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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신문보도 모니터 보고서(2015.4.24)
등록 2015.04.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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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1> ‘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불법 대선자금 의혹’ 관련 신문 모니터 보고서 개요

 

 

박 정권의 ‘불법 대선자금’ 본질 감추는 조중동

 

지난 4월 9일, 경남기업에 대한 자원개발 사업 비리 수사가 착수된 지 3주 만에 성완종 전 회장(이하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시작된 ‘사정 정국’은 MB정권의 주요 사업이었던 자원개발 사업부터 시작되었고 그 처음 대상이 경남기업이었다. 성 전 회장이 대표적인 친이계 인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 의중에 따른 표적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뒤따랐다. 한 달도 되지 않아 성 전 회장은 사기대출, 횡령,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게 되었다. 

 

친이계를 겨냥한 사정 정국으로 초점이 모이던 경남기업 비리 수사에 이상기류가 흐른 것은 영장심사 전날 이뤄진 성 전 회장의 기자회견이었다. 성 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MB맨이 아닌 친박이며, 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는데 표적이 됐다며 눈물을 보였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던 성 회장은 이튿날 경향신문과 50여 분간 통화를 마지막으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홍문종 의원, 홍준표 경남 도지사, 이완구 총리,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 8명의 이름과 그중 6명에게 전달한 돈의 액수를 메모로 남겨놓았다.

      △ 성 전 회장 메모

         출처: 조선일보

 

자원개발 사업의 부실과 친이계의 부당한 개입에 초점에 맞춰져 있었던 사건은 순식간에 현 정권의 불법 정치자금 논란으로 전환되었다. 메모와 경향신문과의 통화 내용이 드러나면서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나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박 대통령은 “성역 없는 신속한 수사”를 강조했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리스트 주인공들은 직책을 내려놓고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공세를 가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조중동의 여론몰이로 사안은 변질되기 시작했다. 사안은 노무현 정부 인사 등 야권으로 수사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란으로 옮겨갔고, 검찰 수사와 언론의 초점은 이완구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금품수수 여부를 가리는데 맞춰졌다. 게다가 이완구 총리의 삼천만원 수수 정황과 거짓말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 총리 거취에만 관심이 높아졌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이다. 성완종 전 회장은 2006년  당시 김기춘 의원(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당시 박근혜 의원 독일 방문경비로 10만 달러를 건넸다고 폭로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에는 허태열 박근혜 대선후보캠프 직능총괄본부장(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경선자금으로 7억 원을 건넸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2012년 대선에는 홍문종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본부장(현 국회의원)에게 대선자금 명목으로 2억 원을 건넸다는 증언도 했다. 성 전 회장의 메모와 증언에서 언급된 김기춘, 허태열, 홍문종 등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기 때문에, 성 전 회장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성완종 리스트는 분명히 ‘박대통령 불법 대선자금 게이트’로 칭해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이번 ‘박대통령 불법 대선자금 게이트’는 한 때 ‘차떼기당’이라 불렸던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이 되어서도 부패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성완종이라는 사람이 죽음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더불어 집권 초기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와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권이, 정당성의 토대인 대선에서 또 다시 부정을 드러낸 충격적 사태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론은 이번 사안을 ‘성완종 리스트’로 이름 붙이고, 박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에 대해서는 전혀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다. 언론은 이완구 총리 개인의 금품수수와 거짓말, 야권 책임론, 그리고 박대통령의 엄정 수사지시 의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대응 등에 한정되어 있다. 민언련은 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박대통령 불법 대선자금 게이트’에 대한 신문 보도를 분석해보았다. 

 

 

1. ‘박대통령 불법 대선자금 게이트’ 보도 어땠나?

 

성완종 리스트 관련 5개 신문 보도 건수 701건 

민언련은 경남기업의 수사 착수에서부터 성완종 리스트에서 거론되었던 이완구 총리가 사퇴하기까지 기간인 3월 18일부터 4월 20일까지 주요 5개 일간지의 관련 보도를 모니터했다. 

