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일일브리핑]테러방지법은 선전하고 국회선진화법은 난타한 KBS(D-42 방송보도 일일브리핑)
■ 나쁜 선거 방송보도
▢ D-42 최악의 선거 방송보도 l 테러방지법은 선전하고 국회선진화법은 난타한 KBS
KBS <‘국정원 정보수집권’…테러방지법 핵심>(https://me2.do/x1iJPd8P),
KBS <경제활성화 법안 ‘뒷전’…자동 폐기 ‘위기’>(https://me2.do/x6OrKMOc)
2일,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를 마지막으로 192시간에 걸친 필리버스터가 종료됐다. 3일 새벽 열린 본회의에서는 여당의 테러방지법이 수정 없이 가결됐고 선거법과 북한인권법도 통과됐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토론과 설득이라는 직접 민주주의의 본모습을 잠시 보여주며 국민의 호응을 이끌어냈으나 마무리는 개운치 못 했다. 여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필리버스터 중단을 주장했던 박영선 의원이 눈물로 야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던 장면은 야당 지지층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본회의 모두 발언에서 “(야당에서) 무제한 감청을 주장했지만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며 사실상 테러방지법 찬성 발언을 한 정의화 국회의장이나 “(국정원의 권한이) 남용될 수 있더라도 그것이 두려워서 이 법을 포기하거나 할 수 없다”고 어깃장을 부린 새누리당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었다. 한편 여당은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을 뜻대로 처리한 데 이어 노동개혁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 처리에도 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을 보도한 공영방송의 태도는 조롱과 왜곡 일색이다. KBS는 테러방지법의 폐해와 새누리당의 책임은 은폐한 채 일부 사실을 근거로 필리버스터를 폄훼하기 바빴다. 이는 이날 필리버스터 자체에 대한 평가에는 입을 다문 종편보다도 더 편파적인 것이다.
KBS는 톱보도로 필리버스터 종료를 전한 뒤 바로 다음 보도인 <‘국정원 정보수집권’…테러방지법 핵심>(https://me2.do/x1iJPd8P)에서 테러방지법을 적극 선전했다. 이날 테러방지법의 효과를 선전한 것은 KBS뿐이다. 임세흠 기자는 “테러방지법은 테러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김 모 군처럼 IS에 가입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 “국정원은 테러를 일으키고자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해 통신을 감청하고, 계좌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등 테러방지법의 내용을 진열했다. “테러방지법은 인권보호관을 임명해 테러 방지 활동 중 인권 침해를 막도록 했으며, 대테러센터를 국정원이 아닌 총리실 아래 두도록 했습니다”라며 국정원의 권한 남용을 우려한 야당의 주장을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9일간의 필리버스터는 물론이고 테러방지법 논란이 시작된 때부터 제기된 비판 여론을 모조리 무시한 보도이다. 통과된 테러방지법은 테러 위험인물을 “기타 테러 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정권을 비판하거나 사회 변혁을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감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지적됐다. 금융정보분석원장이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조사업무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융정보를 국정원에 제공’하도록 한 부분도 국정원에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가 특정되어 있지 않아 광범위한 금융정보가 노출될 위험이 있다. 더민주는 이런 부분의 수정을 계속 요구하며 필리버스터까지 나섰지만 여당은 결국 대화를 거부했고 KBS는 필러버스터가 끝난 후 재차 새누리당 입장을 대변해준 것이다.
KBS의 편파보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음 보도인 <경제활성화 법안 ‘뒷전’…자동 폐기 ‘위기’>(https://me2.do/x6OrKMOc)는 “여야가 테러방지법안과 선거법 협상에 집중하면서 이들 법안의 처리는 더욱 멀어졌습니다”라며 서비스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의 처리도 촉구했다. 법안 처리 지연의 책임을 국회선진화법으로 돌리면서 “모든 안건 처리에 야당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인데, 선진화법에 대한 여론은 나빠지는 추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폭력 국회를 막기 위해 만든 법이지만, 또 다른 왜곡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19대 국회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라며 국회선진화법 수정의 필요성을 부각했는데 이 또한 새누리당 입장과 판박이다.
