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5년 7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보도’ 선정·발표(2015.8.20)
후진적 노동관 가진 사법부의 민낯 드러낸 경향
이승만 전 대통령 찬양하며 독립운동 정신 훼손하는 조선
민언련이 2015년 7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나쁜 신문보도’를 선정했다.
좋은 신문보도, 노동법 판례 전수조사로 자본 편에 선 사법부 고발한 경향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 70주년 8‧15 경축사에서 “성장엔진의 지속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혁신의 토대”라며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 개혁’을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는 정부‧여당의 노동개혁이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로 이어지는 ‘노동 개악’이라며 비판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에게 ‘사법 완충지대’ 역할을 해야 할 대법원은 반노동적 판결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11월 13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적법하다며 원심(해고 무효 판결)을 파기했다. 지난 2월 26일에는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가 한국고속철도(KTX) 해고 여승무원 34명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1, 2심(해고 부당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두 사건 모두 해고 노동자들의 기나긴 투쟁과 억울한 사연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던 사안이었기 때문에 원심을 깬 대법원의 판결은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노동계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는 현 정권의 노동개혁 시도와 대법원의 반노동적 판결은 우리 사회의 권력이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노동법 판례를 전수 조사하여 대법원 반노동적 판결의 구조적 원인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경향신문의 <노동자 울리는 ‘노동법 심판들’> 기획 보도는 의미가 크다.
25년 간의 판례 전수조사, ‘친사용자 성향’ 사법부의 민낯 드러나
경향신문은 1990년부터 올 2월까지 25년간의 정리해고‧쟁의행위 관련 대법원 판례를 수집했고, ‘노동자의 벗’ 12‧14기 노무사들과 함께 분석했다. 대법원의 노동법 관련 판결들을 전수 분석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보도는 △사용자 편향성 도 넘은 대법원 △‘노동법 모르쇠’ 판‧검사들 △선무당 판치는 노동위 △종이호랑이 전락한 근로감독관 △쟁점과 대안 등 5편의 주제로 연재되었다. 총 17건의 보도는 노동법에 대한 전문성도 없이 친사용자적 판결을 쏟아내는 판‧검사는 물론 노동자만 윽박지르며 사측과의 협상을 종용하는 노동위원회 공익위원과 근로감독관의 행태까지 분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1990년대부터 가속화된 정부의 고용유연화 정책 아래 대법원에서 ‘기업경쟁력 강화’ 논리가 노동기본권 보호를 밀어내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경향은 이를 시리즈 첫 보도에서 명시하여 정권 입맛에 따라 ‘친사용자 성향’을 강화해온 사법부의 민낯을 고발했다. <노동법 판결에 노동자는 없었다>(7/6, 1면, 강진구 기자)는 대법원의 친사용자 성향의 판례들이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가 고용 유연화 정책을 펴면서 노동조합의 교섭을 약화시키는데 중점을 뒀고 법원이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맞춰 판례 법리를 변경한 결과”라는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지적을 실었다. 이는 이어지는 기획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판‧검사 및 노동위원회 공무원들의 친사용자적 법리 해석이 법리 자체로서 이뤄지지 않고 정권의 의도와 관련되어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통계로 드러나는 대법원의 노동삼권 무시
경향의 전수 분석 결과, 대법원의 쟁의행위 관련 선고 408건 중 85.5%(349건)에 위법 판정이 내려졌고 위법 판정의 근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목적 위반’이었다. 파업 정당성을 부정한 근거를 밝힌 판례 313건 중 ‘목적 위반’건은 45.7%(143건)이었다. 경향은 <단순조업 거부도 “업무 방해”, 76%가 유죄…‘파업은 범죄’로>(7/6, 2면, 강진구 기자)에서 이에 대해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 문제가 노동삼권 실현의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더라도 경영권에 속하는 사안은 파업의 목적으로 삼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사용자 편향적 입장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리해고 요건 완화…원심 뒤집은 20건 중 15건 ‘사용자 유리’>(7/6, 3면, 강진구 기자)에서는 정리해고 요건의 핵심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1990년까지 “기업이 노동자를 정리해고하지 않으면 경영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로 엄격히 해석되었지만, 2012년 콜텍악기 정리해고 사건에서는 “‘기업의 전체 경영실적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더라도 일부 사업부문이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경우’로 확대”되었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138건의 전체 정리해고 사건 중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부정된 경우는 9.4%”뿐 이었다면서, “사실상 ‘경영상 필요성 요건’은 의미가 없어진 셈”이라 결론지었다.