모니터 기간 중 5개 신문의 관련 보도 건수는 701건이었다. 성완종 전 회장 사망 이전인 3월 18일부터 4월 9일까지 관련 보도는 66건에 그쳤던 반면, 성완종 리스트가 드러난 4월 10일부터 4월 20일까지는 무려 635건으로 10배 가까이 보도량이 늘어났다. (<표2>참조)

 

△ <표2> ‘경남기업 및 성완종 전 회장 검찰 수사’ 관련 보도량(3/18~4/10)

 
보도 제목에 ‘대선자금’이 언급된 보도 고작 16건(2.3%)
이 사안의 본질인 박근혜 대통령 대선자금에 초점을 맞춘 보도 비중은 매우 낮다. 보도 제목에서 ‘대선자금’이라는 표현이 나온 보도는 고작 16건 뿐이었다. 경향신문이 6건,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각각 3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2건이었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1건씩은 야당 대선자금을 언급한 것이었다. (<표3>참조) 
 

△ <표3> 성완종 관련 보도 중 제목에 ‘대선자금’이 언급된 기사(*굵은 글씨는 야당 대선자금)

 
조중동, 이 총리 때리기와 야당 책임론에 몰두하고 불법 대선자금은 은폐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이후인 4월 10일부터 20일까지 11일간 신문이 이번 파문을 어떤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기사의 제목과 사진, 전반적 내용을 검토해서 기사를 ①박대통령 불법 대선자금, ②특별사면 등 야당 책임론 ③이완구 총리 정치자금 문제 ④자살 검찰 책임론 크게 나뉘어 분류했으며, 중복체크는 하지 않았다. ①부터 ④까지 항목에 해당되지 않는 내용은 모두 ⑤기타로 처리했다. (<표4> 참조)
 

△ <표4> 성완종 파문 관련 보도 프레임 비교(4/10~20)

 

그 결과 기타로 분류된 내용 이외에 4가지 프레임 중 가장 많이 보도한 내용은 이완구 총리 관련 보도였다. 5개 신문사는 이완구 관련 보도를 24.09%(153건)로 가장 많이 다뤘으며, 다음으로 노무현 대통령 특별사면과 야당 책임론 관련한 보도가 6.77%(43건)이었다. 박대통령 불법 대선자금 관련한 보도는 4.72%(30건) 뿐이었다. 
 
박대통령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된 접근을 가장 많이 한 신문사는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보도의 9.57%(11건)을 박대통령 불법 대선자금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박대통령 불법 대선자금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1.27%(2건)에 그쳐 가장 적었다. 
 
반면 노무현 정부의 특별사면과 야당 책임론은 조선일보가 10.83%(17건)으로 5개 신문사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경향과 한겨레는 야당 책임론을 각각 3.1%(4건), 4.35%(5건) 보도했지만, 조중동과 달리 새누리당의 물타기라는 비판에 방점을 찍은 기사였다. 
 
이완구 총리 정치자금으로 초점을 맞춘 보도는 모든 언론사가 비슷한 비율로 주요하게 다뤘지만 경향신문이 29.46%(38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고, 조선일보가 19.11%(30건)로 가장 적은 비중으로 보도했다. 
성완종 회장의 자살에 대한 검찰 책임론은 중앙일보가 5.41%(6건)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관련 보도를 0.81%(1건)만 실었다. 
 
조선일보, 이완구 보도와 불법 대선자금 보도의 격차 가장 크고 ‘야당 책임론’ 가장 많아
 

 

이를 신문사별로 살펴보면 신문사별 왜곡이 더 두드러지게 보인다. 이완구 총리 관련 보도와 야당책임론, 박대통령 대선자금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보자. 경향신문은 <이완구 총리:야당 책임론:불법 대선자금>을 38건:4건:10건 보도했다. 22건:5건:11건을 보도한 한겨레와 경향은 박근혜 대통령 불법 대선자금 관련 보도가 야당 책임론보다 많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30건:17건:2건으로 야당책임론 관련 보도가 많다. 동아와 중앙일보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이번 이슈를 왜곡해서 끌고 갔음을 알 수 있다. 

