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일일브리핑]사라진 정책 공약 보도, ‘깜깜이 선거’ 조장하는 방송사들(D-7 방송보도 일일브리핑)사라진 정책 공약 보도, ‘깜깜이 선거’ 조장하는 방송사들
총선이 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0대 총선에서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정쟁과 지역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는 우선적으로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욕설 파문과 ‘비박 찍어내기’로 이어진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 단일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야권의 상황은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선거 시기, 언론 매체 중에서도 시청각 콘텐츠를 통해 유권자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방송사의 보도에서 제대로 된 정책 공약 보도를 찾기가 어렵다. 방송사들은 6일, 다음날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돼 ‘깜깜이 선거전’이 시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후보와 정당의 정책 비전조차 전하지 않는 방송 보도야 말로 ‘깜깜이 선거’를 조장하고 있다.
■ 일주일 간 6건이 최다…MBN은 단 1건
3월 31일부터 4월 6일까지, 7일간 7개 방송사의 공약 보도를 산정한 결과, 참담한 수치가 나왔다. 일주일간 6건을 보도한 KBS가 공약 보도에 가장 적극적이었고 MBN은 단 1건에 그쳤다. 공약 보도 산정에서 ‘경제 심판론’ ‘야권 심판론’ 등 당 차원의 구호 관련 보도는 제외했다.
KBS는 3월 31일부터 한국정책학회와 분야별 공약을 분석한 <검증! 총선 공약> 코너를 마련하여 하루 1건 꼴로 공약 보도를 내보냈다. 이렇게 공약만을 다루는 기획 보도는 KBS에서만 볼 수 있다. 하지만 KBS 역시 6건에 그쳐 전체 선거 보도량 대비 공약 보도의 비중은 12.9%에 머물렀다. 타사의 경우 더 심각해서 공약 보도 비중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다수 방송사들이 정책과 공약을 무시한 채, 지역별 판세, 정당별 판세, 인물을 부각하는 후보 중심 보도에 매몰되어 있어 있다. 가장 심각한 방송사는 MBN인데 <60대가 바라는 건>(4/5, https://me2.do/xWc4UaIu) 단 1건으로 철저한 무관심을 보였다. 그나마 이 1건도 ‘60대 TK 보수 지지층’의 이탈로 고심 중인 새누리당에 대한 ‘충고’에 가까웠다. MBN은 각 당별 노인 복지 공약을 비교하는 대신 “정당 이름을 가리고 어르신들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라며 고령층 시민의 인터뷰로 보도를 채웠다. “백 명 가운데 육십 명이 더민주가 제시한 월 30만 원 기초연금을 택”했다며 새누리당을 향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 MBC도 ‘불성실’, ‘친여당’ 편파성도 엿보여
MBC의 경우 4건의 보도량을 보였지만 1건에 그친 MBN과 다를 바 없었다. 각 당별 포괄적 정책을 비교하는 보도는 1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3건은 특정 지역 유세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지역별 공약을 언급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3건 중 2건은 새누리당의 공약을 비판 없이 소개한 보도였고 1건은 더민주의 공약을 소개하면서 다른 당의 비판을 덧붙인 보도였다. MBC가 줄곧 노출하고 있는 ‘친여당’ 편파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MBC는 1일, <경기 집중 공략…5대 개발 공약 제시>(https://me2.do/xm83qIvS)에서 경기 지역 유세에 나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조명했다. “업고 또 업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른바 '어부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라며 김 대표의 유세를 화면에 담은 이준희 기자는 “서울과 세종시를 잇는 제2경부고속도로 조기완공과 GTX 개통, 북부권 개발과 관광인프라 확대 등 5대 경기 공약도 제시”했다며 새누리당의 공약을 언급했다. 하지만 야당 측의 해당 지역 공약을 비교하거나 새누리당 공약에 대한 비판적 분석은 언급되지 않았다.
