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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 용서받지 못할 보도, 채널A의 ‘성폭행 2차 가해 보도’(2016.6.8)
등록 2016.06.0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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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6/7)
‧ 채널A <단독/“성폭행 의도” 계획 범행 시인>(2번째, 김기정 기자,
https://me2.do/GzHPEP6F), <“꼬리 쳤다” 황당한 감싸기>(3번째, 김철웅 기자, https://me2.do/GC19vWhx)
학부형 3명이 교사를 성폭행 해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한 전남 섬 마을 성폭행 사건에서 언론은 사실상의 ‘공범’이 되고 있다. 6월 3일 ‘만취한 20대 여교사 몸 속 3명의 정액…학부형이 집단 강간’이라는 야만적인 보도 제목을 뽑은 헤럴드경제의 보도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나 다름없었다. 방송 보도에서도 이런 행태가 반복됐다. MBN은 6일 시사토크쇼 <뉴스&이슈>에서 “뭐 서울에서는 묻지마 해서 막 사람도 죽이고 토막 살인도 나고 그러는데,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와 같이 가해자를 두둔하는 주민들의 발언을 보도했고, 저녁종합뉴스 <뉴스8>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보도했다. 게다가 MBN은 이런 자사 방송을 재가공한 <신안군 여교사 성폭행 사건, 마을주민 "젊은 것들이 그럴 수도 있지">(6/8, 디지털뉴스국 홍두희 인턴기자, https://me2.do/xtXjN7aX)라는 보도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후진적인 인권 의식을 드러내는 이런 보도에 국민들의 지탄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방송사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6일, MBN에 이어 7일에는 채널A가 믿기 어려운 보도를 내놨다. 채널A <단독/“성폭행 의도” 계획 범행 시인>는 경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지난달 21일 밤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술자리에 동석했던 A씨”를 만나 “생생한 증언”을 담았다고 내세운 단독보도이다. 박상규 앵커는 보도를 시작하면서 A씨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경찰은 계획적 성 폭행임을 확인”했다며 경찰 조사 결과를 전하는 듯 했으나 정작 리포트 내용은 A씨의 가해자 두둔 발언뿐이다. A씨의 발언은 “다 착실한 사람들이잖아요. 기사 난 건 60~70% 과장해서 나오고 있어요. 이상한 쪽으로 나가고” “바래다주면서 선생님 잘 잠그고 주무시라고 그랬는데도. 그냥 열어주니까, 순간적으로 같이 술 먹다 우발적으로” 등의 내용이다. 더 황당한 것은 보도를 시작할 때는 앵커가 “생생한 증언”이라고 소개한 이 발언들을 리포트의 기자는 “신빙성이 없는 내용”이라 묘사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말을 덧붙인다고 해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하는 내용을 보도로 낸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게다가 채널A는 A씨의 발언을 전하면서 화면에 재연 장면까지 삽입했다. 가해자 3명이 만취해 고개를 숙인 피해자에게 술을 먹이는 모습과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들이다.

 

△ 채널A <단독/“성폭행 의도” 계획 범행 시인>(6/7)

 

