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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노동자 죽음 모독하고 구조적 문제 외면한 MBN‧TV조선(2016.5.30)
등록 2016.05.3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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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5/27~29)
MBN <안전수칙 또 어겼다>(5/29, 19번째, 신지원 기자,
https://me2.do/F87hTzMs), TV조선 <‘안전 매뉴얼’ 또 안 지켰다>(5/29, 11번째, 이다솜 기자, https://me2.do/FyYqkO6X)
지난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용역업체 노동자가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이 사건을 보도하는 TV조선의 MBN의 태도는 참담하다. 두 방송사는 비정규직으로서 과도한 업무를 담당하다 지하철에 치여 20m를 끌려가 숨진 피해자에게 죽음의 책임을 물었다. 개인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사고라는 것이다.


이번 사고의 피해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세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였다. 서울메트로노조는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및 관리를 외주 용역업체에 맡기는 방식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용역업체를 선정할 때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하고, 정비를 대부분 용역 업체의 비정규직들이 담당하며 암묵적으로 신속한 업무를 종용하는 등 전반적인 노동 환경이 2인 1조 안전수칙이나 상황실과의 소통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서울메트로와 달리 5, 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의 경우 자사 정규직을 통해 스크린도어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 노조는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직접 관리와 임금 및 노동환경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뿌리 깊은 하청 및 비정규직 고용 체계가 또 한 번의 참사를 부른 셈이다.


하지만 TV조선은 “김 씨가 혼자 사무실에서 스크린도어 열쇠를 가져갔지만 직원 누구도 두 명이 작업하는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작업 보고서를 미리 작성하지 않는 것을 지적한 사람도 없습니다”라며 피해자의 과실을 전했다. “역 사무실에 있던 직원 3명은 사고가 날 때까지 문이 고장난 것도 몰랐습니다”라며 다른 역무원들의 책임도 물었다. 그나마 TV조선은 이렇게 ‘개인의 책임’을 나열한 후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강남역 사고 이후 용역 직원 28명을 늘려주겠다고 했지만 비용 등 문제로 17명 증원에 그쳤습니다”라며 서울메트로의 책임을 끼워 넣기는 했다.


더 황당한 것은 MBN이다. MBN은 “열차가 들어오는지 감시하는 직원과 정비작업을 하는 직원이 2인 1조로 일해야 한다는 규정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홀로 작업에 나선 김 씨는 역무실에 '2명이 왔다'고 말한 뒤 작업일지도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업 전, 규정을 어기고 역무실에만 통보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등 피해자의 잘못만을 언급하면서 사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피해자에게 돌렸다. 서울메트로의 하청 실태와 열악한 노동환경은 단 한 마디도 지적하지 않았다.

 

△ MBN <안전수칙 또 어겼다>(5/29)

 

29일, 지상파 3사와 JTBC는 모두 스크린도어를 외주에 맡긴 서울메트로의 관리 부실을 따로 1건을 떼어 보도했다. 특히 JTBC의 경우 “혼자 작업을 해도 항상 초과근무를 했고, 밥 먹을 시간조차 부족했다” “김씨가 월급 140여만원을 쪼개 동생을 도와 왔다”는 유가족의 입장까지 전달하면서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도하려 노력했다. 채널A는 단 1건도 보도하지 않아 사안 자체를 외면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비정규직으로 내몰려 ‘사회구조적 참사’를 당한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TV조선과 MBN의 보도태도는 사실상 노동자의 죽음을 모독한 것이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들(5/27~29)Ⅰ정부 뜻대로 안 되면 무조건 ‘최악’? KBS‧MBC의 어깃장, ‘불황이 휴가 보내준다’는 MBC, TV조선과 채널A의 ‘박원순 혐오’


