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5년 4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발표(2015.05.22)
등록 2015.05.22 17:06
조회 721

 

4월 좋은 방송보도, 경찰의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과잉·불법 대응 문제 정리한 JTBC

 

 

민언련이 2015년 4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나쁜 방송보도’를 선정했다.

 

 

좋은 방송보도,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에 대한 경찰의 과잉․불법 대응 자세히 분석한 JTBC

 
 JTBC는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와 관련해서 경찰 대응의 문제점을 많이 다뤄서 주로 시위대의 폭력성 위주로 보도한 타 방송사와 차별성이 돋보였다. JTBC는 4월 18일의 격렬한 시민-경찰 간 충돌 원인이 경찰의 유가족 연행과 선제적 차벽 설치에 있다고 정리했고 경찰이 법적 근거로 내세우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헌법에 저촉된다는 분석까지 나아갔다. 더불어 18일 집회 당시 경찰이 교통용 CCTV를 불법적으로 이용하여 시위대를 감시하고 경찰력을 운용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민언련은 JTBC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경찰 대응’ 관련보도 14건을 4월의 좋은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희생자 가족의 분투와 많은 시민들의 노력을 통해 선박 관리 제도의 허점과 부실한 구조 체계 등 전반적인 국가의 무능이 드러났지만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에서 고위급 공무원들은 제외되었고 정부․여당은 ‘셀프 조사’식 시행령으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하려 시도하고 있다. 진실이 은폐되는 이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정부․여당을 규탄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4월 16일을 전후하여 네 차례에 대규모 집회가 있었고 주최 측 추산으로 4월 16일 당일 서울시청 앞에만 3만 여명, 4월 18일에도 1만 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하지만 경찰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1주기 집회에 차벽과 물대포, 최루액으로 대응했다. 특히 충돌이 격했던 4월 18일 집회의 경찰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많은 시민들과 희생자 가족에게 부상을 입히고 총 100여명을 연행했다. 언론으로서 충돌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조명하고 경찰의 대응이 과했음을 증명한 방송사는 JTBC였다. JTBC는 교통용 CCTV를 불법적으로 이용, 집회 참가자들을 몰래 촬영한 경찰의 행태를 단독보도하기도 했다.

 

 

 충돌 책임 소재 분명히 하고 차벽의 문제점 지적

 JTBC는 <100명 연행, 100명 부상…대충돌, 왜?>(4/19, 9번째, 이호진 기자)에서 “이번 충돌은 경찰이 세월호 인양과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며 광화문에서 농성하던 유가족을 연행하자, 시민들이 이들을 만나겠다며 이동하면서 시작”되었다며 충돌의 책임이 경찰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지는 보도인 <충돌 초기 물대포…‘공세적 차벽’ 논란>(4/19, 10번째, 심수미 기자)에서도 “경찰이 선제적으로 차벽을 쌓았고 충돌 초기부터 물대포를 쏘고 최루액을 뿌리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라고 충돌 원인을 설명했다. 이 보도는 경찰의 차벽 운용에 대해 “경찰은 이들 장비의 사용 기준을 ‘현장책임자의 판단에 의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라고만 규정해 사실상 자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앵커브리핑] 광화문 한복판 세월호 차벽과 '트랜스포머'>(4/20, 2부 1번째, 손석희 앵커)는 “그 옛날 군주정 시대에도 왕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언로’가 제도적으로 열려”있었다면서 세월호 1주기 집회에 등장한 차벽에 대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차벽 뿐 아니라 국가와 시민들 사이를 심리적으로도 가로막고 있는 차벽”이라고 꼬집었다.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4월 20일 <팩트체크/광화문으로 간 시위대, 왜 불법집회 됐나?>(4/20, 7번째, 김필규 기자)는 경찰이 진압의 근거로 내세우는 불법집회 논리를 분석한 후 관련 법규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은 광화문 광장에서의 집회가 법적으로 원천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기자는 청와대, 국회 같은 주요 국가기관과 대사관 및 대서관저의 반경 100m 안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광화문 광장은 사실상 법적으로 집회를 할 수 없는 곳이 된 거죠”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한국과 달리 공공 광장에서의 시위가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 영국, 프랑스의 사례를 보여주고 “미국은 퍼플릭 포럼(공공 광장)이라는 이론이 발달돼 있어요. 사람들이 많이 원래 모이는 곳, 그런 곳에서는 집회의 자유는 더 보장돼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어요”라는 박주민 변호사의 인터뷰를 전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현행 법률과 각종 조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이다. 기자는 보도를 마무리하면서 “집회 장소는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국가권력에 의해 주목받지 못하는 곳에서 의견 표명을 하게 된다면 기본권 보호가 의미가 없다. ‘어떤 장소에서’ 집회를 할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보장되는 것이다”라는 2003년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소개하기도 했다. 세월호 1주기 집회와 관련된 현행 법률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상충됨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통용 CCTV로 몰래 집회 감시하고 대응 지휘한 경찰