이 두 보도를 종합하면 노동자는 근로조건이 악화되어 쟁의에 나서도 사측의 경영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어야 하고, 사측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더라도 일부 경영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를 마음껏 정리해고할 수 있다. 대법원은 철저하게 사용자 편에서 노동기본권을 억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해외 전문가들도 경악하는 판례, 그 이유는 공안검사와 무지한 판사
위와 같은 판례 통계에 대해 프랑스의 에마뉘엘 도케 교수는 지난해 9월 한국노동법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경영적 결단에 대항하는 파업이 불법이라는 한국 대법원의 논리로 본다면 파업권은 현실에서뿐 아니라 법 논리 자체에서도 부인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학자 역시 정리해고가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없다는 판례에 대해 “그게 정말이냐”고 반문하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경향신문은 해외 학자들이 경악하는 이러한 판례들의 배경에는 ‘파업은 곧 불법’이라는 편견에 갇힌 공안 검사와 노동법의 기본도 모르는 판사가 있다고 짚었다. <“주휴수당은 통상임금 아니다…안 줘도 돼” 판‧검사 ‘맞장구’>(7/8, 4면, 강진구 기자)는 “공안부 검사들이 주로 노동사건을 전담 처리하는 관행도 문제라는 지적”을 전했다. 노동자의 단체행동을 사회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로 바라보는 공안부 검사들이 노동삼권 보장을 위해 적극적인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보도는 지난해 11월 언론중재위에서 현직 부장판사 출신 심판위원장이 JTBC 프리랜서 부당해고 사건 심리 중에 “내가 노동 전담 재판을 2년 해봐서 아는데 회사에서 맡길 일감이 없어 계약 해지했다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도 이기기 어렵다”고 말한 사례를 들어 정리해고에 관한 기본 법리조차 모르는 판사들의 행태도 다뤘다. 아울러 <대법관 61명 중 18명, 쟁의행위‧정리해고 ‘100% 사용자 편’>(7/8, 5면, 강진구 기자)에서는 역대 주심 대법관들의 판결을 분석하여 61명의 대법관 중 무려 “59명은 주심을 맡은 쟁의행위‧정리해고 사건에서 사용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더 많이 내렸고 이 비율이 100%에 이르는 대법관도 18명에 달했다”며 대법원의 심각한 편향성을 고발했다.
△ 경향신문 기획보도 속 ‘대법원 쟁의행위 판례 분석 결과’ 갈무리
박상옥 신입 대법관과 황교안 총리의 보수적 공안검사 면모도 폭로
경향신문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 은폐 의혹으로 대법관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은 박상옥 신임 대법관의 후진적 시각도 폭로했다. <대법관이 입주민대표 때 ‘부당 근로계약’>(7/8, 1면, 강진구‧구교형 기자)은 박상옥 대법관이 2013년 입주자 대표로서 체결한 ‘경비업무 용역계약서’를 단독 입수하여 “경비노동자에게 연차휴가도 없이 하루 17시간씩 연중 격일 근무하게 하고 매달 100만 원만 지급해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실”을 밝혔다. 보도는 급여가 너무 적다는 경비원의 말에 박상옥 대법관이 “질서가 잡히면 어떻게 해볼게요”라는 말만 남기고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향은 황교안 국무총리의 노동 인식도 문제 삼았다. <헌법에도 없는 경영권을 노동3권 상위 개념으로 봐>(7/17, 9면, 강진구 기자)는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의 2005년 성균관대 석사학위 논문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 기준에 관한 고찰’을 분석하여 그의 친기업‧반노동적 색깔을 꼬집었다. 논문은 “사용자가 수용할 수 없는 과대한 요구는 그 자체로 사용자의 처분을 벗어난 것으로 불법파업”, “정리해고는 오로지 기업의 존속을 위한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근로자 개입을 허용할 수 없다” 등 헌법 어디에도 명문 규정이 없는 경영권을 노동3권보다 상위로서 절대시하는 주장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에 한국노동법학회 회장 김인재 교수는 “헌법 정신에 대한 고민보다는 국가주의와 기업 편향적으로 노동삼권을 바라보고 있는 보수적인 공안검사의 시각”이라 비판했다. 이는 현재 대법원과 행정부의 수장을 역임하는 인물들이 대표적인 공안 검사 출신으로서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삼권을 부정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 경향신문 ‘박상옥 대법관 부당근로계약’ 관련 보도 갈무리
현장의 문제와 대안까지, 노동현안에 대한 무관심에 경종 울려
