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5년 12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발표(2016.1.22)
등록 2016.01.22 18:50
조회 533

 

 

국방부의 송환 유해 조작, 초유의 외교 참사 폭로한 JTBC

 

 

좋은 방송보도, 국방부의 외교 참사 폭로한 JTBC

 

 JTBC는 12월 7일 <“중국군 유해 90구 잘못 송환” 의혹>이라는 단독보도 등 총 6건의 보도로 국방부의 중국군 유해 송환 사업의 조작 의혹을 폭로했다. JTBC에 따르면 중국에 송환된 유해의 일부가 바꿔치기 되거나 유해 수치가 조작되기도 했다. JTBC는 국방부 유해발굴 감식단 내부 자료와 발굴 기록을 하나하나 대조하는 지난한 취재 과정을 거쳐, 국방부의 외교 참사를 고발한 것이다. JTBC 보도 이후 의혹을 부인하던 급기야 국방부도 내부 감사에 착수하게 되었다. 이에 민언련은 JTBC ‘국방부의 중국군 유해 송환 조작’ 보도 6건을 2015년 12월 ‘이달의 좋은 방송 보도’로 선정한다.

 

 2013년 6월,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군 유해 송환을 제안했고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곧바로 송환 사업에 착수했다. 2014년과 2015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총 505구의 유해가 송환되었고, 우호적 한중 관계에 물꼬를 트는 인도주의적 사업에 언론의 관심도 상당했다. 올해에도 송환 일정이 잡혀 있는 가운데, JTBC는 충격적인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이미 송환된 중국군 유해 505구 중 90여 구에서 유해가 다른 유해로 뒤바뀌거나 중국군인지 확정할 수 없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JTBC는 치밀한 자료 분석과 끈질긴 취재로 국방부의 외교 참사를 국민에 알렸다.

 

 뒤바뀌거나 알 수 없거나…국방부의 유해 조작 의혹
 JTBC는 12월 7일부터 8일까지 총 6건을 통해 국방부의 유해 송환 사업 조작 정황을 폭로했다. 첫 보도인 <조작 의혹도…외교 파장 우려>(12/7)는 “발굴 때는 두개골과 왼쪽 팔, 왼쪽 갈비뼈 일부만” 있었으나 “송환 때는 양팔과 허리, 하반신이 전부 갖춰진 다른 유해로” 뒤바뀌는 등 유해 바꿔치기 사례가 30여 구에 이른다고 전했다.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을 정도”라며 조작 의혹을 제기한 발굴 작업 관계자의 증언도 덧붙였다. <‘피아 불명확’ 60구도 송환>(12/7)는 “기재를 하지 않거나 단순히 전사자로만 적은 경우, 혹은 적군으로만 적은 경우가 64구”라며 중국군인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송환된 유해가 60여 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없었던 중공군 유품이…>(12/8)에서는 “발굴 당시엔 없던 유품이 송환 때 새로 들어간 경우는 50여 구”라며 유품 조작 정황까지 고발했다. 취재를 총괄한 임진택 기자는 <중국군 송환 유해…5구 중 1구 오류?>(12/7)에서 “중요한 검증 절차가 건너뛰어졌다는 의혹”, “송환하는 유해수를 늘리려 했다는 지적”, “주관했던 유해발굴단 단장과 실무 책임자가 고고학적 전문성이 없는 군인이라는 점” 등 국방부의 갖가지 조작 의혹과 부실 실태를 정리했다.

 

 국방부의 진상 조사 이끌어낸 JTBC
 중국군 유해 송환 사업의 문제점은 이미 작년 9월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된 사안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권은희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송환된 유해가 DNA 감식을 통한 피아식별 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며 유해 주변에서 나온 유품 중 중국군의 것임을 드러내지 않는 유품이 제외된 채 송환되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의혹을 부인하며 송환 유해가 100% 중국군이라는 보도 자료까지 냈다. 이번 JTBC의 단독 보도에서 객관적인 유해 비교 분석 결과와 각종 증언을 통해 유해가 뒤바뀌거나 유품이 조작되었다는 새로운 의혹이 나오자 결국 국방부는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JTBC의 최초 보도 바로 다음날인 8일 국방부는 유해발굴감식단에 대한 조사를 약속했고 올해 1월 5일에는 감사에 착수했다. JTBC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일 경우 상당한 외교적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치열한 자료 분석과 취재, 언론의 역할 제대로 보여줬다
 JTBC의 ‘국방부 중국군 유해 송환 조작’ 보도의 경우 타사가 모두 무관심하고 취재하기도 어려운 사안을 끈질기게 파헤친 기자들의 노고가 돋보였다. 취재가 매우 어려운 환경인 국방부에서 JTBC가 얼마나 치열한 취재를 했는지 보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30여 구의 유해가 뒤바뀌었다는 사실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내부 자료를 분석해 발굴 당시와 송환 당시의 유해를 일일이 비교하는 작업을 통해 밝혀졌다. 60여 구가 피아 구분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송환 유해 505구의 발굴 당시 피아 구분 여부를 전수 조사하는 과정을 거쳤다. 505구에 달하는 유해에 대한 이런 치열한 조사로 국방부의 외교 참사가 드러난 것이다.

