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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세월호 시행령 수정안 발표에 대한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2015.4.30)
등록 2015.05.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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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안 지지하며 특조위원과 시민을 폭력적 좌파로 모는 조선일보

 

- 언론은 시행령 수정안에 반대한 특조위 의견에 귀 열어라! -

 

 

 

지난 4월 29일 정부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안을 발표했다. 이석태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위원장은 “입법예고안과 큰 틀에서 전혀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다. 특조위와 4‧16 가족대책위(이하 가족대책위) 측은 “원안의 표현만 살짝 바꾼, 말장난에 불과한 수정안”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고 광화문 광장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에 무관심한 방송사

 민언련은 4월 29일 6개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와 4월 30일 5개 주요 일간지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안 발표를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보았다. 신문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가 보도했다. 방송사들은 이렇다 할 비평을 달 수 없을 정도로 시행령 수정안에 무관심했다. SBS, JTBC, TV조선, 채널A는 관련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고 KBS는 1꼭지 보도했으나 특위의 입장은 설명하지 않은 채 수정안이 특위의 요구가 반영된 변화라는 정부측 발표만 다뤘다. MBC는 단신 처리하여 기본적인 내용 파악도 불가한 수준이었다. 

 

 ‘말장난’에 불과한 수정안, 사설로 비판한 경향·한겨레

 5개 일간지 중 경향신문과 한겨레만이 시행령 수정안과 관련하여 사설을 실었고 정부의 태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경향신문 <사설/‘수정’한 것 없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안>(4/30)은 “특위 무력화 논란의 진원지가 된 ‘기획조정실장’ 역할은 그대로 둔 채 명칭만 ‘행정지원실장’으로 바꿨다”며 알맹이가 없는 수정안을 질타했다. 그리고 “다섯 달이 넘도록 시행령이 제정되지 않고 있는데는 정부․여당 책임이 크다”며 ‘세금도둑’ 발언, 일방적인 배보상안 발표에 이어 3월 말이 되어서야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정부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 세월호 시행령 고치는 시늉만 한 ‘벽창호 정부’>도 “시행령안 논란의 핵심은 세월호특별법에 규정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특조위 조직을 짜놓았느냐는 점이다”라며 정부 수정안의 한계를 꼬집었다. 기획조정실장의 이름만 행정지원실장으로 바꿨을 뿐 실무부서 총괄 기능을 그대로 두어 시행령 원안의 관제기구 성격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소위원장 권한에 있어서도 “애초 취지대로 민간 주도의 독립적 조사를 하려면 상임위원 가운데 선임되는 소위원장이 업무를 주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힌 논리적 귀결이고 과거의 각종 독립조사기구에서도 그렇게 해왔다”며 해수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겨레는 <세월호 특별조사위 ‘기획․조정 권한’ 여전히 공무원에>(4/30, 6면, 김규원․김기성․김규남 기자)에서 수정안이 “‘사무처 조직은 위원회 규칙으로 정한다’는 법조항(18조2항)을 무시한 것인데다, 특조위의 주요 업무에 대한 협의·조정도 그대로 공무원들이 맡게 하는 내용이어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유일하게 관련내용 1면에 보도하고 유가족 요구를 거의 수용했다 제목 뽑은 조선일보

 5개 일간지 중 유일하게 시행령 수정안 문제를 1면에 실은 조선일보는 타사와 달리 정부 측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조선일보는 특조위가 세월호 조사에 발목을 잡는다고 몰아세웠다. 농성 중인 특조위 위원 4인의 경력을 맥락도 없이 나열하며 ‘진보인사’임을 부각시키며 좌파몰이에 치중하기도 했다.

 

△ 조선일보 4/30 1면 수정안 관련 보도

 

조선일보 1면 보도 제목은 <수정안 遺族요구 거의 수용 이젠 세월호 조사 시작해야>(4/30, 1면, 이진석·선정민 기자)이다. 동아일보 <“세월호 요구사항 10건중 7건 반영” vs “표현만 바꾼 말장난”>(4/30, 14면, 김준일 기자)나 중앙일보 <세월호 특조위 파견 공무원 축소 … 유가족 “수용 못 해”>(4/30, 14면, 김민상 기자)처럼 양측의 입장을 동시에 보여주는 제목과 달리 조선일보가 강력하게 옹호하는 정부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게다가 유가족 요구사항을 “거의 수용”했다는 표현도 사실상 왜곡보도이다. 소제목도 “특조委 또 ‘폐기’ 되풀이”라고 달아 마치 특위가 시행령 제정을 방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선일보 <시행령 쟁점 보완에도… 특조委 단어만 바뀐 수준 거부>(4/30, 10면, 선정민․유소연 기자)도 소제목을 “세월호 조사 발목잡는 특조委”라고 뽑으며, 특위를 몰아세우고 일방적으로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보도는 기획조정실장의 명칭 변경에 대해 “기획조정실장을 행정지원실장으로 격하”했다고 평가했다. ‘격하’는 다른 언론사에서는 전혀 없는 표현이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정부가 (특조위 등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면 특조위를 출범시키는 것이 맞다”는 인터뷰를 실어 정부 측 주장에 힘을 실은 것도 다른 언론사들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4개 일간지와 KBS, MBC 저녁 종합뉴스는 사실관계 전달에 있어 이석태 특조위위원장과 해수부의 입장만 보도했다.