‧ MBC <대통령 ‘상시청문회법’ 거부권 행사>(5/27, 톱보도, 박상권 기자, https://me2.do/53k3zIFk), <여 “대통령 고유 권한”…야 “재의결 추진”>(5/27, 2번째, 정동욱 기자, https://me2.do/5yLmNiHv), <‘자동폐기’ 대 ‘재의결 가능’…선례 전무>(5/27, 3번째, 이준희 기자, https://me2.do/5Cd06cer)
27일, 에티오피아를 방문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국회 상임위원회의 청문회 개최를 활성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아래 ‘상시청문회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박 대통령은 ‘상시청문회법’ 재의 요구안을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예정에 없던 ‘기습 국무회의’를 통해 이를 의결했다. 회기 만료를 불과 이틀 남겨둔 19대 국회가 사실상 문을 닫은 시점을 노려 청와대가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지난해 6월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이은 2번째 ‘거부권 행사’이다. 야권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거부권 행사” “꼼수 국무회의” “대리 거부권”이라며 강력 반발했고, 20대 국회에서의 재의결을 선언했다. 반면 여당은 “거부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를 내세워 청와대 입장을 대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주호영, 김재원 의원 등 친박 의원을 정부특보로 임명하고 9명 중 6명의 장관을 새누리당 의원으로 채우면서 ‘입법부 시녀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더불어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 등 정부 입법이 지연될 때마다 국회를 노골적으로 비난해왔다. 박 대통령이 ‘상시청문회법’에도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를 ‘거수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비판에 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는 셈이다.
입법부를 좌지우지하려는 대통령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으나 공영방송 MBC는 여전히 ‘관제 방송’ 행태만을 반복하고 있다. ‘상시청문회법’이 통과된 19일부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전인 26일까지 ‘행정부 마비’ ‘위헌 소지’ 등 정부‧여당의 공세를 매일 같이 읊어주던 MBC는 27일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자 말 그대로 ‘반색’했다. 20대 국회 재의결을 요구하는 야당의 입장을 대신 반박하기도 했다.


MBC는 27일 톱보도인 <대통령 ‘상시청문회법’ 거부권 행사>에서 “남은 임기 동안 국정운영의 동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적극적인 해석하며 청와대의 입장을 전달한 MBC는 당일 거부권 행사가 통보된 국무회의가 기습적으로 이뤄진 ‘꼼수’라는 지적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부처 업무가 마비” “기업 등 민간 분야도 증인채택 등으로 과도한 부담” “그렇지 않아도 '호통 청문회'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국회 청문회가 수시로 열려 국정 운영에 발목 잡힐 수 없다는 뜻”이라며 청와대의 주장을 나열해놓았다.

 

△ MBC <‘자동폐기’ 대 ‘재의결 가능’…선례 전무>(5/27)

 

다음 보도에서는 여야의 반응을 대조했는데 보도 말미에서 “야 3당은 20대 국회에서 국회법 재의결을 함께 추진”한다는 설명 직후에 “최악의 국회로 비판 받아온 19대 국회는 임기 마지막까지 여야의 설전 속에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라며 ‘최악의 19대 국회’를 굳이 언급했다. 19대 국회를 ‘최악’으로 비난하는 논리는 3번째 보도인 <‘자동폐기’ 대 ‘재의결 가능’…선례 전무>에서 이어졌다. 보도는 20대 국회 재의결 가능성을 두고 대립하는 여야 입장을 보여준 후 “선례가 전무한 상태에서 야당은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을 주장하다가 결국 이 법안을 다시 발의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또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계속되면 20대 국회 원 구성까지 늦어질 것이란 우려”라며 20대 국회 ‘개원 지연’을 ‘예언’했다. ‘최악’이었던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도 여야 대치로 개원이 늦어질 것이며, 그 책임은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을 주장하다가 결국 이 법안을 다시 발의할 것”으로 보이는 야당에 있다는 식의 프레임이다. 또한 보도 제목으로 내놓은 ‘선례 전무’라는 표현도 사실상 재의결을 거부하는 정부‧여당 입장을 지지한 것이나 다름없다.


27일 MBC <뉴스데스크>를 시청한 국민은 톱보도부터 3건의 보도에서 이어지는 MBC의 프레임에, ‘상시청문회법’에 대한 거부감과 ‘발목 잡는 야당’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날 타사의 경우, 채널A와 MBN에서 MBC처럼 ‘20대 개원 지연’이 언급되기는 했으나 KBS와 MBC를 제외하고는 모두 야권의 반발에 따로 1~2건의 보도를 할애했다. KBS는 MBC와 마찬가지로 ‘기습 국무회의’에 침묵했지만 MBC처럼 ‘선례 없는 재의결 불가’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MBC 보도는 편파 보도이자 왜곡이다. ‘최악의 19대 국회’라는 평가도 사실상 입증되지 않은 ‘정부여당의 일방적 주장’이다. 또한 MBC가 예측한 바대로 ‘20대 개원 지연’이 된다 하더라도, 그 원인은 20대 국회가 아니라 국회의원을 거수기로 인식하는 청와대에 있다. MBC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상시청문회법’의 입법 취지와 의미를 전달한 적이 없다. 이날도 “삼권분립에 위배되고 의회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상당히 중대한 권한침해”(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협치의 가능성 보였던 것이 어쩌면 계속 찢겨나가고 있다는 우려”(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이 법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런 결론은 내리지 않았을 것”(정의화 국회의장) 등이라는 ‘야권의 반발’만을 전했을 뿐이다. 특히 MBC가 전하는 야권의 주장은 대부분 ‘대통령의 협치 위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안을 상정했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줄곧 “정책 청문회” “상임위의 기존 현안 조사에 구체적인 조건을 더한 것”이라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으나 MBC 보도에서 이런 내용이 분석된 바는 없다. ‘어버이연합 게이트’ ‘가습기 살균제 참시’ 등 진상규명이 시급하지만 정부‧여당의 어깃장으로 청문회가 지연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고려도 찾아볼 수 없다. MBC는 27일 보도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꼼수‧기습 국무회의’로 의결됐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았다. 정부의 치부는 숨겨주면서, 정부의 의지는 관철시키려 하는 MBC의 ‘상시청문회법 관련 보도’는 ‘나쁜 보도’로 손색이 없다.

