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일일브리핑] 청와대 북풍 몰이에 적극 동조한 동아·조선 (D-19 신문보도)
등록 2016.03.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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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와대 북풍 몰이, ‘침묵’하거나 ‘부각’하거나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3일 중대보도를 통해 청와대와 서울시의 주요기관들을 대상으로 포격훈련을 실시하면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다음날인 24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거론하며 전국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하고 “국민 여러분께서도 비상 상황에 각별히 유의해달라”는 당부를 내놨다. 경향신문은 곧바로 선거를 의식한 청와대의 ‘북풍 몰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한국일보는 ‘총선용 제스쳐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과거 선거 때의 ‘북풍’과는 다른 상황”임을 강조하며 안보 정국 조성에 힘을 보탰다. 중앙일보는 이번 이슈를 북풍이나 선거 전략으로 풀이하는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한겨레는 이번 이슈 자체에 완전한 침묵으로 대응했다.

 

■ 이번에도 어김없이 ‘북풍’이냐 비판 쏟아낸 경향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발생한 북한의 도발과 청와대의 강경 대응이라는 익숙한 풍경에 경향신문은 가장 직접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어김없이 ‘북풍’?>(3/25, 1면, https://me2.do/FD4psuoe)에서는 “‘비상상황’을 이유로 들었지만, 4·13 총선 후보등록 첫날 대통령이 안보위기를 언급한 것을 두고 ‘북풍몰이’ ‘공포마케팅’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북 조평통 주장이 그간 위협적 언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도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입장을 발표하면서 위기론을 부각”시켰다고 강조했다. 경향은 청와대가 “유승민 의원의 새누리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 등 여당 총선 난맥을 가리는 효과”도 노렸다는 분석도 했다.


<선거마다 북풍…남북 기득권 ‘적대적 공생’>(3/25, 5면, https://me2.do/5jqcsMUT)에서도 “야당이 제기하는 ‘경제 실정론’을 희석하고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의도”와 “유승민 의원의 새누리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 등 여당 총선 난맥상을 가리는 효과”를 노린 “정치적 퍼포먼스”임을 강조했다.
<대통령 한마디에…지상파·종편 하루종일 ‘북풍몰이’>(3/25, 5면, https://me2.do/GC1Zc7cy)에서는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들이 24일 하루 종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주요 보도로 전하며 ‘북풍몰이’에 동참했음을 비판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여기에서도 목적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정부가 주도하는 안보 이슈로 다른 주요 의제들을 덮”기 위함이라 강조했다. <사설/박근혜 대통령, 총선 심판론 막으려고 북풍 조장하나>(3/25, https://me2.do/FE6F97eU)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정부 심판론이 본격화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 위협을 강조하며 여론전에 나섰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며 “안보 불안을 조장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위기론을 키울 게 아니다. 행동으로 철저히 대비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 ‘북풍 의혹’까지는 제기한 한국
한국일보는 청와대의 북풍몰이를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북풍 몰이에 나선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이 있음을 소개했다. <“전국 경계태세 강화” 청와대, 이례적 주문>(3/25, 1면, https://me2.do/xtX28Gaf)에서는 소제목을 <총선 앞 ‘안보 정국’ 조성 의혹도>로 달고 “내달 13일 총선거를 20일 앞두고 나온 경계태세 주문에 대해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고 언급했다. “단호한 대응에 나선 것이지만, 북한의 위험한 움직임이 실제 포착됐는지 여부 등은 공개하지 않아 총선을 앞두고 ‘안보 정국’ 만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 위협 대응이라지만…총선용 제스처 관측도>(3/25, 23면, https://me2.do/F4czumAi)에서는 <공천 파동 공세 미리 차단 해석도>라는 소제목을 단 뒤, “20대 총선 후보 공천이 거의 마무리되고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날에 나온 조치여서 선거 국면에서 안보 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지적”이 있음을 소개했다. 또한 한국일보는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낙인한 유승민 의원이 전날 새누리당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이 같은 지시가 나온 것도 공교로운 대목”이라며 “청와대가 선거 국면에서 청와대로 집중될 수 있는 공세를 미리 차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이라고 꼬집었다.

 

■ 선거용 북풍 해석에만 침묵한 중앙
중앙일보는 <북 청와대 위협에 “군 경계태세 강화” 지시한 박 대통령>(3/25, 1면, https://me2.do/Gg6J4vp2) 등으로 청와대 입장을 상세히 소개한 뒤 북한이 “연료 주입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기존의 액체연료 대신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면 ‘즉시 발사’가 가능하고 미사일 크기를 대폭 줄일 수 있어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처럼 불안감은 조성하면서 ‘총선용 북풍 몰이’라는 지적은 전혀 담지 않았다.

