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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여권후보 밀어주고 야권후보 비난하는 TV조선의 ‘대선 여론전’(2016.6.13)■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6/10~12)
‧ TV조선 <문 “구의역, 지상의 세월호” 논란>(6/12, 6번째, 윤동빈 기자, https://me2.do/GdEqHIo0), <벌써부터 ‘인기 영합주의’>(6/12, 7번째, 백대우 기자, https://me2.do/xy8W6Qzg)
대선을 염두에 둔 TV조선의 여론몰이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에 대해서는 흑색선전에 가까운 공세를 펼치는가 하면, 여권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반기문 UN사무총장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띄워주는 보도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12일 TV조선은 야권 대선 주자들에게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보도를 2건 내놨다. 게다가 비판의 근거도 비약이거나 부당했다. TV조선 <문 “구의역, 지상의 세월호” 논란>은 문재인 전 대표의 SNS을 언급하며 그를 비판했다. TV조선은 문 전 대표가 “구의역 스크린도어 비정규직 사망 사고는 '지상의 세월호”라고 썼다면서 이에 대해 “이번 사고의 직접적 당사자인 서울메트로의 관리 부실과 서울시의 낙하산 인사는 외면한 채 정부와 여당에 비난의 화살을 돌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모든 걸 정부 여당 탓으로 끼워 맞추는 논리 비약”이라는 새누리당 입장도 덧붙였다. 또 문 전 대표가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중 하나인 부산 가덕도에 방문해 “부산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친박 핵심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말했다고 전한 뒤, 여기에도 “음모론”이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민감한 현안마다 지나치게 선동적이고 인기영합적인 발언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라며 맹비난했다.
그러나 이는 문 전 대표의 글 일부만을 발췌해 의도를 왜곡한 것이다. TV조선이 맹비난한 문 전 대표의 글 전체의 제목은 ‘4‧16 단원고 약전’이다. 글 자체의 의도는 경기도교육청이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발간한 <416 단원고 약전>을 소개하고 자신의 소회를 밝히는 데 있었다. 문 전 대표는 <약전>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오로지 이윤, 탐욕, 무능 때문에…. 그렇게 참혹한 일을 만들어놓고도 정부는 반성할 줄 모르고 오히려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있다”고 표현했고 그 연장선에서 구의역 참사를 언급했다. 구의역 참사 역시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라고 강조했고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 <약전>의 목적”이라며 글을 맺었다. TV조선은 글의 핵심 주제인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은 쏙 빼놓고 구의역 참사를 세월호에 비유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서울메트로 관리에 실패한 박원순 시장의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TV조선의 주장도 지나치다. 구의역 참사에서 ‘메피아’ 문제를 모르고 있었다는 박원순 현 시장도 책임을 피할 순 없으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08년부터 서울메트로의 적자를 줄이겠다며 정규직 축소와 안전업무 외주화에 착수한 사실, 생명안전업무 종사자를 정규직화하는 법안이 19대 국회에 제출됐지만 정부가 부정한 사실 등 정부‧여당의 근본적인 책임도 막중하다. 따라서 정부‧여당을 비판한 문 전 대표를 무조건 몰아세운 TV조선은 결국 정부‧여당의 책임을 감싸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에 대한 문 전 대표가 ‘음모론’을 제기한다고 한 대목도 부당한 비판이다. 대표적인 ‘친박계’ 조원진 의원이 지난 3월 29일 신공항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킨 바를 생각하면 TV조선이야말로 음모를 은폐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TV조선이 야권 대선 주자의 SNS 글의 극히 일부를 트집 잡아 흑색선전을 편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다음 보도는 더 황당하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비난 보도 바로 다음에 따라온 TV조선 <벌써부터 ‘인기 영합주의’>는 “문 전 대표 뿐 아니라 다른 대선 예비 주자들도 지역 현안이나 복지 정책 등에서 '여론 영합주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라며 다른 대선 예비 주자들의 ‘포퓰리즘’을 짚고 있다. 하지만 비판의 대상은 모조리 야권 인사들이다.
