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TV조선, 채널A, MBN 시사토크쇼의 ‘박유천 성폭행 논란’ 관련 방송 모니터 보고서(2016.6.18)
사건 장소 묘사부터 유흥업소 종업원 인터뷰까지,
박유천 사건에 이성 잃은 종편
그룹 JYJ 멤버인 가수 박유천의 잇단 성폭행 논란이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많은 언론이 이 사건을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와중에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자극적 방송태도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박유천 성폭행 논란이 이슈로 떠오른 직후인 6월 14일~15일 TV조선, 채널A, MBN의 대표적 시사토크쇼를 모니터했다. 해당 기간 대상 프로그램들은 사건이 발생한 유흥업소를 집중 조명하고 자극적 발언을 쏟아내는 등 ‘선정적 보도’에 치중했다.
■ 채널A, 6개 프로그램 중 5개에서 이틀 연속 ‘박유천 성폭행 논란’
민언련은 이틀간 15개 종편 프로그램의 이틀 치 방송(30회 차)를 모니터했다. 그 결과 박유천 아이템을 방송한 회차가 22회로 73.3%에 달했다. 물론 각 프로그램이 다룬 아이템 수를 합치면 206건으로, 여기에 박유천 방송 비율을 살펴보면 10.7%에 그친다. 하지만, 15개 방송의 30회차에서 무려 22회차에서 박유천 아이템이 다루어졌다는 것은 과도한 관심을 보였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종편 3사의 프로그램 중 이번 논란을 가장 집중적으로 방송한 곳은 채널A였다. 총 12차례 방송횟수 중 무려 11번을 다뤘다. TV조선은 10차례 중 7번, MBN이 8차례 중 4번을 각각 방영했다. 이틀 연속 박유천 성폭행 논란을 방영한 프로그램의 비율 역시 채널A가 가장 높았다. 채널A는 전체 6개 프로그램 중 <직언직설>, <아침경제 골든타임>, <시사인사이드>, <뉴스특급>, <뉴스TOP10> 등 5개 프로그램이 연 이틀 이번 이슈를 다뤘다. 뒤를 이은 MBN은 4개 프로그램 중 절반인 <뉴스파이터>, <뉴스 BIG5>가 이틀 간 전파를 탔다. TV조선은 5개 프로그램 중 <윤슬기의 시사Q>, <이슈본색> 등 2개 프로그램이 연속 방영됐다.
■ 종업원의 자극성, 추측성 발언 그대로 전달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업소를 찾아 다른 종업원의 자극적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6/15)과 <뉴스7>(6/15)은 사건이 일어난 업소의 종업원을 인터뷰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손님들도 여기저기 진상들도 많고 그러다보니까 이런 일은 거의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화장실 사건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화장실에서 놀고 그냥 나갔죠. 나 몰라라 하고. 2차를 안 가고 막, 2차는 나가서 완전히 나가야 주는 건데,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이제 화장실 안이니까, 2차비를 받고 명분을 하는 그런 공간은 아니죠”라는 것이다.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해 줄 목격자 진술이 아무리 필요하다고 해도 업소의 영업 형태와 당시 성관계 사실을 암시하는 말을 그대로 전한 것은 부적절하다.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06/15)도 업소 종업원 단독 인터뷰를 통해 “성폭행은 아닌 거 같아요. 왜냐하면 성폭행은 소리만 질러도 화장실을 저희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소리 지르면 저희가 한두 명이 아니기 때문에”라는 발언을 보도했다.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성폭력이 아니라고 단정한 종업원의 추측성 발언을 그대로 전한 것이다.
TV조선의 <이슈본색>(6/15)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화장실에서 이렇게 한다는 것은 (여종업원이)2차를 나갈 마음이 없었던 거 아니냐”라는 남자 종업원의 발언을 취재기자가 고스란히 전했다. 방송사들은 박유천 사건에서 성폭행 여부에만 관심이 있을 뿐, 성매매 행위에 대해서는 마치 아무 문제도 아닌 것처럼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성행위를 원한다면 비용을 지불하고 나갔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라는 종업원 인터뷰를 전하는 것 역시, 성매매에 대한 저급한 인식을 보여준다. 이런 대화는 사적인 자리에서나 해야 할 수위의 이야기이다. 방송에서 ‘돈을 주고 2차를 나가는 성매매는 괜찮고, 화장실에서 적절한 돈을 지불하지 않고 성행위를 했으니 성폭력일 것이다’라는 식의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이들의 낮은 인권 감수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 선정적 언어에 집착하는 앵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앵커의 발언 역시 자극적이었다. 특히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6/15)의 앵커 김광일은 패널로 나온 노규식 의학박사에게 “그러니까 지금 2차라고 종업원이 얘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성행위를 말하는 것이죠?”라고 묻는가 하면, “(종업원)말 중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랬어요. 그건 손님과 여종업원 사이에서 성행위를 한다 이런 뜻입니까?”라고 거듭 물었다. 게다가 “2차를 가려면 그 테이블에서 빠져 나간다 이런 (종업원의) 얘기도 있는데, 그러니까 종업원과 손님이 서로 대가를 치르고 주고받고 하면 나가서 할 수도 있다 뭐 이런 얘기 같아요”라며 성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 해석도 내놨다. 김광일 앵커는 스스로 “방송부적절 언어가 좀 섞여 있긴 하지만…”이라면서도 거침없이 패널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이 같은 논의 전개는 현행법 상 불법인 성매매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비판적 접근이나 문제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진행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MBN <뉴스파이터>(06/14)의 김명준 앵커 역시 피해여성이 경찰에 성폭행 증거자료로 자신의 속옷을 제출했다는 사실을 주요 논점 중 하나로 제시해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논의를 이끌었다. “여성이 속옷을 제출했잖아요? 그러면 우리 솔직하게 톡 까놓고 이야기 할게요. 쉽게 말하면 박유천씨 관련한 체모가 나온다던지 아니면 체액이 나온다던지 그 증거를 본다는 거에요?”라는 말했다. 굳이 이런 표현을 사용해가며 방송을 이어가는 목적이 공익인가? 그저 흥미위주의 선정적 방송을 하면서 시청률을 높여보려는 수작은 아닐까?
