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 관련 방송 보도 모니터 보고서.(2015.12.11)
등록 2015.12.11 19:47
조회 593

 

 

종편은 물론 지상파 3사까지 ‘한상균 체포 쇼’ 부각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 이후, 공권력은 민주노총을 ‘불법‧폭력 집단’이라는 낙인을 찍고, 조계사로 피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그 수괴로 몰았다. 조계사 앞에는 경찰 병력 500여 명을 상시 대기시켜두고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테러범과 대치하는 중인 양 이를 부각했다. 어제(10일) 한상균 위원장은 스스로 조계사를 나와 경찰 앞에 자진 출두했지만 이 과정에서 경찰은 2,000여 명에 달하는 병력을 투입해 한 위원장을 체포하는 ‘쇼’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 위원장은 체포 직전 기자회견에서 “저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강도범죄, 폭동을 일으킨 사람도 아닙니다”라고 운을 뗀 뒤 “노동자가 죽어야 기업이 사는 정책이 제대로 된 법이고 정책입니까? 저는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개악을 막겠다며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1급 수배자 한상균의 실질적인 죄명”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이런 한 위원장의 일갈은 10일 저녁종합뉴스 중에서 JTBC에서만 겨우 볼 수 있었고, 공영방송을 포함한 5개 저녁종합뉴스는 ‘한상균 마녀사냥’의 하이라이트인 ‘체포 쇼’를 부각하기에 바빴다.

 

 민주노총 향한 혐오만 난무한 방송 보도
 12월 10일 저녁종합뉴스의 핵심은 모두 민주노총과 한상균 위원장 관련 내용이었다. TV조선 이외의 5개 방송사 모두 한상균 위원장 체포를 톱보도로 다루었고, TV조선도 <김정은 ‘이번엔 수소폭탄’ 카드…정부 “기술 없다”> 1건 이후 두 번째 보도부터 한상균 위원장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JTBC를 제외한 5개사는 모두 한 위원장과 민주노총을 비난하기에 바빴다. 특히 TV조선은 전체 8건 중 절반에 해당하는 4건을 민노총과 한 위원장을 비판하고 조롱하는데 할애했다. 채널A도 총 5건 중 절반이 넘는 3건에서 한 위원장과 민주노총을 비판했다. 공영방송인 KBS는 2건(전체 6건중), MBC는 3건(전체 4건중)이 일방적인 비판 보도였다. 한 위원장의 기자회견 내용에 주목한 방송사는 JTBC 뿐이었고 백남기 씨를 중태에 빠뜨린 경찰의 과잉진압에 관심을 둔 것도 JTBC뿐이었다. JTBC를 제외하면 모든 방송사가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만을 드러낸 셈이다.

 

 조계사 부각시키며 민주노총의 자진출두 본질 왜곡
 10일 한 위원장 체포 관련 보도에서는 KBS가 단연 눈에 띈다. 6건이라는 보도량은 단일 사안 치고는 많은 것으로 종편 3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보도 내용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법 집행 막은 종교…‘피의자 보호’ 논란>(3번째, 남승우 기자)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머문 25일 동안, 조계사는 치외법권 지대”, “완전 민주화가 이뤄진 지금도 종교시설이 범법 피의자의 도피처가 되는 게 과연 적절한 지” 라며 조계종을 범죄자 은닉 집단으로 몰았다. 또한 “경찰은 조계사 주변의 검문검색만 이어갈 뿐, 속수무책”이라며 공권력의 무력함을 부각시켰다. 경찰 물대포로 중태에 빠진 백남기 씨에 대해 입을 다물고 경찰의 집회 원천 차단이나 여당의 복면금지법에 대해 한 마디도 문제제기 하지 않았던 KBS가 과연 민주주의와 공권력을 논할 자격이 되는지 의심스럽다. 또한 KBS는 약자의 보호라는 종교의 역할을 무시할 뿐 아니라 일반교통방해 및 집시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한 위원장을 파렴치범으로 전제하고 있다.

 

△ KBS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JTBC를 제외한 5개사는 이렇게 한 위원장의 퇴거를 한 위원장 본인이 아닌 조계사나 여론의 압박에 의한 것으로 분석하며, 조계사의 대응을 부각했다. SBS <‘화쟁 정신’이 물리적 충돌 막았다>와 채널A <不法 도피 끊은 佛法의 한수>는 한 위원장을 설득 끝에 내보내 체포를 가능하게 한 조계사를 치하했다. 채널A는 “평화적 해결에는 조계종 승려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JTBC만이 <밤새 출두로 급선회…왜?>(4번째, 박창규 기자)에서 “노동법 개정안 처리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를 저지하는 게 급선무”, “‘자진 출두냐 강제 체포냐’에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투쟁의 본질이 실종됐다”는 민주노총 측의 자진 퇴거 결정 배경을 전달했다. 노동개악 저지라는 투쟁의 본질이 전혀 국민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언론 현실 속에서, JTBC 이외에 5개 방송사는 자진 출두를 결정한 민주노총의 취지마저도 철저하게 왜곡시킨 것이다.

 

 지상파 3사의 민주노총 비판, ‘총파업 무용론’ 군불 떼나
 지상파 3사는 약속이나 한 듯 민주노총의 무력함을 비판했다. KBS <민주노총 강경 노선 수정 불가피>(6번째, 김영은 기자), MBC <지지세 줄고 조합원 이탈>(4번째, 차주혁 기자) SBS <“16일 총파업 강행”…동력은 의문>(4번째, 소환욱 기자)은 모두 16일 총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이 아무 힘이 없다고 강조했다.

