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위원회_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MBN <뉴스8> 속 ‘김주하의 진실’ 모니터 보고서(2015.11.25)
가십, 편향성, 수박 겉핥기로 얼룩진 <김주하의 진실>
김주하 앵커는 1997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 후 퇴사한 올해 3월까지, 대표적 여성 언론인으로 꼽혔다. 2000년 이후에는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와 취재기자로서 활약했고 2012년 김재철 MBC 전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던 동료들이 해고당하자 복직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가 쓴 ‘MBC를 지켜주세요’는 MBC 파업의 공식 슬로건이었다. 이후 MBC는 그를 인터넷 뉴스부로 보냈고 더 이상 그를 앵커 석에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지난 7월, 그는 종합편성채널 MBN으로 자리를 옮겨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MBN은 김주하를 메인 뉴스 앵커와 특임 이사직을 맡기며 파격 대우했다. 더불어 메인 뉴스 안에 ‘김주하의 진실’이라는 대담 꼭지도 편성했다. 김주하 앵커는 MBN <뉴스8>에 투입되기 전, “불편하고 믿고 싶지 않아도, 누구 편이 중요한 게 아니라 뉴스가 끝까지 지켜야 하는 건 진실”이라고 포부를 밝히며 진실을 강조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전파를 탄지 4개월이 지난 <김주하의 진실>이 얼마나 그 취지를 잘 살렸는지 모니터해보았다.
기대 이하의 대담, 희롱 당하는 진실
출발은 좋았다. <뉴스8> 속 대담 코너인 ‘김주하의 진실’ 이 7월 20일 첫 방송된 <유서에 담긴 의문점>에서는 당시 논란이 되었던 ‘국정원 직원 자살 사건’의 유서를 다루면서 이장원 필적 감정사와 대담을 나눴다. 김주하 앵커는 국정원 직원의 유서에 대해 “일반적인 유서라고 보기엔 의혹이 많다”고 꼬집었다. 시청자들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주하의 날카로운 질문을 ‘송곳’이나 ‘돌직구’에 비유하며 JTBC의 손석희와 함께 ‘종편 투톱’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후 ‘김주하의 진실’의 대다수는 △자극적인 소재를 통한 가십 생산이었거나 △한 쪽의 주장(정치적인 사안일 경우 특히 정부‧여당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비호한다거나 △사태의 본질보다는 드러난 현상만을 짚는데 그쳤다.
■ 자극적인 소재, 진실인가 가십인가
먼저 '진실‘이라는 꼭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가십성 내용을 많이 다룬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첫 방송이 나간 7월 20일부터 11월 23일까지 4개월 간 ‘김주하의 진실’은 총 68편이 방송되었는데 이 중 제목에서 가십성이 드러나는 사례만 7건(10.3%)이었다.
10월 2일,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룬 <뜨거운 부산영화제>에서는 ‘노출이 심한 여배우’,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 해운대 앞 포장마차촌’, ‘탕웨이와 남편도 갔다는 포장마차’ 등 그야말로 해운대 앞 포장마차 촌에서나 할 법한 이야기만 오갔다.
제목과 달리 내용에서 가십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특히 북한 관련 주제에서는 TV조선이나 채널A 등 다른 종편이 무색할 정도로 자극적인 내용에만 치중했다. 10월 27일 <북한‧IS를 말하다>는 대담자로 국회정보위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을 초대했다. 북한의 해킹과 우리의 보안 문제를 논하다가 김주하 앵커는 뜬금없이 “(김정은이) 근데 아직 아기가 없는 건가요?”라며 김정은의 ‘숨겨진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더니 “키가 160cm대로 알고 있는데 그러면 120kg 정도라면… 그러면 술살이라는 이야기?”라고 묻는 등, 사안과 전혀 관련이 없는 가십성 질문을 던졌다.
가장 대표적인 가십성 소재의 사례는 10월 30일 <도도맘 남편 “나와 강용석의 싸움”>이다. MBN은 9월 22일에는 강용석 변호사(‘김주하의 진실’), 10월 28일에는 ‘도도맘’ 김미나 씨(<뉴스앤이슈>)를 출연시켜 변호사 강용석 씨의 ‘불륜 스캔들’을 집중 조명하더니 이어서 김미나 씨의 남편까지 인터뷰한 것이다. 인터뷰는 “김미나 먼저 내리고 한 1∼2분 있다 강용석 내려서 따로 일 보고 다시 차에 타더라”라거나 “소원한 관계? 입에 담지 못해서…나중에 개인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소원한 적 없고…”와 같은 불륜 및 사생활 관련 내용이다.
‘김주하의 진실’은 9월 22일에 강용석 씨를 박원순 서울시장 병역 의혹 문제로 불러놓고 대담의 절반을 불륜에 할애하기도 했다. 강 씨는 “무슨 밀월여행을 떠난 것처럼 되어 있는데 간 비행기도 다르고 체류 일자도 다르고 호텔도 다르고…”라는 등 불륜설을 반박했다. ‘불륜 스캔들’의 당사자를 두 명이나 출연시켜 앞장서서 가십을 다루는 ‘김주하의 진실’이 과연 메인 뉴스의 한 꼭지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 <도도맘 남편 “나와 강용석의 싸움”>(10/30) 방송 화면 갈무리
11월 4일 <육흥복(가수 장윤정 씨 어머니) 인터뷰>는 “남동생의 월급을 압류, 차압까지 한 장윤정 씨가 불우이웃을 위해서 1억 원을 쾌척한 것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는 등 사생활에 가까운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방송의 형식 자체가 시청자를 기만하는 수준이었다. 김주하 앵커는 인터뷰 시작 전 “너무나 감사히 이 자리에 나와 주셨고, 사정상 사전 녹화를 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은 스튜디오의 김주하 앵커가 질문을 하면 사전에 편집된 화면 속 육흥복 씨의 대답이 재생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마디로 김주하 앵커가 육흥복 씨와 대담을 한 것이 아니라, 제작진이 인터뷰한 동영상을 틀어놓고 김주하 앵커가 정해진 질문을 던지는 연기를 한 것이다.
