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기저귀”운운하며 야당 비판, 어느 나라 언론인가(필리버스터 관련 신문‧방송‧연합뉴스 브리핑)
등록 2016.02.2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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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운운하며 야당 비판, 어느 나라 언론인가

 


1. 2월 24일(수요일) 방송 저녁종합뉴스 비교

■ 절박한 필리버스터에 “우스갯소리” “기저귀” 운운…어느 나라 방송인가
‘무소불위’ 국정원을 막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이틀째 이어진 24일, 방송사들은 무관심과 왜곡으로 일관했다. KBS, MBC, 채널A, MBN은 야당 의원들이 장시간 일갈한 테러방지법의 쟁점이나 국정원의 적폐를 모두 무시하고 여야 대립을 나열하거나 여당 입장에 힘을 실었다. MBC와 채널A의 경우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신 야당을 비판했고 MBN은 필리버스터에 나선 정의당 박원석 의원의 ‘기저귀’에 집착하며 저급한 행태를 보였다.

 

■ 쟁점과 비판에 입 닫은 MBN, 저녁종합뉴스에서 ‘기저귀’ 사진이라니
가장 참담한 보도는 MBN에서 나왔다. 24일, MBN은 필리버스터에 무려 8건의 보도를 투여했으나 정작 테러방지법의 쟁점과 문제점은 누락된 ‘가십’ 보도에 불과했다.


MBN <물 참고 기저귀까지>(https://me2.do/5zAiVzhK)에서 김주하 앵커는 “열 시간이 넘는 발언을 하려면 중간에 화장실도 갈 수 없어서 물도 마음대로 마실 수가 없다” “심지어 기저귀까지 등장”했다며 운을 뗐다. 이어서 홍승욱 기자가 필리버스터에 나선 정의당 박원석 의원을 언급하며 “화장실에 가는 순간 발언 순서가 끝나기 때문에 물 섭취를 줄이는 것” “박 의원이 토론에 앞서 준비한 성인용 기저귀 사진이 트위터에서 화제” “오랫동안 선 자세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운동화까지” 등 테러방지법 비판과는 전혀 관련 없는 ‘성인용 기저귀’ ‘운동화’ 따위를 조명했다.

 


MBN의 다른 보도에서 테러방지법의 쟁점이나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충실히 다뤄졌다면 이런 가십 보도를 어느 정도 용인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나머지 7건의 내용을 보면 △“은수미 의원은 오후 12시 48분까지 무려 10시간 18분 동안 발언을 하면서 이전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가지고 있던 한국 기록을 경신” △“삿대질에 고성” △“야당한테 마이너스입니다”라는 김무성 대표 반응 △야당 내 필리버스터 반대 여론 △“자다가도 깰 통탄할 일”이라며 “감정에 못 이겨 10여 차례 책상을 쿵쿵치기도” 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필리버스터에 대한 분노 등이다. 온통 가십 또는 여당과 대통령의 입장뿐이다.

 

단 1건, <테러방지법 뭐길래>(https://me2.do/5xoPJUQ0)에서 “쟁점은 테러 방지에 필요한 정보를 누가 수집하느냐”라며 쟁점을 다뤘지만 딱 그뿐이었다. 대테러센터장에 국정원장 임명 금지, 여야 합의로 상설감독관 설치, 국정원 국회 보고 의무 강화 등의 쟁점은 모두 배제됐다. ‘기저귀’ 따위의 가십 보도로 본질을 흐리고 여당과 대통령 입장만 전한 보도가 7건임을 감안하면 아무 의미 없는 ‘구색 맞추기’ 보도일 뿐이다.