3일 보도도 마찬가지이다. MBC <“임금 격차 해소” 부산 표심 공략>(4/3, https://me2.do/x0fv0Dxt)는 김무성 대표의 부산 유세를 전하면서 “북구와 해운대를 잇는 지하고속도로 건설 등을 공약” “최저 임금을 8∼9천원 선으로 올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20%까지 줄이겠다고 약속” 등 새누리당의 공약을 소개했다. 반면 야당에 대해서는 비판을 빼놓지 않았다. MBC <“삼성 공장 유치하겠다”…“5공식 발상”>(4/6, https://me2.do/50HwQnZA)는 “삼성전자 미래차 산업을 광주에 유치”하겠다는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공약을 전했다. 이어서 “선심성 공약”, “과거 5공 군사정권 참여 전력”이라는 국민의당의 비판을 담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대기업 낙수효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김 대표가 '삼성 공장 광주유치론'을 들고 나온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라며 기자가 직접 비판 논리를 덧붙이기도 했다.
■ 공약 보도를 인물 간 대결로 갈음하기도…MBC는 또 편파 보도
타사의 공약 보도 역시 문제가 없지 않다. 10% 남짓에 불과한 보도 비중도 문제지만 공약 비교를 여야의 대표적 인물 간 대결로 갈음하는 보도는 공약 보도를 가장한 가십에 불과하다. 특히 3월 31일 논란이 되었던 ‘한국판 양적완화’에서는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이런 경향을 보였다. 새누리당이 내세운 ‘양적완화’와 이에 맞선 더민주의 ‘복지 확대 및 중소기업 우대 정책’은 국민의 삶을 결정지을 경제 기조에서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방송사들은 강봉균 새누리당 선대위원장과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설전’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MBC는 여기서도 편파성을 드러냈다. 유일한 정책 공약 보도이기도 했던 MBC <경제공약 놓고 가시 돋힌 설전>(4/1, https://me2.do/F87FPxgo)는 “김종인, 강봉균, 두 경제 분야 전문가의 자존심 싸움에다 인신공격성 발언까지”있었다며 여야의 경제 정책 대결을 전했다. 여기에서 더민주 공약에 대해 새누리당이 “대기업만 옥죄는 포퓰리즘”, “세금폭탄 공약”이라고 비판했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반면, 더민주의 입장에서는 “야당 출신인 강 위원장이 4년 전 19대 공천에서 탈락한 것에 한풀이를 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거나, “강 위원장을 향해 ‘집에 앉은 노인’, ‘허수아비’라고 했던 주진형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은 경제민주화가 포퓰리즘이라는 강 위원장의 주장은 ‘횡설수설’이라며 원색적 비난”했다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에만 초점을 맞췄다.
MBC처럼 내용상 일방적으로 여당 편파성을 보이진 않았지만 SBS <“독약이 든 공약” vs “헌법도 안 읽어”>(3/31), KBS <한국판 양적완화…“경제 불씨” “관치 금융”>(3/31), JTBC <“김종인, 세계경제 모르는 양반” “돈 있는 사람만 부자 만드는 것”>(4/1), TV조선 <“포퓰리즘” vs “헌법 읽어보라”>(3/31) 역시 거시적 경제 관점의 차이를 두 인물 간 ‘설전’으로 갈음했다.
