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일일브리핑]뒤죽박죽 못 믿을 여론조사에 문제의식 없는 방송사들, MBC는 ‘편파 해석’까지(D-8 방송보도 일일브리핑)1. 뒤죽박죽 못 믿을 여론조사에 문제의식 없는 방송사들, MBC는 ‘편파 해석’까지
20대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방송사들의 선거 보도에서 여론조사 결과의 비중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4월 5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20대 총선 관련 여론조사는 총 1천55개에 이른다. 총선 D-90 이후, 7개 방송사 중 가장 적은 선거 보도량을 보이면서 타사에 비해 지역구별 판세도 충실히 전하지 못했던 MBC 역시 4월 5일에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KBS는 2월 17일부터 1차 판세 분석조사 결과를 시작으로 4월 4일에는 3차 결과를 보도했다. 선거의 향방을 분석하는 기본적인 자료가 여론조사 결과이므로 선거 보도에서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조사 방법, 기관마다 결과가 천차만별일 뿐 아니라, 표본 추출의 적절성, 설문 항목의 객관성, 휴대전화가 보편화 된 상황에서 집 전화에 국한된 조사 기법의 한계, 낮은 응답률 등 객관성 자체를 담보하지 못 한다는 비판이다. 더 큰 문제는 신뢰성에 금이 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방송사들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는 점이다. MBC의 경우 지역과 정당에 따라 판이한 해석을 덧붙이기도 했다.
■ MBC의 여론조사 결과 해석, ‘그때 그때 달라요’
MBC는 5일 보도에서 내놓은 자체 여론조사 보도에서 지역과 우세 정당에 따라 해석을 달리해 유권자를 판단을 흐렸다. MBC <오세훈‧안철수 우세…수도권 판세는?>(4/5, https://me2.do/xx1vMazb)는 수도권 지역 중 용산을 다루면서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가 36.2%로 32.5%의 더민주 진영 후보를 소폭 앞섰습니다”라고 전했다. 여당 후보가 3.7%p 앞서는 상황을 “소폭 앞섰습니다”라고 해석한 것이다. 그런데 영호남 판세를 다룬 다음 보도 <영남‧호남 여야 ‘텃밭’ 예측 불허 승부>(4/5, https://me2.do/52LHKl2O)에서 야권인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를 3.6%p 앞선 경남 창원성산을 다룰 때는 해석이 달라졌다.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와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라고 해석한 것이다. 지지율 격차가 거의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여당 후보가 우세하면 ‘소폭 앞선 것’이고 야권 후보가 앞서면 ‘박빙 승부’라는 이중 잣대가 드러난 대목이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새누리당의 공천 파문으로 ‘친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대구 동구갑의 경우, 새누리당 정종섭 후보가 무소속 류성걸 후보에게 7.1%p 차이로 뒤지고 있는 결과에 대해 MBC는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비슷한 수치인 8.6%p의 차이로 더민주 후보가 국민의당 후보를 앞서고 있는 전북 전주병에 대해서는 “더민주 김성주 후보가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를 앞섰고”라고 정리했다. 야권 후보에는 불리한 해석을, 여당 중에서도 ‘친박’에는 유리한 해석을 달아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접어두더라도, MBC는 여론조사 결과가 매체에 따라 전혀 다르게 포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수치도 ‘제각각’…못 믿을 여론조사
여론조사 지지율 수치가 조사마다 천자 만별인 것도 문제이다. 3월 말에는 부산 북‧강서갑에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이틀 만에 20%p 가량 뒤바뀌면서 1, 2위가 반전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 MBC, SBS, MBN은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4월 5일에도 7개 방송사들 사이에서 같은 지역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그 수치가 엇갈렸다. 대구 동구갑의 경우 KBS <탈당 후보 ‘변수’…대구 표심은?>(4/5, https://me2.do/GHI9a6zT)에서는 “새누리당 정종섭 후보가 38.5%,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류성걸 후보가 38.4%로 초접전 양상”이라고 보도했지만, 같은 날 MBC <영남‧호남 여야 ‘텃밭’ 예측 불허 승부>(4/5, https://me2.do/52LHKl2O)에서는 “정종섭 후보 33.6%, 류성걸 후보 40.7%”라는 결과를 보여줬다. 두 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KBS는 0.1% 뿐인데, MBC는 7.1%나 난 것이다.
