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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혈병 조정위 조정권고안’ 관련 신문‧방송 보도 모니터 보고서(2015.8.14)
등록 2015.08.14 15:01
조회 635

 

 

반도체 산업 전반의 노동자 보호는 외면하고
삼성 대 피해 노동자들의 문제로만 보려는 보수언론

 

 

 2007년 3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당시 23살)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지 8년이 지났다. 황유미 씨의 죽음은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문제를 세상에 알렸고 황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의 노력으로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이 설립되어 8년 간 정부와 삼성전자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동안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돈으로 피해자와 가족들을 매수하는데 급급했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이 되어서야 권오현 대표이사의 사과를 시작으로 보상을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

 

 이런 노력으로 작년 12월 18일, 삼성 반도체 직업병이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 아래 피해자와 그 가족, 시민단체, 삼성전자를 망라한 주요 주체가 참여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구성되었다.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구체적인 보상은 물론 피해자 사후 관리와 재발방지 대책까지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지난 7월 23일, 조정위는 조정권고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70여명이 사망했고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전히 병마와 싸우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은 듯 했다.

 

 하지만 8월 14일 현재, 삼성전자는 조정권고안을 사실상 거부한 채 금전적 보상만으로 사안을 덮으려 하고 있고 이를 언론은 무시하거나 왜곡하고 있다. 특히 보수 인터넷 매체의 반올림에 대한 악의적 왜곡 보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무관심에 가까운 언론의 보도량
 삼성전자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사과, 재발 방지 대책을 포함하는 조정위의 조정권고안은 삼성전자와 피해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구성된 제3주체(조정위원회)가 각자의 입장을 조율하여 이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의가 상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무관심에 가깝다. 7월 22일부터 8월 13일까지 주요 일간지 5개사의 보도량을 모두 합쳐봐야 30건에 불과하다. 한겨레가 10건의 보도로 그나마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 이에 반해 중앙일보는 단 2건에 그쳤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지상파 3사와 종편 3사의 보도량이다. 주요 방송사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들의 중증 질환 문제를 외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KBS, SBS, JTBC가 각 1건씩 보도하는데 그친 것이다.

 

 

 조정권고안 상세 보도한 언론은 한겨레 뿐
 7월 23일 조정위가 발표한 조정권고안을 상세히 보도한 언론은 한겨레다. 경향신문도 2건의 보도와 1건의 사설로 사회적 합의의 가능성을 조명했으나 한겨레가 사설 1건 포함 5건으로 내용의 충실함에서 단연 돋보였다. 이날 동아‧조선‧중앙과 KBS‧JTBC는 조정권고안 발표 사실만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다. 방송 중 MBC, SBS, TV조선, 채널A는 아예 보도조차 없었다.

 

 한겨레는 7월 24일 <“삼성전자 1천억 기부…공익법인 만들어 백혈병 등 보상”>(7/24, 1면, 김민경 기자)를 1면 머리기사로 실은 뒤 총 3건의 보도로 조정권고안 상세 내용, 세 주체의 반응, 공익법인의 구성과 역할을 따로 상세히 보도했다. <보상질병 범위 28종으로…재직기간 요건도 완화>(7/24, 8면, 김민경 기자)는 “조정권고안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사회적 해결’이다”라고 명시하고 “삼성전자 쪽이 난색을 표해온 협력업체 노동자도 보상 대상에 포함될 길이 열렸다”며 보상 대상의 확대를 전했다. 보상기간에 대해서도 “퇴직 뒤 질병을 진단받을 때까지 최대 잠복기간도 생식질환 등은 1년, 희귀질환은 5년, 난소암 등은 10년, 백혈병 등은 14년”이라며 애초 삼성전자의 안보다 폭이 넓어졌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공익법인이 맡는 피해자 보상 외에 삼성전자가 책임을 공유하는 재발방지 대책과 사회적 사과‧책임‧의제로서 이뤄질 사과의 방식도 언급했다. 한편 조정위 세 주체의 반응을 다룬 <피해자‧가족 ‘긍정적’…삼성전자 ‘고민’>(7/24, 8면, 김민경 기자)는 “권고안 내용 중에는 회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라는 삼성전자의 입장을 전해 앞으로 벌어질 파행을 예고하기도 했다.