 

■ 야당에 “본질” 잃었다고 한 채널A, 과연 누가 본질을 흐리는지 자문해야
채널A <“잘했어” vs “유세하냐”>(https://me2.do/GBbUjDTT)는 필리버스터에서 정부‧여당의 테러방지법을 조목조목 비판한 김광진, 은수미 의원 등의 발언은 쏙 빼놓고 “빨리 화장실 가. 노트 좀 들어줘요”라고 응원하는 더민주 의원들과 은수미 의원에게 “그런다고 공천 못 받아요!”라고 모욕적 발언을 한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의 고성 등 주변적 사안만 전했다.

 

이어서 “이날 토론에는 더민주는 물론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들이 가세해 선거를 앞두고 야권연대가 실현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습니다”라며 절박한 필리버스터에 나선 야권을 조롱하고 “선거구 획정안을 빨리 처리하자고 하던 야당이 필리버스터에 나선 것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행위라는 비판” “‘테러방지법’이라는 본질은 사라진 채 47년 만에 벌어진 낯선 풍경에 국민의 의아”라며 야당에 공세를 퍼부었다. 테러방지법의 ‘본질’과 쟁점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는 채널A가 테러방지법을 비판하는 야당에 ‘본질’을 지적하다니, 국민은 의아할 따름이다.


MBC도 채널A와 마찬가지로 필리버스터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여야 대립을 다루면서 야당 비판에 더 큰 비중을 뒀다. MBC는 <무제한 토론 언제까지?…‘역풍’ 고민>(https://me2.do/5aNUrO2H)에서 필리버스터에 대립각을 세우는 여야 반응을 다뤘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안 처리가 더 늦어지면 총선 일정에 큰 차질”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며 무제한토론에 반대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며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 모든 책임은 더민주가 져야 할 것입니다”라는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의 비판에 힘을 실었다.

 

MBC와 채널A 모두 이틀째 이어진 필리버스터에서 나온 테러방지법의 여러 비판 발언을 전혀 싣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왜곡이나 다름없는 행태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두 방송사는 일방적으로 야당만 비판했고 악법을 막으려 분투하는 의원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국민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언론이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을 밀어준 꼴이다. 

 

■ 24일 필리버스터 관련 보도 제목 비교
KBS, MBC의 필리버스터 관련 보도의 제목은 “정치적 쇼”라는 여당의 비난을 그대로 인용해 노골적인 편파성을 드러냈다. 채널A 보도의 제목도 기계적 중립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유세하냐”는 비난성 발언을 명시하여 여당 입장을 강조해주고 있다. 이는 필리버스터 정국과 테러방지법 쟁점을 제목으로 드러낸 SBS, JTBC, YTN과 대조적이다.

 

SBS와 YTN은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여야 대립을 전하면서도 필리버스터에서 나온 야당 의원들의 비판 발언을 비교적 두드러지게 실었다. TV조선도 이종걸 원내대표를 인터뷰해서 야당의 입장을 따로 다뤘다. JTBC는 무려 6건의 보도에서 김광진 의원을 인터뷰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의 근거로 삼은 국가 비상사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등 테러방지법의 쟁점을 가장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 역사적인 필리버스터, 구체적인 보도는 JTBC뿐
JTBC, SBS, TV조선, YTN은 KBS, MBC, MBN, 채널A에 비해서는 테러방지법을 막으려는 야당의 입장이 충실히 반영된, 균형 잡힌 보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중 JTBC 보도가 가장 돋보였다. JTBC는 김광진 의원을 인터뷰하면서 적극적으로 테러방지법 비판 여론을 전했고 정의화 국회의장의 국가 비상사태 선언의 부당함도 따졌다.