 JTBC는 경찰이 세월호 1주기 집회에 대해 과잉진압을 넘어 불법적 행태까지 보였음을 드러냈다. 18일 집회 당시 경찰이 광화문 광장 일대의 교통용 CCTV로 집회 참가자들의 동향을 몰래 촬영하여 집회 대응 지휘에 사용한 사실을 단독 보도한 것이다. JTBC는 4월 20일부터 28일까지 총 6건의 보도를 통해 CCTV 활용의 불법성을 폭로했다. 먼저 <단독/집회 주변 CCTV 중단, 왜>(4/20, 15번째, 이호진 기자)에서 18일 오후 1시 반부터 밤 10시 40분까지 9시간 넘게 인터넷으로 시민들에게 공개되던 교통용 CCTV 영상 송출이 중단되었고 해당 CCTV는 시청과 경복궁 사이 10대라고 전하면서 경찰의 불법적인 시위대 감시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날 <그 CCTV로 시위대 찍었다>(4/21, 13번째, 이호진 기자)는 “시위대가 어느 쪽으로 이동하는지 보기 위해 CCTV를 확대․축소하면서 촬영했다”는 서울경찰청 교통정보센터 관계자의 말을 통해 경찰이 시위대를 촬영했음을 밝혔다. 이어 <서울청장, CCTV로 지휘>(4/27, 13번째, 이호진 기자)는 18일 당시 상황지휘센터에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CCTV를 보면서 직접 경찰의 대응을 지시했음을 폭로했고 28일에는 <단독/‘찍힌’ 참가자들…영상 입수>(4/28, 17번째, 이호진 기자)를 통해 정청래 의원실에서 입수한 당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보도는 “도로가 아닌 집회 참가자들을 찍고 있습니다”라며 교통 통제를 위한 촬영이라는 경찰의 해명을 반박했다.

 

△< JTBC > CCTV 공개 영상 보도 갈무리

 
 경찰이 시민들에게 제공되던 CCTV 영상의 송출을 중단하면서까지 집회 참가자들을 몰래 촬영, 경찰 대응 지휘에 이용하자 위법성과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차벽 설치로 전혀 차량 통행이 없었음에도 경찰은 교통 통제가 목적이었다는 궁색한 변명만 반복했다. <“사람 찍는 것도 교통정보”>(4/28, 18번째, 백수진 기자)는 28일 국회에서도 같은 해명을 내놓은 강신명 경찰청장에 대해 “강 청장은 참가자를 찍는 것도 교통 정보라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라고 비꼬았다. 더불어 “CCTV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줌인을 했다 볼 수밖에 없고요. 불법이 분명하지 않나 싶습니다”라는 부장검사 출신 김경진 변호사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의 행태가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는 위법 행위임을 강조했다.
 
