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관련 신문‧방송 보도 모니터 보고서(2015.12.15)
언론의 세월호 청문회 은폐, 기껏 내놓은 보도는 ‘자해’ 부각 뿐
어제(14일),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1차 청문회가 열렸다. 16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청문회는 세월호 참사 초기 구조구난 및 정부 대응의 적정성 등을 핵심 주제로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 등 해경 본청 관계자와 김수현 서해지청장 등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 김경일 123정장 등 현장구조세력 관계자가 증인으로 나섰다.
그러나 증인들은 특조위원들의 질의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의 불성실한 답변이나, “학생들이 철이 없었다”는 식의 면피성 발언만을 내놨다. 목포 해경과 서해 해경은 어째서 세월호와 직접 교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도달거리에 있지 않았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고 123정 박상욱 경장은 왜 승객을 놔두고 승무원만 구출했냐는 질문에 “맹세코 승객인줄 알았다”고 답했다.
회피와 면피로 얼룩진 반쪽 청문회가 이어지면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탄식과 항의를 쏟아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이자 참사 당시 목숨을 걸고 20여명의 학생들을 구해 ‘세월호 의인’으로 불리는 김동수 씨는 방청 도중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자해를 시도해 가슴 부위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청문회에서 이렇게 참담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주요 언론들은 특조위의 첫 청문회를 철저히 외면했다. 부실한 참사 대응과 꼬리자르기식 책임자 처벌, 의혹투성이의 사건 은폐 정황 등 정부의 불의와 패악을 숨기기 급급했던 언론의 ‘보도 참사’는 이번 청문회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자해 시도 전면에 부각한 조중동
15일 신문은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2건을 보도했고, 조중동이 1건씩 보도했다. 관련 내용을 가장 주요하게 배치한 신문은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1면에 오열하는 유가족의 사진을 싣고, 관련내용을 2면에 배치했다. 경향은 8면과 31면, 동아일보는 6면, 조선일보는 12면, 중앙일보는 14면에 배치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청문회의 반쪽 개최 양상이나 발뺌 증언 등에 대한 비판, 이에 대한 유가족들의 분노를 전달했고, 조중동은 세월호 의인으로 알려진 김동수 씨의 자해를 부각해서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관련 보도의 제목에 “발뺌 증언”, “책임 전가”, “들끓은 분노”, “유족 답답”, “탄식·분노”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청문회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모두 관련 보도 제목에 “자해”를 명시하며 청문회의 본질이 아닌 김동수 씨의 자해만을 강조했다.
한겨레와 경향,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담은 특조위 사진도 큰 차이가 있었다. 경향신문은 세월호 참사 당시 부실한 구조활동을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일 전 123정장과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의 선서 사진을, 한겨레는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의 묵념 사진을 사용했다.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모두 김 씨의 자해 사진을 사용했다.
방송에서도 ‘자해 소동’만 보도
6개 주요 방송사는 참사 당시 정부 대응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청문회가 진행됐지만 이를 중계하지 않았다. 탈당을 선언한 안철수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앞 다투어 생중계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렇게 화제가 될 만 한 사안에만 혈안이 되어 반드시 보도해야 할 사안을 외면하는 방송사의 태도는 저녁종합뉴스에서도 반복됐다. 공영방송 KBS와 MBC는 세월호 청문회를 단신으로 처리하며 무관심을 드러냈고 채널A는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SBS, JTBC, TV조선은 각 1건씩 보도했다. 이는 생중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최소한 저녁종합뉴스에서라도 세월호 청문회 관련 정보를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빼앗은 것이며 방송사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보도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방송사들도 조중동과 마찬가지로 청문회의 내용보다는 김동수 씨의 자해에 초점을 맞췄다. JTBC를 제외한 4개사 모두 김 씨의 자해와 여당 측 위원의 불참만을 전하며 사실상 청문회는 보도하지 않은 셈이 됐다. JTBC만이 “증인들은 출동한 해경이 퇴선명령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선장의 책임’이라는 자세로 일관”했다고 비판했지만 청문회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