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5년 4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보도’ 선정·발표(2015.5.20)4월 좋은 신문보도, ‘성완종 게이트’의 전모를 드러낸 경향신문
민언련이 2015년 4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나쁜 신문보도’를 선정했다.
좋은 신문보도, 성완종 전 회장 사망 직전 단독 인터뷰 한 경향신문
‘성완종 게이트’ 정국은 지난 4월 9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하 성 전 회장)의 자살로 촉발되었다. 3월 초 대통령과 이완구 총리가 ‘부패 척결’을 선언하자 3월 18일, 검찰은 경남기업에 대한 자원개발 사업 비리 수사에 착수했고 친이계로 알려졌던 성 전 회장이 첫 타깃이 되었다. 성 전 회장은 수사 도중 자살했고 그가 남긴 메모와 경향신문과의 최후 인터뷰는 자원개발 사업 부정에 대한 사정정국을 박근혜 정권의 불법 정치자금 국면으로 바꿔놓았다. 현 정권의 부정과 직결되는 이 극적인 국면 전환에서 경향신문이 단독으로 보도한 성 전 회장 인터뷰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현 정권 주요 실세들의 금품수수 정황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면서 검찰 수사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4월 10일 인터뷰 내용 일부를 처음 공개한 이후, 인터뷰 전문을 공개한 16일까지 순차적으로 주요 내용을 보도했다. 이 기간 동안 경향신문은 인터뷰 내용 보도 12건, 녹취록 제출에 관한 경향신문의 입장 관련 3건, 인터뷰의 증거 능력 관련 기사 1건을 내보냈다.
인터뷰 공개에 당황한 검찰, 메모도 뒤늦게 공개해
4월 9일 성 전 회장이 사망하고 바로 다음날 김기춘, 허태열 전 비서실장이 돈을 받았다는 성 전 회장의 인터뷰 일부를 경향신문이 공개하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향신문의 <검찰, 오전엔 “법과 원칙대로”…오후엔 “수사 보도 우려”>(4/11, 4면)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경향신문 취재진에게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 인터뷰 경위와 후속보도 여부에 관해 문의했다”고 한다. 보도는 검찰이 이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유가 “속칭 ‘MB(이명박) 사정’이 되레 박 대통령 주변의 ‘친박’ 인사들에 대한 수사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B 사정’의 시작부터 청와대발 ‘기획 사정’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받아 온 검찰의 의심스러운 태도는 4월 10일 오후 절정에 달했다. 경향신문의 인터뷰 보도 이후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성 전 회장의 메모를 공개한 것이다. 검찰은 10일 오전 11시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전날 성 전 회장 시신에서 김기춘․허태열 등의 이름과 금액이 포함된 메모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메모지와 경향신문의 육성 인터뷰 증언이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언급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칼날을 들이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라고 보도했다. 10일 오전 7시에는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던 검찰이 메모 공개 후 수사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자 오후에 돌연 “(성완종 폭로) 수사가 본격화된다는 식의 기사 분위기에 대해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을 볼 때 경향신문의 인터뷰 공개가 아니었다면 과연 검찰이 메모지를 공개했을지 의심스럽다. 11일 이후 경향신문은 추가적으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면서 다른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 정황을 드러내어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에 불을 지폈다. 경향신문의 인터뷰 공개가 검찰이 ‘성완종 게이트’ 수사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뷰는 불법 대선자금의 유일하고 결정적인 증거, 결국 검찰 의지에 달렸다
성 전 회장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는 ‘성완종 게이트’ 사건의 유일한 증거이자 결정적 증거이다. 하지만 경향신문이 인터뷰를 처음 공개했을 때 검찰은 친박 실세들에 대한 수사를 저어하면서 망자 메모 및 음성이 지니는 증거능력이나 공소시효 등 법리적 문제를 꾸준히 거론했다.