 세월호 1주기 집회에서 나타난 차벽, 물대포, 최루액 등 경찰의 대응은 가시적으로 과잉진압 문제를 드러냈지만 경찰의 비겁하고 불법적인 CCTV 무단 촬영은 JTBC의 단독보도가 아니었다면 묻혀 버렸을 사안이다. 경찰은 지난해에도 두 차례나 세월호 유가족들을 교통용 CCTV로 몰래 촬영하다 들통이 났고 유가족이 증거보전신청을 하자 삭제되었다며 발뺌했다. 비판이 쏟아졌지만 경찰은 또 다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집회 참가자들을 몰래 촬영했다. JTBC는 4월 27일 <‘빅 브라더’로 불법 악용?>(4/27, 14번째, 고석승 기자)라는 보도에서 이런 경찰의 행태를 ‘빅 브라더’로 비유하기도 했다. 
 
 한편, 4월 좋은 방송보도 후보로는 JTBC의 ‘성완종 리스트 및 박근혜 불법대선자금 게이트’ 관련보도 178건도 올랐으나 경향신문 인터뷰 녹취록 무단입수 보도로 인해 방송윤리 논란을 일으켜 제외되었다. 민언련은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자세히 분석․비판하고 경찰의 불법적 행태까지 드러낸 JTBC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관련보도 14건을 2015년 4월 ‘이 달의 좋은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방송보도, 
진실을 왜곡하여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불법폭력 시위로 매도한 TV조선
 
 TV조선은 세월호 집회 보도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핵심적 요구는 담지 않고 시민-경찰 간 충돌에만 집중하는가 하면, 충돌의 배경을 따져보지도 않은 채 집회참가자를 “외부세력”의 꼭두각시인 양 묘사했다. 사실관계 전달에서도 경찰 측 피해만 언급했고 일부 집회 참가 시민의 폭력 장면만 강조하여 합법적이고 평화롭던 1주기 추모집회의 의미를 왜곡시켰다. 또한 한 청년의 태극기 소각 행위만 8건이나 보도하여 집중 부각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월호 가족이 다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실종자 가족을 발언을 아전인수격으로 인용하여 왜곡 보도했다. 이에 민언련은 TV조선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시민-경찰 충돌’ 관련보도 13건을 2015년 4월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황색 저널리즘의 진수 보여준 TV조선 보도 구성
 TV조선은 4월 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집회를 보도하면서 시민과 경찰 사이의 충돌만 집중 보도했다. 보도 구성을 보면 총 보도 13건 중 태극기 소각 관련 보도가 4건, “외부세력”이나 “전문 시위꾼” 등을 언급하며 집회의 성격을 왜곡하는 보도가 2건, 태극기 소각을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집회 성격을 왜곡하는 보도가 4건, 기타 보도가 3건이다. 1주기 추모집회의 의미와 진상규명 염원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고, 경찰의 무리한 대응도 전혀 보도하지 않은 채, 태극기를 불태운 1명의 시민과 근거도 없는 배후 외부세력에 치중한 것이다. 특히 13건의 보도 중 6건에서 일부 집회 참가자의 폭력 행위만을 집중적으로 내보내는 화면 구성을 보면 황색 저널리즘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 < TV조선 > 폭력 부각시키는 보도화면 갈무리

 

 시민-경찰 간 충돌 관련 기본적 사실관계 조차 외면

 18일 오후 1시 30분, 경찰이 광화문 앞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 16명을 강제 연행하자 시청광장에 있던 유가족 및 집회 참가자들이 급히 광화문 광장 쪽으로 이동했고 경찰은 그 이전에 미리 차벽을 설치해 놓았다. 농성 중인 유가족을 만나게 해달라는 요청은 묵살되었고 곧장 물대포가 쏟아졌다. 충돌이 본격화된 배경에는 이런 사정이 있었다. 이는 JTBC 등 타 언론이 보도한 사실이다. 하지만 TV조선은 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시위대-경찰 ‘충돌’…시민 불편>(4/18, 14번째)는 집회 당시 상황을 “유가족과 시민들이 광화문 쪽으로 행진합니다.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고 막아 선 가운데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집니다”라고만 설명했다. 이어서 “경찰은 최루액까지 뿌리며 참가자들의 행진 시도를 막았습니다”라고도 하는데 행진을 시작한 후 경찰이 차벽을 설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단지 행진을 막기 위해 최루액을 뿌렸다는 말은 기본적 상식에도 어긋난다. <태극기 불태우고…경찰버스 부숴>(4/19, 7번째)도 “일부 시위대가 서울광장에서 나와 광화문으로 달려나간 것”이 “과격 양상”의 시작이라고만 보도할 뿐 경찰의 선제적 대응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 보도는 “곳곳에서 충돌로 시위대 2명이 다치고 경찰 74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경찰의 인명 피해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의 유가족 연행 과정에서 단원고 희생 학생 어머니 한 명이 다쳤고 물대포에 의해 40대 남성의 무릎뼈가 부러지는 등 시민 두 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다른 시민 수십명도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외부세력”, “불법 폭력 시위”… 추모 시민 전체에 대한 모독