더민주 김광진 의원을 인터뷰한 JTBC <‘필리버스터’ 들고 나온 야당, 왜?>(https://me2.do/IDcm6X3s)에서 김 의원은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에 대비하자는 뜻으로 해석되는 상황인데 야당만 위기감이 없는 것이냐 이런 의문도 있다”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테러방지법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법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현행 법률과 규정으로 충분히 그런 것들을 지켜내고 있는 것” “의장께서 국가긴급사태에 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마는 그렇다면 테러와 관련한 국가의 경계발령을 해야 됩니다. 그런데 아무런 경계발동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이고 잘 아시는 것처럼 진돗개가 발령된다거나 아니면 워치콘이 격상된다거나 이러한 군조차도 경계가 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만이 비상사태다라고 선포하고 직권상정을 하시는 것은 민주주의 절차와 전혀 동떨어진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야당에서 얘기하는 인권침해는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여당의 비판에 대해서는 “FIU법이라든가 통신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 개별적인 법률의 내용 안에서 이것을 어떻게 법적으로 작용할 것인가라는 내용이 이 법에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고 다만 테러방지법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조항의 부칙 조항으로 그런 것들을 국정원이 할 수 있다는 그 규정만을 담고 있을 뿐”이라며 테러방지법의 부실함을 지적했다.


JTBC <팩트체크/ 대한민국, 국가비상사태 상황?>(https://me2.do/5FLgxWZR)는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의 근거로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국가 비상상황으로 규정한 정의화 국회의장 발언의 진위 여부를 가렸다. 이호진 기자는 “국가공무원 규칙에 따르면, 공무원부터 비상이 걸려야 합니다. 연가를 중지하고, 최대 3분의 1까지 비상근무를 해야 한다” “또, 전기통신법과 철도법상 정부는 전화나 철도도 끊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는 돼야 국가비상사태”라며 정 의장의 결정이 법령과 어긋남을 지적했다. “최소한 국회의장이 비상사태라고 이야기를 하려면, 적어도 국회 사무처에 비상기획단을 만든다든지, 북한이 핵무기를 쏘면 국회는 어떻게 대처할 건지 계획을 짜라든지, 그 정도는 해놓고 비상사태라고 해야죠”라며 정 의장을 비판한 한상희 건국대 교수의 인터뷰도 덧붙였다.

 

손석희 앵커는 “지난번 직권상정 요구가 있었을 때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없다, 그때 경제 관련 법안이었습니다마는. 지금은 또 국가비상사태라고 본다라고 했기 때문에 그 차이가 무엇이냐에 대한 명확한, 설득력 있는 설명, 이런 것들은 분명히 좀 필요해 보이기는 합니다”라고 보도를 정리하며 법안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 의장의 판단을 재차 비판했다.

 

2. 2월 25일 목요일 신문보도 비교

■ 조중동, 필리버스터는 ‘깎아내리고’ 독소조항은 ‘나몰라라’
23일부터 이어진 필리버스터 관련한 25일자 신문보도는 전날과 다르지 않았다. 조중동은 전일에 이어 필리버스터로 인한 법안 통과 지연 상황을 비판하고, 테러방지법을 옹호하는데 주력했고,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테러방지법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한편, ‘야권의 분투기’와 이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을 전달했다.

 

■ 야당에 국회 ‘마비’‧‘올스톱’ 책임 전가한 동아‧조선
각 매체의 필리버스터에 대한 보도 태도 차이는 1면 보도 제목을 통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경향신문은 1면 보도 제목을 <‘국정원 공룡법’ 막기 최후의 저항>으로 뽑고 “(야권) 의원들은 법안이 국가정보원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해 시민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큰 ‘국정원 공룡법’이라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1면 관련 보도 제목을 <국회 밖 번진 ‘시민 필리버스터’…이것이 정치다>로, 부제는 <‘테러방지법 저지’ 동참 줄이어>, <“누구든지 감시당할 위험한 법”> 등으로 뽑았다. 이번 필리버스터가 독소조항을 지닌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진행되는 것임을 전달함과 동시에 시민들의 오프라인에서의 지지 움직임을 강조한 셈이다.


반면 동아일보의 관련 1면 보도 제목은 <국회입법은 마비>이며, 조선일보 1면 보도 제목은 <필리버스터로 이틀째 막고 있는 야>다. 동아일보는 해당 보도의 부제를 <야당 ‘테러법 저지’ 이틀째 필리버스터>, <朴대통령 “기막힌 현상… 국민은 좌절”>로 뽑았다.

