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일일브리핑]‘대통령 존영’?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니다(D-14 방송보도)
등록 2016.03.3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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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통령 존영’?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니다
 지난 28일, 새누리당 대구시당이 류성걸, 유승민 의원 등 탈당 의원들에게 대통령 사진을 반납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조원진 의원은 “탈당 전에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서 걸고 있던 대통령 사진도 그렇게 걸고 있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반납하셔야 되는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서는 치졸하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 와중에 채널A가 ‘존영’을 ‘영정’이라고 말하는 실수를 해서 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논란 속에서 언론이 화제로 삼아야 할 것은 ‘영정’이라는 말실수가 아니다. 언론이 아무 문제 제기없이 ‘존영’이라는 용어를 합당한가에 대한 성찰이다.

 

■ “바보야. 문제는 ‘영정’이 아니라 ‘존영’이야”
채널A 메인뉴스인 ‘종합뉴스’ 박상규 앵커는 <'대통령 사진’ 유승민 NO, 윤상현 OK>(3/29, https://me2.do/IIAkoY0I)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소개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사진, 이른바 영정을 놓고 새누리당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존영’을 ‘영정’이라고 한 것이다. 현재 채널A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앵커 멘트가 편집되어 볼 수 없는 상태이다. 언론에서는 앵커 교체 이야기까지 언급되고 있지만, 설마 그런 일은 없으리라 본다. 살아있는 분의 사진을 영정이라고 말한 것은 큰 실례이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영정’이 아니라 ‘존영’이기 때문이다.

 

 

■ ‘존영’은 ‘권위주의’ ‘반인권’적 용어…인권위도 자제 권고
 ‘존영’은 인물의 사진을 크게 높여 부르는 말로 현대에는 거의 쓰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2011년 제정한 인권보도준칙(2014년 개정)의 1장 ‘민주주의와 인권’ 1항은 “언론은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훼손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가. 권위적인 용어와 국민을 낮추보는 용어 사용에 주의한다”고 밝히고 있다. 준칙을 설명하는 매뉴얼에도 언론은 ‘통치권자’ ‘영수회담’ 등 ‘권위적인 용어’를 자제하라 권고하고 있으며 ‘접견’ ‘읍소’ 등 ‘국민을 낮춰보는 용어’도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통치권자’나 ‘접견’ 등에 비해서 ‘존영’이란 표현은 극단적인 수준으로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훼손하는 표현이다.  일제 강점기 일왕의 사진을 ‘존영’이라고 했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 정권에서 대통령의 사진을 '존영'이라고 불렀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은 탈당 의원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박근혜 대통령 존영을 29일까지 반납하라”며 ‘존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새누리당 일부 구성원들끼리 이런 표현을 하는 것까지 문제 삼지 않는 하더라도, 언론에서 국민에게 당연한 듯 사용할 표현은 아니라는 것이다.

 

■ TV조선과 채널A의 뉴스, ‘존영’ 사용 거리낌 없어
29일, 채널A는 관련 보도 2건을 냈는데, 앵커가 실수를 한 보도와 또 다른 보도인 <“건드리면 커진다” 무대응 지시>(3/29, https://me2.do/54cTWFAv)에서 모두 존영을 언급했다. 박상규 앵커는 이후 “박 대통령의 공식 사진을 제가 영정이라고 했는데 새누리당의 공식 표현처럼 존영을 잘못 말한 것이어서 바로 잡겠습니다”라고 정정했다. 이처럼 존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채널A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이런 행태는 TV조선도 마찬가지이다. TV조선 <뉴스쇼판 정치분석>(3/29, https://me2.do/xGaQzoSB)에서 최희준 앵커는 “새누리당에서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 존영 논란까지 벌어졌다. 빨리 진화에 나섰다”며 ‘존영’을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 대담자 주용중 조선일보 부국장 역시 “당에서 3년 전 지급해준 대통령 존영, 사진을 반납해달라 요구했다”고 말했다. 주 씨는 “남의 사진을 높여서 이르는 말인데 대통령 사진, 액자라고 하면 되는데 존영이라고 하니까 권위주의 냄새도 풍긴다”며 거부감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이런 단어를 쓰면 오히려 대통령에게 도움이 안 된다”며 오히려 대통령을 비호하고 나섰다.