 

 조정권고안 나오자 조정위 물어뜯기 시작한 동아‧조선
 7월 24일, 조정위의 권고안을 건조하게 전했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조정위 권고안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조선과 동아는 1000억 원 출연이라는 액수만 부각하며 조정위 권고안의 의미를 왜곡하고 삼성의 편에서 일회성 보상만으로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를 덮으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조선일보 <기자수첩/삼성전자 백혈병 산재 직원들 위해 “1000억원 내놓으라”는 민간 조정위>(7/25, 12면, 이길성 산업2부 기자)는 “권고안의 핵심은 ‘1000억을 내놓고 그 돈으로 공익재단을 만들라’는 것”이라며 마치 조정위가 삼성전자를 협박한 것처럼 표현했다. 또한 “요구 액수로 보면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를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인 참사로 규정한 셈”이라며 터무니없는 비교를 했다. 특히 삼성전자도 주체로 참여한 조정위의 합의체적 성격과 권고안의 구체적 내용은 깡그리 무시한 채 1000억 원이라는 액수만 가지고 조정위를 폄훼한 것은 매우 악의적이다. 또한 이길성 산업2부 기자는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과 난치병 사이의 상관관계가  “‘과학적 입증’이 안 됐더라도 ‘개연성’이 있음을 인정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을 표명”했다며 삼성전자를 치켜세웠다. 이어 기자는 “그런 기업에 대해 ‘호구’를 만난 듯 천문학적인 금액을 요구한다면 이런 환경에서 누가 기업을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따져 삼성전자 측도 내보이지 않는 조정위 권고안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동아일보 <경제카페/‘삼성 백혈병 조정위’의 이상한 셈법>(7/28, 21면, 김지현 산업부 기자)도 마찬가지이다. 이 칼럼은 “1000억 원이면 국내 건실한 중견기업의 연매출에 해당하는 큰돈”이라더니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터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사용돼야 할 기금 가운데 무려 30%가 단순 소멸성 자금으로 쓰이도록 권고된 까닭이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정권고안 제12조는 1000억 중 300억을 ‘공익법인의 운영자금’과 ‘보상 외의 공익사업 자금’으로 쓰도록 규정하고 있어 300억 전부를 공익법인에 쓰는 것도 아니다. 권고안 조항을 확인하지도 않고 공익법인 운영금에만 300억이 들어간다고 단정한 것도 이 칼럼의 오류이며, 공익법인 운영 비용으로 배정된 금액을 ‘단순 소멸성’이라 규정한 것도 매우 편협한 판단이다. 공익법인은 한국법학교수회, 한국산업보건학회, 한국 안전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등의 전문가 단체와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의 시민단체가 이사회를 구성하여 삼성의 입김을 최대한 배제하고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실질적으로 실행하고자 운영하려는 것이다. 이런 공익법인 운영비가 소요된다 하더라도 삼성이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것과는 달리, 보다 사회적으로 투명한 운영이 될 것이다. 따라서 공익법인 운영비를 ‘단순 소멸성’로 우기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삼성전자의 권고안 거부, 조중동‧SBS는 하나같이 통 큰 결단으로 포장
 8월 3일, 권고안을 통해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일각의 희망은 무너졌다. 삼성전자가 “조정위원회가 권고한 사단법인 설립은 해법이 될 수 없다”며 권고안의 핵심 사안을 거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사내기금 조성과 자체적 보상위원회를 통해 1000억 원의 보상 기금을 직접 운용할 것임을 밝혔다. 이는 ‘사회적 부조’ 정신에 입각한 조정권고안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므로 사실상 조정위 권고안을 거부한 것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가족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권고안에 대한 의견 발표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보상을 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며 반올림과 달리 조기 보상 등을 이유로 조정권고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대위)의 요청도 언급했다. 
 