 

■ 과거의 ‘북풍’과는 다르다는 동아·선거라고 북 위협 흘려듣지 말라는 조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북의 위협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공포심을 조장한 뒤, ‘선거용’이라는 정치적 해석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동아일보는 <사설/여도 야도 북의 위협을 정략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3/25, https://me2.do/FkMH2yat)에서 북한이 “고출력 고체연료 로켓 엔진의 지상 분사 실험”에 성공했다며 “고체연료를 쓰는 로켓 엔진 개발에 성공할 경우 우리 군에서 북의 도발 징후를 탐지해 선제 타격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심상치 않은 행보”, “군사력 과시 정도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고 불안감을 조성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사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혹시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며 “북의 위협이 실제 상황이므로 과거 선거 때의 ‘북풍’과는 다른데도 그런 기류가 있는 것은 정치권이 자초한 일”이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15대 총선의 예를 들며 “북풍이 기획자가 의도한 결과를 낳지 않았음은 역대 선거가 보여준다”고 북풍 몰이가 꼭 집권 여당에 유리한 것이 아님을 강조한 뒤 “여당도 야당도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양쪽 모두에 책임을 넘기는 식으로 물타기에 나섰다.


조선일보 역시 <사설/천안함 폭침 6년, 북 도발 위협 총선 바람에 흘려 들어선 안 돼>(3/25, https://me2.do/G69saUQt)에서 천안함 사태를 언급한 뒤 “북한은 우리를 향해 불바다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위협 횟수나 그 강도(强度)를 볼 때 이번엔 말로 끝내지 않겠다는 난폭한 본성을 느낄 수 있다”, “과거 북한 정권은 특수부대를 청와대로 진격시켰고 게릴라를 전국 곳곳에 보내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 “그들은 말로 위협을 하다가 어느 순간 행동으로 전환하곤 했다”, “북 정권이 변하지 않는 한 잔인한 총구는 언제든 대한민국을 향할 것이다”라며 불안감 조성에 몰두했다. 이 같은 불안감 조성의 메시지는 ‘북한의 도발을 단순히 선거용 북풍몰이로 치부하지 말라’는 해당 보도 제목으로 명백하게 드러난다. 동아일보와 꼭 닮은 주장인 셈이다.

 

■ 한겨레, 관련 내용 전무
한겨레는 관련 뉴스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한겨레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중대보도를 아예 보도하지 않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다만, 선거 시기에 대통령이 이를 거론하며 전국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하고 국민에게 비상 상황이니 유의하라고 당부한 행위 자체에 대해 지적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2. ‘김무성 옥새 투쟁’에 새누리 막장 공천 비판 봇물
4ㆍ13 총선 후보 등록 첫날인 24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5개 단수후보 추천 선거구를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겠다고 선언했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 종료 후 당무를 중단하고 곧바로 지역구가 있는 부산으로 내려갔다. 김 대표가 최고위를 열어 추인한 뒤 대표 직인을 찍지 않을 경우 친박 후보들의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천 과정에서 패권을 휘두르며 전횡을 해온 여권 주류를 상대로 한 김무성 대표의 ‘옥새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25일 6개 일간지는 모두 김 대표의 ‘옥새 투쟁’ 관련 보도를 1면 머리기사에 배치했다. 제목을 보면 경향신문 <여당 대표, 공천안 직인 거부 ‘초유의 사태’…유승민 이재오 지역구 등 5곳 무공천 선언>, 동아일보 <“5곳 무공천”…김무성 ‘옥새전쟁’>, 조선일보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너다>, 중앙일보 <김무성 옥새 반란 “5곳 무공천”>, 한겨레<‘옥새 투쟁’…김무성, 박대통령에 반기>, 한국일보 <김무성 ‘옥새 쿠데타’>이다.


사설도 쏟아져 나왔다. 6개 일간지는 이번 사태를 ‘친박 공천’으로 인해 발발한 문제라 평가했다. 또, 중앙일보를 제외한 5개 일간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이번 공천 파동의 배경에 청와대가 있음을 비판하거나, 최소한 언급은 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여전히 청와대와 관련해서는 입을 다문 채, 새누리당 자체에 대한 비판에만 집중했다.

