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일일브리핑]‘옥새 투쟁’ 촉발한 ‘공천 사유화’, 방송 보도에는 ‘대통령’이 없다(D-20 방송보도 일일브리핑)
등록 2016.03.2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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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옥새 투쟁’ 촉발한 ‘공천 사유화’, 방송 보도에는 ‘대통령’이 없다
20대 총선 후보 등록 첫날인 24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 이재오 등 ‘비박계’가 공천 탈락한 5개 지역의 공천 승인을 거부했다. 유승민 의원 ‘찍어내기’에 이어 대표가 직인을 가지고 부산으로 떠나면서 이른바 ‘옥새 투쟁’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선거법상 대표 직인이 없는 공천장은 효력이 없기 때문에 유승민 의원과 맞붙게 됐던 이재만 후보자 등 ‘친박’ 후보들이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눈 밖에 난 사람을 내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의 ‘공천 사유화’가 후진적인 정치 행태로 드러난 셈이다. 경향신문 <사설/당 대표의 ‘옥새 투쟁’ 야기한 최악의 새누리 공천>(3/24, https://me2.do/xx1038Ob)은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은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주권자를 모독한 ‘참사’였다. 그 책임은 박 대통령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3월 24일 방송보도에서는 이런 지적을 찾을 수 없다. 7개 방송사는 모두 김무성 대표의 ‘옥새 투쟁’ 선언 기자회견과 부산행, ‘친박계’의 반발과 원유철 원내대표의 설득 시도, ‘옥새 투쟁’의 향후 전망 등 사태의 추이에만 관심을 기울였을 뿐이다.

 

■ ‘유승민 찍어내기’에 입 닫았던 공영방송, 계속되는 침묵

특히 23일, ‘유승민 찍어내기’로 끝난 새누리당의 공천 횡포를 1~2건으로 처리했던 KBS와 MBC는 이번에도 침묵했다. KBS는 24일 유승민 의원 관련 보도를 단 1건도 내지 않았다. KBS는 ‘유승민 찍어내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무시한 것이나 다름 없다. KBS는 여당 관련 보도 2건, 야당 관련 보도로 2건으로 보도량의 균형을 맞추기도 했는데, 유승민 의원 탈당 사태와 김무성 대표의 ‘옥새 투쟁’이 지니는 파급력을 감안하면 ‘균형’이 아니라 ‘은폐’이다. KBS를 제외한 6개사는 모두 여당만 다룬 보도가 야당만  다룬 보도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MBC는 1건으로 유승민 의원 탈당을 다뤘고, ‘옥새 투쟁’도 3건을 보도했다. KBS보다는 여당 소식에 비중을 둔 것이다. 그러나보도 내용에서는 노골적인 편파성을 보여줬다. 유승민 의원을 다룬 <“정치 보복”,…“꽃길 걷다 당 버려”>(https://me2.do/Fi63h2ER)에서 현재근 기자는 “시한 한 시간을 앞두고 유승민 의원은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 “비박 중진 이재오 의원과 대구 3선 주호영 초선 류성걸 의원이 줄줄이 뒤를 따랐습니다”라며 유승민 의원과 ‘비박계’의 탈당을 짧게 언급했다. 이어 “이념과 가치 중심으로 모여야 할 책임 정당에서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고 정치적 희생양 행세를 한 것은 청산해야 할 정치구태라고 비판” “꽃길만을 걸어온 당을 버리고 정부활동을 적극 막는 법을 어거지로 통과시켜 대통령이 끝내 거부권을 발동하도록 만든 것 역시 당 정체성 위반이라고 지적” “선거를 앞두고 당을 모욕하고 침을 뱉으며 자기 정치를 위해 떠난 것은 몇몇 다른 다선 의원들도 마찬가지”라는 이한구 위원장의 날선 비판만 길게 전달했다. 여기에 이한구 위원장의 발언을 2번이나 화면으로 인용하여 사실상 이한구 위원장을 대변했다. 반면 이에 반박하는 유승민 의원의 입장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노골적인 ‘친박 편애’ 보도이며 ‘친박’의 입장만 읊어준 편파보도라 할 수 있다. 유승민 의원 탈당을 아예 무시한 KBS를 제외한 타사는 모두 이한구 위원장과 유승민 의원의 대립을 균형 있게 다뤘다.

 

△ MBC <“정치 보복”,…“꽃길 걷다 당 버려”>(3/24)

 

“피해자는 대통령”…대통령 감싸기 급급한 TV조선
유승민 의원의 탈당에 대해 ‘여야 양비론’과 ‘대통령 옹호’로 일관했던 TV조선과 채널A는 또 노골적으로 청와대를 비호하고 나섰다. TV조선 <20대 총선 전망>(https://me2.do/5rHny1aH)에서 대담자로 나온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옥새 투쟁’의 영향에 대해 논하던 중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가 대통령이 될까 그것이 걱정이다. 선거가 어떻게 끝나든지 간에 대구에서의 결과는 눈에 보인다. 이것이 대통령의 권한, 체면, 통치권을 행사할 때 상당히 부정적 영향 미칠 것 같다. 새누리당 자체보다도 선거 이후 대통령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옥새 투쟁’까지 번진 공천 갈등의 배후에 대통령이 있다는 비판에 선을 긋는 수준을 넘어, 아예 ‘대통령은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내세운 것이다.

