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청와대 보도 개입’에 침묵, 공영방송 ‘흑역사’는 ‘현재 진행형’(2016.7.4)■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7/1~7/3)
‧ ‘청와대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에 대한 KBS와 MBC의 ‘무보도’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며 정부의 책임을 은폐했던 ‘이정현 녹취록’에 대해, 두 공영방송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KBS는 ‘이정현 녹취록’이 공개된 30일(목) 아예 보도를 하지 않았다. MBC도 단신 1건을 보도했지만, 녹취록 내용은 단 한 마디도 전하지 않는 기이한 행태를 보였다.
1일(금)에는 이정현 의원이 “당시엔 절박해서 그랬다”라는 황당한 해명을 했고, 청와대는 이정현 의원을 두둔하기 위해 “홍보수석의 통상적 업무”라며 어깃장을 부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두 공영방송은 침묵했다. 30일 ‘이정현 녹취록’에 침묵했던 SBS, 채널A, MBN도 1일에는 관련 보도를 냈지만, 유독 KBS와 MBC만 보도가 없었다. 양사의 ‘무보도’는 한국 공영방송사의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만하다.
그렇다고 타 방송들이 응당한 언론의 역할을 한 것도 아니다. JTBC를 제외한 SBS, TV조선, 채널A, MBN은 1일 이후 보도가 없었으며, 1일 보도에서도 ‘청와대 보도 개입’을 야당과 청와대 간의 ‘공방’으로 처리했다. ‘중립’이라는 미명 하에 청와대와 이정현 전 수석의 변명을 비중 있게 실어주기도 했다. 녹취록이라는 되돌릴 수 없는 증거가 나왔음에도 ‘청와대의 보도 개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및 비판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후진적이고 반민주적인 ‘언론 자유 탄압’을 은폐하는 KBS, MBC만큼이나, 타 방송사들의 ‘면피용 보도’ 역시 은폐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SBS는 <‘세월호 보도 개입’ 논란…야 청문회 추진>에서 1일 국회 운영위에서 강병원 더민주 의원이 “온 국민이 슬픔에 싸여 있을 때 이런 보도통제를 한다는 게 말이 되겠습니까?”라고 질의하자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아마 협조를 구했던 것이 아닌가…”라고 답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여줬다. 여기다 “위난 사항이 있을 때 언론과의 협조를 통해서 그런 걸 함께 극복하려고 하는 것 그게 저는 홍보수석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고”라는 이정현 전 수석의 해명도 덧붙였다. TV조선, 채널A, MBN도 모두 SBS 보도와 똑같은 구도를 취했다.
심지어 TV조선은 <‘녹취록’ ‘인건비 착복’ 논란>(7/1)에서 ‘청와대 보도 개입’을 현대원 미래전략수석의 연구 인건비 착복 의혹과 함께 다루기도 했다. MBN에서만 “야당의 공격에 청와대 인사들이 종일 석연찮은 해명만 내놓으면서 세월호 보도 개입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라며 이원종 비서실장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언급이 있었다.
제대로 된 보도는 JTBC에서만 나왔다. JTBC는 3일 간 총 7건의 보도를 할애했다. 1일, 국회 운영위를 2건으로 조명하면서 “(방송법)105조 벌칙 조항에 2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러니까 명백한 현행법 위반” “제2의 보도지침 사건” 등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의 해명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반박을 중점적으로 전했다. 특히 <통화 전후, KBS 보도 비교해보니…>(7/1)에서는 JTBC 취재진이 직접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통화 전과 후, KBS 보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하며 ‘보도 개입’의 증거를 제시했다. “2014년 4월 21일, KBS 9시 뉴스는 해경이 세월호 탑승 학생으로부터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고 이날 이정현 전 수석이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에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는데, 이후 해경에 대한 비판적 논조의 기사는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또한 “곳곳에서 쇄도하는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해줍니다. 먼저 가족들을 위로하면서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도 강조했습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한 KBS의 ‘대통령 동정’ 보도를 보여주며 “이 전 수석의 개입이 실제 보도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일 보도인 <비망록 속 ‘청와대 엄호’ 지시 배경은?>은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2013년 보도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비망록을 보여주면서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이뤄진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을 전했다.
