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위원회_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2015년의 언론계 주요 이슈’에 대한 신문 모니터 보고서(2016.1.19)
등록 2016.01.1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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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언윈윈’의 2015년, 흔들리는 언론자유

 


 “일부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그것을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그 문제는 이 자리에서 국민 앞에서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위한 충정의 마음을 정치권과 국민들께서 이해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 2013년 3월 4일, 박근혜정부 첫 번째 대국민 담화문 일부

 

언론을 장악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아름다운 취임 일성이 있던 날로부터 어느덧 해가 세 번 바뀌어 4년차의 아침이 밝았다. 정부에 대한 가치 판단이 중간점검이라기보다는 종합평가에 가까울 이 시점에서, 그가 지난 3년간 진두지휘해온 대한민국은 과연 자신의 당초 다짐대로 ‘방송 장악을 할 의도도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발전되어 왔는가?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이러한 관점에서 2015년의 주요 언론계 이슈들을 살펴보고 5개 일간지의 보도 양상을 분석했다. 다만 모니터 결과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지속된 침묵이 특히 두드러졌으므로, 이들 신문의 보도 여부에 글의 초점을 맞췄다.

 

언론계에 쏟아진 당근과 채찍에 침묵한 조중동

- MBC 권성민 피디 해고, 침묵
1월 19일, MBC 권성민 피디가 해고됐다. 취업규칙을 위반하고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인사위원회가 내세운 해고의 사유였다. 그가 자행했다는 ‘엄중한 해사 행위’란 자신의 페이스북 공간에 만화를 그려서 게시한 것이다. 권 피디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MBC의 불공정성을 자성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복귀 이후에도 제작부서로 발령받지 못했다. 그는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에 근무하면서, 예능국 생활을 그리워하며 만화를 올렸다. 만화에는 자신의 상황을 ‘유배’중이라고 표현하는 등 MBC의 인사에 대해 불평하는 내용이 있었으나, 누가 봐도 노동자를 해고할만한 ‘해사 행위’는 아니었다. 이후 권 피디는 법원에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승소했다. MBC는 현재 2심에 불복하여 상고한 상태다.


이에 대해 1월 22일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해고 사실을 보도했고, 한겨레는 사설과 칼럼으로 이 사안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후에도 해고 확정(1/31)과 MBC 예능피디들의 비판 성명(2/5), MBC 사내 표현의 자유 억압(1/31)을 보도했다. 권성민 피디 1심 승소에 대해서는 경향신문이 9월 25일 보도했고, 고법 승소는 한겨레가 12월 10일 보도했다. 그러나 조중동은 권성민 피디의 해고와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1심과 2심 승소 모두 보도하지 않았다.

 

-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이의춘 국정홍보담당 차관보 임명도 보도 안해
5월 11일,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신설된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이사장에 평화방송 보도국장 출신의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임명됐다. 그는 평론가 시절,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군의 대선 개입 사건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북의 침투를 무한 허용하자는 세력’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방송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종북일 수 있다’는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인사는 조선일보만 단신으로 보도했으며,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시청자미디어재단 창립기념식 보도를 단신으로 내보내는데 그쳤다. 관련 보도 어디에도 이석우 이사장의 임명에 대한 문제점은 언급되지 않았다. 


5월 15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신설 직책인 국정홍보 담당 차관보에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가 임명됐다. 한겨레 <“세월호 유족들이 나라 마비시켜…” 막말논평 일삼더니 정권 나팔수 되나>(5/16)에 따르면 그는 <데일리안> 편집국장과 <미디어펜>의 대표로 재직하던 당시 시민단체를 ‘악마의 집단’에 비유하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좌파 인사들에게 이용당해 나라를 마비시키려는 세력’으로 매도하는 등 극우 보수 성향 인물이다. 동아, 조선은 이에 대해 인사동정 기사만 한줄 내보냈으며, 중앙은 아무것도 보도하지 않았다.

 

- KBS, 방문진 이사 선임을 둘러싼 잡음과 문제점도 언급 안해
8월 1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KBS 이사회 11인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9인을 선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해당 언론사 내부는 물론, 시민사회가 편향성과 자질 부족을 이유로 절대 불가를 천명한 5인의 기존 이사에 대해 과반의 여당 위원들이 재선임을 강행 의결한 것이다. 이 중 2인은 공영방송 초유의 3연임 사례로 기록됐다. 특히 방문진에서 KBS로 자리를 옮긴 차기환 이사는 지난 2014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공격하는 내용의 ‘일간베스트저장소’ 글을 자신의 SNS에 퍼 나르는 등 여러 차례 극우성향 게시물을 공유해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다. 방문진 이사 3연임에 성공한 김광동 이사도 교과서포럼의 근현대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뉴라이트 계 인사임을 지적했다.