△ KBS <경제활성화 법안 ‘뒷전’…자동 폐기 ‘위기’>(3/2)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독주를 막고 합리적 토론을 보장하는 실질적 민주주의의 토대로 평가받고 있다. 심지어 ‘의장 직권상정 요건 강화’ ‘안건 신속처리제 도입’ ‘의장석 점거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공약이었다. 테러방지법을 선거구 획정과 연계하면서 선거법 처리를 지연시키고 필리버스터를 촉발한 것도 새누리당이다. KBS는 이 모든 사실을 은폐한 채 국회선진화법과 야당에만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 필리버스터 부정적 모습만 부각한 MBC
MBC <세계 최장 필리버스터가 남긴 것은?>(https://me2.do/5lUczCZb)
MBC도 편파적이긴 마찬가지이다. MBC <세계 최장 필리버스터가 남긴 것은?>은 “필리버스터의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그러나 이 보도에서 필리버스터 의원들이 국민에게 보여준 긍정적인 측면은 단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다. 구경근 기자는 “필리버스터 발언은 다양” “헌법, 소설, 판결문 낭독은 물론 테러방지법에 대한 인터넷 댓글까지 등장”했다며 관련 화면을 보여줬다. 그러나 테러방지법 관련 토론 대신 김경협 의원 “아빠 따라하기 법” 발언,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의 “아빠 따라하기 법입니까?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라는 항의, 이석현 국회부의장의 “빨리 들어가 앉으세요! 꼭 퇴장시켜야 알겠어요! 경위 불러서!”라는 소란스러운 부분만 편집해 보여줬다. 보도는 이어 강기정 의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장면을 넣은 뒤, 안민석 의원의 “생리 현상이 급합니다. 화장실을 허락해 주시면”이라는 발언까지 넣어 필리버스터를 난장판으로 묘사했다. 더 심각한 내용은 필리버스터가 야당의 선거운동 전략인 양 비춰지게 편집한 것이다. 기자는 “사실상의 선거 유세도 이어졌습니다”다고 말한 뒤 은수미 의원의 인사 모습과 박영선 의원의 눈물 발언을 담았다. 또한 “새누리당은 ‘결국 선거버스터 아니냐’고 비꼬았습니다”라고 전하더니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이번 총선에서 표를 몰아달라고 하시는 것을 보고 정말 아연실색했습니다“라는 발언을 담았다. 기자는 “전직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에게 대리사회를 보게 하면서 위법 논란”, “약자 소수당을 위한 제도가 악용되고 희화화되면서 국정 발목 잡기에 불과했다는 지적” 등 필리버스터 자체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소수당을 위한 제도를 악용했다는 MBC의 지적은 정의당도 함께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다는 분명한 사실을 무시한 주장이다. ‘국정 발목 잡기’라는 비판의 경우, 테러방지법을 선거법과 연계 해놓고도 독소조항 수정 관련 협의를 끝까지 외면한 새누리당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이렇게 당장 쉽게 반박될 수 있는 MBC 보도의 논리는 필리버스터의 민주적 가치를 애써 배제한 것이기도 하다. ‘불통’을 고수한 새누리당으로 인해 테러방지법 수정에는 실패했으나 국회가 소수당의 발언권을 최대한 부여해 다수결에 의한 독단적 결론을 방지하고 있음을 필리버스터가 몸소 보여줬다. 국민들은 헌정 이후 국회의 진정한 민주주의적 역할을 인터넷과 TV로 볼 수 있었고 시민 필리버스터, 본회의장 방청, 토론자 후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호응을 보냈다. 이런 전반적인 모습은 담지 않고 자신들이 보고 싶음 면만을 정리하면서 필리버스터의 이모저모를 담았다는 것 자체가 MBC의 편파성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 JTBC의 질책, 모든 방송사가 귀담아 들어야
JTBC <앵커브리핑/‘필리버스터, 그리고 마국텔’>(https://me2.do/FSHlDFYT)
필리버스터 정국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나타난 KBS와 MBC의 왜곡 및 편파성은 8개 방송사 중 단연 두드러지는 수준이다. 그동안 똑같이 왜곡과 조롱으로 일관하던 TV조선과 채널A도 2일에는 필리버스터 관련 평가를 내놓지 않았고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선거법 처리만 조명했다. 필리버스터에 합리적인 보도를 보인 것은 SBS와 JTBC뿐이다. 특히 필리버스터에 대해 왜곡을 일삼은 언론의 행태를 비판한 JTBC <[앵커브리핑] ‘필리버스터, 그리고 마국텔’>이 돋보였다.
