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5년 10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발표(2015.11.19)
등록 2015.11.19 15:45
조회 477

 

국정화의 달 10월, 여론 숨기고 매카시즘만 난무한 방송
- 좋은 방송보도 없고, TV조선 국정화 나쁜 방송 보도로 -

 

 

합리적 보도는 JTBC 뿐 수상 방송사 없었던 10월

 

편향과 왜곡으로 얼룩진 방송사들, 볼 만 한 뉴스는 JTBC뿐
 2015년 10월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모든 이슈를 잠식했다. 10월 12일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행정예고하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연일 기존 검정 교과서와 교단의 교사들이 좌편향이자 종북 성향을 지니고 있으니 제대로 된 교과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억지를 쏟아냈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문제는 이렇게 비상식적 수준의 주장을 지상파 3사와 TV조선, 채널A가 그대로 받아쓰고 확대재생산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편 나날이 거세지는 시민, 학계, 교사, 청소년 및 대학생의 반대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했다. 국정화 행정예고 이후 11월 2일까지 20여 일간의 보도량을 상세 항목별로 보면 방송보도는 참담한 수준이다. 지상파 3사는 전체 보도의 70% 가량을 받아쓰기에 할애 했고 반대 여론과 국정 교과서 검증에는 무관심했다. 이는 TV조선과 채널A도 마찬가지이다. 두 언론은 받아쓰기에 50% 정도를 할애했고 검증에는 0건, 반대 여론에는 4~5건을 보도하는데 그쳤다. JTBC만이 검증과 반대여론에 비중을 두며 분석과 공정성 모두에서 고군분투했다.

 

 

 홀로 빛난 JTBC, 하지만 할 일 했을 뿐
 청와대가 행정예고 이전부터 여론을 선동하며 국정화를 비밀리에 추진했다는 사실을 드러낸 비밀TF에서도 방송사의 편향과 은폐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기서도 JTBC 홀로 신고녹취록을 보도하는 등 언론다운 모습을 보였다. 타사는 기껏해야 기계적 중립을 지키며 사실상 침묵했다. 

 

 

10월 한 달 간 국정화 보도에서 JTBC만 제 역할을 했다. JTBC는 보도량에서 타사를 압도했고 내용에서도 수준을 달리했다. 총 27건의 국정화 검증 보도는 △예비비로 편성한 예산 처리 △역사전공자가 부족한 필진 △교육 과정 고시 위반 △반상회를 통한 구시대적 홍보 등 절차적 문제점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국정화 논리 등 국정 교과서 자체의 모순을 모두 짚었다. 특히 <‘교육고시’ 수정할 판>(10/12, 4번째, 조민중 기자)는 “새 교육과정은 2018년부터 적용하기로 해놓고선 이에 따른 교과서는 이보다 1년 먼저 적용한다는 앞뒤 안 맞는 정책을 발표한 셈”이라며 정부의 국정화 드라이브가 ‘교육고시 위반’임을 지적했다. 이는 타 방송사에서 보도하지 않은 사안이었다. <44억 어디에 쓰려고?>(10/20, 2번째, 이상화 기자)와 같이 예비비로 급히 편성한 국정 교과서 예산과 그 용처에 문제를 제기한 것도 JTBC가 유일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절차, 예산, 의도 등을 검토하고 문제점을 분석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 책무이다. 이를 행하지 않은 타 방송사가 수준 이하인 것이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경우, 활자매체라는 특성상 더 많은 보도로 JTBC가 지적한 문제점들을 심도 있게 보도하기도 했다.

 

 JTBC 한국형 전투기 사업 관한 보도도 좋은 보도 후보
 한편 JTBC의 미국의 핵심 기술 이전 거부로 난항에 빠진 한국형 전투기 사업(KF-X사업) 관련 보도도 유력한 2015년 10월 좋은 보도 후보였다. 국가 안보가 달린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이 내용 역시 JTBC만이 10월 한 달 간 16건을 보도했을 뿐이고 타사는 “독자 개발 가능”이라는 국방부 입장과 “기한 내 마무리하라”는 대통령 지시만 받아 적었다. JTBC는 <도마 오른 KF-X 핵심 기술 “국방부, 이전불가 알았다”>(10/27, 이호진 기자)에서 기술 이전 불가를 국방부가 사전에 알았다는 사실을 단독으로 폭로하는 등 책임 추궁에 앞장섰다. 하지만 이 역시 언론의 당연한 책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서 타사의 직무유기가 더 눈에 띄었다.

 

 민언련의 ‘이달의 좋은 보도’ 선정위원들은 10월 수상보도를 수준 이하의 보도 행태를 보인JTBC 이외의 모든 방송사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나쁜 방송보도, 매카시즘 방불케 한 TV조선의 교과서 국정화 보도

 

지난 11월 3일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이틀 앞당겨 확정고시 하면서 국정화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에 나섰던 야당은 선거구획정, 노동개혁 등 현안 처리를 위해 장 내외 투쟁을 병행하기로 했고 검찰과 경찰은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을 한 전교조에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며 정치적 탄압에 나섰다. 한편 해외 대학생 1,519명이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시민사회의 저항은 여전히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확정 고시 이후 국정화 사태에 대한 관심도가 확연히 줄어 보도가 종적을 감췄다. 특히 TV조선은 11월 14일 국정화 반대를 핵심 구호 중 하나로 내건 ‘민중 총궐기 대회’를 불법‧폭력‧종북으로 매도하기에 몰두했다.