 

‧ KBS <최악 식물국회 ‘오명’…19대 회기 종료>(5/29, 3번째, 류호성 기자, https://me2.do/FJT91Kdo)
MBC가 ‘최악의 19대 국회’ 프레임으로 ‘상시청문회법 거부권 행사’라는 사태의 본질을 흐렸다면 KBS는 세월호 참사와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법 폐기를 이유로 19대 국회를 또 ‘최악 식물국회’로 규정했다. 정부가 밀어 붙이는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의 통과를 막은 국회선진화법도 ‘식물국회’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박근혜 정부가 뜻하는 바대로 정국이 흘러가지 않으면 무조건 ‘최악’이라는 이런 황당한 논리가 공영방송 KBS에서 지나치게 반복되고 있다. 5월에만 세 차례다.
19대 국회가 마지막 본회의가 치러졌던 지난 19일에는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간 갈등이 생길 때마다 국회를 멈춰 세웠습니다” “2014년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151일 동안 국회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해 '식물 국회'라는 말까지 생겨” “올해 초엔 테러방지법을 놓고 야당이 192시간 동안 무제한 토론을 벌이기도”라며 19대 국회에 혹평을 퍼부었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선진화법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린 26일에는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평가를 받은 19대” “헌재 결정으로 20대 국회도 선진화법 적용을 받게 돼,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선진화법에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29대 회기가 종료된 29일에도 KBS는 쉬지 않았다. 마지막 날인만큼 수위는 더 높아졌다. 송영석 앵커는 보도를 시작하자마자 “4년 내내 '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들었던 19대 국회의 회기가 오늘(29일) 밤 만료됩니다. 국회 선진화법 등의 영향으로 주요 쟁점 법안들을 거의 처리하지 못해, 역대 최악의 국회였다는 평가 속에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앵커의 첫 멘트에 이미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한 최악의 식물 국회’라는 비난이 집약되어 있다. 이어서 류호성 기자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이 장기화됐고, 세월호 참사 뒤 151일 동안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노동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 관련 주요 쟁점 법안이 선진화법에 가로막혀 폐기” 등 KBS가 그동안 19대 국회 비판의 근거로 제시해 온 똑같은 내용들을 또 나열했다. 기자의 마지막 멘트는 “숱한 논란 속에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남긴 채 19대 국회는 오늘(29일) 밤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로서 재차 ‘최악의 식물국회’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미 대법원 판결에서도 사실임이 밝혀진 국정원의 대선 개입, 302명 국민의 희생을 국가가 외면한 세월호 참사, 노동 4법의 ‘노동개악’ 논란, 서비스산업발전법이 내포한 ‘의료 민영화’, 이 모든 것이 KBS 보도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규정되고 있는 것이다.


29일, 타 방송사 중에는 채널A가 “역대 최악' '식물 국회'라는 오명으로 점철된 19대 국회”를 언급하고 세월호 참사까지 끌어들이며 KBS와 비슷한 태도를 보였으나 국회선진화법과 관련해서는 “국회선진화법으로 '날치기'와 '몸싸움'은 사라졌지만 여야간 대화와 타협도 실종”이라며 KBS보다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TV조선은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던 19대 국회의 임기가 오늘로 끝”났다며 ‘식물국회’를 언급했으나 더 이상의 비난 없이 다음 날 임기가 시작되는 20대 국회에 초점을 맞췄다.

