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관련 종편 시사토크쇼 모니터보고서 (2015.12.15)종편 시사토크쇼의 광주민주화운동 폄훼는 여전
2년 6개월 전인 2013년 5월 13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임천용 씨를 출연시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토론했다. 방송에서 임 씨는 “‘광주사태’ 당시 북한 특수부대 1개 대대가 광주에 대거 침투했다”고 주장했다. 함께 출연한 이주천 원광대 교수는 “많은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정체성을 바로세우기 위해 광주문제에 뛰어들었다”며 임 씨의 말에 대해 적극 동의를 표했다. 이틀 뒤인 5월 15일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는 1980년 광주에 내려왔던 북한군이라며 김명국이라는 가명을 쓰는 사람과 영상 인터뷰를 했다. 이어 김 씨를 수차례 인터뷰 했다는 이주성 씨와 서석구 변호사가 나와 그의 발언을 뒷받침하고, “당시 시민군은 실제로 북한군이었다”는 식의 주장을 이어나갔다.
이와 같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심각한 폄훼 보도는 종편 시사토크쇼의 막말이 도를 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2015년, 종편의 시사토크쇼의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태도는 과연 변했을까. 민언련은 이런 의문으로 TV조선과 채널A의 시사토크쇼에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언급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최근에는 종편의 시사토크쇼에서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2013년 당시 문제가 된 방송에 출연했던 패널들이 여전히 종편에 출연하는가 하면, 전두환 씨에 대한 미화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5․18 왜곡방송 TV조선과 채널A의 사과는 거짓
두 방송 직후, 사회 각계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왜곡한 행태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채널A는 21일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 글을 올리고, 저녁종합뉴스에서 “제작진은 방송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을 엄밀하게 검증해 시정해 나가겠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과 본질을 존중하며 앞으로도 이 같은 자세를 지켜나갈 것”이라는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도 5월 22일 “임씨를 초청한 것은 인터넷 등에서 떠도는 북한군 개입설이 임씨 주장에 비롯됐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5․18 관련 인사들을 초빙해서 신빙성을 규명하려 했으나 출연하지 않아 한쪽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모양새가 되었다”고 변명했다. TV조선 제작진은 “제작시간에 쫓겨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면서 “TV조선 취재 결과 임씨의 주장에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고 결론 냈다”며 사과를 덧붙였다.
사과 방송 이틀 뒤, “무기 들고 일어났으면 폭동” 망언 이어져
그러나 이들의 사과는 거짓이었다. 사과 이틀 뒤인 5월 24일 TV조선은 <돌아온 저격수다>에 박성현 씨와 변희재 씨를 출연시켜 “왜 역사에 관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냐”면서 “광주사태를 폭동이라고 주장한 걸 가지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흔들고…충격적인 일들이다”, “폭동은 중립접인 용어, 무기 들고 일어났으면 폭동이야”, “공산주의 서적 보면 폭동해라 폭동해라 계속 나와”라고 발언하며 광주와 공산주의를 연결시키는 발언을 이어갔다.
TV조선은 “제작시간에 쫓겼다”고 변명했으나, 정황상 이는 거짓이다. 임천용 씨가 TV조선에 출연해 이와 같은 말을 한 것은 5월 22일 <장성민의 시사탱크>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임 씨는 5월 3일 <장성민의 시사탱크>에도 출연해 “(1980년 당시) 특수부대 대대장들이 민간인을 가장해 내려와 민간인들을 쏜 후 내부를 교란시키고, 진압군이 쐈다”고 말했다.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제작진은 임 씨가 하는 발언의 수위와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으면서 5월 3일에 이어 22일 다시 북한군 개입 주장을 반복하게 한 것이다.