 

■ 시사토크쇼도 마찬가지, TV조선과 채널A의 ‘인권 수준’ 드러나
두 방송사의 시사토크쇼에서도 ‘존영’은 일상어처럼 반복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채널A 박상규 앵커가 ‘존영’을 ‘영정’이라고 하면서 논란이 된 29일, 채널A 시사토크쇼인 <직언직설>(https://me2.do/5da8liB9)에서도 똑같은 말실수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패널로 나온 황성준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사진을) 떼라고 해서 떼면 더 이상하고 대구 정서에도 안 맞지 않나”라는 조수진 기자의 질문에 “그래서 안 떼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또 저는 이제, 이렇게 얘기하면 얄미운 양비론 같지만 만약에 그럼 재산이라고 하니까 돌려드리고, 요즘에 영정, 아니 그 존영, (말 더듬거리며) 그 존영 만드는데 큰 비용 드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대답했다. ‘존영’을 ‘영정’이라고 한 상황에 본인 스스로가 상당히 당황한 눈치였다. 이외 채널A, TV조선, MBN의 대다수 시사토크쇼에서 ‘존영’은 여과 없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자극했다. 이번 존영 논란은 두 방송사의 민주적 소양과 인권 의식이 어느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을 ‘여왕’으로 바라보고 국민은 ‘신민’ 정도로 여기는 TV조선과 채널A의 태도가 한심할 뿐이다.

 

2. 총선 최대 변수 ‘야권연대’, 제각각인 방송보도에 시청자 ‘혼란’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국민의당이 창당되면서 20대 총선의 구도가 ‘일여다야’로 조정됐다. 3월 2일,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야권 통합’을 깜짝 제안하면서 ‘야권 연대’ 논의에 불을 지폈고 현재 25개 지역구에서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후보들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가 논의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야권 연대에 거부감을 나타내며 ‘독자 노선’을 외치고 있으나 일선 후보들은 ‘분열은 필패’라는 명분으로 연대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월 30일 대구를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야당이 승리하면 테러방지법은 폐기” “야권 연대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 등, 연일 야권 연대를 맹폭하면서 여당 역시 ‘야권 연대’에 민감함을 드러냈다. 노동개혁, 사이버테러방지법, 대북 강경 정책 등 2년 여의 잔여 임기 동안 박근혜 정부의 독주를 굳히려는 집권 여당의 계획의 성사 여부가 ‘야권 연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야권 연대’가 20대 총선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30일, 방송사의 관련 보도는 ‘천차만별’이었다. KBS와 MBC는 국민의당의 거부 입장만 내세워 가능성을 차단했고 SBS와 채널A의 경우, 안철수 대표가 거부하고 있으나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고 전했다. MBN은 논의가 진행 중인 지역구를 중심으로 단일화 현황을 조명했고 JTBC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입장을 비교했다.

 

■ 객관‧공정성 으뜸이어야 할 공영방송…주요 사안마다 ‘반쪽짜리 보도’
 30일 야권연대 관련 보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을 드러낸 방송사는 공영방송 KBS, MBC이다. 최근 두 방송사는 야당의 필리버스터에서 테러방지법 관련 토론 내용은 잘라내고 유승민 의원 탈당 파문, 윤상현 의원 욕설 파문 등 여당의 계파 갈등을 축소보도는 등 주요 사안을 ‘반쪽’만 전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이런 ‘직무유기’가 대체로 여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은 더 큰 문제다. 야권연대에 있어서도 똑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30일, KBS와 MBC는 국민의당이 야권 연대를 공식적으로 거부했다는 뉴스로 관련 내용을 갈무리하면서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날 이렇게 야권 연대 문제를 그 자체로 조명하지 않고 ‘국민의당의 거부’에 방점을 찍은 방송사는 KBS와 MBC뿐이다.

 

 

 

KBS <수도권 후보 출정식…“단일화, 낙선의 길”>(3/30, https://me2.do/xQIn9f0s)은 국민의당의 수도권 출정식 풍경을 다루면서 “당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는 야권 연대 압박에 대해서도 기존의 불가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거대한 양당의 기득권에 균열의 종을 난타하는 타수의 일원임을 자랑한다”라는 안철수 대표 발언과 “단일후보를 달라고, 그렇게 국회의원이 되는 것보다 (차라리) 제 길을 뚜벅뚜벅 걸어 낙선의 길을 걷겠습니다”라는 김영환 공동선대위원장 발언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단일화가 논의 중인 지역구 관련 내용은 없다. KBS의 다른 선거 보도에서도 단일화 관련 내용은 <‘재격돌’ 고양갑…야권 연대 ‘변수’>(3/30, https://me2.do/5GenLWaN)에서 고양갑의 판세를 다룬 후 “'일여다야' 구도 속에 이들 지역은 야권연대 여부와 함께, 대규모 단지에 새로 입주한 유권자들의 표심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언급 단 한 마디뿐이다.