TV조선은 먼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 “7월부터 미취업 청년 3000명에게 총 9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1인당 최대 300만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그런 박 시장을 감쌌기 때문에 역시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구직 청년들에게 6개월간 총 300만원을 주고 취업 후 갚는 ‘후납형 청년구직수당’ 공약을 발표”했기 때문에 포퓰리즘으로 몰았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조선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해 "근로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 노조 입장만 들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TV조선의 논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극심한 양극화와 폭발 직전의 가계부채에 처한 국민들에게 복지를 확대하고, 대규모 실업자들을 발생시킬 구조조정에 노동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자 한다면 모두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TV조선이 경제적으로는 기득권 계층에, 정치적으로는 현 정부에 완전히 편향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야권 후보에 이렇게 허술하면서도 부당한 흑색선전을 늘어놓은 것과는 다르게, TV조선은 반기문 UN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철저히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5월 27일 TV조선 <TK 의원들과 ‘잇따라 식사’>은 잠시 방한한 반 총장의 행보를 일일이 읊으면서 “반 총장은 최근 야권의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대표와의 3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자의 84%, 국민의 당 지지자의 25%에서 지지를 받는 것”이라고 잔뜩 힘을 실은 바 있다. 6월 10일에는 <안철수 지지도 반토막>에서 “지난달 한국을 방문하면서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 “지난달 조사에서 1위였던 안철수 대표는 지지율이 반토막나면서 10%로 추락”했다며 반 총장과 안철수 대표를 대조해 반 총장을 한껏 띄웠다. 6월 12일 <“내 삶은 괘종시계”…또 ‘반반화법’?>(6/12)에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9년을 회고”했다며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세계 평화와 인권을 위해 모든 정력을 쏟아부었다며, 다음날 일정을 위해 자정을 넘기는 일은 부지기수였다고 답” “유엔 관계자들은 반 총장이 한국 출신이라는 점이 열정적인 업무 스타일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등 찬사를 쏟아냈다. 반면 TV조선은 “역대 최악의 유엔 사무총장 중 한 명”(이코노미스트 2016.5.21.), “유엔의 투명인간”(월스트리트저널 2009.7.14.) 등 해외 언론의 혹평이나 임기 내내 지적된 강대국 눈치 보기, 지나친 친미 성향 등의 비판점을 다룬 적이 없다. TV조선이 아무리 새누리당의 대권 주자를 지지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비판에 대한 형평성 있는 기준과 근거는 지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TV조선은 ‘새누리당 기관방송’ 또는 ‘지라시’라는 세간의 비판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6/10~12)
‧ 채널A <역대 최대 규모 ‘동성애 축제’ 충돌>(6/11, 톱보도, 윤수민 기자, https://me2.do/G09idLhB)
11일, 서울 시청 광장 앞이 무지개 색으로 물들어 화합과 연대의 장이 펼쳐졌다. 17회를 맞이한 ‘퀴어문화축제’에 성소수자 단체, 인권·노동·시민단체, 대사관, 대학, 종교기관, 연구회 등 각계각층을 망라한 시민들이 모인 것이다. 주최 측 추산 5만 여명의 인파에는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기독교 단체들도 있었고 주한 미국, 호주, 뉴질랜드, 유럽연합(EU) 등 14개국 대사관도 참여했다.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직접 현장에 찾아와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계속 힘써 달라”며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를 격려했다. 104개에 이르는 부스에서는 춤과 노래는 물론 차별에 저항하는 퍼포먼스가 이뤄졌고 2.5km에 이르는 ‘퀴어 퍼레이드’도 진행됐다. 어김없이 보수 기독교 단체가 주축이 된 반대 세력이 북을 치며 ‘퀴어문화축제 개최 환영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방해하고 축제에 난입하려다 경찰에 제지를 받았다. 다행히 경찰이 2000여 명의 병력을 미리 투입해 축제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평등과 화합, 연대의 물결이 이어진 하루였지만 11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는 ‘충돌’만이 집중적으로 보도됐다. 축제의 주인공인 성소수자들의 목소리 대신,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세력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화면에 담기기도 했다. MBC를 제외한 6개사가 이날 퀴어문화축제를 보도했는데 JTBC와 TV조선을 제외한 4개사의 보도 제목은 모두 ‘충돌’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SBS는 <또 충돌 부른 성소수자 퍼레이드>라는 제목을 붙여 마치 퀴어문화축제가 충돌을 야기한 것처럼 왜곡했다.
△ 6월 11일 KBS, SBS, 채널A, MBN의 ‘퀴어문화축제’ 관련 보도 제목 비교
보도 내용에서 가장 심각한 왜곡이 드러난 것은 채널A이다. 정연욱, 황수연 두 앵커는 “오늘 서울광장에선 역대 최대규모의 동성애 축제가 열렸습니다. 이에 맞서 일부 기독교, 보수 단체들이 길 건너편에서 맞불집회를 열어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이 벌어졌는데요. 서울 광장 주변은 하루 종일 고성이 오갔고, 교통정체도 이어졌습니다”라는 말로 보도를 시작해 애초에 ‘퀴어문화축제’를 ‘충돌’과 ‘민폐’로 묘사했다. 윤수민 기자의 리포트 역시 “경찰 추산 9천여 명, 주최 측 추산 6만여 명의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14개 국가 대사관도 행사부스를 마련했습니다”라는 짧은 설명으로만 축제의 현장을 전한 뒤 보도 내내 ‘충돌’과 ‘반대 세력’의 목소리만 조명했다. 축제 조직위나 참가자의 인터뷰는 단 한 마디도 싣지 않은 반면, 반대자의 목소리는 “동성애는 오늘날 우리 사회와 다음 세대인 우리 자녀들을 일탈된 성문화에 빠져들게 하고, 윤리적 근간을 붕괴시키는” “동성애는 죄이기 때문에 저희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등 두 차례나 화면에 담았다.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축제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곳곳에서 고성이 오가고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일부 동성애 반대집회 참가자들은 퀴어문화 축제 현장으로 들어가려다 저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등 반대 세력에 의해 촉발한 충돌을 애써 부각하기도 했다. 보도 말미에서는 “서울광장 주변에 모인 동성애 반대 집회에 참가자들은 경찰 추산 2만여 명에 달했습니다. 반대집회 참가자들은 퀴어문화축제 '거리 행진'에 대항해 '맞불 거리행진'도 진행했습니다”라며 반대 세력의 집회 규모를 부풀리고 ‘맞불 거리행진’을 강조했다. 성소수자 차별 철폐와 평등과 같은 축제의 취지는 완전히 무시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만 전한 왜곡 보도이다. 이날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프리허그를 진행하며 성소수자들에게 “엄마는 널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단다”라는 메시지를 전해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이런 모습은 채널A를 비롯한 모든 방송 보도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이날 똑같이 충돌에 초점을 맞춘 KBS, SBS, TV조선, MBN의 보도 역시 부적절했으나 이 방송사들은 최소한 퀴어 축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보도에 담기는 했다. 채널A만 최소한의 균형마저 무시한 것이다. 한편 이날, JTBC만이 <서울광장 성 소수자 축제…큰 충돌 없어>라는 보도 제목으로 평화로운 축제였음을 알렸고 행사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6/10~12) : 없음
■ 민언련 오늘의 강추 방송 보도(6/10~12) : 없음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