  

 조선일보, 노골적인 특조위 비난과 좌파몰이 심각

 조선일보의 좌파몰이도 여전하다. <전체 17명 중 유족·野·변협 추천받은 4명… 民辯 출신 등 진보성향 법조인>(4/30, 10면, 엄보운·김지연 기자)는 “시행령 수정안에 반발해 광화문광장 농성을 벌이고 있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4명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법조인”이라며 느닷없이 색깔공세를 펼친다. 특히 이석태 특조위원장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정당으로 해산 선고를 받은 옛 통합진보당 대표 이정희씨가 2008년 민주노동당(통진당의 전신)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을 때 추천사를 쓴 일도 있다”며 그런 과거 이력이 마치 문제가 되는 것처럼 보도했다. 이외에도 다른 위원들의 ‘젠더법학회 부회장’, ‘통일시대평화누리 실행위원장’ 등의 이력을 나열했는데 도대체 이런 이력들이 세월호 시행령 수정안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문제 될 것은 무엇인지는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재발 방지를 기원하는 모든 시민들을 국가 보물을 망가뜨릴 폭력 시위대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조선일보 왜곡 보도의 절정은 <광화문광장 행사 앞둔 불교 단체, 세월호 단체 때문에 속앓이>(4/30, 12면, 이옥진 기자)다. 이 기사는 4‧16가족대책위와 특조위 위원, 시민들을 광화문을 무단 점거하고 돌출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로 몰았다. 5월 1일과 2일, 4·16 연대의 광화문 광장 ‘범국민 철야행동’이 “국고 4억원이 지원되는 사업”이자 “서울시의 허가까지 받은 불교단체”의 행사와 겹쳤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조계종 관계자들은 세월호 집회 일부 참가자가 돌출 행동을 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또 “대축전에서는 내소사 괘불(보물 제 1268호)이 전시되고 고령의 신도들도 많이 찾는데 최근 세월호 관련 단체들의 집회가 불법 시위로 번진 탓에 이들이 과격 양상을 보일 경우 보물 훼손이나 부상 등 불상사가 생기진 않을까”하는 걱정도 보탰다.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국가 보물을 망가뜨릴 과격분자며 몰상식한 자로 몰고 있는 셈이다. 

 

 세월호 시행령은 국민 안전을 보장하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정상적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첫 시발점이다. 정부 책임 규명, 부실한 구조 구난 시스템 개선, 피해자 지원을 위해서는 당연히 피해자 주축의 특위 스스로 시행령을 마련하고 조직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4‧16가족대책위와 특조위,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의 요구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미진한 시행령을 내놓은 정부와 그 정부를 감싸며 특위를 공격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 이에 비해서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시행령 수정안의 문제점을 자세히 지적하고 비판하는 내용은 없었으나, 조선일보처럼 일방적으로 정부 측 입장을 지지하고 사안을 왜곡하는 수준의 보도는 없었다. 

 

 조사 권한과 독립성 없던 시행령 원안 

 시행령 원안의 가장 큰 문제는 특위의 조사 권한과 독립성에 있다. 원안은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이 진상규명·안전사회·피해자 지원 업무를 ‘기획 및 조정’하게 되어 있었고 파견부처 역시 조사 대상인 해수부였다. 참사의 원인 규명을 담당하는 조사1과장도 정부 파견 공무원이 맡게 되어있고 조사 범위는 정부조사결과 분석으로 제한되었다. 조사 대상인 해수부 등 정부 공무원들이 특위의 주요 직급에 배정되고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할 참사의 원인과 구조 체계의 부실은 정부 조사 결과로만 파악되어야 했다. 총 인원도 90명(특위안은 120명)으로 축소되었는데 이들 중 공무원 할당 인원을 제외하면 행정지원이 아닌 실제 조사를 시행할 민간인 조사위원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발표한 시행령 원안이 국회가 의결한 법률의 범위를 넘어섰음은 국회 입법조사처의 검토 결과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발표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의 위임입법 일탈 관련 국회 입법조사처의 검토의견서’를 보면 입법조사처는 모법(세월호특별법)에서 위원장에게 폭넓은 인사권한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시행령에서 ‘공무원의 의무적 파견’을 규정한 것은 법률상 규정된 위원장의 인사권한을 일부 제한한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더불어 “모법에서 사무처 조직을 ‘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임의적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은 법률의 위임범위를 넘어섰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낸 바 있다. 

 이에 4‧16가족대책위와 특조위는 물론 많은 시민들이 정부 태도를 비판하며 시행령 폐기를 요구했다. 부정적인 여론에 4월 15일 박근혜 대통령까지 “시행령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지시하자 해수부는 29일 수정된 시행령을 발표했다.