△<육흥복 / 가수 장윤정 씨 어머니 인터뷰>(11/4) 방송 화면 갈무리
■ 타 종편 못지않은 편향성
‘김주하의 진실’은 한 쪽의 일방적인 주장을 마치 사실인 듯 다루기도 한다. 8월 3일 <비례대표 현 주소는?>에서 김주하 앵커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해 “자기 영역, 자기가 있는 분야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경우는 별로 못 봤습니다” “비례대표는 사실 당이 뽑는 거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까 검증이 안 된 분들도 많습니다(…) 뭐 비례대표 번호를 돈을 주고 사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텐데”라며 비례 대표 제도에 대한 부정적 주장만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비례대표 확대를 반대하는 정부‧여당의 입장을 대변한 사례이다.
△ <“교과서 국정화 필요”>(10/19) 방송 화면 갈무리
10월 19일 <“교과서 국정화 필요”>는 정부‧여당 편파성의 종합 선물 세트이다.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불러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병리적 이 국사 교육의 현실을 생각할 때에는 이 병을 치료하는 기간 동안 일정하게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옹호론을 펼치게 하고 반론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대담 주제인 교과서 관련 내용이 그것뿐이라는 것이다. 나머지 대담은 “새누리당은 친박이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라는 친박 패권주의, “휴대전화 여론조사나, 여론조사나 그 기법상 오류”가 많으므로 전략공천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등 친박계의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 김주하 앵커는 “비례대표를 줄여서 농어촌 지역 뭐 의원들의 지역구를 지켜주자”라거나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의원정수를 아예 줄여버릴 생각은 없으신지요?”라고 묻는 등 스스로 여당 입장을 대변하기도 한다.
편향성은 대북 문제를 다룰 때도 두드러진다. 8월 25일 <한반도 정세…해빙 분위기로?>는 ‘지뢰 도발 사태’를 일단락 시킨 남북 고위급 회담을 다뤘다. 그런데 내용은 일방적인 정부 옹호로 가득 찼다. 김주하 앵커는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게 합의문에 북측 이름으로 해서 사과, 유감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라며 운을 땠다. 이어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미국은 미군까지 다 동원해서 대북 억제를 행사하겠다는 것을 김정은한테 확실하게 보여줬거든요.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도 굉장히 우리한테 큰 수확”이라며 정부를 칭송하기에 바빴다. 김주하 앵커는 “재발 방지 이런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를 명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언급하지만 전옥현 교수는 “(북한의) 이상한 성격을 그냥 용납해 주자”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는다. 언론의 역할은 검증과 문제제기이지, 국정 홍보가 아니다.
■ 수박 겉핥기
마지막 문제점은 전문가나 당사자를 불러놓고도 피상적인 문제만 훑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9월 14일, <엽기 살인에 떠는 시민들>는 전과 22범이 서울 시내를 자유롭게 누비고 다닌 내용을 다루면서 살인사건의 잔인한 살해 방식이나 동기에 치중할 뿐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주하 앵커와 대담자인 이상경 프로파일러는 “시신을 굉장히 잔인하게 훼손했습니다. 주요 부위를 잘라냈거든요. 그건 어떻게 봐야 하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 저희가 범인을 잡고 나면 면담을 해서 그 범죄 행동의 동기가 뭔지 한번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고요”와 같은 무의미한 문답을 나누기도 했다.
8월 26일 <‘몰카’ 천국… 대응법은?>는 최근 만연한 몰래 카메라 문제를 다뤘다. 서울 지하철 경찰대 수사팀장이 대담자로 나왔지만 내용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주로 초소형 몰카 사용법에 치중하면서 김주하 앵커는 “우와, 보이지도 않네요, 거의. 이 시계는 어떻게 하는 겁니까”라며 감탄했고 대책과 관련해서는 김주하 앵커가 “어떻게 해야 하죠?” 묻고 수사팀장이 “요즘 112나 112 음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112 문자도 되거든요”라고 답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몰카’ 천국… 대응법은?>(8/26) 방송 화면 갈무리
김주하가 강조한 진실은 찾아볼 수 없는 ‘김주하의 진실’
김주하는 MBN에 새로 입사하는 소감을 전하면서 “진실을 의심받지 않는 뉴스”를 강조했다. 하지만 ‘김주하의 진실’이 추구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사안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편향적이며 자극적인 내용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 고 리영희 선생은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목숨을 걸어서 라도 지키려고 하는 건 진실이다”라며 언론인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보여줬다. 과거 명성과 관계없이, 김주하 앵커는 현재 MBN에서 추구하는 것이 과연 진실인지, ‘진실’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더욱 무겁게 숙고해야 할 것이다. <끝>
정리 : 박진만 zimmerbak@gmail.com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2015년 11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