손석희 앵커는 “마이 국회 텔레비전은 조금 전에 중단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SNS를 비롯한 각종 작은 매체들이 실시간으로 전달한 것”이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필리버스터 중계, 이른바 ‘마국텔’을 소개했다. “힐난 혹은 비아냥조로 일관하거나 온갖 가십거리로 넘쳐났던 몇몇 기성 매체들을 대신해 정치인과 유권자 간 쌍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했던 작은 매체들…‘마국텔’은 그래서 등장”이라며 마국텔의 등장 배경도 설명했다. 이어서 손 앵커는 “대상이 테러방지법이든, 아니면 또 다른 어떤 법안이든 그것이 시민사회에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면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이 아무리 지난해도… 또한 그 결과가 아무리 뻔한 것이어도… 그 과정 자체를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필리버스터의 민주적 의미를 상기시켰다. 손 앵커의 다음 발언은 KBS와 MBC, 어쩌면 모든 언론이 귀담아 들어야 할 냉철한 훈계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또 한 가지…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전달해야만 하는가. 그 어렵고도 간단한 질문…‘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언론이 있다면 그 사회는 합리적 선택을 내릴 가능성이 커질 것’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그 믿을 수 있는 언론의 역할은 마국텔이 했다는 것도 기억해둬야겠습니다”
▢ 이 와중에 세월호 참사 모독…한심한 MBN
종편 방송사가 필리버스터 마지막 날에는 비난을 멈추었으나, MBN은 엉뚱하게 세월호 참사를 선거구 획정 지연의 원인으로 규정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 MBN <세월호가 발목잡나>(https://me2.do/FjqeUdcw)에서 김주하 앵커는 “우리는 모두 필리버스터가 끝나면 곧바로 공직선거법이 통과되는 줄 알고 있는데, 글쎄요. 또 다른 게 가로막고 있다고 하는데”라고 운을 뗐다. 최은미 기자는 “법사위에 공직선거법 개정안보다 먼저 처리해야 하는 안건이 있습니다. 바로 세월호 특별검사 요청안, 이 안건이 통과돼야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를 위한 특검이 설치됩니다”라며 선거법 처리를 세월호 특검법이 가로막고 있다고 전했다. “여당이 이 법안에 강하게 반대하자, 이상민 법사위원장과 전해철 야당 간사가 이 안건을 1번으로 기습 결정해 선거법 보다 먼저 올려놓은 것”이라면서 “필리버스터 고비만 넘기면 처리될 것 같았던 선거구 획정안이 예기치 않은 세월호 장벽 앞에 또 발이 묶이는 모양새”라고 다시 세월호 특검법이 선거구 획정을 막고 있다고 못 박았다. 이는 세월호 참사 특검을 기어코 막으려는 새누리당의 입장과 똑같은 주장이다.
MBN의 보도는 기본적인 사실도 전하지 않은 채 세월호 참사를 모독한 것이다. 세월호 특검법을 “야당 간사가 이 안건을 1번으로 기습 결정해 선거법 보다 먼저 올려놓은 것”이라는 내용은 특히 그렇다. 이는 마치 야당이 어깃장을 부렸다는 인상을 주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 2월 26일, 여당이 5일의 숙려기간이 지나지 않은 북한인권법을 법사위에서 처리하는 예외를 두자고 하자 야당은 역시 숙려기간이 채워지지 않은 세월호 특검 요청안도 함께 처리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MBN은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무작정 야당만 몰아 붙였다. 또한 MBN의 이 보도가 나간 후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선거법은 본회의에서 처리됐고 세월호 특검법은 법사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사실상 자동폐기 수순을 밟는 것이다. MBN 보도와 정반대로 세월호 특검법이 선거법의 발목을 잡기는커녕 여당에 의해 좌초될 위기에 놓여있다.
이날 SBS, JTBC, TV조선도 세월호 특검법이 법사위에 첫 번째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고 보도했으나 여야 공방을 예상했을 뿐 MBN처럼 ‘세월호가 발목 잡는다’고 힐난하지는 않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의 안일한 대응과 구조당국의 총체적 부실, 끊임없이 특조위를 무력화 시키는 정부‧여당의 태도는 특검이 필수적임을 방증하고 있다. 이런 배경과 사실관계에 대한 고려도 없이 무작정 세월호 특검을 몰아붙인 MBN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 모니터 대상 :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주말뉴스 토일>),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