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일일브리핑]‘윤상현 파문’을 대하는 방송사의 태도, 보도하지 않거나, ‘물타기’하거나(D-30 방송보도 일일브리핑)
■ <나쁜 방송보도> ‘윤상현 파문’을 다루는 방송사의 태도, 보도하지 않거나 ‘물타기’하거나
윤상현 의원의 ‘욕설 파문’이 ‘친박’의 공천 개입 의혹과 청와대 연루설로 번지면서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10일 채널A는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9일 오전 10시부터 10시 30분 사이에 서울 시내 한 호텔의 비즈니스센터에서 극비리에 만났다고 단독보도했다. 이 위원장은 진위여부 확인을 거부했고, 현 수석은 부인한 상태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여당 공천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게 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1일 애써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고 13일 5차 공천 결과 발표에서 논란의 당사자인 김무성 대표를 명단에 포함시켜 사태 봉합에 주력했다. 문제는 이를 보도하는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이러한 새누리당의 수습 행보만 조명했다는 사실이다. 사태의 핵심인 ‘친박’의 공천 개입 의혹은 사라졌고 대통령 권력이 공천을 좌우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 역시 찾을 수 없다.
- ‘공천 개입 사태’ 은폐하는 지상파와 YTN
3월 10일부터 14일까지, 방송사의 여야 보도량을 보면, 새누리당에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KBS, MBC, SBS, YTN은 여당 관련 보도량이 야당 관련 보도량보다 적었다. 이 기간 야권에서는 더민주 컷오프와 야권연대 여부가 주요 사안이었다. 하지만 청와대까지 언급되는 여당의 ‘공천 암투’를 더 적게 다루는 태도는 사실상 사태를 축소하며 여당에 유리한 형국을 조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지상파 3사와 YTN이 윤상현 의원 욕설 파문을 직접 다룬 보도는 단 1건에 불과하다. 지상파 3사는 녹취록 파문으로 인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의 활동 중단을 전했고 YTN은 윤상현 의원의 사과를 거부한 김무성 대표의 침묵을 다뤘다. 이후 지상파 3사와 YTN 보도에서는 윤상현 의원 파문이 자취를 감췄다.
- KBS‧MBC‧MBN, 이한구-현기환 비밀회동에 침묵
KBS와 MBC, MBN의 경우 이한구 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밀회동은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SBS와 YTN이 보도했지만 ‘청와대 개입설’에는 침묵했다. SBS는 10일 <이한구에 반발…비박계 공천위원 ‘보이콧’>(https://me2.do/FbW50g4g)에서 “이한구 위원장이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극비로 만났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이 위원장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만 전했다. YTN도 <“이한구, 독선적 회의 운용 공천위 활동 중단”>(https://me2.do/Gg6E5Vqz)에서 “이한구 위원장은 최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공천을 논의했다는 일부 주장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라는 언급이 전부였다.
MBN은 윤상현 의원 관련 보도가 비교적 많았지만 이한구-현기환 비밀회동에 무보도로 일관하여 ‘속 빈 강정’에 불과했다. JTBC, TV조선, 채널A가 충실히 다룬 편이다. 이 사태를 처음 폭로한 채널A는 이한구-현기환 비밀회동도 최초로 타진했다. 채널A <단독/ ‘윤 파문’ 직후 청과 비밀 회동>(3/10, https://me2.do/FCKeVja2)은 이한구 위원장과 현기환 정무수석이 극비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윤 의원 발언의 파문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긴급 대책회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여기에 “20대 총선 공천자 선정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친박계 공관위원장이 청와대 핵심인사와 만난 것 자체가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덧붙였다.
JTBC 역시 10일 채널A의 단독을 받아 비밀회동을 전한 뒤 11일에도 <일단 덮었지만…살생부‧욕설 뇌관 그대로>(https://me2.do/GdEg8J22)에서 “욕설 파문 이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설도 의혹” “사실일 경우 청와대가 공천에 개입하려 한다는 의혹으로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TV조선은 <청와대 개입설 논란…청 “억울”>(3/11, https://me2.do/xukTLIdf)에서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 직후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위원장이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났다는 보도는 청와대 개입설에 불을 질렀습니다”라며 청와대 개입설을 정면으로 언급했다.
- 종편의 문제제기도 부실, ‘공천 개입 파문’인데 ‘공천 개입 의혹’은 없어
여당 관련 보도량이 많았던 종편 4개사도 윤상현 의원 욕설 파문을 제대로 다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체 새누리당 관련 보도 중 52.4%(11건)을 윤상현 의원 파문에 할애한 채널A가 그나마 적극적이었다. JTBC와 TV조선의 비율은 절반에 못 미쳤다. 더 큰 문제는 보도에서 ‘친박’의 공천 개입 의혹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윤상현 의원 사태의 핵심 요소는 △‘친박’의 공천 개입 정황 △10일 이한구 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극비 회동 의혹 △청와대 공천 개입설 등 3가지다. 이와 관련한 보도는 JTBC, TV조선, 채널A 모두 3건 뿐이었다.