서울 종로에서도 MBC <오세훈‧안철수 우세…수도권 판세는?>에서는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지지율 44.9%로 35.6%의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보다 높았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채널A <정치 1번지 ‘간발 차이’>(4/5, https://me2.do/5voTySe4)는 “오세훈 후보 41.5%, 정세균 후보 39.9%”라며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 MBC는 오세훈 후보가 9.3% 가량 앞선다고 했으나 채널A에 따르면 그 차이가 1.6%에 불과한 것이다.
KBS 여론조사의 경우 연합뉴스와의 공동 여론조사였고 기관은 코리아리서치센터, 조사 기간은 4월 1일부터 2일, 조사방법은 임의의 유선전화를 통한 전화면접조사였다. MBC는 조사기관만 리서치앤리서치로 달랐을 뿐 기간과 방법이 동일했다. 채널A는 서울경제신문의 여론조사를 인용한 것으로서 기관은 리얼미터, 기간은 3월 30일부터 4월 2일, 조사방법은 전화면접 및 유선ARS 자동응답 혼용이었다. 기관마다, 언론마다, 조사방법마다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다보니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의 방송사 뉴스에서도 지지율 차이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 문제의식 없이 여론조사 받아쓰는 방송사들 반성해야
하룻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도 수치와 해석이 제각각인 여론조사는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은 여론조사 신뢰도 문제에 관심이 없다. 3월 29일부터 4월 5일까지, 지역별 판세를 분석하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화면이나 기자 멘트를 통해 언급한 보도량을 산정한 결과, 7개 방송사 중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방송사는 MBN이다. MBN은 전체 선거 보도량 중 여론조사 보도가 27.6%의 비중을 차지했다. KBS와 TV조선도 20%를 전후한 의존도를 보였고 타사들은 10% 내외로 평이한 수준이었다. 단 2건에 그친 MBC의 경우, 4월 5일 자체 여론조사 결과 보도 2건을 제외하면,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마저 보도에 반영하지 않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7개 방송사 모두 여론조사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쓰고 있다는 점이다. KBS, JTBC, TV조선을 제외하면 여론조사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인 방송사는 없다. MBN의 경우 30%에 가까운 비중으로 여론조사에 의존하며 선거 소식을 전하고 있음에도 반성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그나마 KBS, JTBC, TV조선이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KBS <여론조사 ‘들쭉날쭉’…유권자 ‘혼란’>(4/1, https://me2.do/F5xU3t74)는 이틀 새 20%가 뒤집혔던 부산 북 강서갑 사례를 언급하면서 “특정 연령대의 표본 수가 목표에 미달하면 신뢰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 “휴대전화가 보편화되면서 집전화가 없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 집전화만을 모집단으로 삼아 조사하는 방식이어서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전했다. TV조선 <이틀만에 20%p 왔다갔다?>(3/31) 역시 비슷한 내용이다.
4건의 비판 보도로 가장 적극적이었던 JTBC의 경우 더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JTBC <부동층 ‘흔드는’ 여론조사>(4/5, https://me2.do/FMUlN5lg)는 “부실한 일부 여론조사. 문제는 이게 선거 결과도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부동층의 의사 결정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본질적 문제를 제기한 뒤 “대세를 따르게 되는 밴드웨건 현상뿐 아니라, 반대로 지고 있는 후보에 동정표를 던지는 이른바 '언더독 현상'이 나타날 수도”라며 ‘읍소 작전’으로 돌입한 새누리당을 지적하기도 했다.