 

기사는 “국내 상황도 답답하다”, “국회는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한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과 여당의 비난 속에 사실상 ‘올스톱(정지)’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북한이 전날 최고사령부 명의 성명을 통해 ‘청와대가 1차 타격 대상’이라고 위협했지만,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테러방지법은 이날도 처리되지 못했다”고 공포심을 조장하며 야당에 책임을 물었다.


중앙일보는 관련보도를 1면에 내지 않고 3면 <테러방지법 막겠다더니…은수미 뜬금없이 ‘세 모녀’ 발언>을 게재했다. 소제목도 <새누리 “국가 안보 눈감은 정치쇼”>, <국회는 마비, 타협 없는 정치 단면> 등으로 뽑아 필리버스터를 비판하는 여당의 목소리만을 부각하고,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국회가 마비됐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이 기사에서는 10시간 18분에 달하는 은 위원의 발언 내용보다 세 모녀 사건 등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발언을 강조했다.


그러나 조중동의 이 같은 지적과는 달리 필리버스터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절차인 만큼, 현 상황은 국회 마비와는 거리가 먼, 오히려 국회가 매우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 이 와중 한국일보는 <10시간 18분 은수미,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 보도를 1면에 내며, 은 의원의 ‘기록 경신’이라는 가십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 ‘화이팅’ 외친 경향‧한겨레와  ‘스톱’ 외친 동아‧조선의 사설
필리버스터에 대한 각 매체의 입장은 사설에서 보다 뚜렷하게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사설/국회가 토론의 전당임을 증명한 야당의 필리버스터>에서 “필리버스터는 의회주의 국가에서 소수당이 합법적 방법으로 다수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장치”이며 “더민주 등의 이번 필리버스터 역시 새누리당이 야당의 반대를 무시한 채 다수당의 힘으로 국민사찰이 가능한 테러방지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데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 높이 평가했다.

 

한겨레는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철회하고 재협상하라>에서 “지금이라도 제대로 논의하자면 직권상정부터 철회해야 한다”며 보다 뚜렷하고 적극적인 대안을 직접 제시했다.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이 규정한 합법적 의사진행 지연 행위”이며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시행해온 의회민주주의 본연의 장치”라고 평가했다.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야당의 테러방지법 막기’라는 현상에 주목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일보는 <사설/야 평생 야당하려고 테러방지법 막는 필리버스터 하나>에서 현재 “야당과의 합의 없이는 쟁점 법안이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며 필리버스터에 대해 “소수당이 입법을 저지하고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해주고도” “3중 장치까지 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그렇다면 구태여 다수당이 되겠다고 민심을 살필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비아냥댔다. 

 

이 같은 주장은 선거에서 승리한 다수당이 법안 통과를 비롯해 국회 전반을 좌지우지할 ‘권리’를 얻게 되며, 적은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이에 그저 순응해야 한다는,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설득과 토론의 공론화 없이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것을 민주주의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설 말미에는 “더민주당은 선거구 획정까지 막으면서 필리버스터를 계속할 건가. 그럴 자신이 없다면 일찌감치 테러방지법 표결에 협조하는 것이 선거를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유익할 것”이라며, 독소조항을 내포한 법안에 정당한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야당 의원을 조롱했다.


이러한 야당 의원에 대한 조롱은 조선일보 사설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조선일보는 <사설/국회 혐오 키우는 필리버스터, 그래도 여가 정치력 발휘하라>에서 “무슨 대단한 기록에라도 도전하는 듯이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시간을 늘려가며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또한 “야당은 아무리 걱정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정치 염증을 키우는 필리버스터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필리버스터가 아무리 합법의 테두리 내에 있다 하더라도 마치 선거운동 하듯 필리버스터를 악용하면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을 키울 뿐이다”라며 필리버스터를 야당의 선거운동으로 치부하며 폄훼했다.


