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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하루도 빠짐없이 ‘행정부 마비’, 청문회가 두려운 MBC(2016.5.26)■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5/25)
MBC <“법안 처리 문제 있다”…“민주주의 훼손”>(4번째, 김천홍 기자, https://me2.do/51Ezwap5)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로 순방을 떠난 와중에도 정부·여당의 ‘상시청문회법’에 대한 ‘딴죽’은 그치지 않고 있다. 거부권 행사를 검토 중인 청와대와 ‘행정부 마비’ ‘위헌 소지’ ‘정의화 국회의장의 독단’ ‘자동 폐기’ 등 갖가지 논리를 동원한 여당에게, ‘가습기 살균제 참사’ ‘어버이연합 게이트’ 등 진상규명이 시급한 현안은 안중에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비판에 대해 여야가 이미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합의한 법안이며 여당이 국회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반박하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25일 퇴임 기자회견에서도 “정책 청문회 활성화 자체에 반대하는 것 또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식의 회피성 주장일 뿐” “거부권은 가능한 한 행사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라며 청와대와 여당을 모두 겨냥했다.
‘상시청문회법’이 통과된 19일 이후, KBS, MBC, TV조선은 국정 사안 조사라는 국회의 의무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청문회가 시급한 현안을 외면한 채, 정부‧여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24일의 경우 TV조선이 <“박 대통령 거부권 의지 강해”>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입장만 나열하며 노골적인 편파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 이후 25일까지 드러난 MBC의 태도는 더 심각하다.
MBC는 <“법안 처리 문제 있다”…“민주주의 훼손”>(5/25)에서 ‘상시청문회법’을 “여야 공방”으로 다뤘다. 보도는 “여야가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정의화 국회의장이 독단적으로 상정해 민주주의와 국회 관행을 훼손”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전했다. 이어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이 국정감사 폐지를 대안으로 제시한 정의화 의장을 향해 “어떻게 법률(국회법)을 개정해서 헌법에서 규정한 국회의 권한(국정감사)을 없애겠다는 것인지”라고 비판한 발언을 녹취 인용했다. 반면 야당의 입장은 “두 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공동 대응”이라고 짧게 설명한 후 더민주와 국민의당 측 발언을 하나씩 덧붙였다. 여당의 주장은 구체적으로, 야당의 주장은 두루뭉술하게 묘사해 시청자가 느끼는 신빙성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식의 ‘여야 공방’ 보도가 20일부터 25일까지 계속 반복됐다는 사실이다. MBC는 그 보도들에서 ‘행정부 마비’ ‘위헌 소지 크다’ ‘정 의장의 국회 절차 위반’ ‘거부권 행사 가능’ 등 새누리당의 구체적인 비판을 계속 읊어댔다. 반면 야당의 주장은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는 협치 거부’라는 내용만 끼워 넣었다. 20일부터 25일까지 MBC의 보도 제목과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MBC에서 6일 간 나온 6건의 관련 보도들은 모두 그 제목이 여야 입장을 나열하거나 ‘공방’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상시 청문회법’ 파장>(5/19), <팩트체크/청문회활성화 땐 국정마비?>(5/23), <여당 ‘위헌론’ 제기…‘거부권’ 지원사격>(5/24) 등과 같은 보도에서 ‘상시청문회법’ 자체를 분석하거나 새누리당의 비판을 따로 다뤄 문제점을 지적한 JTBC와 확연히 다르다.