△<경향신문> 인터뷰 녹취록 증거능력 관련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사망 전 메모 음성 증거능력 있다>(4/11, 4면)를 통해 반박했다. 성 전 회장은 사망했지만 “형소법 314조 ‘증거능력에 대한 예외’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형소법 314조는 사망해 진술 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조서나 그 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도는 “다만 이 경우에도 그 진술이나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돼야” 한다며 조건을 달았고 “결국 검찰이 얼마나 수사에 의지를 갖고 입증을 해내느냐에 달렸다”는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의 말을 전했다. 현 정권의 불법 대선자금 및 친박 실세들의 비리에 대한 유일한 증거인만큼 검찰의 의지에 따라 재판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하여 메모와 인터뷰에서 모두 언급된 홍문종 의원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5월 3일 대선캠프 관계자인 김 아무개 씨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는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까지 확보되어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듯 했으나 여전히 초점은 이완구․홍준표 2인에게만 맞춰져 있다. 검찰의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친박 인사들의 ‘성완종 게이트’ 뼈대 구성한 인터뷰 보도
경향신문은 단독으로 인터뷰한 성 전 회장의 증언을 6일간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박근혜 정권 최악의 스캔들인 ‘성완종 게이트’ 사건의 뼈대를 구성했다.
△<경향신문> 성완종 전 회장 단독 인터뷰 전문 공개 갈무리
4월 10일, 김기춘, 허태열 전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11일 홍문종 의원과 홍준표 경남도지사, 14일 이완구 전 총리가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보도되었다. <성완종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 줬다”>(4/10, 1면)은 “김 전 실장이 2006년 9월 VIP(박근혜 대통령) 모시고 독일 갈 때 10만달러를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는 성 전 회장의 증언을 통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돈을 받은 시기와 장소까지 밝혔다. 허태열 전 비서실장의 경우에도 “7억원을 서너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전달한 사실이 언급되었고 무엇보다 “그렇게 경선을 치른 것”이라는 말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2007년 경선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유용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11일 공개된 인터뷰 내용은 박근혜 정권의 불법 대선자금이라는 메가톤급 의혹의 서막을 알렸다. <성완종 2012년 홍문종에 대선자금 2억 줬다>(4/11, 1면)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2012년 대선 때 당시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이었던 홍문종 의원에게 대선 명목으로 2억을 건넸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이 사람도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라며 용처가 대선임을 분명히 했고 대선자금 장부에 회계처리가 된 돈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뭘 처리해요”라고 부인해 전달된 2억 원이 불법 대선자금임을 암시했다.
현재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의 개인별 정치자금 의혹 역시 정황의 상당 부분은 경향신문 인터뷰 보도가 제공했다. <성완종 2012년 홍문종에 대선자금 2억 줬다>(4/11, 1면)는 “2011년 홍준표가 대표 경선에 나왔을 때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캠프에 있는 측근을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는 성 전 회장의 증언을 실었고 <“이완구 총리에도 재선거 때 3천만원 주고 왔다”>(4/14, 1면)에서 “지난번 재․보궐선거 때 선거사무소 가서 이 양반한테 3000만원 현금으로 주고 왔다”는 증언을 공개한 것이다.
꾸준히 불법 대선자금 지적하며 언론의 책임 다한 경향신문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등장하는 8인 중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홍문종 의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이완구 전 총리 5인은 경향신문 인터뷰 보도에서 금품전달의 경위와 정황, 액수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언급되지 않고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름만 등장하지만 검찰의 자체적인 기초 조사와 언론 취재에서 추가적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2012년 대선 당시 선거캠프의 주요 인물이었던 만큼 불법 대선자금과의 연관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에 열의를 보이지 않고 정부․여당․보수언론은 합심하여 야당 대선자금과 노무현 정권의 성 전 회장 특별사면으로 ‘물귀신 작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경향신문은 꾸준히 대선자금 의혹을 제기했다. 4월 한 달간 조중동 3사의 대선자금 관련 보도량을 다 합쳐봐야 10건(야당 수사 내용 포함)에 불과한 반면 경향신문 1개사의 박근혜 정권 대선자금 의혹 관련 보도만 19건이었다. 지난 5월 11일에는 조선․동아․중앙일보와 한겨레가 외면한 시사저널의 새누리당 불법 비밀대선캠프 단독보도를 받아 서병수 부산시장의 불법 대선자금 관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단독으로 성 전 회장을 인터뷰하여 박근혜 정권 불법 대선자금이라는 사안의 본질을 직접 이끌어낸 경향신문이 스스로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한 것이라 볼 수 있다. 4월 12일 검찰이 녹취록 제출을 요청하자 다음날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경향신문 압수수색까지 운운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차분하게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고 15일 검찰 제출까지 마친 성숙한 자세도 눈여겨 볼만하다.