 이처럼 함께 꾸려왔던 조정위 권고안을 거부한 삼성전자의 입장표명에 대해서 대다수 언론은 마치 삼성전자가 조정권고안을 수용했다거나, 1000억 원을 기부하는 통 큰 결단을 내린 것처럼 보도했다. 아래 굵은 글씨체로 표시한 경향, 동아, 조선, 중앙, SBS의 보도제목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특히 조중동과 SBS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삼성전자의 1000억 원 기금 조성을 보도 제목으로 내걸었다. 경향신문은 이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으나 역시 삼성전자의 입장을 그대로 보도 제목으로 뽑아 사안의 진실을 담지 못했다. 유일하게 진실을 전한 것은 한겨레다. 한겨레는 <삼성, 공익법인 설립안 거부…백혈병 조정위 ‘험로’>(8/4, 10면, 전종휘‧이정훈 기자)라는 제목으로 삼성전자가 애초에 합의된 안을 거부했다고 명시했다. 한겨레는 “삼성은 대신 보상위원회를 자체적으로 꾸려 조정위원회가 권고한 10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바로 집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고 전했고 “삼성 쪽은 보상 대상자도 1996년 이후 퇴직자에 한정하고 조정위원회가 보상 대상 질병으로 꼽은 12개 항목 가운데 유산과 불임은 빼겠다고 밝혔다”며 원안 거부에 가까운 삼성 측의 수정안을 자세히 다뤘다. 5일에는 <김동춘 칼럼/삼성전자의 ‘통 큰 결단’?>(8/5)을 통해 “이번 삼성의 안을 보면 지난 8년 동안의 대처 방식과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지 의심스럽다. 그것은 ‘통 큰 결단’이 아니라 봉합에 가깝다”며 원안을 거부한 삼성과 삼성의 1000억 기부만 치켜세우기 바쁜 언론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 한겨레 관련 보도 갈무리

 

 반올림 만든 황상기 씨가 반올림 분열 조장? 사실 확인도 안 하는 경향과 동아
 언론들의 반올림에 대한 악의적 보도는 8월 8일 반올림 소속 교섭단 대표이자 피해자 가족인 황상기 씨와 김시녀 씨가 반올림 온라인 까페에 조정권고안 내용 일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글을 올리면서 물밀듯 쏟아졌다. 황 씨와 김 씨는 자신의 글이 조정 절차를 거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권고안의 보상안에 국한된 문제제기임을 재차 밝혔으나 언론은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마치 두 사람이 반올림을 떠난 것처럼 제멋대로 해석했다.

 

 경향신문 <반올림 유족들 ‘삼성전자 공익법인 설립안’ 거부>(8/10, 17면, 강병한 기자), 동아일보 <‘반올림’ 유족-피해자 대표, 조정위 권고안 거부>(8/10, 12면, 김지현 기자)은 모두 제목부터 마치 황 씨와 김 씨가 조정권고안 자체를 거부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황상기 씨와 김시녀 씨는 조정권고안의 보상 내용에 불만을 표했을 뿐 공익법인 설립을 반대한 적이 없다. 이런 사실들에 대한 확인도 없이 경향신문조차 “반올림 교섭대표인 황씨가 조정안을 거부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보도했고 동아일보 역시 “반올림 내 유족‧피해자 대표 2명도 조정안에 이의를 제기해 추가 조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황상기 씨 글에 대한 왜곡보도는 뉴데일리 등 보수매체가 더 심각
 보수 인터넷 매체들은 이보다 더 심각했다. 일부 매체들은 반올림이 이미 분열 수순을 밟고 있다며 오보를 쏟아냈다. 뉴데일리 경제 <피해가족 빠진 반쪽 반올림, 황 씨 등 생계곤란 유족 놔줘야>(8/12, 최종희 기자)는 황상기 씨의 8일 인터넷 까페 글을 전하면서 “반올림에 황 씨가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억지 주장을 했다. 이는 마치 반올림이 두 피해자 가족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식으로 근거도 없이 비난하는 것이다.