 

△ JTBC <조작 의혹도…외교 파장 우려>(12/7) 보도 화면 갈무리

 

 

국정감사에서도 국방부의 일축으로 해프닝에 그쳤던 중국군 송환 조작 의혹이 JTBC의 보도로 실체를 드러냈고 국방부는 감사에 착수해야 했다. 무관심 속에서도 취재를 놓지 않은 JTBC는 국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에 민언련은 JTBC ‘국방부의 중국군 유해 송환 조작’ 보도 8건을 2015년 12월 ‘이달의 좋은 방송 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방송보도, 일본인관광객 늘어난다며 위안부 합의 옹호한 TV조선

 

 지난 12월 28일,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TV조선은 정부와 합의를 옹호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특히 29일 <“일 관광객 늘어날 것”…“혐한 감정 희석”>은 일본 관광객 증가로 위안부 합의를 정당화하는 후안무치한 보도였다. 전쟁 범죄이자 반인권 범죄를 관광업 호황으로 용서하자는 TV조선은 피해자 할머니들과 국민을 모독했다. 이에 민언련은 TV조선 <“일 관광객 늘어날 것”…“혐한 감정 희석”>를 2015년 12월 ‘이달의 나쁜 방송 보도’로 선정한다.

 

 지난해 12월 28일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일본 아베 총리는 “한국이 TV 앞에서 불가역적이라 했고, 약속을 어기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끝난다”며 겁박하거나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종결됐으니 더는 사죄하지 않겠다”는 막말로 태도를 바꿨다. 소녀상 이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그러자 언론에서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거나 소녀상 이전 여부에 매달리면서 굴욕적 합의를 수용한 우리 정부의 잘못은 은폐했다. 특히 TV조선은 정부를 비판하기는커녕 일본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며 합의를 환영하면서 시청자를 아연실색케 만들었다.

 

 “일본 관광객 증가 기대”, 상상초월 TV조선
 위안부 합의를 환영하는 태도는 지상파 3사에서도 노골적이었지만 TV조선의 상상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TV조선 <“일 관광객 늘어날 것”…“혐한 감정 희석”>(12/29, 이채림 기자)는 일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리라는 기대로 위안부 합의를  정당화했다. “2012년 352만명에 달했던 방한 일본인 수는 올해 180만 명 정도로 반토막”이라 설명하더니 “관광업계에서는 그만큼 이번 한일협정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라는 것이다. 엔저 영향과 같은 경제적 배경이나 일본의 극우화라는 정치적 요소 등 대일 관광업과 관련된 수많은 변수를 무시한 점도 비합리적이지만 무엇보다 반인륜 전쟁 범죄에 대한 ‘불가역적’ 면죄부를 관광업과 갈음하려는 발상 자체가 상상초월이다. TV조선은 보도 말미에 “혐한 감정으로 고통 받았던 재일 한인사회도 관계 개선을 고대”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역시 현재 지나친 양보라며 오히려 아베 총리를 비난하는 일본 극우 단체들의 행태를 볼 때 지나친 상상력이 부른 보도 참사라 할 수 있다.

 

△ TV조선 <“일 관광객 늘어날 것”…“혐한 감정 희석”> 보도화면 갈무리

 

 국민의 반발이 일본의 보수단체 수준?
 TV조선의 망발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아베가 너무 양보” ‘반발’>(12/31, 이태형 기자)는 “위안부 합의를 두고 국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만큼이나 일본에서도 보수 세력들은 아베 정권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습니다”라며 피해자 할머니와 국민들의 분노를 어물쩍 일본 극우 세력의 망동 수준으로 매도했다. 이 외에도 <피해 할머니 만나나?…청 ‘고민’>(12/30, 홍혜영 기자)는 “우리가 얻은 것도 많고 모든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 상당히 진전된 게 사실”이라며 합의를 옹호했다.

 

 일본 관광객 증가로 굴욕적 합의의 폐해를 갈음하며 국민과 피해 할머니들을 모독한 TV조선 보도는 그야말로 상상초월, 상식 이하였다. 12월 ‘이달의 나쁜 보도’ 후보 중에는 TV조선의 또 다른 상상초월 보도가 있었다. 바로 TV조선 <표본이라 속이면 세균전 속수무책> (12/17, 안현영 기자)으로서 17년간 우리 국민을 속이고 탄저균 실험을 자행해 온 미군의 행태에 “북한이나 테러단체가 살아 있는 고농축 탄저균을 속여서 반입해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북한 타령을 한 황당한 보도였다. 하지만 선정위원들은 반인륜 전쟁 범죄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인권이 직결된 위안부 문제를 관광과 연결지은 TV조선의 위안부 합의 관련 보도가 더 악의적이라 판단하여 2015년 12월 ‘이달의 나쁜 방송 보도’로 선정했다. <끝>
 

2016년 1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