 추모 집회 자체의 의미를 왜곡하는 보도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집회의 본질적 의미는 물론 당일 시민-경찰 간 충돌의 배경조차 설명하지 않은 TV조선은 집회를 무조건 폭력 시위로 규정하고 근거도 없이 그 배후에 “외부세력”이 있다고 전제했다. <태극기 불태우고…경찰버스 부숴>(4/19)는 경찰의 피해 내역을 나열하더니 추모 집회를 주도한 국민대책회의에 대해 “이적단체인 범민련, 이적판결 후 이름을 바꾼 민권연대 등이 참여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어제 시위에서 입건된 사람만 100명, 이 가운데 21명은 유가족이었지만 나머지는 학생이나 일반이었습니다”라고 덧붙였는데 국민대책회의에 속한 일부 단체를 이 보도에서 굳이 왜 언급했는지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 <태극기 방화범 추적…5명 구속영장>(4/20)도 아무런 부연 설명 없이 “경찰은 외부 세력의 개입 여부도 조사 중”이라며 경찰의 입장을 받아 적었고 (4/20)는 “전문 시위꾼과 어울리면 국민들이 등을 돌릴 것이다”라는 SNS의 댓글 하나를 부각시켜 왜곡된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하는 행태를 보였다. <참가자 확 줄어…폭력 대신 막말>(4/26, 12번째)는 4월 25일 집회의 참가자수가 18일의 5분의 1 수준인 이유가 “지난 폭력 집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는 등”의 여파라고 단정하며 여전히 희생자 가족과 함께 진상규명과 특조위의 정상적 출범을 촉구하는 대다수 시민들의 여론은 무시했다. 이 보도 역시 “외부 인사들이 모여들어 추모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며 근거도 없이 배후세력을 암시했다. 

 

△ < TV조선 >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무리하게 추모집회 배후에 있는 “외부세력”을 강조하다보니 보도의 자막과 화면 내용이 다른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시각 광화문] 또 대규모 집회…‘朴 퇴진’ 유인물 등장>(4/25, 톱보도)은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유인물이 등장하여 집회가 변질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정작 화면에는 “온전한 선체인양, 실종자 9명을 가족 품으로”라고 쓰인 피켓을 담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경찰의 불법 행위와 시민 인권은 나 몰라라 하면서 지극한 태극기 사랑만

 TV조선의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 관련 보도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한 청년은 단연 주인공이다. 13건의 보도 중 8건에 언급되면서 집중 조명을 받은 것이다. <태극기 방화범 추적…5명 구속영장>(4/20, 13번째)는 집회에 참가한 한 청년이 태극기를 태운 상황에 대해 “과열 폭력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태극기를 꺼내 불을 붙이는 집회 참가자도 있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청년은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태극기를 주워” 불을 붙였다고 해명했고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화가나 우발적으로 일을 저질렀다”며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TV조선은 별다른 확인 절차도 없이 그 청년이 태극기를 불태우려 미리 준비하는 “폭력 시위대”의 일원이라고 보도한 셈이다. 청년의 해명을 <‘국기 모독’ 처벌…보수단체 고발>(4/22)에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 보도는 “남성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국기모독죄로 처벌할 방침”이라는 경찰의 입장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태극기 방화범 추적…5명 구속영장>(4/20)에서는 “경찰은 현장 채증 자료와 CCTV 분석 등을 통해 태극기를 태운 20대 남성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는데 경찰의 현장 채증은 지속적으로 불법과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CCTV를 활용한 시위대 감시 역시 JTBC가 단독으로 보도하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공권력 남용에 해당하는 행위임을 꼬집은 바 있다. 태극기는 국가의 상징으로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TV조선처럼 태극기를 앞세워 사실을 왜곡하고 시민 인권을 무시하며 경찰의 불법 행위를 눈감아 줄 수는 없다. 

