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서울시 근로자 이사제, 박 시장도 제도도 다 싫다는 TV조선(2016.5.11)■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5/10)
TV조선 <근로자 이사제 도입…논란>(14번째, 이정민 기자, https://me2.do/GKdwGsvB), <재계 “노조의 경영 개입” 반발>(15번째, 이승재 기자, https://me2.do/xndgxLz3)
서울시가 노동자 대표 1~2명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근로자 이사제를 노동자 30명 이상의 15개 공단·공사·출연기관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최초의 ‘노동자 경영 참여’ 사례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기자설명회에서 “경영진과 노동자들이 소통과 협치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바꿀 때”라며 “공기업 노동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면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TV조선 <근로자 이사제 도입…논란>(5/10)
그러자 TV조선은 일방적으로 근로자 이사제를 비난하고 느닷없이 박원순 시장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관련 첫 보도인 <근로자 이사제 도입…논란>에서 이하원 앵커는 보도 첫 머리부터 “당장 내년 대선을 겨냥해서 근로자들의 표를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리포트도 근로자 이사제의 의미와 취지보다는 박 시장을 폄훼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정민 기자는 “근로자 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의결권까지 갖”는다고 간단히 설명하더니 “논란의 소지도 다분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파격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라면서 재차 박 시장의 ‘파격 행보’에 초점을 맞춰다. 박 시장이 “지난 201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해 서울시 무기계약직 1,500명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청년수당 정책에 90억원대 예산을 편성”했다고 전하더니, “박원순 시장의 파격 정책은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경제민주화와, 역세권 임대주택 공급, 일자리 대장정과 청년수당 등 노동자와 청년, 소상공인 등 서민층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박 시장의 시정 방향을 정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굳이 “박 시장이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대기업, 시장 독점, 경영자와 기성세대, 부유층을 위한 제도만이 ‘진실한 행보’이고 소상공인, 경제민주화, 일자리, 노동자와 청년, 서민층을 위한 행보는 ‘대선을 위한 정치적 행보’라는 것인지 참으로 궁색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한편 TV조선은 다음 보도 <재계 “노조의 경영 개입” 반발>에서는 재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경영계는 노동조합의 경영 개입이라며 반발”한다면서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들의 이해와도 반하게 되고”라는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완 씨의 인터뷰를 녹취 인용했고 “우리나라 경제체계와 맞지 않는 제도라고 주장하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 “위법 논란”까지 덧붙였다. TV조선의 2건의 보도에서 서울시 측이 제시한 제도의 청사진과 의미는 모두 무시한 채 박 시장과 근로자 이사제를 비난하기만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방적인 주장이다. OECD의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는 노동자 대표의 이사회 참여 목적이 이해관계자로서 노동자들을 향한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자 대표는 전체 이사회 논의를 돕고, 공기업 내에서 이사회 결정에 때한 집행력을 제고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에서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정책제언을 한 바 있다. 서울시는 경영권 침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자유 시장경제 질서는 경영상 자유를 보장한다는 개념으로서 노동자들의 경영권 참여 금지를 뜻하는 법리가 아니다”면서 “오히려 근로자 이사제는 노동자의 책임성과 주인의식을 강화해 거버넌스, 협치를 실현하는 것” “‘근로자 이사’는 기관별로 1~2명으로 과반수를 점하지 않으므로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등의 경영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여지는 구조적으로 없다”고 반박했다.
10일, MBC와 JTBC도 이 사안을 보도했는데 MBC는 서울시 입장과 재계 반발을 나열하며 ‘기계적 중립’에 그쳤고 JTBC는 반발하는 재계에 대해 “공기업에서 시작된 불똥이 민간 기업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 “민감한 경영관련 자료를 근로자 대표에게 공개하는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라며 그 속내를 전했다.
■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5/10)
JTBC <단독/더 윗선으로 올라가는 ‘전경련 의혹’>(5번째, 최수연 기자, https://me2.do/FkMFuu4q), <‘4각 커넥션’ 드러나나>(6번째, 강신후 기자, https://me2.do/Fge1M68V), <고발 3주…검찰 수사 제자리>(7번째, 김지아 기자, https://me2.do/x1iG8SV2)
△JTBC <단독/더 윗선으로 올라가는 ‘전경련 의혹’>(5/10)
선도적으로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진상을 파헤친 끝에 어버이연합-전경련-시대정신(뉴라이트 단체)-청와대 간 연결고리를 확인한 JTBC가 10일, “전경련과 어버이연합의 수상한 거래 뒤에 국정원의 연관성이 새롭게 제기”됐다고 또 다른 정황을 폭로했다.
JTBC <‘4각 커넥션’ 드러나나>에 따르면 2011년 4월 국정원 3차장으로 임명된 이종명 씨는 12사단 을지부대 사단장 시절 이승철 전경련 현 상근부회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등 전경련 간부들과 인연이 깊었다. “이종명 씨의 행적을 추적해보니 2009년과 2010년에 12사단, 을지부대 사단장으로 역임을 했는데, 이 당시에 전경련 간부들과 활발한 교류가 있었던 게 확인”됐다는 것이다. 강신후 기자는 “전경련 간부진은 내일(11일) 또 이 부대(을지부대)를 방문”한다며 깊은 인연을 강조했다. 이렇게 전경련과 막역한 이종명 전 차장이 국정원에 입성한 후, 2012년 2월 17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종북 좌파들이 다시 정권을 잡으려고 하니 국정원에서 확실하게 대응을 해야 된다”고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밝혀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태의 일부 정황이다.