 
 KBS는 “비정규직이나 중소 하청 근로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결과” 조직력이 약화되었다고 주장했고 MBC는 “20년째 고수해온 강경노선으로 대중으로부터 점차 고립을 자초”했다고 몰아붙였다. 요컨대 SBS 보도에서 잘 드러나 듯 “1차 집회 이후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어서 총파업과 3차 집회가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총파업 및 3차 총궐기 무용론’이 지상파 3사 보도의 요지이다. 일부의 폭력을 이유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정부‧여당을 위해 지상파 방송이 여론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일제와 군사독재의 잔재인 소요죄에도 조용한 방송사들
 MBC를 제외한 5개사는 모두 경찰이 한 위원장에게 씌우려는 소요죄 혐의에 대해서도 1건씩 따로 보도를 했다. 소요죄는 30년간 적용된 적이 없고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 탄압과 군사독재 시절 공안 탄압에만 적용되었던지라 경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방송사들은 침묵했다.

 

 KBS <현장/‘소요죄’ 적용 검토…내일 영장 신청>(4번째, 윤봄이 기자),  SBS <한상균 체포…소요죄 적용할 듯>(톱보도, 박수진 기자), TV조선 <이시각 남대문서 ‘소요죄’ 적용하나?>(7번째, 조정린 기자), 채널A <8가지 혐의에 묵비권…소요죄 검토>(톱보도, 윤수민 기자)는 모두 경찰의 소요죄 적용 검토를 건조하게 전할 뿐 비판적 시각을 보이지 않았다.
 JTBC만 <경찰 소요죄 적용 검토>(톱보도, 김혜미 기자)에서 “만일 적용된다면 30년만인데요.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라 지적하고 “집회나 시위에 실제 소요죄가 적용된 건 법이 만들어진 후 지금까지 두 차례밖에”, “특정 지역의 안정을 해할 정도의 행위가 일어나야만 적용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며 구체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TV조선의 한 위원장 조롱, 낯 부끄러운 수준
 TV조선은 무려 4건의 보도로 한 위원장을 조롱하고 비난했다. 객관적 근거에 의한 비판이라 볼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주먹 쥐고 ‘의기양양’>(3번째, 이정민 기자)는 “도저히 범법자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당당하고 여유”라며 비아냥댄 후 “수갑이 채워져 호송버스에 타는 범법자의 신세”라고 조소했다. <“모두 정권 탓”…끝까지 선동>(4번째, 채현식 기자)는 한 위원장을 이유도 없이 떼를 쓰며 “불법 파업을 선동”하는 자로 규정했고 <은신기간 내내 ‘이중 플레이’>(5번째, 황민지 기자)는 “지난 25일 동안 조계종 화쟁위원회에는 정부와의 중재를 요청해 놓고, SNS를 통해서는 대 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등 화전 양면 전술을 구사”한다고 묘사했다. 화쟁위 중재는 경찰의 강제 체포를 막기 위한 것이고 대 정부 투쟁은 노동개혁 저지 등 정부 정책에 저항하기 위한 것인데 TV조선에게는 이를 구분할 능력이 없는 모양이다. <“한상균, 법도 없고 겁도 없는 비정상”>(6번째, 김지수 기자)는 TV조선이 애용하는 선동 보도로서 정부‧여당과 동조하는 일부 시민의 말을 통해 자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법도 없고 겁도 없고”라는 한 위원장 비난, “스님들이 그런 사람을 보호하면 안 되지”라는 조계사 비난, “경찰이 무방비로 놔주고 있다. 일반 시민으로서는 분개”라는 강력한 공권력 요구 등 정부‧여당‧TV조선의 주장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JTBC의 고군분투
 한 위원장의 기자회견으로 노동계 등 시민사회가 투쟁하는 이유를 살피고, 폭력 집회 논란에 묻혀버린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를 다룬 방송은 JTBC뿐이다. JTBC <“비정규직의 꿈 빼앗는 법”>(3번째, 유선의 기자)은 “그동안 폭력 시위 논란에 가려져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본질적인 이슈, 즉 노동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한 위원장 기자회견을 소개한 뒤 “정부는 저임금 체계를 만들고 해고를 쉽게 할 수 있어야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등 한 위원장의 노동개혁 비판을 전했다. 또한 <논란의 ‘과잉진압’ 수사는?/ 법원 “물대포 증거 보전”>(5번째, 백종훈 기자)에서 “상황이 민주노총 위원장 출두 문제와 폭력시위 문제에 집중되면서 또 한 가지 논란이 돼왔던 부분, 즉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는 장막 뒤로 가려버린 측면”이 있다며 지적하고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수사는 지난달 18일 고발 이후 3주가 지났지만 고발인 조사나 추가 자료제출요청 등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5년 12월 10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참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언론을 강하게 질타했다. “민주노총이 귀족노동자 조직에 불과하다면 왜 비정규직 악법을 막기 위해 온갖 탄압과 피해를 감수하며 총궐기 총파업을 하는지 물어보기라도 해야 할 것”, “국가 공권력의 폭력진압은 왜 이야기 하지 않습니까? 살인 물대포에 69세 백남기 농민이 병원에 사경을 헤매고 누워 계신데 왜 아무도 말하지 않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일 한 위원장 체포 당시 TV조선과 채널A의 일부 취재진은 “노동개악에 대한 제대로 된 보도도 하지 않고 한상균 위원장 체포만 찍으러 왔냐”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거센 항의를 받아, 결국 현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민주노총 비판에 몰두하고 한 위원장을 범법자로 낙인찍으면서 노동개혁의 악영향에는 관심이 없기로는 지상파 3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이 왜곡된 언론지형에서 노동자와 국민은 설 자리가 없다. 참담한 2015년 12월 10일 저녁종합뉴스였다. <끝>

 

2015년 12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