 

■ ‘옥새’ 없이 공천 추인할 방안 강구한 채널A
채널A는 김무성 대표가 없는 ‘가상 최고위’를 보도했다. 채널A <대표 대행 땐 원유철 1순위>(https://me2.do/5LtOW24B)에서 박상규 앵커는 “친박계 지도부의 비상 시나리오가 성사된다면, 누가 여당의 임시 선장이 될까요?”라는 황당한 질문을 던진 뒤, “당헌에 따르면, 원유철 원내대표가 1순위, 서청원 최고위원이 2순위”라며 자문자답으로 보도를 시작했다. 이어서 조아라 기자는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현 상황을 “대표 유고 상태에 비유”하고 있다며, “최고위원들이 모두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사실상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는 것도 친박계가 고려할 수 있는 카드”라고 전했다. 그러더니 “하지만 비대위를 구성하려면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견을 거쳐야 하는데, 당헌 제 21조에 따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하려면 개최 3일 전에 공고해야해 후보등록이 끝나는 내일까지 옥새를 찍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김무성 대표와 대표직인 없이도 공천을 추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듯 한 보도이다.


다음 보도인 <“이한구도 답답” 냉가슴>(https://me2.do/G095g35g)에서는 “청와대는 무엇보다 옥새투쟁을 벌이며 당을 파국으로 몰고 가고 있는 김무성 대표에 대한 불만” “독불장군식 공천으로 갈등을 증폭시킨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 대해서도 답답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한구, 김무성 두 인물에 책임을 전가하며 대통령 책임은 없다고 생각하는 청와대만 대변한 보도이다.

 

2.  ‘총선 출정식’ 언급도 없이 ‘문-김 갈등’만 강조한 KBS
24일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벌어졌던 갈등을 봉합하고 총선 출정식을 열었다. 여기서 김종인 대표는 “새누리당 정권 8년의 경제실패는 의석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많아서 생긴 일”이라며 총선의 구호를 경제임을 선언했다. 또한 “매일매일 낡은 관행과의 싸움”이었다고 공천 갈등을 회고하며 당내 주류를 겨냥한 발언도 했다.


KBS <총선 필승 다짐…공천 갈등 여전>(https://me2.do/GtmrQWaA)는 더민주만 단독으로 다룬 보도이고 소재도 더민주의 총선 출정식이었다. 그런데 보도를 보면, 총선 출정식과 이날의 핵심인 김종인 대표의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 비판’ 발언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 보도에서 전한 것은 ’더민주 내분 예단’ 뿐이었다. 앵커는 시작부터 “내홍에 빠졌던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대표가 당무에 복귀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하며, 반전을 시도”, “하지만 김 대표 측근 그룹이 주류 친노 진영을 향해 강한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긴장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며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송영석 기자는 “김 대표의 측근인 주진형 정책공약단 부단장은 겉으로나마 유지하던 신뢰가 국민들이 보기에도 이미 깨졌다며 당내 주류 진영을 수구적 진보, 귀족 운동권이라고 맹비난했고,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은 특정세력의 지도부 흔들기는 당의 고질병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기자는 이어 문재인 전 대표의 손혜원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 참석을 끼워 넣었다. 기자는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는 김종인 대표의 자제 요청에도 총선 지원 유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불안한 동거 속에, 김종인 대표 역시 주말부터 지원 유세에 나설 계획이어서, 당장 역할 충돌로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며 ‘문-김 갈등’을 강조했다.


KBS의 이 보도는 그저 김 대표와 문 전 대표의 갈등을 부각하기 위해 이날 두 인물의 행보를 그림으로 엮었을 뿐이다. 총선 체제 안정화로 접어든 더민주에 대해서 굳이 이처럼 ‘충돌’을 예단하는 보도를 만들어내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 KBS <총선 필승 다짐…공천 갈등 여전>(3/24)

 

반면, SBS <갈등 봉합 총선 체제로…‘경제-복지’ 전면에>(https://me2.do/GlP6CYfK)는 “새누리당이 이렇게 혼란에 빠진 가운데 더불어 민주당은 급속히 총선 체제로 전환” “김종인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집권시기를 '잃어버린 8년'이라며 경제정책 실패를 심판하자고 강조” 등 더민주 총선 체제의 본격화에 초점을 맞춰 KBS와 대조적이었다.


심지어 채널A는 KBS의 ‘역할 충돌’과 정반대 취지의 보도를 냈다. 채널A <수도권까지 ‘광폭 행보’>(https://me2.do/x1ilU09y)는 “김종인 대표의 만류와 견제를 뚫고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 지원의 신발 끈을 조이고 있습니다”라며 KBS처럼 두 인물의 갈등을 부각하는 듯 했으나 “문 전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가 있던 부산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선거 지원에 나선 건 야권 후보단일화의 전도사가 되기 위해서” “호남의 경우 친노에 대한 반감이 있는 만큼 김종인 대표 주도로 지원이 이뤄질 것” 등 두 인물의 ‘역할 분담’을 조명했다.

 

 

*모니터 대상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