 

 뉴데일리 경제는 8월 10일에도 <협상 최대 걸림돌은 ‘반올림’, 유족들 ‘공익법인 추진’ 비난>(8/10, 최종희 기자)에서 황상기 씨와 김시녀 씨의 인터넷 까페 글을 언급하면서 “유족‧피해자로 구성된 가대위의 경우 일찌감치 삼성과의 직접적인 협상을 통한 빠른 문제 해결을 주장해왔다”거나 “반올림 소속 3명의 활동가들만 협상보다 공익법인을 만드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목을 매는 상황”이라고 반올림과 유족‧피해자 간의 분열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과 다르다. 일치감치 삼성과의 직접 협상을 주장했던 것은 오히려 반올림이었고 조정위 설치를 요구한 것은 가대위였다. 삼성도 조정위 설치에 호응하면서 반올림의 참여를 권유했고 반올림은 뒤늦게 합류한 것이다. 이후 ‘신속 보상’을 이유로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가대위이고 삼성도 이에 맞장구쳐 공익법인을 통한 사회적 부조 형태의 문제 해결을 거부했다. 따라서 현재 반올림은 삼성과 가대위의 주장으로 시작된 조정 절차를 끝까지 책임있게 임해 달라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 반올림 측 피해자 가족인 황상기 씨와 김시녀 씨 역시 그런 입장을 바꾼 사실이 없다.

 

 권고안 트집 잡기에 나선 문화일보
 문화일보도 조정위의 권고안이 나오자마자 <‘삼성전자 백혈병’ 조정위 권고안 3대 논란>(7/24, 방승배 기자)에서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과 다르거나 권고안의 취지를 왜곡한 것이다. 보도는 “60세에 은퇴한다면 74세까지 보상을 보장하라는 것인데 70대 남성의 3분의 1이 암환자로 조사되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퇴직 후 잠복기를 최장 14년 보장해 보상하는 조항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반올림에 제보된 200여명의 직업병 피해자 중 60세 이후 발병한 사람은 없다. 퇴직 후 잠복기를 최장 14년 보장하라는 것은 유해요인 노출 후 14년이 지나 발병한 사례가 실제로 있기 때문에 권고되었다.

 

 “공익법인에 사업장 내부 점검권을 줘 경영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반올림에 대한 악의적 보도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조정권고안에 따르면 공익법인 이사회가 추천한 옴부즈맨 3명은 ‘사업장 내 안전보건 관리 상황에 대한 종합진단’과 ‘안전보건 관련 자료’를 정기적으로 제출 받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1월 17일 삼성이 스스로 조정위에 제안했던 ‘보건관리 추진단’과 ‘모니터링 위원회’의 권한과 내용상 다를 게 없는 것이다. 다만 진단과 점검의 주체가 삼성이 구성한 ‘보건관리 추진단’ 또는 고용노동부의 ‘모니터링 위원회’에서 공익법인이 구성하는 ‘옴부즈맨’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문화일보는 이처럼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권고안에 대해 트집을 잡더니 급기야 <곡쟁이 역할로 문제 본질 흐리는 ‘반올림’>(8/5, 방승배 기자)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반올림에는 가족 2명과 시민운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반올림 교섭단이 마치 활동가들만의 외부 단체인 것처럼 묘사했다.

 

 근거도 없는 반올림 때리기, 도를 넘었다
 문화일보와 같이 가대위만 피해자 단체고 반올림은 외부 단체라는 식의 악의적 왜곡보도는 보수 인터넷 매체에서 더 심각하게 보도됐다. 미디어펜 <삼성직업병, 반올림은 빠져라 그리고 솔직해져라>(8/11, 김규태 기자)는 “현재 반올림에는 피해자 가족들이 거의 없다”, “반올림은 반도체 사업장 직업병의 피해를 입지 않은 제 3자 시민단체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매우 심각한 왜곡이다.