민언련은 여전히 진행 중인 ‘성완종 게이트’ 사건의 전모를 드러내 머뭇대던 검찰의 수사를 이끌어내고 불법 대선자금이라는 박근혜 정권의 치명적 치부를 드러낸 ‘성완종 전 회장 사망 직전 단독 인터뷰’ 기사 16건을 2015년 4월 ‘이 달의 좋은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신문보도,
‘물타기 궤변’하며 ‘성완종 게이트’의 새누리당 불법 대선자금 감춘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와 인터뷰가 박근혜 정부 실세들의 비리 및 불법 대선자금을 지목함에도 불구, 성 전 회장 사망 직후부터 줄기차게 야당 대선자금 수사와 노무현 정부의 성 전 회장 특사만 부각시켜 보도했다. 야당의 비리나 노무현 정권 특사의 특혜에 대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계속 공허한 의혹을 되풀이 했으며 급기야 성 전 회장의 비밀 ‘로비장부’를 발견했다는 오보를 내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의도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자 ‘성완종 게이트’ 정국을 ‘친노 대 친이’의 진실공방 게임이라는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행태를 보였다. 현존하는 증거들이 지시하는 박근혜 정권 불법 대선자금에는 철저히 침묵하면서 이런 ‘물타기 궤변’에 치중하는 모습은 현 정권에 대한 무리한 충성 과시로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 ‘성완종 게이트 물타기 궤변’ 관련기사 39건을 4월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박근혜 정권의 불법 대선자금과 친박 인사들의 개인적 비리 의혹이 드러난 지 1달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언론 취재와 검찰의 기초 조사를 통해 불법 대선자금은 물론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불법 비밀 대선캠프 운영 정황까지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의 조사는 이상하리만치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두 사람만의 개인 비리에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광범위한 수사’를 운운하며 별 다른 증거나 정황이 없는 야당 대선자금과 노무현 정권의 성 전 회장 특사에 대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검찰의 이런 행보는 청와대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부터 이완구 전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의 ‘부패척결’ 선언 직후 이뤄진 것이었고 성 전 회장 사망 후에도 검찰의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4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비리를 밝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0일, “리스트에 국한해서 (수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맞장구쳤다. 이어 박 대통령은 22일에 ‘정치 개혁’을 위한 수사 확대를 검찰에 요구했으며 급기야 28일, “성 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를 훼손해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오늘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성완종 게이트’ 국면 초기부터 여당과 보수언론이 꾸준히 강화해온 이른바 ‘물타기’, 즉 ‘노무현 정권이 성 전 회장을 사면하여 자원개발 사업 비리와 불법 대선자금 사건이 터졌다’는 식의 궤변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이다.
집중적으로 ‘물타기 궤변’에 지면 할애한 조선일보
대통령과 여당은 물론 수사 당국인 검찰까지 입을 모아 야당 수사와 사면 특혜 의혹 수사를 강조하는 데에는 조선일보의 여론몰이가 큰 역할을 했다. 조선일보의 야당 수사 및 노무현 정부의 특사 특혜 의혹 관련 보도량은 4월 1달 간 총 39건으로 타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불법 대선자금 관련 기사는 단 2건에 그쳤다. 박근혜 정권 불법 대선자금 언급을 피하고 야당 수사와 특사 특혜 의혹에 집중하는 경향은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서도 두드러지지만 조선일보를 따라가지는 못한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경우 야당 수사와 특사 의혹을 언급하는 기사는 모두 그런 논리를 ‘물귀신 작전’이나 ‘수사 지침’으로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조중동에 비해 박근혜 정권 불법 대선자금에 큰 비중을 두었다.
‘물타기 궤변’의 시작은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성 전 회장 사망 직후인 4월 11일부터 ‘물타기’를 예고했다. <성완종 마당발 인맥 여야 안가려… 추가 리스트 있을 가능성>(4/11, 4면, 김봉기 기자)는 “정치권 ‘성 리스트’ 친박뿐?”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현재의 야권도 여권을 공격만 하기는 편치가 않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는 “성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각각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와 행담도 개발 비리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모두 사면을 받아 특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며 역시 사면 특혜 의혹을 꼽았다. 더불어 “성 전 회장의 인맥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며 정체불명의 ‘충청권 정치인 리스트’의 존재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맞장구 치듯 13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야당도 대선 자금 수사를 같이 받아야 한다”며 공식적으로 ‘물귀신 작전’을 선언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성 전 회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은 것과 관련해 “다소 이례적 사면에 대해 국민이 걱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물타기 궤변’의 시작이었다.