 

■ 한겨레·경향, ‘새누리 공천 파행, 책임자는 박근혜 대통령’
이번 사태의 책임이 대통령에 있음을 가장 강하게 비판한 것은 한겨레다. 한겨레는 <사설/대표까지 반기 든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3/25, https://me2.do/5Pq6mDNo)에서 “새누리당을 이런 아수라장으로 만든 장본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집권여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아직도 경제 살리기니 민생이니 안보니 하는 말이 나오는가. 결자해지라는 말도 있듯이 지금의 새누리당 사태를 해결할 사람은 단 한 사람, 박 대통령이다”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당 대표의 ‘옥새 투쟁’ 야기한 최악의 새누리 공천>(3/25, https://me2.do/G7Bj2uz2)에서 이번 사태가 “박근혜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에서 배제”하면서 발발한 것인 만큼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주권자를 모독한 ‘참사’”인 이번 공천의 “책임은 박 대통령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 동아·조선, ‘공천 파행 이면에 대통령 영향’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처럼 대통령에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는 대신, 이번 사태 발발에 대통령의 영향이 있었음을 언급하는 선에 그쳤다.

 

동아일보는 <사설/청 겨냥한 김무성의 ‘옥새 반란’, 권력투쟁 시작인가>(3/25, https://me2.do/GSwfrN3h) 이번 공천은 “대통령 ‘심기경호 공천’이자 계파공천, 보복공천으로 점철됐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친박의 독선과 오만이 불러온 집권당 연쇄 파국>(3/25, https://me2.do/GdEZ8cuE)에서 “이 파국은 박 대통령과 친박이 너무 심하고 노골적으로 밉보인 사람들을 잘라내면서 예고됐던 것이나 마찬가지”라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동시에 “강경 일변도인 박 대통령도, 벼랑에 몰린 김 대표도 출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며 갈등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 한국일보, 친박계 책임이 더 크다면서 “청와대를 등에 업었다”고 깨알 지적
한국일보는 <사설/당 대표의 ‘옥새 투쟁’까지 부른 새누리 공천 전횡>(3/25, https://me2.do/FTju2ifq)에서 “친박 핵심부와 청와대를 등에 업고 안하무인 격으로 칼날을 휘두른 이한구 공관위에 보다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나마 이한구 공관위의 뒤에 청와대가 있음을 언급한 셈이다.

 

■ 중앙일보, “청와대를 향해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초유의 사태”
중앙일보는 <사설/결국 막장 ‘옥새 파동’까지 간 집권당 내분>(3/25, https://me2.do/5XlAMtQd)에서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앞세운 친박계는 당의 정체성 확립과 임기 후반부 국정 중심세력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친유승민계와 친이명박계를 대거 탈락”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친박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 “권력투쟁에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면서 배수의 진을 친 것”, “사실상 심리적 분당 사태”라는 분석만을 내놨다. 이어 중앙일보는 “여권 분열로 당이 의석을 다수 잃으면 집권당의 과반은 불투명해질 것”이라 우려를 표한 뒤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안보 불안이 커지는 이때에 집권세력이 국가와 국정에 커다란 부담으로 등장하는 어이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애초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에는 눈을 돌린 채, 그 결과가 “청와대를 향해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며 “‘과반 승리’를 장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악의 결과”를 얻게 될까 전전긍긍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선거 결과가 향후 청와대의 국정 운영에 미칠 영향만을 걱정하고 있는 중앙일보의 해당 사설 마지막 문장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이다.

 

3. 전교조, 세월호 참사 이용해 선거 개입하려 한다는 동아
정부의 북풍 몰이를 통한 선거 개입 의혹에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취한 동아일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총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25일 동아일보는 <단독/박대통령 겨냥 “여왕 가면 벗겨지자 괴물”>(3/25, 1면, https://me2.do/5rHnaIOI) 보도를 내고, 전교조가 “세월호 참사 2주년을 맞아 ‘4·16 교과서’를 만든 것은 ‘정부의 전교조 탄압’이라는 의제를 퍼뜨리고 박근혜 정부에 타격을 입히려는 정치투쟁이 주목적인 것”이라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전교조의 ‘2016 제74차 전국대의원대회’(2월 27일 실시) 자료집 내 “상반기 4·16 진상 규명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며 안전한 사회에 대한 국민적 총의를 모아 박근혜 정권에 대한 타격을 가해 나감. 한국사 국정화 저지 전선의 고점을 만들며 노동개악 저지 전선과 결합하여 2017년 대선으로 이어 나감”이라는 구절을 소개하며 “교육계에선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가 총선과 대선 정국에서 교원노조법 개정,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등을 관철하려고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음을 강조했다.