이렇게 대다수 방송사들이 은폐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이정현 녹취록’으로 드러난 청와대의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은 독재정권에서나 볼 법한 언론 자유 탄압이자 현행 방송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는 여전히 군사정권의 공안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박근혜 정부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사태이기도 하다.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이정현 전 수석은 “당시엔 절박한 심정에서 그랬는데 부족했고 또 불찰도 있었다”는 해명을 했는데, 세월호 참사 직후 바다 아래 갇혀 있던 희생자들의 생명보다 무엇이 그리 ‘절박’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태도이다. 또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상은 1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홍보수석으로서 통상적인 업무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본다”라며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패악을 감싸 안았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 역시 “홍보수석의 입장에서는 읍소를 하고 있는 거예요. 언론통제다 보도지침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 공세”라며 거들었다. 명백한 보도 개입을 ‘정당한 업무’로 규정하는 청와대와 여당의 입장은 지금도 ‘보도 개입’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스스로 입증하는 꼴이다. 방송사들이 스스로 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다면 침묵과 소극적인 ‘면피용 보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진상규명과 비판에 힘을 쏟아야 한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7/1~7/3)
‧ KBS<앵커&리포트/ 수출 회복세 ‘뚜렷’…하반기 반등하나?>(7/1, 5번째, 지형철 기자, https://me2.do/GRYh3yGn)
1일, KBS가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수출입 동향을 받아쓰면서 정부가 내놓는 우리 경제의 ‘장미빛 미래’만을 보여줬다.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 적으며 한국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도하는 KBS의 행태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KBS는 정부의 추가경정 발표가 있었던 28일에도 가계소득 지원과 실업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배제하고 정부의 방안을 선제적 경기 부양 방침으로 소개한 바 있다.
KBS <앵커&리포트/수출 회복세 ‘뚜렷’…하반기 반등하나?>는 “지난달 수출은 453억 달러, 우리 돈으로 52조 원 정도의 실적을 올렸습니다. 1년 전보다 2.7% 줄어든 수친데, 월별 수출 실적으론 18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감소폭 추이를 보면, 큰 폭으로 등락을 반복하다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낙폭을 줄이더니, 지난달에는 12개월 만에 가장 작은 감소폭을 나타냈습니다”며 산자부 발표를 전했다. 이어서 “우리 수출이 이젠 회복기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또한 ‘색조 화장품’ 개발 연구원들의 모습을 화면으로 비추며 “우리 화장품 수출은 지난해보다 56%나 늘었”다고 전했고, 의약품, 해양플랜트, 철강,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수출 호조도 선전했다. 보도 말미에서도 “지난 5월 경상수지는 올해 최대 규모인 103억 6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5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라며 경제 상황에 대한 긍정적 보도를 마무리했다. KBS 보도에서 지적된 ‘위험 요인’은 “브랙시트가 몰고 온 불확실성이 변수”라는 언급뿐이다.
이는 타 언론에서도 지적된 우리 경제의 불안 요소를 모두 배제한, KBS만의 낙관에 불과하다. 일단 ‘수출 감소폭 1년 만에 최저치’라는 수치를 ‘수출 회복기’로 규정하는 KBS의 기본적인 태도부터가 잘못됐다. 감소폭이 줄었지만 한국의 수출 감소 행진은 지난 6월로서 18개월째를 기록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 <수출 18개월 연속 감소인데…무역흑자 116억달러 사상 최대>(7/1)는 KBS가 받아쓴 산업부 발표에 대해 보도하면서, “수입이 줄고 있는 것은 국내 소비가 줄고, 실물경기가 침체돼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라고 해석했다. 동아일보 <기지개 켜는 수출… “경기회복세 판단은 일러”>(7/2)도 “이를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불안하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기업, 개인 등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불안하다” “발표되는 공식 지표와는 달리 여전히 향후 경기를 어둡게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타 언론은 똑같은 발표를 보도하면서 KBS와 달리 ‘불황’과 ‘우려’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조선‧해운업의 불황과 그에 따른 구조조정은 대규모 실업으로 연결되면서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개선될 여지가 없는 청년 실업과 가계 부채는 고질적인 문제인 내수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대기업 직원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인 심각한 고용 불균형도 해결해야 할 난제이다. 이런 상황은 무엇보다 대다수 국민들의 생계를 피폐하게 한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산업부가 내놓은 최근 1달치의 수출입 동향을 가지고 ‘수출 회복기’ ‘흑자 행진’만 띄워줄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다. 경제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정부의 입만 쳐다보며 ‘장미빛 미래’ 운운하는 KBS의 태도는 심히 부적절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강압에 의해 정부와 해경의 책임을 은폐하고 유가족에 대한 적대적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KBS가, 여전히 청와대와의 ‘커넥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