MBC 보도 속 ‘새누리당 편중’은 더 심각하다. <표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MBC가 ‘기계적 중립’을 가장하여 나열한 여야의 입장에서 여당의 주장은 야당의 주장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다. 언급된 분량도 많다. ‘행정부 마비’부터 ‘정의화 의장의 독단’까지 정부‧여당의 공세는 매일 읊어준 반면, 야당의 반박은 6일 내내 ‘거부권 행사 반대’만 언급했다. 이는 정부‧여당을 대신해 펼쳐준 여론전을 넘어 국민에게 ‘상시청문회법 악법’이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려는 태도에 가깝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들
‧ KBS <앵커&브리핑/3년간 구조조정 ‘뒷짐’…결국 법정관리>(10번째, 송수진 기자, https://me2.do/FBdb4NGR)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명분과 실익이 없다”며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선언했다. 2011년에 역대 최대 연간 매출액(11조원)을 달성하며 한때 세계 4위 업체까지 부상했던 STX조선해양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선박 수주 급감, 무리한 해외 확장에 따른 부채 누적, 저가 수주 경쟁으로 인한 손실로 대규모 적자 상태를 맞았다. 결국 2013년,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4조 5000억 원을 퍼부었으나 회생에 실패했다.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원한 운영자금을 스스로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데만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경영진과 채권단이 경영은 물론 구조조정까지 실패한 끝에, ‘폭탄’을 정부에 돌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부실이 심화될 때까지 사태를 방관한 정부의 책임도 거론되고 있다. 조선업계에 불어 닥친 불황에서 무리한 투자를 장려했던 정부의 책임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25일,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수순을 채널A와 MBN을 제외한 5개 방송사가 모두 보도했는데 KBS는 교묘하게 경영진과 정부의 책임을 배제했다. KBS는 STX조선해양이 급격히 무너진 이유를 “배 13척을 7,500억 원에 수주했는데 생산비는 9,750억 원이나 듭니다” “생산직이 천1050명인데 사무직은 1680명이나 되는 기형적 인력구조도 산업은행은 바로잡지 못했습니다” “산업은행 등은 2013년, 이미 바닥으로 향하는 조선 경기를 읽지 못했고, 법정관리 판단을 미뤘습니다”라고 정리했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2013년부터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이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KBS는 4조가 넘는 돈을 지원하며 구조조정에 착수하고도 회생에 실패한 국책은행의 책임을 얼버무린 셈이다. 또한 KBS의 보도 어디에서도 무리한 해외 투자와 저가 수주 경쟁 등 경영진 및 정부의 책임이 언급되지 않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구조조정에서 부서통폐합, 주간 2교대 등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의 생계를 압박했다는 사실 역시 무시됐다. KBS는 앵커의 분석과 리포트를 더한 심층 보도 형식을 할애하고도 사태의 일면만을 짚은 것이다.
MBC와 SBS, TV조선의 보도에서도 구체적인 책임 소재 분석이나 노동자의 입장은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SBS의 경우 “2조 8천억 원이 물려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그리고 지원을 결정한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함께 불거질 전망”이라며 국책은행과 정부의 책임을 언급했다. JTBC는 한 발 더 나아가 “구조조정의 시기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국책은행이 몇조 원만 더 쓰게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비등합니다. 이 돈은 은행의 돈이 아니라 국민들의 돈” “정부는 구조조정을 제 때 못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라며 정부의 책임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5/25) : 없음
■ 민언련 오늘의 추천 방송 보도들
‧ SBS <도쿄에도 ‘731부대’…부산서 세균 실험>(22번째, 최호원 기자, https://me2.do/GmQJYeaE) SBS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한반도에서 벌어진 일본의 전쟁 범죄를 조명했다. 생체실험부대로 잘 알려진 ‘731부대’와 성격이 비슷한 ‘노보리토 연구소’가 부산에서도 세균무기 실험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노보리토 연구소’는 이미 그 정체가 알려진 바 있으나 올해 들어 특파원을 파견해 이를 재조명한 방송사는 SBS뿐이다. ‘노보리토 연구소’를 직접 취재한 최호원 특파원은 “2차 대전이 터지자 곧바로 살인 병기 연구소로 탈바꿈”한 노보리토 연구소가 전파 병기와 세균 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했고 “1943년 12월 연구소가 부산의 조선총독부 축산위생연구소에 연구원을 파견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목적은 가축을 대상으로 한 세균 살포 실험”이었는데 “부산 낙동강 하구에서 소 열 마리를 세워놓고 공중에서 세균을 살포했고 소 열 마리는 모두 죽었”다고 한다. “요인암살용으로 개발한 독극물을 전쟁포로들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했다는 기록”도 발견되었다. SBS는 “당시 실험 계획을 그린 지도”도 화면을 통해 공개했다.
최호원 특파원은 “바이러스가 잘못 퍼지면 큰일 나죠. 한국에서 해도 위험한데, 일부러 일본 국내가 아닌 한국에서 실험한 것”이라는 야마다 아키라 노보리토 연구소 자료관장의 인터뷰와 함께 “부끄러운 역사도 직시해야 한다는 양심세력의 주도로 지난 2010년 노보리토 연구소 자리에 전시관이 들어섰습니다”라며 ‘노보리토 연구소 전시관’의 의미도 짚었다. 인류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진실을 SBS가 상기시켰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