경향신문은 판‧검사들의 문제 외에도 빠른 일 처리를 이유로 노동자만 윽박지르는 노동위원회 공익위원과 ‘노동경찰’이 아닌 ‘체불임금 조정관’으로서 노골적으로 사측의 편의를 봐주는 근로감독관의 행태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마지막 연재기사였던 <법원, 민사 법리로만 노동문제 접근…노동법원‧전문 법관 시급>(7/20, 5면, 강진구 기자)에서는 “30~40명의 전임교원 중 노동법 전공자는 1~2명에 불과”한 로스쿨의 현실 등 외면받는 노동법 교육 실태와 “노동법을 대등한 당사자의 계약 법리로 이해하려는” 판사 인식의 한계를 짚었다. <법관 전문성 보완 ‘참심제’…대법‧노동부 반대 여전>(7/20, 5면, 강진구 기자)는 “노동자‧사용자 측 참심관이 재판부를 구성해 함께 심리하고 합의까지 이루도록 하는” 노동법원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사법부를 관장하는 대법관들이 노동법에 대한 무지와 군사독재 시절의 보수적 관점에 갇혀 있음을 고발하고, 1990년대부터 가속화된 고용 유연화 물결을 되짚어 노동자들의 비참한 상황을 조명했다. 또한, 박근혜 정권이 허울 좋은 ‘노동 개혁’이라는 표현을 앞세워 ‘노동 개악’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무엇보다 사법부의 변화가 필요함을 객관적 분석자료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이에 민언련은 경향신문 <노동자 울리는 ‘노동법 심판들’> 기획 보도 17건을 2015년 7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신문보도,
독립운동‧헌법 정신 내팽개치며 ‘건국 아버지 이승만’ 찬양한 조선일보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광복 70주년 박근혜 대통령 경축사의 일부분이다. 취임 후 광복절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따로 언급하더니 올해는 급기야 “건국 67주년”임을 못 박은 것이다. 이는 8월 15일을 1945년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에서 1948년 이승만 정부 수립일을 기념하는 ‘건국절’로 바꾸자는 일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추대하고, ‘건국절’을 기념하자는 주장은 뉴라이트를 비롯해 친일‧독재를 지지하는 보수 세력의 요구였으나, 최근 정부·여당까지 본격적으로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는 헌법 정신과도 배치되며, 독립운동 전체를 부정하는 반민족적 인식이다. 또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철저한 독립운동가도, 민주화 인사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21건의 기사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추앙하기에 급급했다.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 요청설’ KBS 보도에 속내 그대로 드러내
KBS는 지난 6월 24일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 리포트를 단독 보도했다. 리포트는 한국전쟁 발발 이틀 후인 1950년 6월 27일 이승만 정부가 6만 명 규모의 망명정권을 세우고 싶다며 일본 야마구치 현에 요청한 사실을 전했다. 근거로는 야마구치 현의 역사를 기록한 ‘야마구치 현사’ 중 당시 다나카 타쓰오 야마구치 현 지사의 회고가 제시되었다. 더불어 당시 야마구치현이 한국인 수용 계획을 제출했다는 미군정의 기록도 보도되었다.
이에 조선일보는 <태평로/KBS가 이런 보도하라고 시청료 내야 하나>(7/2, 이한우 문화부장)라는 칼럼에서 이 사안이 이미 1996년에도 보도되어 해프닝으로 끝났다고 지적한 뒤 “또 하나의 허구가 새로운 소문으로 보태지고 있다”며 이를 허구로 규정했다. KBS가 이전의 보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보도를 낸 것은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엄연히 존재하는 근거자료와 사실관계 자체가 허구인 것은 아니다. 칼럼은 이를 의식해서인지 “최악의 경우 이승만 정부와 별개로 미국 측에서 전시 대비책의 하나로 그런 요청을 했을지 모른다”며 애매한 소리를 하더니 “그런 문서가 있었다 한들 그것은 이승만 정부와 무관”하다고 우겼다. 게다가 칼럼 끝에서는 뜬금없이 일본 아사히신문의 ‘한국인하면 떠오르는 인물’ 설문조사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배우 최지우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면서 “이승만의 반일 정책이 그만큼 일본인들 뇌리에 강하게 새겨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승만 전 대통령은 친일 경찰 노덕술 등 반민족 행위자들을 잡아들인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으로 와해시키며 친일파들을 요직에 중용했다. 이런 그의 역사적 과오는 덮어둔 채 ‘이승만의 반일 정신’ 운운하는가 하면, 이승만 정부의 망명 요청 사실은 ‘허구이다. 허구가 아니더라도 이승만 탓은 아니다’라고 우기는 조선일보의 궤변이 더 황당할 따름이다.