 

 피해자 가족인 황상기 씨와 김시녀 씨는 여전히 반올림과 함께 할 뿐 아니라, 반올림 교섭단에는 원래 피해가족 8명(현재 가대위에 속한 6명 포함)과 활동가 세 명이 함께 했었다. 반올림은 교섭 시작 시점부터 교섭단에 참여하지 못하는 200여명의 피해가족들의 입장까지 대변하고자 했다. 하지만 삼성이 교섭에 참여하는 8명에 대한 보상을 먼저 논의하자고 반복적으로 주장했고 반올림이 이에 반대하던 중, 6명의 가족이 삼성의 제안을 받아들인 후 독자적으로 가대위를 꾸렸다. 지금도 반올림은 전체 피해자를 위한 보상 기준과 내용을 확정하기 위해 삼성과 가대위의 직접 협상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 미디어펜 인터넷판 관련 보도 갈무리

 

 그런데도 뉴데일리 <피해가족 빠진 반올림, 황씨 등 생계곤란 유족 놔줘야>(8/12, 최종희 기자)는 “반올림은 후원금 사용 내역을 유가족들에게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유가족을 돕기 위한 기부금을 반올림이 독단적으로 관리”한다며 반올림의 재정 운용까지 걸고 넘어졌다.

 이 역시 명백한 거짓말이다. 반올림은 비영리민간단체로서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그렇듯 후원회원들의 CMS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즉 반올림에 대한 후원금이 곧 피해가족을 돕기 위한 기부금은 아닌 것이다. 다만 반올림은 당장 치료와 생계가 절박한 일부 피해가족들에게 치료 및 생계 지원까지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당사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반올림 운영회의에서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뉴데일리 기사는 반올림에 대한 근거 없는 트집 잡기이다.

 

 반올림과 공익법인 설립은 모두 직업병 피해자를 사회적 문제로 해결하자는 취지
 반올림은 삼성과의 협상 시작 시점부터 직업병 피해자 전체를 대변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한 근본적 해결을 위해 힘써 왔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생을 마감한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반올림의 전신인 삼성 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 대책위원회를 꾸린 것도 단지 딸의 죽음 뿐 아니라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중증 질환에 걸린 모든 노동자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어렵사리 조정위를 거쳐 나온 합의인 조정권고안은 삼성전자에 의해 거부당했고 빠른 보상을 원하는 가대위도 삼성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류 언론은 반올림과 조정위의 설립 목적과 권고안의 취지를 전달하기는커녕 삼성전자의 권고안 거부를 ‘1000억 기부’로 포장하며 노골적으로 삼성의 편을 들었다. 보수 인터넷 매체들은 권고안과 반올림을 비난하기에 바빴고 사회적 부조에 따른 근본해결이라는 목표는 은폐되고 말았다. ‘찌라시’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큼 공정성과 객관성이 떨어지는 인터넷 매체들의 오보를 무시한다 치더라도 그에 못지않게 반올림과 조정위 권고안을 폄훼한 조중동과 문화일보 역시 수준 이하임은 마찬가지이다. 조정위의 조정권고안이 나온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아예 보도를 하지 않는 주요 방송사들의 무관심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언론에 의해 부당하게 매도당했지만 반올림과 황상기 씨는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모두를 대변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보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언론은 이들의 노력을 제대로 보도해야 할 것이며, 시민들은 삼성전자 백혈병에 대한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해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는 결코 삼성전자라는 한 업체의 노동자에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며,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향후 우리 사회의 직업병에 산업재해 인정과 배보상 문제에 있어 큰 획이 될 사안이기 때문이다. <끝>

 

 

2015년 8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