 

 진상규명 권한 보장되지 않고 독립성 침해 여전한 시행령 수정안 

 해수부는 거센 비판 이후 “특조위 및 유가족 측이 오해하거나 수정을 원하는 부분에서 상당 부분 양보해 특조위의 수정 요구 핵심 쟁점 10건 중 7건을 반영했다”며 수정안을 발표했지만 실상은 수정된 것이 없는 수준이다. 진상규명 권한, 독립성, 중립성을 침해하는 원안의 핵심적 내용들이 그대로 유지된 수정안이기 때문이다. 

 주요 수정 사안은 △진상규명 범위 확대 △특별조사위원회 정원 확대 △기획조정실장 명칭 및 권한 변경 △공무원 비율 축소 △해수부 및 안전처 파견 공무원 축소 △민간인 실무자 비율 확대 △피해자 지원 실태 조사 7가지다. 특조위가 요구했던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담당하는 조사1과장에 민간인 배정 △각 소위원장이 독립적 지휘․감독 권한 부여 △범위에 제한이 없는 안전 사회 건설 종합 대책 수립 등 3가지는 반영되지 않았다.

 

 7가지 주요 수정 사안 중 3가지가 특조위의 독립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첫째, 정부는 “기획조정실장 등이 업무 전반을 통제한다는 오해가 있어 특위의 의견을 수용”했다면서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의 명칭, 업무범위, 파견처를 변경했다. 원안에 따르면 ‘기획조장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은 해수부에서 파견하며 ‘기획총괄담당관’이 진상규명국․안전사회과․피해자지원점검과의 업무를 ‘기획 및 조정’하는 과도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수정안에는 직위의 명칭을 각각 ‘행정지원실장’과 ‘기획행정담당관’으로 변경하고, ‘기획행정담당관’의 업무범위를 각 소위원회 업무에 대한 ‘협의 및 조정’으로 수정했다. 두 직위의 파견도 해수부가 아닌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 중 한 부처가 하기로 했다. 특조위는 특조위의 업무 전체를 총괄하여 각 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기획조정실장 자리를 없애고 소위원장들이 각자 업무를 지휘 및 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해왔으나 이는 묵살되었다. 해수부는 소위원장은 독립적 지휘․감독권을 가질 수 없고 다른 정부조직들과 마찬가지로 특조위도 기획조정실과 같은 총괄부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위원회의 총괄 업무를 기획조정실과 같은 행정부서에서 담당한 사례는 찾을 수 없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군의문사진상규명 위원회는 모두 업무에 대한 기획․조정 권한을 각 해당 부서(세월호 참사 특조위의 각 소위원회에 해당)에 두었다. 

 

 둘째, 수정안은 조사 1,2과장의 업무 범위를 ‘정부 결과 분석 및 조사’에서 ‘정부조사 결과 분석과 참사 원인 규명․구조구난 작업에 대한 조사’로 변경했다. 해수부는 이에 대해서 애초부터 조사 1,2과장은 정부조사 결과 외 추가적인 조사가 가능하다는 취지였으나 오해가 있어 수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결과 분석 및 조사’라고만 적시한 원안이 오해였다는 변명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참사의 원인 규명 조사를 맡는 조사1과장을 민간인이 맡아야 한다는 특조위의 요구도 이미 상급자가 민간인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셋째, 정부는 수정안에서 시행령 수정 없이도 6개월 후 정원을 120명으로 늘릴 수 있게 했다며 생색을 냈다. 하지만 특별법에서 활동기간이 1년 6개월로 한정했기 때문에 6개월 후 인원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처음부터 필요한 인원을 모두 선발하여 업무를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 정부는 1년 6개월이라는 특조위 활동기간에 비춰 볼 때 시행령 원안의 폐기 및 재논의가 불가능하다면서도 정원 확대에는 6개월이나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이는 특조위의 독립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이 3가지 외에도 해수부는 51:49였던 민간과 파견 공무원간 비율을 58:42로 수정하고, 해수부 및 국민안전처 파견 공무원 수도 17명에서 8명으로 줄였다. 파견 공무원 비율이 높아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특조위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위의 독립성과 조사 권한을 여전히 제한하고 있는 이상 공무원 비율 축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한 수용되지 않은 특조위의 3가지 요구 중 하나인 안전사회 소위원회의 업무범위는 특별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 특조위는 범위 제한 없이 안전 사회 건설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해왔고 그것은 이미 특별법 입법과정에서 여야가 합의한 바였다. 그런데도 해수부는 특별법의 취지를 벗어날 수 있다며 안전사회 소위원회의 업무범위를 세월호 참사 관련 안전 대책 수립으로 한정한 원안을 고집했다. 

 요컨대 시행령 수정안은 여전히 세월호 진상규명을 하기에는 역부족이고, 그저 이름뿐인 특조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언론은 시행령 폐기를 요구하는 가족대책위와 특조위의 분명한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제대로 보도해야 마땅하다. <끝>

 

2015년 4월 3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