경향신문 <청와대 거수기 전락한 방통위…“권력에 굴종”>(8/14)과 한겨레 <‘보수편향’ 이인호 KBS이사장 연임 확실시>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보도했고, 한겨레는 10월 8일 <고영주 뒤에는…자칭 ‘애국세력’의 어이없는 사상전쟁>에서도 차기환 이사의 문제를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8/8)로 양사 이사 선임에 대해 보도했으나 차기환과 김광동 이사 행보에 대한 지적은 전혀 없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인사 우려의 목소리조차 내지 않아

10월 25일, 청와대는 공석이었던 대변인 자리에 이틀 전까지 공영방송의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정연국 MBC 시사제작국장을 임명했다. 민경욱 전 대변인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직한지 20일만의 일이었다. 현직의 언론인을 고위 공직에 바로 기용하는 것은 현 정부의 주요 국정운영 방침의 하나로 보인다.


이에 대해 10월 26일 한겨레는 <‘100분 토론’ 진행 3일뒤 ‘청와대행 사표’>, <4개 주요 방송사 현직 언론인 잇따라 ‘청와대 직행’>으로, 경향신문은 <청와대 새 대변인에 100분 토론 진행자>으로 문제점을 지적했고, 한겨레 <사설/언론윤리 실종된 현직 기자의 잇따른 청와대행>과 경향신문 <사설/KBS SBS 이어 MBC 앵커까지 청와대 직행이라니>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청와대 대변인에 정연국…야당 “또 현직 언론인이냐”>(10/26)에서 권언유착에 대한 우려의 여론을 소개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단신으로 임명 사실만을 언급했을 뿐, 인사의 문제점과 우려의 목소리는 전혀 담지 않았다.
 
 - KBS 고대영 사장 임명에 대한 국민 비판과 강동순의 청와대 개입설에도 침묵
10월 26일, KBS 이사회는 고대영 전 보도본부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고대영 신임 사장은 보도국장 시절과 보도본부장 재임 시절 노골적인 친여 편파 보도로 기자협회 신임투표에서 각각 93.5%와 84.4%의 불신임을 받았다. 공정 방송을 요구하는 후배 기자를 폭행한 전력이 있으며, 대기업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겨레 (10/27), 경향신문 <기자 93.5%가 반대한 고대영씨 KBS 새 사장 후보로 선임>(10/27)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그나마 조선일보는 <11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서 7표 얻어…"뉴스보도 신뢰성 높이겠다">(10/27)에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고후보자가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재직 시절, 기자협회 신임투표에서 불신임을 받을 정도로 편파보도를 주도했다”고 주장한 것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논평으로 "KBS 이사회가 구 후보자를 선정한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고 반발한 것을 보도했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관련 내용을 단신으로 처리하며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11월 12일, 고대영 사장과 함께 유력한 후보자였던 강동순 전 KBS 감사는 사장 선임의 배경에 청와대의 직접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의 폭로를 감행했다. 이는 16일 개최된 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중요한 쟁점이 됐다. 야당은 강 전 감사와 김성우 홍보수석, 이인호 KBS 이사장의 증인 출석을 주장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1월 17일 각각 2건의 보도로 청와대 홍보수석 개입설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1/17)에서 청문회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기사 말미에 강동순이 폭로한 청와대 홍보수석 개입설을 언급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조중동의 금언, ‘침묵은 금이다’ 
총으로 정권을 획득하고 군화로 그것을 유지했던 권위주의의 시대에, 권력은 언론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한편, 말을 잘 듣는 기자들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해주었다. 기자들에게 근로소득세 감면의 혜택이 주어지고, 기자들의 월급봉투가 ‘증권맨’과 ‘상사맨’의 것들보다 두꺼워지기 시작한 5공화국 시절, 기자들은 점차 사명감과 자존심보다 안정감과 기득권을 찾게 되었다.


2015년의 세태는 여기에서 얼마나 달라졌을까.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한 대다수 언론사의 일관된 보도 태도는 ‘보도하지 않는 것’이었고 그 대가로 그들은 청와대의 수석비서관이나 대변인, 언론사의 수장이나 이사의 자리를 보장받았다. 어떻게 처신해야 그들처럼 될 수 있는지를 뒤늦게 깨달은 중진들은 이제 보도에 앞서 권력의 의중을 먼저 헤아린다.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을 묻지 않고 마땅히 찔러 들어가야 할 때 딴소리를 늘어놓으며 외면하는 것, 그것이 대통령이 취임 초기 공언한 ‘언론 자유’의 현주소다. 당근에 취해 길들여진 신문과 방송의 세상에서, 마땅히 감시받고 견제되어야 할 권력은 점차 세상을 우습게보기 시작하고 민주주의는 사문화되어간다. 1980년과 2015년 사이의 유일한 차이점은 기자를 잡아다 고문을 하지 않는다는 점뿐인 듯하다. 엄혹한 나날이다. <끝>

 

정리 : 김승민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회원)


2016년 1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