JTBC는 이런 정황을 설명한 뒤, “정확하게도 (2012년) 2월에 전경련 자금이 최초로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인 계좌에 처음으로 들어갑니다”라고 지적했다. 2012년 대선,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국정원이 ‘댓글 부대’ 등을 운용했고, 이 과정에서 이종명 전 차장이 친분이 있는 전경련을 통해 어버이연합도 동원했다는 것이다. 강신후 기자는 “지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여기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여론전을 조성했다, 이런 것이 검찰을 통해 확인”됐고 이로써 당시 실무자이던 이종명 전 차장이 “온라인에서는 국정원 댓글 작업을 했던 것이고, 오프라인에선 어버이연합 등 자칭 보수단체를 동원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어버이연합-전경련-국정원-청와대로 이어지는 ‘4각 커넥션’도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한편 JTBC <고발 3주…검찰 수사 제자리>는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는 보름이 넘도록 고발인은 물론 관련자 한 명도 소환해 조사하지 않았습니다”라며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를 지적하기도 했다.
■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들
‧ MBN <VIP 병동 어떤 모습>(24번째, 강호형 기자, https://me2.do/x9pe2rV3) MBN이 뜬금없이 투병 중인 삼성 이건희 회장의 쾌유를 응원하는 보도를 냈다. 보도 제목은 이 회장이 입원해 있는 VIP 병동의 모습을 전하는 것 같지만, 보도 내용은 이 회장의 회복 상황을 조명하고 “주로 이 회장의 건강한 모습과 도전하는 모습, 그리고 보고 싶다는 댓글들”이 넘치는 삼성 사내 게시판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기자는 “이 회장은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의식 회복을 위한 치료를 계속” “이 회장은 현재 하루 12시간 정도 눈을 뜨고 있으며 의료진과 함께 휠체어 운동”을 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삼성 직원들은 이 회장이 오랜 투병 생활을 마치고 '글로벌 기업 삼성을 일궈낸 이건희 회장'으로 남기를 기원”한다는 기자의 마무리 멘트는 삼성 직원의 생각인지 MBN의 입장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와 같은 ‘삼성 띄우기’가 MBN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TV조선도 9일 <‘이건희 공백 2년’ 삼성은?> 에서 이건희 회장이 투병하는 사이 “장남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왔습니다”라며 삼성의 “탈권위”와 “실용주의”를 홍보했다.
‧ MBC <부실 책임 은행에 ‘성과연봉제’ 압박>(9번째, 김경호 기자, https://me2.do/x6OEjdvF)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서둘러야”>(10번째, 조영익 기자, https://me2.do/FUc0Nm8y) 민언련은 <5월 10일 오늘의 방송보도>에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5월 9일 SBS와 TV조선 보도가 정부의 강행 입장만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타사는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는데, 다음날인 10일 KBS, MBC, JTBC가 관련 보도를 냈다. 하지만 이들도 모두 ‘기계적 중립’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KBS와 JTBC는 정부의 성과연봉제 강행 입장과 노동계의 반발을 건조하게 나열했다. 결국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지상파 3사와 JTBC, TV조선은 성과연봉제에 쏟아지는 비판 여론은 무시한 채 성과연봉제가 도입될 것이라는 상황만 피상적으로 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고위직의 부패가 만연한 상황에서 일선 노동자들의 경쟁만을 부추기는 것은 주객전도라는 비판이 있으며, 성과연봉제가 능력이나 성과가 아닌 고질적인 학연‧지연에 따른 ‘줄서기’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이 제도가 결국 노동자를 분열시켜 지배하는 데 유효한 통제 도구로 남용될 위험성이 크다는 점 등 성과연봉제의 문제점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날 가장 문제가 큰 보도는 MBC에서 나왔다. MBC <부실 책임 은행에 ‘성과연봉제’ 압박>은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핵심에 놓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콕 집어서 성과연봉제 도입하라고 타격을 가했다. 김경호 기자는 산업은행에 대해 “지난해 직원 평균 보수는 9,435만 원으로 1년 전보다 5% 이상 올랐고, 부채와 손실이 커져가는 와중에도 회장은 매년 성과 상여금으로만 1억5천만 원 넘게 받아갔”다고 지적했다.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도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1조원을 지원받을 정도로 빚이 많아졌지만 직원 평균보수는 9천242만원, 행장은 취임 이후 해외출장으로만 10억 원 가량을 썼습니다”라고 강조했다. MBC는 이렇게 두 국책은행의 부실을 설명하더니 정부가 “뼈를 깎는 자기반성”으로서 ‘성과주의 연봉제’ 도입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두 은행에 인력 감축과 임금 삭감 등 고강도 쇄신책을 추가로 요구할 방침”도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MBC는 바로 다음 보도인 35초 단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서둘러야”>에서 “120개 공공기관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각 부처가 적극 독려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 발언을 그대로 전했다.
국책은행들은 현재 조선업계에 대한 대규모 부실 채권으로 인해 위기에 처해 있는데 정부가 이를 공적자금, 즉 국민의 혈세로 구제하려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크다. MBC는 이런 문제의식을 언급한 적이 없다. 그런 MBC가 이번엔 모든 공공기관이 대상인 성과연봉제를 보도하면서 굳이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두 국책은행을 지목하며 성과연봉제와 함께 “인력 감축과 임금 삭감”까지 강조한 것이다. 이는 잘못된 예측과 방만한 대출 등 정부와 은행 측의 책임이 막중함을 은폐한 것이다. 또한 스스로의 실책으로 위기에 놓인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모자라, 성과연봉제로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정부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것이기도 하다.
■ 오늘의 강추 방송 보도들 : 없음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