 

 “세월호 가족이 다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실종자 가족 요청은 TV조선을 향한 것

 4월 23일, 실종자 조은화 양의 아버지 조남성 씨는 ‘세월호 인양 발표에 대한 미수습자 가족들의 입장’이라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의 인양 결정을 환영하는 한편 “세월호 가족들이 거리에서 다치지 않도록,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어머니인 이금희 씨 역시 “가족들이 폭도로 될 빌미를 제공하지 말라”고 국민대책회의에 부탁했다. 그동안 선체인양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 희생자 가족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던 TV조선은 이번만큼은 실종자 가족의 발언을 보도에 실었다. TV조선은 <주말 세월호 집회…혼잡‧충돌 우려>(4/24)에서 “단원고 실종 학생 부모들은 악에 받친 싸움을 멈춰달라고 세월호 대책 회의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25일 예정된 집회가 불법 폭력 시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참가자 확 줄어…폭력 대신 막말>(4/26)에서는 “유족 일부가 ‘더 이상 과격한 정치투쟁으로 세월호 가족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낸 것도 영향을 줬다”며 25일 집회의 참가자 수가 18일에 비해 줄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이 두 보도는 모두 조은화 양 부모님의 발언을 맥락도 없이 인용하여 그동안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와 많은 시민들이 주도한 집회가 과격한 정치투쟁이었고 그로인해 희생자 가족들이 다친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조남성 씨의 기자회견문 발표 이후 따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이금희 씨는 언론들이 세월호 유족들을 폭도로 매도하는 것이 두렵다고 분명히 밝혔다. “언론이 한 번 그렇게 (폭도라고 규정하기) 시작하면 번지고 번질 거 아니예요?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요. 가족 뒤에서 도와주는 국민대책위, 정말 부모들 그렇게 욕먹게 하지 말고 바로 할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요.(…) 잘 이끌어달라고요, 가족들 그런 욕 먹지 않게요”라고 말한 것이다. 결국 이금희 씨는 언론이 희생자 가족들을 폭도로 매도해 여론이 돌아서기 전에 과격한 싸움을 멈춰달라고 부탁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1년 전부터 겹겹이 누적되어 온 언론들에 대한 원망이 우회적으로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폭력시위로 인한 심리적, 육체적 고통이 이 발언의 이유가 아니다. 그동안 희생자 가족의 요청을 외면하고 세월호 관련 집회를 불법 폭력 시위라 매도해 온 보도 행태를 고려할 때, 오히려 TV조선이야말로 이금희 씨의 부탁을 경청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탄생한 특조위는 정부․여당의 끊임없는 무력화 시도와 누더기가 된 시행령으로 인해 정식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1년 전부터 인양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올해 4월 22일이 되어서야 인양을 결정한 정부는 “어떻게 실종자야, '미수습자'지. 자기들이 안 찾아주는 거잖아”라는 조은화 양 어머니의 절규 앞에 죄인일 뿐이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TV조선은 합법적이고 평화롭게 추모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차벽설치와 유가족 연행 등 과격한 대응으로 자극한 경찰의 행태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찰의 과잉진압에 저항한 일부 시민들의 폭력적 행위만 부각시켜 추모집회의 의미를 왜곡시켰다. 

 

민언련은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에 대한 무보도, 사실 왜곡, 일방적 정부 편들기로 일관한 TV조선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시민-경찰 충돌’ 관련보도 13건을 2015년 4월 ‘이 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끝>

 

 

2015년 5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