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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결합상품으로 전기‧가스료 인하’? KBS의 편파 보도(2016.6.15)■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6/14)
‧ KBS <전력‧가스 ‘민간 개방’…석탄 생산 감축>(톱보도, 김귀수 기자, https://me2.do/IxR4bLz5), <“공공개혁 끝까지 추진…민간 변화 유도”>(2번째, 최동혁 기자, https://me2.do/xIuzZO0O)
공기업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되자 KBS가 또 정부의 치부는 숨기고, 정부가 그리는 청사진만 부각하는 보도를 내놨다. KBS는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공공기관에 대한 임금피크제 및 성과연봉제 강행 등 정부의 경제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정부에 쏟아지는 비판에 침묵한 채 정부의 계획만 받아 적었다. 14일,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열고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 중에는 공공재인 전기와 가스를 민간에 개방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은 한전만이 팔 수 있는 전력(소매)을 단계적으로 민간도 팔 수 있도록 하고 연내 산업통상자원부가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했다. 가스공사가 독점해온 가스 도입·도매 분야는 ‘민간 직수입제도’를 활성화한 뒤 2025년부터 민간에 개방한다. 정부는 전기와 가스의 민간 개방에 대해 “경쟁체제가 되면 에너지산업의 효율성이 높아져 요금이 인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공사 등 에너지관련 공기업의 조직과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계획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으로 부실해진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가스공사 등은 한 때 통폐합까지 거론되며 존치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일단 부실자산 정리와 대규모 인력 감축 등 혹독한 구조조정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날 워크숍은 채널A를 제외한 6개 방송사가 모두 보도했다. SBS가 3꼭지, KBS, MBC, JTBC, TV조선이 각 2꼭지, MBN이 1꼭지를 보도했다. 관련 내용을 톱보도로 배치한 방송사는 KBS, SBS, TV조선이다. KBS, MBC, SBS, TV조선의 경우 워크숍을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만을 전한 보도를 1건 따로 마련했다. 이들 보도 중 KBS의 ‘관제 방송’ 행태는 독보적이다. KBS는 에너지관련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다루면서, 전기‧가스 산업의 민영화 및 가격 인상 가능성, 대규모 인력 감축에 따른 부작용 등 문제점을 모두 외면했다. 특히 민영화로 인한 가격 인상 가능성의 경우, 그간 KBS와 비슷한 태도를 보이던 MBC마저도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전기 요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라는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의 인터뷰를 덧붙였다. SBS도 가격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KBS는 이런 지적조차 싣지 않았다. 대통령 발언한 내용에 대해서도 여러 비판이 제기됐지만, KBS는 일방적으로 대통령 발언만 전했을 뿐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과 대통령 발언을 받아쓰기만 하는 행태는 사실 MBC, SBS, TV조선, MBN 보도에서도 드러났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MBC, SBS는 전기‧가스의 가격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최소한의 반론을 덧붙인 점, TV조선과 MBN은 전기‧가스 민간 개방을 아예 다루지 않아 보도의 균형을 따지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받아쓰기를 넘어 정부안을 선전하는 수준까지 나아간 KBS의 태도가 가장 두드러졌다.
구체적으로 KBS 보도를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톱보도 <전력‧가스 ‘민간 개방’…석탄 생산 감축>에서는 전기‧가스 민간 개방과 석탄공사의 폐쇄 수순을 주요하게 다뤘다. 김귀수 기자는 “전력시장이 민간에 개방되면 민간사업자가 전기 도매시장인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산 뒤 가정에 소매로 전기를 팔 수 있게 됩니다. 가스도 2025년부터 민간사업자가 직접 수입해 도매로 판매할 수 있게 됩니다”라고 전한 뒤 “이렇게 되면 전기 판매업자가 가스회사나 통신사와 손잡고 기존 가격보다 싼 결합상품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를 대신해 ‘가격 인하 효과’를 선전한 것이다. 반면 전기‧가스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와 공공재 민영화 논란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김 기자는 이어서 에너지관련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석탄공사는 사실상 폐업 수순” “무리한 투자로 부실을 키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등의 해외자원개발 기능은 대폭 축소”라고만 간략하게 정부안을 전달했다. 대규모 해고에 따른 부작용은 역시 다뤄지지 않았다.
다음 보도인 <“공공개혁 끝까지 추진…민간 변화 유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옮겼다. “2년 만에 다시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비율이 200% 아래로 떨어지고,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청년일자리가 늘어났다며, 그동안의 개혁성과를 평가” 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개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공공개혁을 끝까지 추진해 달라고 당부” “무엇보다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공공기관의 무사안일주의를 깨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 등 대통령의 ‘자화자찬’과 성과연봉제 도입 지시를 그대로 전했다.
KBS를 비롯한 방송사들이 은폐한 정부안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공공기관 기능조정의 두 축은 전기‧가스의 민영화와 에너지 분야 공기업의 대량 해고이다. 정부는 해외 사례를 들어 민간 기업이 전기, 통신, 가스 등이 결합된 상품을 내놓아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지만 재벌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서 결국 대기업 독점에 의해 전기‧가스 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전기와 가스는 공공재라는 특성상, 그동안 정부 보조를 통해 원가 인하로 공급해왔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가격 현실화, 즉 가격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대기업 특혜, 공공재 민영화라는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규모 인력 감축이 예고된 석탄공사, 석유공사 등 공기업 구조조정 역시 논란에 휩싸였다. 광물자원공사의 부채비율이 6900%에 이를 정도로 부실이 심각했던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실패를 결국 노동자와 국민의 부담으로 돌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노조의 반발을 의식한 듯 공기업 통폐합 계획은 철회했지만 결국 해체 수준의 혹독한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1조6천억 원의 부채를 진 석탄공사는 신규채용이 금지된 채 단계적 정원 축소에 돌입하면서 사실상 폐쇄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도 각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청년일자리가 늘어났다’고 주장했지만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5월 청년실업률은 9.7%로서 1999년 6월 실업자 기준을 구직 기간 1주일에서 4주일로 바꾼 이후 5월 기준 사상 최고치이다. 이 통계청의 수치마저도 한국의 실질적인 청년 실업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다. 대통령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지시하며 공기업 노동자를 ‘신의 직장’, 즉 기득권으로 규정한 데 있어서도 정부 정책 실패에 따른 공기업의 적자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린다는 비판이 일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실질임금 인상률이 물가인상률에도 못 미치고 있는 노동자들의 상황을 무시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8일, 근로자 측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은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동관계법상 효력이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은 대통령 발언만 따로 다룬 지상파 3사와 TV조선 보도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정부는 노동개혁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주요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정부와 재계의 책임은 회피한 채, ‘귀족노조’ 프레임을 앞세워 정규직 노조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노동자 서민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 공론의 장을 열어 정부정책의 장단점과 문제점, 대안을 제시해야 할 공영방송 KBS는, 제 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들 (6/14) 없음
■ 민언련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6/14) 없음
■ 민언련 오늘의 강추 방송 보도들 (6/14) 없음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