 기사 못 나게 하는 일이 홍보수석의 일입니다”라는 거친 비유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말대로 언론사 보도국장에게 특정 기사에 관해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청와대 홍보수석의 통상 업무일까? 방송법 4조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공재인 전파가 권력이나 자본에 의해 함부로 이용 되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법에 명확히 담고 이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며 특정 기사 아이템을 빼달라고 요구하던 이정현 전 수석의 전화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자, 언론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윤전기에 머리까지 넣는다’는 표현에선 어떤 불법적인 수단과 방법도 용인될 수 있다는 뉘앙스마저 느껴진다.

 

 

게다가 채널A <쾌도난마>(7/1)는 논란의 당사자인 이정현 전 수석을 출연시켜 “국가의 위기를 빨리 탈출시키기 위해서 언론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기본적이고 아주 당연한 역할”이라는 일방적 해명에 힘을 실어주기까지 했다.

 

- “과거 정권 홍보수석들도 했는데…” 물귀신 작전
종편은 나아가 이 같은 보도개입이 과거 DJ, 노무현 정부에서도 빈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야당도 이번 녹취록 파문이 ‘통상업무’의 일환임을 부정하지 못하게 하려는 일종의 ‘물귀신 작전’인 셈이다.
TV조선 <뉴스를 쏘다>(7/1)에 출연한 황태순 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 당시 공보수석을 하던 박지원 수석이 아주 협조를 많이 요구를 했어요. 많이 요구를 해서 보면 본인은 (언론사 사장실에서) ‘그냥 유리컵을 떨어뜨렸다’고 했지만, 당한 쪽에서는 ‘유리컵을 던졌다’라고 했던 일이 있었어요. 그 분(박지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열심히 일하다 보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의 독립은 정권을 불문하고 지켜내야 할 가치이고 과거 정권의 보도개입 관행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이전 홍보수석들의 사례를 거론하는 종편의 논리는 구차하다.

 

■통화 당시 어투, 개인사 등에 초점
- ‘읍소, 호소는 보도지침 아니다’ 
 사안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종편들은 녹취록에 나온 이정현 전 수석의 목소리와 어투를 강조했다. TV조선 <이슈본색>(7/1)에서 패널로 나온 박지훈 씨는 “목소리를 많이 들어봤는데 ‘빼주세요’ 하면서 이런 게 부탁 같기도 하고 간섭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이기도 하거든요”라고 말했다. 같은 TV조선 <뉴스특급>(7/2)의 여상원 씨도 “사실 6공 때 같으면 그렇게 안 할 텐데, 읍소를 하는 걸 보니 상당히 민주화 됐다”라고 말했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두아 변호사 역시 “(이정현 전 수석이) 항상 저렇게 말씀을 하세요”라며 힘을 실어줬다. 녹취록에 나온 이정현 전 수석의 흥분된 어조와 일부 거친 표현은 평소 습관 때문이며, ‘~도와주쇼’, ‘~빼주쇼’ 등의 청유형 어투를 사용한 점을 감안하면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압력을 넣으려는 목적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번 사태가 외압이 아니라는 정부 여당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과거 5공 정부 때 이뤄진 ‘보도지침’ 사건과 비교하기도 했다. TV조선 <뉴스를 쏘다>(07/01)의 엄성섭 앵커는 “이정현 의원도 사과를 했는데, 과연 야당이 말하는 대로 보도지침인 것인가. 그렇다면 이정현 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서 ‘야. KBS는 공영방송이고 정부가 대주주니까 이거 내려’ 이렇게 한 것인가. 지금 (녹취록을) 들어보면, ‘한 번만 도와주쇼. 극적으로 도와주쇼’ 계속 이렇게 읍소를 하는 게 보도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황태순 씨는 “보도지침이라고 하는 것은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을 때 그야말로 보안사에서 나온 요원들이 편집을 해서 이만큼 잘라내 쫙 긋고, 윽박지르고, 실제로 그걸 집행했던 것이 보도지침 내지는 보도통제인 것”이라고 답했다. 군부시절 온갖 공권력을 동원해 직접 언론사 보도국과 편집국을 장악하던 방식이 아니므로 언론탄압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언론 자유가 공고해질 거란 기대와 달리 이명박 정권을 거치며 다수의 해직기자가 나오는 등 권력과 자본의 영향에 언론의 독립성이 흔들리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보도지침이란 표현은 지나치지 않다. 더구나 KBS는 정부가 사장과 이사장 등 경영과 운영전반을 좌지우지하는 인사들을 모두 임명한다. 녹취록 상 이정현 전 수석의 말투가 어투가 어떠했든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가해졌을 압박 그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사건 당사자인 이정현 전 수석을 피해자로 상정하는 분석도 나왔다. 김병민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은 TV조선 <뉴스를 쏘다>(7/1)에서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정현 의원이 될 것 같아요. 이정현 의원의 캐릭터를 본다면 좋은 학벌을 가지거나 재벌이 훌륭하거나 한 경우가 아니거든요. 정말 바닥에서 자기 의지와 힘으로 올라온 케이스이기 때문에 홍보수석을 하는 순간에도 위의 지시에 따라 이것들을 하려고 했다기보다는 본인이 처해진 역할 속에서 어떻게든 역할을 좀 더 해보려는 절박함이 묻어나거든요”라고 말했다. 개인의 정치역정에 초점을 맞춰 보도개입 사태의 당사자란 점을 희석시키고 있다.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의원에겐 ‘갑질’ 프레임
 한편 이 기간 시사토크쇼 프로그램들은 세월호 집회 당시 주최측의 집회를 빚은 일선 경찰서장 2명의 개인정보자료를 요구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갑질’ 이미지를 덧씌웠다. 특히 요청자료 19건 가운데 부채현황 등 개인 신상에 관한 항목이 포함됐다는 점을 들어 ‘인권침해’로 몰아갔다.
채널A <시사인사이드>(06/30)에 나온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민변에서 인권 변호사라는 분이 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자료를 요구하십니까. 조자룡의 보도처럼 막 휘두를 수 있는 게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채널A <쾌도난마>(06/30)에서 전원책 변호사는 “개인의 사적인 상황 등을 다 내놓으라는 것은 뒤를 철저히 캐보겠다는 그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는 거에요. 이른바 국회의원이 무소불위의 행동을 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4급 이상 공무원에 대한 재산 등 자료제출 요구는 국회의원의 정당한 권리이다. 게다가 두 경찰서장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등 헌법에 보장된 집회 시위의 자유를 박탈하는 등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돼 이를 각종 자료를 통해 살피겠다는 자료요구의 취지를 감안하면 일부 사적인 정보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갑질’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한 처사다.

 

 

지나친 확대해석도 빠지지 않았다. TV조선 <이슈본색>(06/30)에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의원들의 갑질이 개입되면, 그게 두 가지 측면이 있죠. 정당한 감시라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이게 재미가 있습니다. 한 번, 두 번씩 해보면 권력이 재미가 있어요. 거기에 부정비리가 들어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돈을 요구한다든지”라며 박주민 의원을 과거 일부 비리를 저지른 의원과 같은 부류로 분류해 이미지를 깎아 내렸다. 채널A <쾌도난마>(06/30)에 나온 전원책 변호사도 “우리가 정치를 공부하다보면 제왕적 대통령제보다도 훨씬 더 무서운 것이 의회독재에요. 구성원들이 의원들이 맘대로 할 수 있다. 어디든 갈 수 있다. 모든 데 ‘갑’적인 사고를 한다면 그런 국회의원은 최악의…”라며, ‘의회독재론’까지 거론했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