이어진 보도는 더 심각하다. 채널A의 ‘2차 가해’는 전날 MBN보도보다도 훨씬 더 심각하다. <“꼬리 쳤다” 황당한 감싸기>에서 김철웅 기자는 절대로 옮겨 담아서는 안 될 2차 가해 발언들을 모두 전했다. 김 기자가 전한 주민들의 “남자들이니까 아시잖아요. 혼자 사는 남자들이… (나이가) 80이라도 그런 유혹 앞에서는 견딜 수도 없어” “여자가 꼬리치면 안 넘어올 남자가 어디 있어. 어린 애도 아니고 그 시간까지 같이 있을 때는”라는 발언은 언론보도가 아니라 사적인 관계에서 옮기더라도 매우 부적절한 내용들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인권보도준칙’의 세부기준으로 발표한 <성폭력 범죄보도 세부 권고 기준>의 총강 5항은 “언론은 성범죄를 보도할 때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존중해 보도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 실천요강 5항도 “언론은 성범죄의 범행동기를 개별적 성향 -가해자의 포르노, 술 , 약물 등 탐닉, 자제할 수 없는 성욕 등-에 집중함으로써 성폭력의 원인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강화하거나 가해자의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채널A의 두 보도는 이런 규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행태이다. 2차 가해 발언의 주체인 주민보다 이런 발언을 전 국민에게 화면으로 전한 채널A의 2차 가해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수준이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6/7)
JTBC <단독/‘통제 강조’ 공무원 교재 논란>(4번째, 정해성 기자,
https://me2.do/xUr7Er2L), <‘국민 주권’ 언급 없이…>(5번째, 임진택 기자, https://me2.do/xcrcuPPj)
JTBC가 뒷걸음질 치는 한국 민주주의의 단상을 폭로했다. “현재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신입 5급 공무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교육 교재”에서 국가주의적 내용과 역사적 통념과 어긋나는 내용은 물론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부분까지 다수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공직사회 부패가 교육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 정부가 얼마나 편향된 관점을 지니고 있는지 증명하는 고발이다.


JTBC <단독/‘통제 강조’ 공무원 교재 논란>를 시작하며 손석희 앵커는 “국가는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가, 아니면 통제하는가…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어떤 답을 갖고 계신지요?”라고 묻고는 “공무원들은 국가가 시민을 통제한다고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 JTBC <단독/‘통제 강조’ 공무원 교재 논란>(6/7)

 

정해성 기자는 “국가를 '일정 지역을 지배하는 최고 권력에 의해 결합된 인류 집단'으로 규정” “'최고 권력의 지배'를 언급했을 뿐 국민이나 주권 등 보편적으로 국가를 설명하는 개념은 빠져” “개인과 집단에 대한 통제를 강조” 등 공무원 교재의 국가주의적 내용을 화면으로 보여줬다. 또한 “김구 선생은 중국의 지정학적 가치를 더 중시한 반면 이승만 전 대통령은 보다 더 거시적인 시야를 갖고 있었다”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보수 편향적 해석도 있음을 덧붙였다. 심지어 현재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자랑스런 한국인’에 소개되어 있고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다음 보도 <‘국민 주권’ 언급 없이…>에서는 임진택 기자가 스튜디오로 나와 더 구체적인 분석을 내놨다. 임 기자는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의 현 원장인 옥동석 씨가 “2012년 새누리당 정부개혁추진단장을 거쳐 현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을 지냈”다고 밝히고 문제의 교재가 “최근 마친 3주 합숙 교육 때 쓰여진” “내부 교재”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관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받지 못했고요. 결국 최근에 국회를 통해서 입수”했다는 취재 과정도 전했다. 이어서 “(국가를)어떻게 묘사하든 영토와 국민, 그리고 국민으로부터 나온 주권, 주권을 위임한 권력,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게 학계들의 견해” “적지 않은 학자들이 이 교재 전반적으로 국가주의적인 뉘앙스가 있다고 우려”라며 현행 공무원 교육 교재가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또 앞선 보도에서도 언급했던 “3장이 '위대한 대한민국'”의 “개별 집단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통제가 실패했을 때 사례로 소말리아의 사례를 들어 경계를 하는 내용이 나오고요. 다시 또 한 장을 넘기게 되면 '어느 날 국가가 사라진다면?'이런 질문을 신입 공무원에게 던지게 됩니다”라는 추가적인 설명을 통해 “대학 교육을 마치고 바로 입직한 공무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되겠는가를 우려”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보도 말미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인 긍정 평가에도 “독재라든지, 탄압 그리고 탄압에 이은 4·19혁명 등은 역사적 사실인데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지적했고 반기문 총장이 위인으로 소개된 부분에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