이는 MBC도 마찬가지이다. MBC <“단일화 안 한다”…수도권 총력 지원>(3/30, https://me2.do/GPVb5LDI)은 KBS가 인용한 안철수, 김영환 두 인물의 발언을 똑같이 화면에 담으면서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히 요구하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단호히 거부”했다고 못을 박았다. “안 대표 지역구부터 박빙의 승부인데다 상당수 수도권 후보들이 고전하고 있어 위기감은 커지고 있습니다”라는 언급이 있지만 단일화 관련 내용을 덧붙이는 대신 “호남에서는 선거 초반 더민주에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자신감”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선거보도에서도 KBS와 마찬가지로 야권 연대 자체에 대한 조명 없이, 서울 도봉을 판세를 다룬 보도에서 “이 지역에서도 야권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있어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딱 한 마디 짚었을 뿐이다.

 

■ ‘국민의당 입장 변화’, 하지만 ‘연대는 먹튀’?, TV조선의 ‘횡설수설’
 TV조선은 3건의 보도로 야권 연대를 집중 조명하면서 7개 방송사 중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국민의당 출정식을 다룬 <“후보 단일화 막지 않겠다”…입장 변화>(3/30, https://me2.do/GsSYEFbg)는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국민의당의 연대 관련 입장을 ‘변화’로 규정했다. 하지만 다른 보도 내용은 황당하다. TV조선은 단일화가 국민에 대한 우롱이라며 비판했다가 여권에는 단일화가 없다며 토로하는 혼란스런 태도를 보였다. 


 TV조선 <“선거보조금 받고 사퇴는 국민 우롱”>(3/30, https://me2.do/GDdlJxuD)은 대뜸 “정체성이 다르다고 당을 박차고 나올땐 언제고 오로지 선거 승리만을 위해 후보를 합치는 정치 행위에 국민세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있다며 야권 연대를 ‘선거보조금 먹튀 논란’과 연결했다. 최희준 앵커는 보도 첫 머리에서 “지난 대선 때 이정희 옛 통진당 대선 후보는 선거 직전 후보직을 사퇴해 이른바 국고 보조금 '먹튀' 논란을 빚었습니다”라며 총선과 관련이 없는 이정희 전 의원의 사례도 언급했고 김명우 기자는 “선거비용으로 수십, 수백억원씩 받고 후보를 사퇴시키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덧붙였다. 야권연대에 대한 공세적 비판을 집약한 보도이다.


그 다음 보도인 <여권 단일화는 ‘무소식’…“무소속 완주”>(3/30, https://me2.do/G69zOpMZ)는 더 황당하다. 바로 전 보도에서 야권 연대가 ‘국고보조금 먹튀’라며 비판한 최희준 앵커는 “야권과 달리, 공천 파동으로 내홍을 겪은 새누리당과 탈당한 무소속 후보간 단일화는 깜깜 무소식입니다. 오히려 무소속 연대를 구성하면서, 단일화에서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라며 단일화 없는 여권 상황을 조명했다. 이유경 기자는 “수도권에서 새누리당 출신 후보끼리 맞붙는 지역은 6곳으로 단일화가 승부의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태희, 조진형 후보 등은 ‘희생양’이라며 오히려 무소속 연대를 구성했습니다”라고 자세한 내용을 덧붙였다. 단일화를 ‘먹튀’ ‘국민 우롱’으로 규정한 바로 전 보도와는 그 취지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보도였다. 단일화는 ‘국민 우롱’이니 여당은 하고 있지 않다고 ‘자랑’하는 것인지, 단일화를 비판해놓고 여권에는 단일화가 없어 아쉽다는 것인지 참으로 복잡한 속내이다.

 

■ 연대 가능성 조명한 SBS‧채널A‧MBN, 두 야당 모두 비판한 JTBC
 한편 SBS, 채널A, MBN은 특별한 문제적 내용 없이 야권 연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SBS <“단일화 대신 독자 생존”…내부는 진통>(3/30, https://me2.do/5SoApBnc)는 안철수 대표가 “독자 생존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지만 “단일화를 요구하는 후보 일부가 출정식에 참석하지 않는 등 혼란은 계속”됐다고 전했다. “안 대표가 자신의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더라도 다른 지역 후보들의 연대 논의는 시간이 갈수록 속도를 낼 것”이라는 예상도 덧붙였다. 채널A <“양당에 균열의 종 난타”>(3/30, https://me2.do/FZevR979)와 MBN <“이대론 전멸”…물꼬 트인 야권연대>(3/30, https://me2.do/5uXCscLM)도 마찬가지 내용이다. 

 20일, 가장 차별화된 보도는 JTBC <말로만 연대…말로만 반대>(3/30, https://me2.do/FkMC4jPI)이다. 손석희 앵커는 연대를 압박하는 더민주와 이를 거부한 국민의당에 대해 “두 당 모두 뾰족한 방법은 없이 빈 말만 주고받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더민주의 경우 “당대당 통합이 아닌 이상 연대 과정에 당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 있고 국민의당도 “이미 9명이 공천을 받고도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고 이 가운데 3명은 후보 단일화가 이유”인 상황에서 지도부의 거부가 ‘빈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모니터 대상 :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