역사적 사실 모두 외면한 일방적인 이승만 찬양
7월 조선일보의 이승만 관련 보도 21건 모두가 이승만 찬양에 가까운 내용을 보이지만, 그 중 13건이 특히 두드러진다.
위 표에서 두꺼운 글씨로 표시된 5건의 기사는 특정 인물의 인터뷰를 보도 내용으로 채우고 제목에도 인용했다. 5건의 보도는 표기 순서대로 이승만 정부 당시 한국 최초의 원자력 담당 정부기관에서 일했던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 박사,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 박사 숭모회’ 김창원 회장, 류석춘 연세대 이승만 연구원장, 이승만 찬양 강연으로 유명한 이호 목사 등 ‘친이승만’ 인사들을 인터뷰한 것이다. 당연히 편향된 이승만 전 대통령을 회고하며 옹호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조선일보 이승만 찬양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승만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 중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다.
<양상훈칼럼/한 위대한 한국인을 무릎꿇고 추모하며>(7/16)는 “평생 반일한 이 대통령을 친일이라고” 한다면 “사실을 모르거나 알면서 매도하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이승만은 1913년 하와이에 정착해 교민을 대상으로 교육 사업을 하면서 호놀룰루 신문에 “우리 학교에서는 일본을 비판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나는 반일감정을 일으킬 생각이 없다. 일본 신문들은 나에 대해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기고했다. 당시 러시아를 막기 위해 일본에 우호적이던 미국 주류의 분위기에 그대로 편승했던 것이다.
독립운동가 박용만이 이끌던 하와이 국민회의 주도권을 놓고 박용만 세력과 갈등을 빚을 때는 박용만 세력에 대해 “이들은 위험한 반일행동을 하며 일본군함 이즈모가 호놀룰루에 도착하면 파괴할 음모까지 꾸민 이들입니다. 이것은 미국과 일본 사이에 중대한 사건을 일으켜 평화를 방해하려는 것입니다”라며 반민족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승만의 이런 과거 행적은 외면한 채 칼럼은 “거인이 이룬 공은 외면하고 왜곡하며 과만 파헤치는 일들이 지금도 계속된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 출운호(이즈모호)사건을 보도한 신한민보(1918.6.27)
‘건국 대통령’ 반복‧강조하며 ‘건국절’ 관철하려는 태도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으로 추앙하려는 조선일보의 노력도 보도 곳곳에서 엿보인다. <사설/건국 대통령 제대로 평가해야 우리 현대사가 바로 선다>(7/20)는 노골적인 사례이다. 사설은 “이민족 지배에서 벗어나 새 나라를 세우는 동시에 국민의 자유와 인권‧평등이 보장되는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초석을 쌓는 ‘이중 혁명’의 한가운데 이승만이 있었다”며 이승만을 치켜세웠다. 여기에 상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 시절 미국에 위임통치 청원서를 넣고 하와이 교민의 기부금을 마음대로 유용하는 등 임시정부 활동을 방해한 사실은 모두 배제되어 있다. 6‧25전쟁 중 사사오입 개헌을 단행하여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문 과오 역시 외면하고 있다. 그러면서 “터키보다 더 성공한 우리에겐 건국절도 없고 건국 기념공원도, 건국 기념관도 없다”며 느닷없는 비교를 하는가 하면, “이승만을 깎아내리는 세력의 목적은 결국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의 역사에 흠집을 내려는 것”이라며 엄포를 놓기도 한다. 이렇게 이승만을 찬양하며 1948년 8월 15일 ‘건국’에 집착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뉴라이트’ 인사들의 주장과 일치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1919년의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선언하여 1945년 이전의 일제 지배를 불법화하는 동시에 1945년 8월 15일의 광복을 이끌어낸 독립투사들의 정신을 기리고자 했다. ‘뉴라이트’와 조선일보는 이승만의 정부수립을 건국으로 고집하면서 이승만이 인정받지 못한 1919년의 임시정부와 반일 독립투쟁의 역사까지 부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수 세력은 부끄러운 친일의 역사를 덮고 이승만의 독재까지 미화하여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한다.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서 예우하려는 조선일보의 자세는 인정한다 해도 이미 역사적 사실로 드러난 이승만의 반민족‧반민주 행적을 외면한 채 무조건 찬양하는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건국 대통령’을 강조하면서 ‘건국절’까지 관철하려는 조선일보의 행태는 과거 일제와 독재에 부역한 조선일보의 역사와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 ‘이승만 전 대통령 찬양’ 보도 21건을 2015년 7월 ‘이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끝>
2015년 8월 2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