<전교조 “세월호 규명-국정화 저지”…총선-대선 이슈화 노려>(3/25, 12면, https://me2.do/5FLsbw4e)에서는 해당 자료집에 “‘2016∼2017년 총·대선 시기는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쟁점화되는 시기로 전교조의 대안을 제시한다’ ‘주요 정당의 공약화를 통해 법,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있다”고 지적하며 “전교조가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려 아이들에게 편향된 교육을 하는 것 같다”는 익명의 중학교 교장 발언을 전했다.


동아일보의 이 같은 주장은 세월호 관련 진상 규명 활동이 정부에 대한 폄훼, 비방활동이라는 왜곡된 판단을 전제하고 있다. 무엇보다 법외 노조 판결부터 직권면직에 대한 위협까지, 박근혜 정권하에서 전교조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 내부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활동 강령을 정하는 것을 두고 총선용 정치투쟁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악의적 판단일 뿐이다.

 

4. 정치혐오 조장하며 투표 포기 권유나선 조선
조선일보는 정치혐오를 조장하며 투표 포기 권유에 나서기도 했다. 먼저 조선일보는 <최보식 칼럼/우리는 ‘투표 자판기’가 아니다>(3/25, 30면, https://me2.do/G7Bj2iTW)에서 “각 정당의 ‘공천(公薦) 막장극’을 지켜본 우리에게 선거에 적극 참여하라는 당부는 몹시 실례다. 평가 이하 대상들을 놓고 선심 쓰듯 ‘신중하게 고르라’고 하면 화낼 수도 있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최보식 선임기자는 먼저 여당은 “절대 권력 친위대의 통제”가 이어지는 와중 “보수의 가치가 무엇이고 그 지향점은 어디인지를 놓고 고민하거나 논쟁하지 않는” 상황이라 지적하고 “후보를 내놓기만 하면 우리는 그대로 추인해줘야”하고 “그들만의 잔치에 들러리 서기 위해 우리는 선거에 끌려나와야 하는 처지”라 불평을 쏟아냈다. 그렇다고 야당을 찍자니 더민주는 “한바탕 ‘선거용 쇼’”를 벌였을 뿐이고 국민의당은 “‘새정치’는 간데없”어 그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 선임기자의 황당한 투표 포기 독려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이런 마당에 어느 당에서 몇 명 당선되고, 새로운 인물이 몇 명 바뀐다고 우리 사회와 국민의 삶 무엇 하나 달라질 게 없다”고 강조한 뒤 누굴 뽑아도 “대부분은 임기 동안 ‘거수기’ 역할만 할 것”이며 “공천을 위한 충성 맹세의 줄에 설 것”이라 주장했다.


국내 정치상황에 대한 비판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정치 구조를 바꾸려면 우리는 ‘투표 자판기’가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며 “저네끼리 내놓은 누군가를 찍어야 하는 선거를 보이콧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식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이 ‘형편없는’ 정치를 어떻게 통제해야 할지”가 중요하다면 선거를 보이콧할 것이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하게 선거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조선일보의 투표 표기 권유는 ‘독자마당’ 코너를 통해 재차 반복됐다. <독자마당/기권표도 ‘한 표’로 인정하자>(3/25, 29면, https://me2.do/5nnmWsZB)에서 조선일보는 “현행 선거법은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선택의 여지가 너무 좁다”며 “‘기권’도 정상적인 한 표로 인정했으면 한다”는 황당한 독자 주장을 그대로 소개했다. 해당 독자는 “투표소에 가서 ‘기권란’에 기표하고, 그런 기권표가 어느 후보의 표보다도 많다면 그 지역에서는 국회의원을 당선시키지 않는 제도”를 추천하며 이렇게 하면 “정당이나 후보들이 국민을 다소라도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또 국민도 선거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지 않겠는가”라는 앞뒤에 맞지 않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이 같은 기권표 남발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수가 줄어든다면, 대의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누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인가? 현행 공천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표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투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한국일보 김영화 정치부 기자는 같은 날 <36.5도/레드라인 넘은 공천 막장극> 칼럼에서 현 상황에 대해 “도대체 정치의 밑바닥은 어디까지인지 되묻게 된다”고 지적하는 한편, 과거 “총선 공천 때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도 “4월 13일 ‘종이 돌멩이’를 들기 위해 반드시 투표장으로 가야 한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 모니터 대상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종이신문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