한국일보는 <야 필리버스터 복병 만난 테러방지법 처리> 사설을 통해 “민간인 사찰과 야당 감시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게 야당 측 주장”이라 소개하고, 새누리당의 보완책에 대해서는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했다고 반박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 지적했다. 야권의 테러방지법 반대는 “지난 대선 당시 댓글사건 등으로 국정원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영향이며 “국민 신뢰를 되찾을 제도적 개혁이나 자정 노력을 결여한 상태에서 광범위한 정보수집 권한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 정서가 아직 팽배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일보는 “여야가 각자의 입장만 고집할 게 아니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며 필리버스터를 29일 국회 본회의 이상 끄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앙일보는 관련 1면 보도를 내놓지 않은 것에 이어 사설에서도 필리버스터 관련 이슈를 언급하지 않았다.

 

■ 테러방지법 독소조항에 대해서는 축소‧생략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여당과 야당의 주장을 전하는 방식으로 테러방지법을 보도하면서, 법안의 문제점을 축소‧생략하거나, 야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국정원 감청 견제 필요” “무제한 감청은 오해”>(2면)에서 “국정원이 무제한 감청을 하거나 국내 사찰용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뒤 “법 조문 자체가 아니라 국정원이 이를 남용할 가능성을 놓고 야당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이며 결국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라 ‘가볍게’ 풀이했다.

 

조선일보는 <필리버스터 계속 땐 테러방지법 어떻게? 이르면 26일, 늦어도 내달10일 이후 통과>(6면)에서 “야당이 테러방지법 통과에 반대하는 것은 주로 9조에 명시된 ‘국가정보원장은 테러 위험인물에 대하여 출입국·금융거래 및 통신 이용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부분 때문”이며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정보 수집은 민간인이 아니라 테러 위험인물에 대해서만 하는 것”이라며 “테러 위협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음을 언급하는 선에 그쳤다.


한국일보는 <“테러위험인물 범위 넓어…국정원, 사실상 누구든 사찰 가능”>(4면)을 통해 “국가정보원이 법원의 영장 없이 언제든 특정인의 계좌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고 “의심만으로도 누구든 국가기관의 사찰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사 말미에는 “정보수집권을 너무 엄격히 제한할 경우 테러방지라는 본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반론”을 덧붙였다.


가장 적극적으로 테러방지법과 직권상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한겨레다.

 

한겨레는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는 <“단톡방도 국정원 감시 당하는 건가”>(2면), <꼬리가 몸통 흔드는 ‘테러방지법 부칙’ 논란 증폭>(2면), <‘대선댓글 여론조작’도 감싸는 국정원…불법감청 불보듯>(3면), <국정원, 테러대책 빌미 휴대전화 감청 노린다>(3면) 등에서 다른 법령의 핵심 내용을 담은 ‘본칙’을 깨가면서까지 국가정보원에 휴대전화 감청과 금융정보 추적 권한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하고, 국정원에 대한 외부의 감시·감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강조했다.

 

또 <법제처 해석 따라도 지금은 ‘국가비상사태’ 아니다>(5면)에서는 “정 의장이 직권상정의 근거로 사용한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문구는 ‘개엄’ 발동 요건을 규정한 헌법 제77조에 나온다”며 “정 의장의 ‘국가 비상사태’ 규정은 지금이 계엄 발동이 가능한 위급상황이라는 얘기나 나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계엄 선포 요건을 규정한 계엄법에 따르면 예방적 계엄은 인정되지 않으며 현 시점에서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여야 한다. 이에 한겨레는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교육부와 문화부의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인 국회 일정 자체가 국가비상사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근거라고 주장한 박주선 최고위원의 발언을 인용하며 정 의장의 직권상정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경향신문과 동아일보는 테러방지법을 중심으로 다룬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3. 2월 25일 연합뉴스 보도 분석