 

 국정화 검증은 0건, 좌편향‧종북 보도만 18건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를 행정예고한 10월 12일 이후 10월 한 달 간, TV조선의 보도는 편파보도 그 자체였다. 위의 <표2>에서 볼 수 있듯이 11월 2일까지의 보도에서 TV조선의 국정화 반대 여론 보도는 단 5건에 불과하고 국정화 검증은 단 한 건도 없다. 반면 정부‧여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는 24건에 달한다.
TV조선은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황우여 교육부장관 등 국정화 강행 인사들의 입장을 받아쓰는 보도 6건 뿐 아니라 기존 검인정 교과서와 교사들을 좌편향 또는 종북이라 매도하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확대 재생산했다. 이중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의 강의 일부를 악의적으로 왜곡했던 보도를 포함한 교사 좌편향 보도가 10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검인정 교과서에 억지 통하지 않자 교사 좌파몰이로
 교사 좌편향 보도는 처음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교과서 좌편향 보도 이후 10월 15일, <편향 교사가 더 문제다>라는 연속 기획으로 본격화된다. 여야가 교과서 국정화 공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9월 말부터 행정고시 이전까지 새누리당의 검인정 교과서 공격이 거세졌으나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행정예고 이후 교과서 좌편향 보도는 5건에 불과하다. <‘북한 학살’ 없고…노동운동 부각>(10/12, 3번째, 송지욱 기자) 등 5건은 “교과서 6종이 6‧25전쟁 당시 북한의 양민학살은 빼고, 그 가운데 3종은 노근리 등 국군의 학살사건을 부각”했다며 기존 교과서에 종북 혐의를 덧씌우고 “기업인을 부도덕한 존재로 표현”한다며 자학사관이라 비난한다. 이 5건 중 2건은 대표적인 뉴라이트인 자유경제원과 권희영 교수의 입장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서 그 편향성이 두드러진다.

 
 교학사를 제외한 7종의 검인정 교과서가 교육부 집필기준에 따라 균형 있게 서술되었다는 점이 드러나자 TV조선은 새누리당의 입장을 따라 교사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편향수업 진상조사…학부모‧학생 반발>(10/14, 11번째, 이다솜 기자) 등 10건은 “좌편향된 역사 동영상이 서울 강남의 한 고교에서 틀어져”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하면서 ‘멍청한 여자’” “(북한의)핵실험은 당연한 거라 가르쳐” 등의 사례를 들어 교사들의 좌편향이 더 문제라 지적한다. 교사의 일부 발언을 싹둑 잘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태도도 문제지만 대부분 현 정권에 반대하는 발언으로 교사를 좌편향이라 규정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매카시즘 행태라 할 수 있다. 또한 교사의 문제점으로 교과서 국정화를 정당화하려는 저급한 왜곡보도이기도 하다.

 

 도 넘은 종북몰이, 자가당착에 빠진 TV조선
 기존 교과서와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들을 종북으로 몰려는 TV조선의 의도는 노골적으로 북한을 호출하는 보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존엄 헐뜯었다”…북한 국정화 개입>(10/16, 9번째, 김정우 기자)에서 “북한은 ‘한국 각계층이 교과서 국정화를 저지, 파탄시키는 투쟁에 힘차게 나서야 한다’고 선동”했다며 국정화 반대 여론을 북한 선동과 연관 짓더니 10월 28일에도 <북 ‘국중화 반대 총궐기’ 선동>(10번째, 김정우 기자)에서 “북한이 국내외 친북단체에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반정부 총력 투쟁을 선동하는 지령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며 방송사 중 유일하게 문화일보의 ‘국정화 반대 투쟁 북한 지령문’ 단독을 받아 보도했다. 취재원도 불명확한 문화일보 보도의 부실함은 차치하더라도 공식적인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53%, 찬성 36%(11/5, 한국갤럽)로 압도적인 국민의 반대 목소리를 모조리 북한 공작의 결과로 모는 국민 모독이다.


 <“북한과 똑같이 가르쳐” 충격>(10/21, 27번째, 김경화 기자)는 TV조선의 무리한 종북몰이가 빚어낸 보도 참사이다. 보도는 “탈북자들이 본 우리 역사 교육은 어떤지” 탈북자들에게 들어봤다면서 김일성이 지휘한 ‘보천보 전투’를 북한과 똑같이 가르쳐 탈북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하고 있다. 탈북자들의 의견이 “육영수 여사 피살사건과 아웅산 테러는 우리 교과서에 들어가지 않고 김일성이 한 보천보 전투는 그렇게 자세히 실어야 하는가”라는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지적과 동일하다며 이를 국정화 정당화 논리로 이용하고 있다. 결국 북한과 똑같이 가르치기 때문에 북한식 교과서 체제인 국정화를 강행해야 한다는 황당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 북한 지령’ 문화일보 단독 받은 TV조선 보도 화면 갈무리

 

국정화를 강행하려는 정부의 독선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가운데, 10월 한 달 간 쏟아진 TV조선의 저급한 왜곡‧선동 보도는 국정화가 억지에 불과함을 방증한 셈이었다. 역사적 사실에 이념을 덧씌워 군부 독재를 옹호하고 입버릇처럼 반복하는 종북몰이는 그 자체로 사회의 다양성을 말살하고 있다. TV조선의 국정화 관련 보도는 전형적인 매카시즘으로서 정부의 국정화 강행보다 더 악랄한 행태를 보였다. <끝>
 

2015년 11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