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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북한 ‘비핵화’ 발언, JTBC만 객관적 의미 짚어(2016.5.9)
등록 2016.05.09 16:43
조회 297

■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5/6~5/8)
JTBC <최종건 연세대 교수 인터뷰/김정은 ‘비핵화 발언’ 진의는>(5/8, 3번째 보도,
https://me2.do/GyItVohK)
북한의 제7차 당 대회가 6일부터 시작되어 나흘째를 맞이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당총비서 또는 새로 신설되는 최고위직에 추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면서 남북 간 군사회담을 제의하는 한편, 남한과 미국에 대한 위협 발언도 이어갔다. 특히 8일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으로 언급된 ‘비핵화’는 큰 논란이 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 “전파방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북한을 “책임있는 핵 보유국 주체의 핵강국”으로 규정했다.
핵 보유국으로서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발언에 통일부는 “진정성 없는 선전 공세”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북한의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비핵화’가 처음으로 언급된 만큼 그 의미에 대한 분석은 필수적이다. 방송사들이 모두 정부의 입장만 전하며 북한의 핵무장만 부각하는 가운데, JTBC만이 ‘비핵화’ 발언을 전문가와 함께 분석하면서 남북대화 가능성 등 폭넓은 의미를 짚었다.


JTBC는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 교수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발언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의 보편적인 언어체계”로서 “즉 핵을 보유하고 있으니 ‘나는 상대방 즉 다른 국가에서 전파하지 않을 것이고, 나를 공격하지 않는 한 선제공격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즉 중국, 러시아, 미국 혹은 영국, 프랑스가 쓰는 언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평했다. 중심적인 의미는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핵보유국으로 취급해 달라고 하는 의미”로 짚었다. 이와 함께 “핵 국가로서 미국과 대화하고 그것을 소위 협상을 통해서 풀어나가자라는 일말의 메시지”라는 사실도 강조하면서 “미국이 상당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중동 지역이나 혹은 불량국가, 테러리스트 집단에게 핵을 확산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입장이 대북제재 강화 때문에 나온 것이라는 해석에 대해서는 “이념에 대한 강화, 경제노선의 강화, 이런 것을 보면 ‘여전히 자신들은 건재하다’라고 하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그건 약간 아전인수적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앞으로의 남북 대화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남북관계의 문제에 있어서는 결국은 양측이 손을 잡고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북한의 모습, 우리의 모습 다 같이 회담이라기보다는 우리는 지금 제재국면으로 가겠다고 하는 거고 북한은 제재를 풀고 소위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하자라고 하는 것이어서 그 부분은 좀 어려울 것”이라 진단했다. 이렇게 북한의 ‘협상 의지’를 확인하고 남북 대화의 가능성까지 타진한 방송사는 JTBC뿐이다.


그나마 MBC가 2건의 관련 보도에서 “진정성이 없다”는 정부 입장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나름대로 남북관계에 있어서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는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인터뷰를 한 마디 덧붙였다. KBS는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발언에 3건을 할애했으나 “미중러 등이 모두 핵무기를 포기해 전 세계가 비핵화되기 전에는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면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리 없는 만큼, 북한의 대화 공세가 실질적인 진전으로 이어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못 박았다. TV조선은 관련 보도 2건에서 김 위원장 발언을 “전방위 대북제재로 코너에 몰린 북한이 국제적 압박을 잠시 모면하기 위해 이 같은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했는데 이는 JTBC가 “아전인수”라고 비판한 해석과 유사하다. SBS는 1건, TV조선, 채널A, MBN은 2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과 “진정성이 없다”는 우리 정부 입장을 나열했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5/6~5/8)
TV조선 <권력 내부 정보 활용?…논란>(5/6, 13번째, 서주민 기자,
https://me2.do/5ctjXymI), <기자의시각/우상호, 조응천‧김병기 ‘폭로 카드’ 꺼내>(5/7, 19번째, 강상구 기자, https://me2.do/5jq5t6Tx)
5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등 권력 내부의 속성과 잘못된 국정운영 방식을 낱낱이 아는 분들이 당선돼 우리 당에 왔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V조선은 이와 관련해 6일과 7일, 이틀간 연이어 청와대를 건드리지 말라며 ‘발끈’하는 태도를 보였다.


우선 TV조선 <권력 내부 정보 활용?…논란>(5/6, 13번째, 서주민 기자, https://me2.do/5ctjXymI)에서 이하원 앵커는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서운 것이지, 정작 뽑았을 때는 자신이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라며 더민주에 경고를 보냈다. 서주민 기자도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정보가 폭로될 경우 여야 어느 쪽에 ‘득’이 될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지적”도 덧붙였고 “지난 2012년, 청와대 통일비서관 시절 알게 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을 폭로했던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며 “상대에 타격을 줄 수도 있지만 거꾸로 자신이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사례를 들며 ‘협박’에 가까운 언급도 서슴지 않았다.


7일 강상구 기자는 <기자의시각/우상호, 조응천‧김병기 ‘폭로 카드’ 꺼내>(5/7, 19번째, 강상구 기자, https://me2.do/5jq5t6Tx)에서 “우상호 원내대표는 손 안에 있지도 않은 정보를 갖고 여당과의 공식 협상도 시작하기 전에 폭로정치를 앞세운 협박부터 한 셈” “우 원내대표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조 당선인은 대선 국면에서 언제든지 저격수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두 눈 치켜뜨고 지켜볼 일”이라며 열을 올렸다.

