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관련 신문‧방송 보도 2차 모니터 보고서(2015.12.16)
등록 2015.12.16 20:15
조회 379

 

 

세월호 청문회 이틀째, 언론은 외면

 

 15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이틀째 청문회에서 참사 당시 구조·구난 매뉴얼과 현장 지휘 시스템이 적절하게 가동됐는지 조사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은 세월호 참사 직후 열린 김경일 전 123정장의 ‘거짓’ 기자회견을 지시한 것이 본인임을 시인했다. 김석균 전 청장은 참사 직후 “세월호 사고 현장에 도착해 퇴선명령 방송을 했다”라고 발표한 기자회견 지시에 대해서는 시인하면서도 퇴선명령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또한 잠수사 500명을 투입했다는 거짓 주장에 대한 추궁이 이뤄지자 “잠수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력을 집합시킨 것을 말한 것”이라 변명했다. 인명 구조와 관련해 해경보다는 선장과 선원의 책임이 컸다는 주장까지 이어지면서 전날에 이어 희생자 가족의 탄식과 야유가 쏟아졌다.


 14일 첫날 청문회를 겨우 1건씩만 보도하면서, 그마저도 ‘자해 소동’으로 격하시켰던 보수언론과 지상파 방송사는 이튿날 청문회에는 아예 입을 다물어버렸다. 어렵게 발걸음을 뗀 특조위의 진상조사는 그 시작부터 정부‧여당의 공세와 언론의 외면으로 고립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청문회 철저히 외면한 조중동
 조중동은 15일 청문회 관련 보도가 한 건도 없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만 각 2건씩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의 문제적 발언에 집중했다. 경향신문은 거짓 기자회견, 퇴선명령 등에 대한 김 전 청장의 회피성 답변을 전하며 유가족과 방청객들이 탄식과 흐느낌을 숨기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김 전 창장의 “회견 지시했지만 내용은 모른다”는 발뺌 발언을 중심으로 해당 사안을 보도하는 한편, 이날 청문회에 대해 “증인들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수준에서 그쳤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방송에서 종적을 감춘 세월호 청문회

 

 

 신문에서 조중동이 침묵하자 약속이나 한 듯 15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도 세월호 청문회 소식은 종적을 감췄다. 지상파 3사와 TV조선, 채널A는 단 1건도 보도하지 않았고 JTBC만 1건 보도했다. JTBC <세월호 청문회 ‘모르쇠’ 난무>(8번째, 강버들 기자)는 “증인들의 답변은 온통 모르겠다와 기억이 안 난다였습니다”, “책임 회피에 급급하던 증인들은 청와대의 영상 요구 등이 구조에 방해가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갑자기 목소리를 높입니다” 등 해경 측 증인들의 태도를 질타했고 “답답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투입된 잠수사 숫자가 500명이 맞다는 김석균 전 해경청장의 주장에 결국 분통”과 같이 희생자 가족의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 JTBC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세월호 청문회보다 중요했던 대형 태극기
 세월호 특조위 이틀째 청문회에 대해서 침묵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TV조선과 채널A는 서울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놓고 벌어진 서울시와 국가보훈처의 갈등을 부각하면서  ‘세월호 천막’을 걸고넘어졌다.  


 동아일보는 <사설/세월호 천막은 되고 태극기는 안 되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거부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판하고 “광화문광장에 버티고 있는 세월호 천막 15개는 지금껏 일절 손을 대지 않고 있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태극기 게양대 정부 땅에나 하라” 서울시는 독립공화국인가>는 “태극기 게양대와 세월호 천막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미관을 해치고 시민 통행에 불편을 주겠는”지를 되물었다. 태극기 게양대와 세월호 참사를 비교하는 발상 자체도 황당하지만 세월호 천막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주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에 대한 혐오감이 묻어나 섬뜩함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TV조선과 채널A도 세월호 청문회를 외면하면서 광화문 광장 대형 태극기 게양 논란은 톱보도로 내걸고 각각 2건씩 보도하는 열의를 보였다. 특히 TV조선 <서울시-보훈처 ‘광화문 광장 태극기 충돌’>(톱보도, 최우정 기자)는 태극기 게양대를 둘러싼 서울시와 국가보훈처의 갈등이 “세월호 불법 천막은 뭐냐는 여론전까지 더해지며 대립은 정치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라며 세월호 천막을 운운했다.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참사 당일 대통령 및 청와대 대응 적정성 조사에 ‘정치적 의도’라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TV조선은 이제 태극기 게양과 세월호 참사를 비교하며 ‘정치 논쟁’이라 왜곡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TV조선의 보도태도가 한심할 따름이다. 그나마 채널A는 <서울시 “광화문 광장 태극기 게양 안 된다”>(톱보도, 김성진 기자)에서 관련 내용을 다뤘지만, 세월호 천막까지 언급하지는 않았다.

 

 한편 14일 첫날 청문회에서 “(사고 당시)학생들이 철이 없었는지 (배 밖으로) 내려가지 않았다”고 말해 유가족과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는 123정 승조원 박상욱 경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15일자 한겨레와 중앙일보에서 한 문장으로 간단하게 언급만 했을 뿐, 방송에서는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많은 국민이 SNS로 해당 동영상을 공유하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주류언론은 청문회에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가 세금을 낭비한다며 온갖 왜곡 보도를 쏟아냈던 보수언론은 정작 소중한 세금으로 치러지는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를 완전히 무시하고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3일째 청문회가 남았다. 사흘간의 세월호 청문회에 대한 정리라도 제대로 보도하길 바란다. <끝>

 

2015년 12월 1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