야권 인맥부터 정체불명의 비밀 장부까지, 야당 끌어들이려는 몸부림
‘물타기 궤변’의 한 축인 야당 대선자금 수사 촉구는 성 전 회장의 야권 인맥 강조에서 시작된다. 조선일보는 <이완구 “野 의원도 내게 성 구명 요청”>(4/14, 4면, 김아진 기자)에서 이완구 전 총리의 입을 빌려 야권의 ‘성완종 게이트’ 관련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성 전 회장의 구명 요청 전화를 받은 게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은 이완구 전 총리가 “여야(의원들이), 전화로도 그렇고, 구두(口頭)로도 그렇고…”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완구 전 총리는 구두로 구명 요청을 받은 야권 의원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 기사는 성 전 회장이 “DJP연합 당시 JP의 측근으로” 성 전 회장을 소개받았다는 김한길 새정치연합 의원과 자살 전날인 8일 저녁 식사를 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김한길 의원과 성 전 회장의 인맥을 부각시키는 기사는 4월 21일에도 이어진다. <成, 작년 추석 김한길과 ‘랜드마크72’ 다녀와…金 “내 경비 내가 냈다”>(4/21, 4면, 김은정 기자)는 “성완종의 野 인맥”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성 전 회장이 김한길 의원과 여행을 가 자신이 지은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72’에 묵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실이 “성 전 회장의 ‘여야를 가리지 않는 인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정리했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 언급된 ‘랜드마크72’는 박근혜 대통령도 2013년 9월 8일, ‘한복 패션쇼’ 참석차 방문하여 직접 워킹까지 선보인 곳이다. 당시 성 전 회장은 3차 워크아웃을 앞둔데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013년 5월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던 미묘한 시기였다. 조선일보는 이런 사실을 배제한 채 김한길 의원과의 인맥만 강조했다.
여야에 폭넓게 걸쳐있다는 성 전 회장의 인맥은 4월 17일, ‘비밀장부’ 발견 보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초석이었다. 조선일보는 <여야 인사 14명 ‘성완종 장부’ 나왔다>(4/14. 1면, 강훈 기자)에서 여야 유력 정치인 14명에 대한 불법 자금 제공 내역이 담긴 ‘성완종 장부’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의 이름도 담긴 이 장부로 인해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졌다”며 야당 수사를 부채질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장부에 대해 “듣도 보도 못한 얘기”라며 공식 부인했고 조선일보를 제외한 4개 신문사는 모두 검찰의 부인 소식을 전했다. 5월 20일 현재까지도 검찰은 ‘로비장부’의 존재 가능성을 염두하고 수색해 왔을 뿐 그 실체가 확인된 사실은 없다. 4월 26일, 다이어리(일정표)가 일부 발견되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18일에도 연이어 ‘로비장부’가 있다고 전제하는 보도를 냈다. <‘성완종 장부’에 野도 긴장>(4/18, 1면, 정우상 기자)는 새정치연합도 “검찰 수사가 어디로 향할지 촉각을 세우며 긴장했다”고 전했다. <檢, 일단 李·洪 수사 집중 물증 보강 후 전방위 확대>(4/18, 4면, 전수용 ․박상기 기자)는 검찰이 “여야 정치인에게 금품을 제공한 내역이 담긴 ‘로비 장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재차 ‘로비장부’의 발견을 강조하고서는 “검찰은 애초부터 수사 범위를 메모에 등장하는 친박 실세 8명에 한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면서 슬쩍 논점을 흐리기도 했다. 4월 21일, <메모 속 8인+여야·고위관료… 투 트랙 수사 가속도>(4/21, 3면, 전수용 기자)의 “여야 의원들이 포함된 14명의 ‘로비 장부’를 비롯해 국세청․금감원 등 관계(官界) 고위 인사 여러 명에게도 금품 로비를 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언급을 마지막으로 이 정체불명의 ‘로비장부’는 조선일보 보도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21일 소환 조사된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 등 성 전 회장의 최측근에 대한 검찰의 집중 추궁에도 결국 ‘비밀장부’가 발견되지 않았음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증거도 없는 특사 특혜 의혹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조선일보
4월 한달 간 노무현 정부의 두 차례 성 전 회장 특사에 대한 조선일보의 보도량은 24건으로서 타사를 압도한다. 특히 조선일보는 △한 사람이 한 정권 아래 연이어 특사를 받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점 △법무부가 특사를 거부했는데도 사면권을 지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면을 재가했다는 점 △성 전 회장은 특사 사실을 알기라도 한 듯 상고를 포기했다는 점 △따라서 노무현 정권이 사면과 관련하여 성 전 회장으로부터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한 달 내내 반복했다.