 

‧ MBC <꽉 닫은 지갑…소비성향 역대 최저>(5/27, 10번째, 이준범 기자, https://me2.do/xMiHeeQD)<“인건비 줄이자” 돌아가며 무급휴가>(5/27, 11번째, 김성민 기자, https://me2.do/xy8Awk5h)
MBC가 27일, 한국의 경제 상황을 볼 수 있는 두 가지 지표를 보도했다. 하나는 소비 위축이고 하나는 기업들의 무급휴가 촉진이다. 하지만 이 두 보도에서 MBC의 편향된 관점이 드러났다. 소비 위축을 짚은 <꽉 닫은 지갑…소비성향 역대 최저>에서 MBC는 “지난 1분기, 가계 소득이 1년 전보다 조금 늘었”지만 “경기는 안 좋고 미래는 불안하다 보니 늘어난 소득만큼 지출이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1분기 석 달 동안 한 가구가 옷이나 신발에 쓴 돈은 15만 2천 원, 1년 전에 비해 1.8%” “살림을 도와주는 가사서비스에는 13%, 치과 비용은 9.5%, 통신장비를 바꾸거나 새로 사는 데에도 5.6%” 등 가구가 지출을 줄였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백55만 5천 원, 작년보다 0.8% 늘었고 소득이 거의 제자리니 지출도 거의 늘지 않아 월평균 352만 원, 0.5% 증가”했다며 가구 소득의 소폭 증가를 덧붙였다. 이는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1분기 가계동향’을 보도한 것인데 통계청 수치가 보여주는 가구 경제 상태의 핵심은 ‘불황형 흑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들이 실질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소비까지 더 줄였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생계가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과 소비 위축으로 인한 내수 타격까지 내다볼 수 있는 심각한 지표이다. 하지만 MBC보도에는 ‘불황형 흑자’에 대한 시각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보도 내용은 “가계 소비성향이 역대 최저”인 점에 맞춰져 있고 보도 말미에 가서야 “소득이 많은 계층에서 적은 계층으로 갈수록 벌이는 더 많이 줄어, 1사분기 소득 불평등은 더 심해졌습니다”라며 지표가 보여주는 한국 경제의 심각성을 극히 일부만 언급할 뿐이다. 이는 같은 날 <더 쪼그라든 소득…술‧담배 소비만 늘어> 제하의 리포트에서 “지난 반년간 각 가정의 실질 소득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이라며 ‘실질 소득 감소’에 방점을 찍고 “정부는 그동안 소비진작책을 여러가지로 쏟아냈는데요, 과연 효과가 있었느냐”는 의문을 제기한 JTBC와 대조적이다. 같은 지표를 놓고도 MBC는 삶이 더 팍팍해진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셈이다.


MBC의 뒤틀린 관점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다음 보도에서 기업들이 노동자에게 무급휴가를 장려하는 상황을 전했는데 그 결론이 황당하다. 김성민 기자는 “비상경영을 선포한 아시아나항공도 올해부터, 1개월 단위로 최장 1년까지 '무급 휴직'을 신청받고 있습니다” “쓰지 않으면 돈으로 보상해줘야 하는 연월차 소진에 힘을 쏟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등 업황이 좋지 않은 기업들의 휴가 장려책을 나열했다. 그리고는 보도를 마무리하면서 “상사 눈치 보느라, 업무 부담 때문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던 휴가를 경기 불황이 보내주고 있는 셈”이라며 마치 이런 상황이 노동자 국민들에게 반가운 것인 양 묘사했다. 심지어 이 보도는 “조사결과 직장인 10명 가운데 3명은 '고통분담 휴가 중'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유로는 절반 정도가 '회사 강제'라고 답했습니다”라며 노동자 국민들 대다수가 장려된 휴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설명하기도 했다.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고통’과 ‘강제’에 의한 휴가임을 말했는데도 MBC는 ‘눈치 보여서 못 가던 휴가, 경기 불황이 보내주는 셈’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는 왜곡된 해석임을 넘어, 국민에 대한 우롱에 가깝다.

 

‧ TV조선 <TK 의원들과 ‘잇따라 식사’>(5/27, 10번째, 유아름 기자, https://me2.do/FSHf0Sb2), <“노무현 루트”…‘친노’ 구애?>(5/27, 16번째, 최지원 기자, https://me2.do/56LyU27s), 채널A <‘류성룡’ 찾아가는 까닭>(5/27, 7번째, 박준회 기자, https://me2.do/GYkmBG4T), <친노 겨냥 “서울에 노 루트”>(5/27, 8번째, 이철호 기자, https://me2.do/FoCUfr1l)
TV조선과 채널A가 27일, 반기문 UN사무총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 두 방송사 모두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SNS 방송에서 언급한 ‘서울 노무현 루트’를 문제 삼았다. 박원순 시장은 26일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 방송 ‘원순씨의 X파일’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7주기를 언급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흔적이 남아 있는 혜화동 사저 등지를 ‘노무현 루트’를 만들도록 상의하겠다고 했다.