5․18 왜곡 폄훼 출연자들, 여전히 방송에 나와
TV조선과 채널A는 5․18광주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했던 해당 방송을 자사 홈페이지에서는 삭제했다. 그러나 해당 영상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누구나 볼 수 있다. 또한 일베 사이트 뿐 아니라 일반 포털에서도 해당 영상이 갈무리된 화면이 ‘광주 북한군 개입설’의 증거자료로 사용되는 등 또 다른 역사왜곡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왜곡된 발언을 했던 출연자들은 인터넷 방송을 통해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주장을 적극 동조하며 옹호한 사람들이 버젓이 아직도 TV조선과 채널A 시사토크쇼에 ‘전문가’로 출연하면서, 그들의 발언이 ‘신빙성’이 있는 것인 양 호도하고 있다. 특히 역사교과서 논란이 나자, 이들이 곳곳에서 활동하며 역사왜곡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서석구‧박성현,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해 역사왜곡 발언 이어가
임 씨의 발언을 지지하며 “당시 시민군은 실제로 북한군이었다”는 식의 주장을 이어갔던 서석구 씨는 영화 변호인이 개봉한 2014년 1~2월 채널A <쾌도난마>와 TV조선 <정치옥타곤>에 ‘좌경판사의 고백’ 등의 제목으로 3차례 이상 출연했다. 그는 이들 프로그램에서 영화 변호인의 내용이 허구라는 주장했다. 서 씨는 또한 2015년 10월 19일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해 “전환시대의 논리는 공산주의를 우상화 한 책”, “검정교과서들은 우리나라 독립운동을 김일성 중심은 잘 소개하고, 이승만 대통령이나 우파들의 독립운동은 뺐다”고 주장했다.
광주와 공산주의 서적을 연결한 바 있는 박성현 씨는 2015년 11월 3일, MBC 100분 토론에 국정교과서 찬성 패널로 출연했다. 다음날인 11월 4일 채널A <쾌도난마>는 “국정교과서 찬반 토론 스타”라는 자막과 함께 박성현 씨를 출연시켰다. 박 씨는 이날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역사학계를 두고 “귀신 집을 지어서 아이들에게 가르칠 정도로…저건 학계가 아니에요. 학자라고 하면 정직해야 되잖아요”라는 막말을 했다.
김명국 씨와 수차례 인터뷰를 했다던 이주성 씨는 2015년 10월 28일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해 “산속 생활을 한지 3년이 됐다면서, 원래 무역을 하려고 했는데 사기를 당했다”, “고깃집 불판닦이를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채널A <쾌도난마>, “(전두환)얼굴이 그렇게 맑더라”라는 한화갑 발언 반복해 내보내
한편 광주민주화운동의 책임자인 전두환 씨에 대한 부적절한 내용이 여전히 종편에서 방송되고 있다. 지난 10월 5일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한 한화갑 씨는 전두환 씨에 대해 “악명 높은 독재잔데 어떻게 생겼나 했는데, 얼굴이 참 깨끗하더라고요. (김대중, 장준하 등을 언급한 뒤) 전두환 대통령도 그렇게 맑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전두환 대통령은 자기가 솔선수범해서 주변사람을 끌고 가는 그런 리더십을 느꼈어요”라고 덧붙였다.
채널A <쾌도난마>는 한 달 뒤인 11월 10일에도 해당 발언을 편집해 또다시 영상으로 내보내면서, 전두환 씨를 둘러싼 인사들의 ‘끈끈한 의리’를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나마 이 방송에서는 전 씨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담겼으나, 전두환 씨가 주변인들에게 ‘통 큰 용돈’을 줬다는 것, 장세동 씨의 ‘의리’ 등을 언급했다. 진행자 이은우 씨는 대화를 시작하며 “(전두환 씨가) 굉장히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갖고 있고, 우리 질곡된 역사 속에서 더더욱 왜곡이 많은 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두환은 광주 학살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살인죄를 선고받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인간적인 면’을 운운하며 “만나니까 어떤가”를 묻는 진행자나, 방송에서 “얼굴이 맑고 솔선수범 리더십을 느꼈다”는 출연자나 황당하기 짝이 없다.
1980년 광주 당시 언론은 “광주사태는 극렬한 폭도들에 의해 호전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는 조짐이 보였다. 따라서 군은 생활고와 온갖 위협에 시달리는 시민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오늘 오전 3시, 군 병력을 광주에 투입하였다”라고 보도했다. 언론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제 몸을 던져 고발한 숱한 이들의 희생으로, “5‧18은 신군부에 의한 학살에 저항한 시민의 민주화운동”이었음이 명확히 밝혀졌다. 그럼에도 또 다시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폭도, 광주사태, 북한군 개입’ 등의 표현을 들먹이며 역사를 왜곡하려는 종편의 태도는 우리에서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끝>
2015년 12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