게다가 이 논리를 전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야권을 목소리를 인용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문재인, 盧정부 때 성완종 2번 특사 해명해야”>(4/14, 5면, 정우상 기자)는 “문 대표에 대한 공격은 13일 야당 탈당파에서 시작됐다”면서 ‘국민모임’ 측 관계자가 특사 특혜 의혹을 먼저 제기했다고 전했다. <“DJ 말도 안 먹히던 내 복권 문제 강금원에 전화하니 해결 되더라”>(4/16, 5면, 정우상․최연진 기자)는 성 전 회장의 두 번째 특사 당시 사면 복권 되었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당시 내가 복권된 것은 동교동계 몫이 아니라 강 전 회장이 시켜준 것”이라는 발언을 실었다. 노무현 정권의 특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의 의지대로 이뤄진 것처럼 묘사하는 대목이다. <野서도 “成 두차례 특별사면은 특혜” 목소리>(4/22, 4면, 김은정 기자)는 성 전 회장의 사면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이상민 새정치연합 의원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렇게 야권의 의혹 제기를 강조하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근거도 없는 특사 특혜 의혹 제기가 ‘물타기’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특사 특혜에 대한 근거는 지금도 확인된 바가 없다.
△ <조선일보> “친노․친이 정면승부” 관련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의 여론몰이와 더불어 정부․여당이 특사 특혜 의혹 제기에 가담하면서 그 진실공방이 ‘성완종 게이트’ 사건의 전부가 되어 버렸다. 조선일보는 이에 호응하듯 특사를 둘러싼 ‘친노 대 친이’의 대결 구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친노 이명박·이상득 거론하자… 친이 말도 안돼>(4/24, 5면, 김아진 기자), <이상득 成이 뭐 중요하다고…>(4/25, 5면, 정우상․조의준 기자), <노건평·강금원·이상득·원세훈 이름까지… 成, 여야에 다 청탁한 듯>(4/24, 5면, 이동훈․김아진 기자)는 각각 “친노․친이 정면승부”, “친노․친이 진영 간 충돌”, “친노․친이 전면전”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현 정권과는 관계 없는 전 정권 인사들의 진실공방 프레임으로 ‘성완종 게이트’ 사건을 몰아 넣고 있다. 두 번째 특사를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요청했다는 야당의 반박이 이상득 전 의원과 노건평 씨 사이의 ‘핫라인’ 거래 의혹으로 번졌고 조선일보는 이 국면을 자극적인 용어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사면 제도개선 요구, 특별사면 프레임 강화하는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사설 <성완종씨 두 차례 특별사면 배경도 밝혀내라>(4/14)에서 “돈 있고 권력에 가까운 사람들만 이런 혜택을 누리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국민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낮을 수밖에 없다”며 사면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사설/‘권력의 뒷거래’ 드러난 특사, 더는 이런 일 없게 규제해야>(4/28)에서는 “박근혜 정부는 작년에 한 번 특사를 실시했으나 정치인, 고위 공직자, 기업인은 대상에서 제외했다”면서 단 한 번의 특사를 가지고 현 정부를 옹호하더니 무절제한 특사권 남용의 방지를 촉구하기까지 했다. 사설의 지적대로 사면 시스템이 문제라면 고치면 되고 그 책임을 근거도 없이 노무현 정권의 두 차례 사면에만 전가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박근혜 정부의 특사 내용은 ‘성완종 게이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증거가 없는 노무현 정권의 특사를 운운하며 박근혜 정권 불법 대선자금을 ‘특사 프레임’에 가두려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 특사 관련 보도는 특히 4월 말에 집중되고 있는데 이런 양상은 검찰이 공언한 야당 대선자금 수사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특사 제도로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성 전 회장이 남긴 직접적 증거로부터 드러난 박근혜 정권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단 2건으로 침묵하는 조선일보가 근거도 없는 특사 특혜 의혹을 똑같은 논리로 24건이나 보도한 것은 합리적인 언론의 자세라 보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뜻을 좇아 꾸준히 야당 수사를 부각시킨 점도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는 행태이다.
민언련은 박근혜 정부 불법 대선자금이라는 사상 초유의 정권 비리를 축소 보도하고 관련성이 없는 다른 사안을 부각시킨 조선일보 ‘성완종 게이트 물타기 궤변’ 관련기사 39건을 2015년 4월 ‘이 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끝>
2015년 5월 2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