TV조선은 이에 대해 “박 시장이 노무현 끌어안기를 통해, 당내 주류인 친노에 러브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비치자, 친노 마케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라며 갖가지 정치적 해석을 갖다 붙였다. 채널A도 “친노계에 보내는 '대권 구애'” “내년 대선을 앞둔 박 시장이 본격적인 '친노 껴안기'에 나섰다는 해석” 등 똑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TV조선은 “현직 시장이 돌아간 전직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선”이라며 비판까지 언급했다. 아직 협의 단계도 거치지 않은 박 시장의 사업 방안에 대선과 반기문 총장을 끌어들인 자의적 해석을 남발한 것도 문제지만 두 방송사가 정작 반기문 총장의 대선 행보에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더 문제다.


두 방송사 모두 같은 날 박 시장 관련 보도 바로 전 꼭지에서는 반기문 총장의 행보를 다뤘다. TV조선은 “일본에서 돌아온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서울 시내 호텔에 묵은 뒤 내일 어머니 등 가족을 만나고 건강검진” “저녁 경주에 도착해서도 김석기 의원 등 경북 지역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할 것” “오는 29일 새누리당의 대구, 경북 지역 의원들과 오찬·만찬을 함께 할 계획” 등 일본 방문 뒤 귀국한 반 총장의 일정을 세세히 읊었다. 그리고는 “반 총장은 최근 야권의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대표와의 3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자의 84%, 국민의 당 지지자의 25%에서 지지를 받는 것” “반 총장이 출마할 경우 안철수 대표 지지층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은 것” 등 반 총장의 대권에 잔뜩 힘을 실었다. 채널A는 심지어 반 총장이 귀국 후 머물기로 예정된 서울 롯데호텔에 중계차를 급파해 현장 보도를 하는 성의까지 보였다. 보도 내용은 TV조선과 마찬가지로 반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조명하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역대 대통령 관련 사업에 대한 복안을 밝히기만 해도 ‘친노 껴안기’라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아야 하고, 청와대 및 새누리당과의 관계를 갈수록 두텁게 하고 있는 반 총장의 행보는 ‘차기 대권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는 식이다. TV조선과 채널A의 이중 잣대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한다.

 

■ 민언련 오늘의 강추 방송 보도들
‧ JTBC <특조위-해경 ‘교신자료 제출’ 대치>(5/28, 11번째, 신진 기자,
https://me2.do/5DiEFgih), <국회의원급 비밀 취급 인가 가졌지만…>(5/29, 11번째, 박창규 기자, https://me2.do/5vozrwL8)
방송사들은 벌써 세월호 참사를 잊었다. 2014년 4월, 참사 당시에도 ‘전원 구조 오보’라는 초유의 사태는 물론, 청와대 입장만 읊는 보도와 희생자 가족에 대한 적대적 보도로 ‘기레기’라는 별칭까지 얻은 방송사들은 세월호 참사 1, 2주기를 모두 외면했고 추모 집회는 ‘폭력 시위’로 매도했다. 진상규명에 나선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도 ‘정치적 집단’으로 왜곡하기에 바빴고 특조위의 청문회는 모조리 외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희생자 가족과 특조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방송사는 JTBC였다. JTBC는 28일과 29일에도 특조위의 진상규명을 해경이 방해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타사는 모두 이를 무시했다.

JTBC는 28일 보도에서 27일,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 당시의 교신 내용이 담긴 하드디스크 제출을 요구”했지만 해경이 보안상의 이유로 거부했다고 전했다. “교신자료 속엔 2급 비밀정보가 포함돼 있어 특조위가 들어보고 필요한 부분만 가져가야 한다”는 해경의 입장과 “ 특조위는 일부만 제공받을 경우 자료가 위변조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전체가 필요하다” “비밀 취급문제도 특조위 조사관들이 2급 비밀취급 인가증이 있어 문제될게 없다”는 특조위의 반박도 덧붙였다. 29일에는 특조위 조사관들이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2급 국가 기밀문서에 대한 취급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해경이 어깃장을 부리고 있다고 다시 강조했다. 이 보도에서 손석희 앵커는 “세월호 특조위가 참사 당시 교신 내용을 요구했는데, 해경이 거절했다는 소식, 어제(28일) 전해드렸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위해 만든 게 세월호 특별법”이라며 특별법의 입법 취지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또한 “해경은 공개를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고 정부당국은 이런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의 책임까지 거론했다.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는 해경과 정부의 폐해는 현재 JTBC가 아니면 접할 수 없는 현실이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