종편 4개사가 윤상현 의원 파문 보도에서 주로 다룬 것은 △윤상현‧김무성의 거취 △녹취록 파문 진상규명 방법을 둘러싼 새누리당 계파 갈등 △윤상현 의원에 대한 여론 △윤상현‧이한구 개인의 책임 등 본질과 거리가 있는 주변적 사안이다. 본질에 해당하는 공천 개입 의혹은 외면한 셈이다.
MBN은 10.5건에 달하는 윤상현 의원 보도에서 단 한 번도 공천 개입 의혹을 다루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MBN <내가 하면 로맨스?>(3/10, https://me2.do/56LEx60r)의 경우, 윤상현 의원의 말 바꾸기를 비판했다. “관대한 처분을 바라고 있는 윤 의원은 사실 과거 다른 의원의 취중 실언에는 맹공을 퍼부은 적이 있습니다”는 것이다. 과거 더민주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는 변절자” 발언에 “취중 진담이란 말이 떠오른다며, 취중 실수라고 볼 수 없다”라고 비판한 윤상현 의원이 자신의 과오에는 취중 실언이라며 용서를 바란다는 비판 보도이다. 이런 비판은 분명 필요하지만 ‘친박’의 공천 개입을 다루지 않은 이상 반쪽짜리 비판일 따름이다.
그나마 군계일학이 되는 보도는 JTBC에서 나왔다. JTBC <[앵커브리핑] ‘구화지문 설참신도’>(3/10, https://me2.do/FJTQjTHH)에서 손석희 앵커는 “결코 넘어서는 안될 금지선. 스워드 라인(Sword line)”을 언급했다. 이어서 “‘진박’의 실세. 그가 겨눈 건 당대표이자 비박계의 수장. 계파 간 공천 갈등은 폭발했고, 그 도화선은 ‘뒷배’의 든든함에서 나온 용감함” “그 덕분에 이른바 ‘취중진담’은 ‘취중실수’로 그 프레임이 바뀌어가는 것일지도”이라며 욕설 파문으로 번진 공천 갈등의 배후에 대통령이 있는 상황을 비판했다. 또 이런 상황을 “민주사회의 품격을 지켜줄 스워드 라인은 여기에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정리하며 새누리당의 행태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임을 강변했다. 하지만 JTBC 역시 13일 이후 더 이상 공천 개입 의혹을 다루지 않았다.
- 청와대 개입설 제기 해놓고 ‘물타기’에 ‘공천 흥정’까지…TV조선의 진의가 의심스럽다
종편도 공천 개입 의혹을 피하며 사태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TV조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했던 TV조선은, 11일 <뉴스쇼판 정치분석>(3/11, https://me2.do/xFkZmV82)에서 돌연 ‘물타기’를 시도하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 TV조선 <뉴스쇼판 정치분석>(3/11)
이번에도 주인공은 최희준 앵커다. 최 앵커는 대담자인 강상구 기자, 최병묵 월간조산 편집장과 새누리당 파문을 다루던 중 갑자기 “윤상현 의원은 공천 받나 못 받나 예스 올 노로 대답해 보라”라고 물었다. 당황한 강상구 기자는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최 편집장은 “김 대표가 추가적인 반격을 하지 않는 이상 윤의원 공천은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뒤 “새누리당에게는 감점 요인이다. 과거에 민주당 김용민 파동 같은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에서 윤상현 의원 막말파동은 굉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짜고짜 민주당의 과거 사례를 언급했다. 이는 노인 비하 발언으로 호된 비판을 받았던 김용민 씨를 끌어들여 청와대까지 거론되는 ‘공천 개입 의혹’을 흐리는 ‘물타기’이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최희준 앵커는 “윤상현 의원도 공천 주고 유승민 의원도 주면 어떻게 되나”며 이번엔 공천 개입 파문을 ‘공천 흥정’으로 갈음했다. 최 편집장은 “그렇게 되면 큰 갈등 요소가 잠재워지는 것”이라며 맞장구쳤다. 그러자 최 앵커는 “더민주에서는 이해찬 의원을 공천 주나 안 주나”며 이번엔 이해찬 의원 공천 여부로 ‘물타기’를 시도했다. 강상구 기자는 “그것도 어렵다. 안 줘야 하는데 줘야 되는 상황이다. 윤상현 의원도 마찬가지이다. ‘칼자루 쥔 사람으로서는 이 칼 안 쓰고 싶다, 네가 그냥 놔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라고 또 맞장구쳤다. 욕설이나 공천 개입 파문과는 전혀 관련도 없는 이해찬 의원을 들먹이며 윤상현 의원의 욕설 파문의 본질을 흐린 것이다. 앞선 보도에서 청와대 개입설까지 문제 삼은 TV조선의 이런 황당한 ‘물타기’는 TV조선의 진의를 의심케 한다.
* 모니터 대상 :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주말뉴스 토일>),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