■ ‘분석’ 대신 ‘싸잡아 비판’, 공약에 대한 정보는 부족해
공약보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분야별, 정당별 공약을 상세히 분석해주는 것이 아니라, 여야 공약을 모두 ‘선심성’으로 도매금 처리한다는 데 있다. 정당별 공약이 너무 축약된 채 소개되어 대상도 없는 비판을 담은 보도도 있다. 이런 현상에는 정치권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 각 당이 ‘상대방 심판론’에 빠져 ‘공약 베끼기’라는 오명까지 자초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약 베끼기’ 상황조차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는 방송의 공약 보도의 책임은 더 크다. 언론이 제대로 된 공약 검증보도를 통해 정당의 정책개발을 견인해야 했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여야 공약을 제대로 비교하지도 않고 ‘선심성’으로 싸잡아 비판하는 보도의 대표 주자는 채널A이다. 채널A <또 나왔다 묻지마 선심 공약>(4/2, https://me2.do/xq4lDCZk)은 새누리당 강봉균 선대위원장 ‘한국형 양적완화’와 더민주의 “사병 월급을 30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공약” 등을 이야기하며 이런 공약들이 “‘실효성이 있는지, 또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가 불투명한 ‘묻지마 공약’들”이라고 규정했다. 재원 조달 방식이 미비하다는 논리 외에는 ‘묻지마 공약’인 이렇다 할 근거도 덧붙이지 않았다. 선거철이 되면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지만 구체적인 배경 설명 없이 무조건 배격한다면 시청자들의 정치 혐오만 조장할 뿐이다.
<‘검증! 총선 공약’>이라는 기획 보도까지 마련한 KBS 보도에서도 이런 경향이 엿보인다. KBS <’일자리’ 숫자 경쟁‧너도나도 “임대주택”>(3/31, https://me2.do/G7BIEL1l)는 여야의 일자리 공약을 “새누리당은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 지원과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와 노동시간 축소를 해법으로 제시” “국민의당은 청년고용할당제를 민간으로 확대하고, 정의당은 구직수당을 도입하자는 입장”이라며 짧게 나열한 뒤 “소요되는 예산의 규모라든가 (일자리) 산출 근거들이 좀 더 명확하게 나와야 되는데 미흡”하다는 김태진 한국교통대 교수의 비판으로 갈무리해 버렸다. 공약에 대한 비판은 필수이지만 기본적인 논리와 계획이 제시되어야 그 비판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현재 방송사들은 공약을 비판하면서 각 당 공약의 기본적인 정보도 제공하지 않아 유권자들의 거부감만 자극하고 있다.
■ KBS ‘검증! 총선 공약’ 기획, 한계 뚜렷해 아쉬워
KBS의 <검증! 총선 공약> 보도들은 각 당의 정책 및 공약을 단순 나열한 뒤 전문가의 총체적 비판을 덧붙이는 단순한 구성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타사의 공약 보도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분명 차별화된 보도이다. 임대 주택 문제, 사교육비 절감, 경제 정책, 출산율 제고 정책 등 국민의 삶과 맞닿아 있는 구체적인 분야를 훑으며 공약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KBS <저출산‧고령화 여‧야 해법 ‘제각각’>(4/4, https://me2.do/xndLQBuX)에서 김기흥 기자는 “새누리당은 출산과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마더 센터 설치와 여성 경력 유지를 위한 단축근로제 등을 제안” “더민주는 육아휴직 급여 인상과 남성의 육아 참여를 위한 이른바 칼퇴근법을 약속” “국민의당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확대를, 정의당은 질 좋은 여성일자리의 보장을 제시” 등 출산율 제고를 위한 각 당의 공약을 간단히 나열했다. 이어 “질 좋은 일자리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판단”된다는 고혜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의 비판을 덧붙였다. 이 보도는 최소한의 공약 소개와 검증을 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소재가 ‘공약 베끼기’로 지목된 대표적인 분야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준다. 노컷뉴스는 <'좋은 공약은 베껴라?' 결국 묻지마 투표>(4/5, https://me2.do/FMU8JQQR)에서 새누리당과 정의당의 출산율 제고 공약에 대해 “결국 두 당 모두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 문제를 ‘새로일하기센터’라는 기관을 통해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당별로 여성이 일과 가사를 양립할 수 있게 돕겠다는 문제의식이 같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까지도 같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KBS가 똑같은 분야의 공약을 보도하면서 이런 ‘공약 베끼기’ 실태를 지적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한계이다.
△ KBS <‘검증! 총선 공약’>
* 모니터 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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