■ 텐카페, 텐프로… 흥미 유발 소재에 혈안
프로그램들은 사건이 벌어진 유흥업소의 성격과 운영방식에도 지나치게 초점을 맞췄다.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단지 흥미 유발에 무게를 둔 소재를 언급해 시청자들의 관음증을 자극한 것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채널A <쾌도난마>(6/14)다. 이용환 앵커는 “사건이 발생한 이 업소 같은 경우는 ‘텐카페’라고 불리는데 VVIP만 출입할 수 있는 아주 고가라 그러더라구요”라며 운을 떼자, 패널인 백현주 대중문화전문기자는 “어두컴컴한 지하창고 내려가서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면 황제들이 머물 것 같이 성처럼 되어있다. 안에 인테리어도 화려하고. 아무튼 텐프로가 사그라들고 텐카페가 라이징하면서 북창동식 풀사(?)로 해서 굉장히 돈을 많이 쓰는 소위 유흥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선호하는 곳으로…”라며 업소 내부구조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MBN <뉴스 BIG5>(6/14)에 출연한 하재근 사회문화평론가 역시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는 것이 이런 곳에 있는 룸에 딸린 화장실이 굉장히 협소하지 않느냐. 사실은 아닐 것이다 하는 추측들을 많이 하는데 거기서 성폭행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냐 하는 의문들이 나오고 있다”라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모두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라는 말로 포장한 선정적 보도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TV조선은 이런 흥미 위주 소재를 다루면서 업소 현장과 내부 화장실, 당시 상황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하며 관음증을 극대화 하는 데 집중했다. <윤슬기의 시사Q>, <뉴스를 쏘다>, <이슈본색>(6/14) 등은 3차원 그래픽으로 당시 업소 내 화장실에서 여성이 손을 저으며 저항하는 가운데 한 남성이 여성의 허리를 껴안는 모습을 반복해 보여주거나, 업소에 들어가 촬영한 모습을 현란한 카메라워킹으로 묘사했다. MBN <뉴스 BIG5>(6/14)도 저항하는 여성의 허리를 안는 박유천의 모습을 이미지로 만들어 방영했다. MBN은 같은 프로그램에서 해당 업소를 설명하며 ‘1인당 50만원 내외’, ‘방 10개, 각방에 작은 화장실 위치’, ‘여성종업원, 명문대 유학파 다수’ 등 세세한 사항까지 그래픽으로 정리해 내보냈다.
모든 연령 시청할 수 있는 시사토크쇼에서 할 만한 내용일까?
이번 사건을 다루는 종편의 보도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사건의 피해자에 인 유흥업소 여성의 인권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여성이 유흥업소 여성이 아니라면 과연 이렇게까지 성관계 여부와 화장실 운운하는 내용 등 구체적인 내용이 쏟아져 나올 수 있었을까. 이들의 태도에는 유흥업소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라는 점에서 이 정도의 표현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예컨대 유흥업소 TV조선 <뉴스를 쏘다>(6/14) 중 웃음소리가 들렸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이 “접대하는 여성이 원치 않는데도 불구하고 화장실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라고 말하자 엄성섭 앵커가 ”화장실에서?“라며 반문했고 이에 김복준 연구위원이 ”예 화장실 안에서. 그것부터도 참 그런데요“라고 말하면서 피식 실소를 한 것이다. 화장실 안에서 성관계를 한 것이 참 어처구니없다는 의미의 실소일 수 있지만, 타인의 성폭행은 이야기하면서 웃음이 터진다는 것은 적절치 못한 태도이다. 방송에서 성폭행을 다룰 때에는 최대한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고, 신중하게 다뤄야한다. 또한 이번 사건이 경우 피해여성이 유흥업소 종사자라는 이유로 그녀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그녀의 인권보호에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의 방송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35조(성표현) 2항 “방송은 성과 관련된 내용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되며 성을 상품화하는 표현을 하여서도 아니된다”와 제27조(품위유지) 4항 “성기, 성행위, 신체 접촉 또는 외석적 내용 등에 대한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언급” 5항 “그 밖에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을 위반한 것이다. 또한 종편들이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사실상 모든 연령대 시청 가능으로 봐야한다는 점에서, 이런 내용을 방송한다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처사다. 성매매가 엄연히 불법인 현실에서 이들은 성매매 자체의 불법성은 제쳐두고 성매매업소를 홍보와 가까운 태도를 보이며 성매매를 희화화했다. 청소년들에게 매우 부적절한 내용, 방송에서 다루기 매우 부적절한 표현들을 서슴지 않고 나눈 점도 문제이다. 민언련은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