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6년 2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발표(2016.3.25)
등록 2016.03.2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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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통과 위해 노무현 대통령 발언까지 왜곡한 KBS

 

 

민언련이 2016년 2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나쁜 방송보도’를 선정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과 간담회는 3월 29일(화) 오후 7시 공덕동 민언련 사무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나쁜 방송보도, 테러방지법 통과시키려 노무현 대통령 왜곡한 KBS

 

3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국가정보원장이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민감 정보를 포함하는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를 ‘개인정보처리자’와 ‘위치정보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9조 3항)는 조항은 이전까지 발의됐던 테러방지법에 없던 내용을 새누리당이 끼워 넣은 것으로서 국정원장이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사업자에게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무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이를 처리하는 절차나 보고 의무도 없다. 이 외에도 ‘테러위험인물’이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어 사실상 국정원장 마음대로 테러위험인물을 지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야당은 9일 간의 필리버스터에서 이런 점을 수도 없이 비판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필리버스터에서 드러난 테러방지법의 많은 문제점을 KBS에서는 들을 수 없었다. 공영방송인 KBS가 필리버스터의 내용을 전달하기는커녕, 여당이 주장하는 테러방지법의 효용성만 반복적으로 선전하고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으려는 야당에 대한 공세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이전부터 시작된 KBS의 테러방지법 여론전
테러방지법 통과에 군불을 떼는 KBS의 여론전은 일찍이 시작됐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를 방문해 테러방지법 통과를 촉구한 지난 19일, KBS는 북한의 테러 위협과 우리 정부 주요 인사 경호 강화 조치를 전한 데 이어, 지상파와 케이블 7개 방송사 가운데 유일하게 테러방지법 필요성을 강조하는 꼭지를 덧붙였다. <“OECD 31개국 반테러법 시행중”>(2/19, 김경수,김기현,조태흠 기자)은 “미국은 DNI 즉 국가정보국이 신설돼 CIA와 FBI는 물론 국토안보부까지 15개 정보기관을 통합해 관리”한다며 미국 사례를 들어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을 강변했다.


하지만 이는 왜곡이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애국자법’을 통과시켜 테러방지법과 마찬가지로 정보기관에 '테러혐의자 색출'을 위해 시민들을 감청하고, 입수한 통신기록을 5년간 보관할 권리를 부여했다. 하지만 곧 민간인 사찰 등의 부작용이 불거지면서 2015년 6월 폐지됐다. 심지어 보수적인 공화당 랜드 폴 의원은 장장 10시간의 필리버스터로 오바마 대통령의 애국자법 연장 시도를 막기도 했다. KBS는 이런 사실을 외면한 반쪽짜리 사례로 국민의 눈을 속인 것이다.


KBS는 22일에도 <“총기·실탄 적발 급증…대테러팀 신설”>(2/22, 오수호 기자)을 톱보도로 배치해, 정부가 각 세관에 대테러 전담팀을 신설했다면서 북한의 테러 위협을 강조하고 국민 불안을 자극했다.

 

노 전 대통령이 원조? 부끄러움 잊은 ‘아전인수’
필리버스터 이전에 테러방지법 여론몰이에 주력하던 KBS는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자 본격적인 야당 폄훼에 나섰다. KBS <“무차별 감청 확대” “인권 보호 장치 마련”>(2/25, 류호성 기자)는 고 노무현 대통령 발언을 끌어들여 테러방지법이 참여정부 시절 이미 추진된 법안이므로 야당의 반대는 자가당착이라는 식의 논리를 펼쳤다. 2006년 8월 국정원을 방문한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명령으로 국정원이 그와 같은 대테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 없도록 일단 뒷받침을 하겠습니다”라며 지금의 정부 여당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2006년 당시 KBS 보도의 기조는 사뭇 달랐다. 2006년 8월 17일, KBS는 단신으로 노 전 대통령의 위 발언을 보도했는데 "강력한 정보기관이 사전 정보 파악을 하면서 유사시 정보를 가지고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데, 국정원이 원죄가 있어 그 부분까지 국민에게 위임을 받지 못했다"는 발언도 소개했던 것이다. 실제 참여정부는 정치 개입과 불법 도청으로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던 국정원 개혁을 강력히 추진했고 노 전 대통령의 해당 발언 역시 국정원 개혁 수행 이후 ‘개혁된 국정원’이 제대로 된 일을 맡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주요 맥락은 싹 빼버린 채 지금의 정부 여당 입맛에 맞게 각색한 보도를 내보내는 것이 공영방송 KBS의 현실이다.

 

△ KBS <“무차별 감청 확대” “인권 보호 장치 마련”>(2/25)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공영방송 KBS의 추락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총선을 앞둔 2016년 2월 이후에는 특히 북한의 핵위협, 테러 위협을 지나치게 부각하며, 기본적인 검증조차 부족한 보도를 쏟아냈다. 이와 함께 안보 정국을 틈타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고 표심을 잡으려는 여당의 행보를 적극 지원하는 보도 역시 범람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까지 왜곡하여 테러방지법 통과를 밀어붙였던 KBS의 보도는 그 중에서도 최악의 보도였다.