△ JTBC <부동층 ‘흔드는’ 여론조사>(4/5)
2. 여론조사 이용한 새누리당의 ‘엄살 전략’, 지원사격 나선 MBN
신뢰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민심을 판가름하는 기초 자료라는 특성으로 인해 여론조사는 표심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각 당의 선거 전략에 이용되기도 한다. 이번 총선 역시 마찬가지인데 최근 “과반 의석도 어렵다”며 ‘엄살 전략’에 나선 새누리당이 대표적이다. 5일, “여권 지지 성향이 강한 50~60대 중·장년층 가운데,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답한 비중이 5~6%p 정도 빠졌다”며 ‘과반 위기설’의 근거로 자체 여론조사를 제시한 김무성 대표는, 충청권 지원 유세에서 “한 번만 용서해달라”며 ‘읍소 전략’까지 선보였다. MBN은 무려 5건에서 각종 여론조사로 새누리당 입장을 뒷받침했는데, 이는 ‘대구 경북 지역 60대’와 ‘여당 지지’를 등식화하는 ‘지역주의’ 및 ‘세대논리’를 그대로 재생산 한 것이다.
■ 무려 6건으로 ‘지원 사격’ 나선 MBN…여론조사도 적극 인용
MBN <“눈물로 호소”>, <불안한 텃밭…심야 회의까지 열려>, <투표 외면하는 60대 늘었다>, <TK‧PK에서 등돌려>, <60대 무관심 왜?>, <60대가 바라는 건> 등 6건은 모두 새누리당의 ‘과반 위기론’을 뒷받침하는 보도들이다. 6건 모두 단순한 지역별 판세 분석도 아닌 60대라는 특정 계층 및 TK 등 특정 지역의 변화를 짚기 위해 여론조사를 인용했다. 앞서 살펴봤지만 여론조사의 신뢰도는 전적으로 믿을 수 없는 수준이다. <투표 외면하는 60대 늘었다>는 “우리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50~60대 중장년층 가운데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게 5~6%나 빠졌습니다. 그분들이 우리 새누리당에 화가 많이 나있기 때문에”라는 김무성 대표 발언을 직접 증명했다. “리얼미터가 연령별 총선 투표의향을 조사했더니,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한 60대 이상은 50%로 40대나 30대, 20대보다도 10%p 가까이 낮았습니다”라며 여론조사로 중장년층 이탈을 뒷받침 했다. <TK‧PK에서 등돌려> 역시 리얼미터를 인용하여 “대구·경북의 새누리당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3월 둘째 주엔 70% 이상이 새누리당을 지지했지만, 불과 3주 만에 20%P 가까이 빠졌습니다”라고 전했다. ‘60대 TK‧PK 여권 지지자 이탈’이라는 김무성 대표의 주장을 직접 정당화한 것이다.
△ MBN <TK‧PK에서 등돌려>(4/5)
<60대 무관심 왜?>(4/5, https://me2.do/GBb8E3ho)의 경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천이 아니잖아. 친박들이 반성해야 해”라는 60대 시민의 인터뷰를 전하면서 60대의 마음이 돌아선 이유를 친절히 알려주기도 했다. 야당은 물론, 다른 종편 방송사들도 모두 ‘엄살’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유독 많은 보도량으로 새누리당의 ‘읍소 전략’을 지원하고 나선 MBN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 JTBC‧TV조선‧채널A “엄살”, 지상파 3사는 ‘침묵’
과반도 어렵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이 ‘엄살 전략’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가장 적극적으로 제시한 방송사는 JTBC이다. JTBC <‘전가의 보도’ 읍소 전략>(4/5, https://me2.do/5oAMUFkA)는 “현재의 일여다야 구도를 생각해보면 의외인데요. 전통적인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일종의 엄살이라는 얘기는 이미 나온바”라며 반박했고 “2년 전 7·30 재보궐선거” “그보다 한 달여 앞선 6·4 지방선거”에서 “큰절로 읍소하는 1인 릴레이 유세”를 펼친 사례 등 새누리당이 그동안 펼쳐온 ‘읍소 전략’을 열거하기도 했다. TV조선 <“과반은커녕 130석 수준…초비상”>(4/5), 채널A <“과반 힘들다” 엄살 전략?> 역시 새누리당의 주장이 ‘엄살 전략’일 가능성을 조명했다. 반면 지상파 3사는 새누리당 입장을 그대로 읊었을 뿐이다. KBS <전통 강세지역 흔들…지지층 사수 ‘비상’>(4/5, https://me2.do/5LtCI0jB)는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는 핵심지지층이 늘면서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은 물론 영남까지 흔들린다는 자체 분석”을 전했고 MBC, SBS의 관련 보도도 비슷한 내용이다.
* 모니터 대상 :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