 

△ TV조선 <권력 내부 정보 활용?…논란>(5/6)

 

TV조선의 이런 보도 태도는 치졸한 수준이다. 특히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국가 기밀 누설’ 사건을 운운한 점은 자가당착에 가깝다. 정문헌 의원은 2012년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이명박 정부 통일비서관 시절 열람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을 언급했다. 정 의원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정상회담 회의록은 ‘2급 비밀’에 해당하는 국가 기밀 문건이다. 결국 정 의원은 2014년 12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심지어 당시 정문헌 의원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공세를 퍼부었던 윤상현 의원은 2014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은 NLL 포기란 말을 쓴 적 없다”며 모든 비난이 거짓임을 실토하기도 했다.


TV조선은 ‘2급 비밀’이자 외교적 파장이 상당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태’와, 박근혜 정부에 대한 ‘견제’ 수준에 불과한 우상호 의원의 발언을 등식화하면서 박근혜 정부를 적극적으로 비호한 것이다. 심지어 우상호 의원이 말한 ‘견제’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다. 조응천 당선인은 “옛날 일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변함없다”며 ‘폭로전’을 펼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김병기 당선인도 “음지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일하는 국정원이 사찰 등 인권 침해를 했다는 우려까지 있는 만큼 국회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2급 비밀’ 누설과 같은 ‘범법’이 아닌 ‘국정원 통제’가 더민주의 목표임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채널A도 이날 “결국 선거를 앞둔 폭로용 영입 인사 아니었냐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나 “더민주가 제1당의 여세를 몰아 20대 국회에서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덧붙여 더민주의 입장도 언급했다.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야당의 ‘청와대 견제 발언’에 여당의 ‘국가 기밀 유출’까지 들먹이며 청와대를 감싸는 TV조선의 충성심이 눈물겹다.

 

■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들
‧ TV조선 <‘자폐’를 오히려 ‘영재’로>(5/8, 23번째, 이유진 기자,
https://me2.do/FlNQCHck)
TV조선은 8일, 자폐 아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교육, 복지가 턱없이 부족함을 지적하는 3건의 보도를 냈다. 이중 1건의 보도에는 편협한 시각이 담겨있다. <‘자폐’를 오히려 ‘영재’로>는 해외의 자폐 관련 교육여건을 부각하는 보도이다. 이유진 기자는 “열두 살 때 상대성 이론의 확장 버전 논문을 발표한 IQ 170의 천재 제이콥 바넷. 생후 18개월에 자폐 진단을 받았지만 차기 노벨상 후보로 꼽힐 만큼 저명한 수학자로 성장” “6살 천재화가 아이리스 햄쇼는 딸의 자폐증을 일찌기 알아챈 부모가 치료를 위해 물감과 붓을 쥐어줬습니다” 등 해외에서 “영재로 발돋움한” 자폐 아동의 사례를 열거하면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한다고 모든 자폐 아동이 ‘영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식의 접근은 자칫 자폐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강화시킬 수 있다.


또한 “이처럼 장애를 재능을 바꾼 이들의 공통점은 병을 일찍 인지했다는 것”이라는 기자의 묘사 역시 부적절하다. 자폐는 치료 대상인 ‘병’이 아니라 ‘장애’로서, 조기 진단과 적절한 교육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사회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의제로 삼는 보도태도는 바람직했지만, 전형적인 장애 극복 미담을 강조하거나, 장애를 병으로 인식하는 전달 방식이 아쉬운 보도였다.

 

■ 오늘의 강추 방송 보도들
‧ JTBC <흉악 범죄자 얼굴공개…‘오락가락’ 기준>(5/7, 13번째, 김진일 기자,
https://me2.do/FYD4WFLE)
5월 7일, 경찰이 ‘안산 토막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구속하면서 얼굴과 신상을 공개했다.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게 된 이후, 흉악범 사례들 중에서도 이례적인 신속한 결정이었다. 이에 대다수 언론은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은 물론, 그의 SNS 게시글 내용까지 대서특필했다.


SBS가 <‘토막살인’ 피의자, 이렇게 생겼다>(5/7, 이종훈 기자)와 같이 자극적인 제목을 뽑는 등, 방송사들도 대부분 비슷한 보도행태를 보였다. JTBC만이 경찰의 피의자 신상공개 기준이 모호함을 지적했다. ‘피의자 신상 공개’는 치안과 범죄자 인권이라는 상반된 두개의 가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인 만큼, 경찰의 결정에 엄격한 기준이 필요함을 역설한 것이다. JTBC는 “검거에서 신상공개 결정 회의까지 1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을 지적한 후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에 이름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나갈 때 이미 얼굴을 공개했고 검거 당일에도 전혀 얼굴을 가려주지 않았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수사기관에 따라 결정이 제각각”이라고 꼬집으면서 “아내 살인범 김하일, 시신훼손범 오원춘, 동거녀 살인범 박춘봉의 얼굴은 검거되자마자 지체 없이 공개된 반면, 아내와 두 딸을 한꺼번에 죽인 서초구 세모녀 살해사건의 피의자 강모 씨, 자식을 죽이고 암매장한 '원영이 사건'의 김모 씨 얼굴은 영장이 발부됐을 때조차 철저히 가려줬습니다”라며 과거 흉악 범죄 피의자의 신상 공개 사례를 비교했다. 오락가락하는 경찰 태도에 대해 “그때그때 다른 공개 원칙이 흉악범 신상공개의 취지를 퇴색케 하고 있습니다”라며 비판을 덧붙이기도 했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