■ ‘테러방지법’ 대신 ‘진풍경’만 소개된 필리버스터 현장 기사
연합뉴스 <'필리버스터' 4명 발언 27시간…은수미 618분 최장기록(종합2보)>(2/25 00:34 https://me2.do/FPMlOy1M)는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뒤 나온 첫 현장 소개 기사이다. 하지만 테러방지법의 쟁점은 물론, 47년 만에 국회에서 처음 벌어지는 치열한 필리버스터의 의미마저 외면하고 있다. 그 대신 주변부 이야기를 앞세워 테러방지법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판단을 흐리는데 있다.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 도입 후 첫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이틀째 진행 중인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각종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시작하는 이 기사는 30여 문장의 긴 기사다. 긴 분량 대부분은 ‘최장기록 갱신’이나 ‘운동화 신고 발언’ 등 “진풍경”으로 채워져 있다. 

 

예를 들어 “발언 도중 화장실로 가는 일이 없도록 전날 물도 마시지 않은 채 금식으로 필리버스터를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소속 동료 의원들의 격려도 이어졌다” “동료 의원들은 "파이팅"이라고 외치기도 했다”는 내용을 소개했는데 이는 마치 스포츠 기사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정작 야당 의원들이 장시간 발표한 테러방지법의 쟁점은 없었다. 심지어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의 발언 내용조차 한 마디도 싣지 않았다. 테러방지법 관련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이라는 단어가 9번째 문장에서 처음 나올 정도로 테러방지법에 무관심한 기사다. 기사 말미에는 오히려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여당 의원의 반발을 덧붙였다.

 

■ 야당의원의 필리버스터 연설내용 다룬 보도는 한건도 없어
25일 00시부터 19시까지 연합뉴스에서 필리버스터가 언급된 보도량은 17건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 테러방지법의 문제점과 국정원의 적폐를 이틀째 비판한 야당 의원들의 발언 내용을 다룬 보도는 단 한건도 없다.


연합뉴스는 <원유철 "필리버스터, 국민 볼모로 한 희대의 선거운동">(2/25 09:46, https://me2.do/5toTQsHo)와 같이 여당의 필리버스터 비난을 전하거나 <본회의장의 안과 밖 …野 필리버스터 vs 與 피켓시위>(2/25 11:37, https://me2.do/5PqFe5kb)처럼 기껏해야 여야 대립으로 기계적 중립을 표방했다. 

 

여야 대립 보도에서조차 테러방지법 관련 야당의 비판은 다루지 않았고 “의원들은 언제든지 5시간, 10시간도 하겠다고 하는데 시간이 없다”라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발언 등 필리버스터 막전막후를 전할 뿐이다. 다른 필리버스터 관련 보도에서도 모두 테러방지법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기록 갱신’과 같은 주변부 이야기로만 가득차 있다.

 

■ 필리버스터에 대한 연합시론, 청와대와 새누리당 시각만 반영
특히 <연합시론/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자충수 아닌가>(2/24 16:13https://me2.do/FpUYW5eo)는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국회 내의 갈등에 대해 철저하게 청와대와 여당의 시각을 반영한 매우 편파적인 기사다.


“19대 국회가 또다시 ‘식물국회’로 전락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시론은, 본문 중에 “야권이 국정원의 ‘과거’를 문제 삼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뒷전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 “북한이 남쪽에 대고 연일 협박을 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데 대한 시선도 곱지 않을 것이다”, “테러방지법이 필리버스터를 지속할 정도로 문제가 큰 법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등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것을 베낀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국정원의 정보수집 권한 남용 소지, 민간인 사찰 가능성 등의 폐해는 완전히 외면한 채, 국가테러대책회의 등 이미 존재하는 대테러 관련 제도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이 시론은 외국에서도 참조하는 국가기간통산사의 것이라기엔 너무 민망한 내용이었다. 공정성과 설득력을 지녔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