 

 

좋은 방송보도,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의 부당성 밝힌 JTBC

 

지난 3월 3일 새벽, 192시간에 걸친 필리버스터를 끝으로 테러방지법이 결국 통과됐다. “테러위험인물”을 “테러단체의 조직원이거나 테러단체 선전, 테러자금 모금·기부 기타 테러 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모호하게 규정하여 정부에 비판적인 국민들을 감청 대상으로 몰 수 있는 독소조항은 모두 살아남았다. 실제로 여당 의원들이 지난해 11월의 민중총궐기를 “폭동을 넘어 대한민국 향한 테러”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공권력에 대한 테러” 등 테러로 규정했음을 감안하면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사태의 시작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었다. 지난해 12월 11일에는 “갑자기 IS 테러가 서울이나 부산에 어디 생겼다고 치자. 그렇다면 테러방지법은 직권상정 할 수가 있다”며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비상식이라 비판했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2월 23일 돌연 태도를 바꿔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하지만 대다수 방송사는 이를 무시했다. JTBC만이 직권상정 바로 다음날, JTBC <팩트체크/ 대한민국, 국가비상사태 상황?>(2/24, 이호진 기자)에서 정의화 의장의 선택을 검증하면서 직권상정의 부당함을 드러냈다.

 

첫째, 법리적으로 부당하다
JTBC는 먼저 직권상정의 법리적 부당성을 진단했다. 이호진 기자는 국회법에는 모두 세 가지 경우 직권상정을 할 수 있게 되어있고, 정 의장이 선택한 것은 두 번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경우라고 설명한 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될 경우 “대통령이 계엄도 선포할 수 있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정상적인 정치활동이 중단되고, 국민의 기본권까지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무원부터 비상이 걸려야 합니다. 연가를 중지하고, 최대 3분의 1까지 비상근무를 해야 한다” “전기통신법과 철도법상 정부는 전화나 철도도 끊을 수 있습니다” 등 여타 법령의 국가비상사태 관련 내용도 열거하면서 “이 정도는 돼야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는 거죠”라고 정리했다. 정상적인 정치활동은 물론 공무원 및 국민들의 일상에 문제가 없는 현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이호진 기자는 “최소한 국회의장이 비상사태라고 이야기를 하려면, 적어도 국회 사무처에 비상기획단을 만든다든지, 북한이 핵무기를 쏘면 국회는 어떻게 대처할 건지 계획을 짜라든지, 그 정도는 해놓고 비상사태라고 해야죠”라는 한상희 건국대 교수의 인터뷰와 함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의 법리적 부당성에 대한 설명을 갈무리했다.

 

둘째, 현실적으로 부당하다
두 번째로 이호진 기자는 법리적 부당성에 이어 현실적인 부당함도 지적했다. 이는 “개정 국회법이 의장의 직권상정을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놨기 때문에” “정치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서 제기됐다. “법적인 개념은 맞지만 사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 “입법부가 스스로 판단해서 맞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는 의견” “1차적 판단은 의장이 독자적으로 해도 국회의원이나 위원회의 심의 표결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다퉈봐야 한다는 지적”을 모두 언급한 이호진 기자는 최종적으로 “국가비상사태라는 정황을 두고 국민 사이에서도 온도차가 나타나는 건요. 정 의장이 전례가 없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결국 설득과 설명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지적”을 강조했다. 스스로 국가비상사태를 근거로 한 직권상정을 ‘비상식’으로 치부했던 정 의장이 국민을 향한 설득도 없이 급작스레 직권상정을 선포한 데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다. 이에 손석희 앵커는 “직권상정 요구가 있었을 때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없다’, 그때 경제 관련 법안이었습니다만 지금은 또 ‘국가비상사태라고 본다’라고 했기 때문에 그 차이가 무엇이냐에 대한 명확한, 설득력 있는 설명, 이런 것들은 분명히 좀 필요해 보이기는 합니다”라며 더 직접적으로 정 의장을 비판했다.

 

△ JTBC <팩트체크/대한민국, 국가비상사태 상황?>(2/24)

 

정의화 국회의장의 국가비상사태 선언과 직권상정 선포는 스스로의 말을 뒤집었다는 점, 그리고 테러방지법 통과의 결정적 토대라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큰 사안이었다. 또한 JTBC가 제시한 것처럼 국가비상사태라는 정 의장의 선언 자체가 법리적, 현실적으로 거짓말이나 다름없다. 역사적 오점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는 사태이다. 타사가 모두 이를 무시할 때 홀로 직권상정의 부당함을 보도로 남긴 JTBC의 태도는 귀감이 될 만하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