 

       

             △신문사별 주요 이슈 보도량 비교(4/10~20)

 
한편 조선일보는 박 대선자금은 고작 2건이면서 이완구 총리 관련 보도는 15배 많은 30건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대선자금이 3건인데 이완구 총리 보도가 28건으로 9.3배 많았다. 동아일보는 불법 대선자금이 4건, 이완구 총리 보도가 35건으로 8.7배 많았다. 이에 비교하면 경향신문은 이완구 총리 논란이 38건으로 불법 대선자금 11건에 비해 3.8배 많았다. 한겨레는 이완구 총리 보도가 22건으로 불법 대선자금 11건에 비해 딱 2배 많았다. 조중동이 이처럼 이완구 총리의 문제를 집요하게 보도한 것은 불법 대선자금과는 연관성이 없는 이 총리의 정치자금 수수를 부각시켜 박 대통령 불법 대선자금이라는 핵심적 맥락을 덮어보려는 태도로 보인다. 
 
2. 경남기업의 자원개발 사업 비리 수사 관련 신문 보도 분석
 
부패척결 사정정국의 시작과 경남기업 수사, 첫 보도는 동아일보
경남기업의 자원개발 사업 비리 수사로 이어진 사정정국은 3월 12일, 이완구 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부패척결을 선언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완구 총리는 “정부는 모든 역량과 권한, 수단을 총동원해 구조적 부패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낼 것”이라 밝혔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심기일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해야겠다”는 다짐을 드러냈다. 하루 전인 11일에는 검찰이 해외 자원 개발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로 재배당하기도 했다. 사정대상에는 자원개발 사업과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이 포함되어 있었고 3월 17일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동아일보는 <檢, 경남기업 수사 착수 자원외교 관련 첫 타깃>(3/18, 1면)에서 검찰이 3월 17일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실패 논란과 관련해 경남기업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프로젝트 지분투자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당시는 수사의 초점이 경남기업이 아닌 광물자원공사에 맞춰진 것으로 보였다. “컨소시엄 대표사인 광물자원공사는 경남기업이 자금 사정 악화로 투자비를 내지 않자 납부 의무기간 연장, 대금 대납 혜택을 준 것”이라거나 “2010년 3월 경남기업 지분 가치의 100%를 지불하고 지분을 인수해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일었다”는 것이다. 보도에서는 이상득 전 의원의 개입 의혹을 언급하여 검찰수사가 사업에 대한 정치적 개입에도 걸쳐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혈세 빼돌려 만든 비자금의 사용처 ‘정치자금’이 아니라 ‘정·관계 로비’로 표현 
동아일보의 첫 보도 이후 19일부터 모든 신문이 경남기업의 비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성공불융자 제도(정부가 위험이 큰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자금을 빌려준 뒤 사업에 실패하면 융자금을 감면하고 성공하면 원리금 외에 부담금을 얻는 제도)를 이용해 정부 융자금을 가로챘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검찰은 경남기업이 이렇게 횡령한 돈을 성 전 회장의 지시 아래 ‘경남 USA’를 비롯한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하여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했다. 5개 신문사 역시 대체로 이러한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부분의 관련 기사들이 비자금의 사용처가 기업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정·관계 로비라고 표현했다는 사실이다.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특정 정치세력을 후원하기 위한 ‘불법 정치자금’이 핵심 쟁점이 된 성 전 회장 사망 이후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 <표5> ‘정․관계 로비’ 언급 보도량과 ‘정치자금’ 언급 보도량 비교(3/18~4/9)

 

 

총 66건의 경남기업 관련 보도 중 비자금 사용처를 정·관계 로비로 예상하는 기사는 10건이었던 반면 정치자금이라고 언급한 기사는 3건에 불과했다. 정치자금을 언급한 기사는 경향신문이 일반기사 1건, 동아일보가 2건 뿐이었다.

 

‘정치자금’이란 표현을 쓴 경향신문은 <경남기업 정부 융자 330억 자원개발과 무관한 곳에 쓴 듯>(6면, 3/20)에서 성 전 회장이 “대표적인 친이계로 분류돼, 정부 융자금이 정계로 흘러 정치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언급했다. 동아일보는 <사설/혈세 빼먹은 자원개발 수사 ‘표적’ 뒷말 안 나오게 하라>(3/20)에서 “큰 돈이 오가는 사업에서 검은 뒷거래가 이뤄지고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짚었을 뿐이다. 다른 하나는 <벼랑끝 몰지 말라? 성완종, 영장심사 전날 시위성 회견>(동아, 4/9, 12면)으로 성 전 회장 기자회견을 통해 2007년 경선자금 전달 의혹이 이미 불거진 후의 기사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언급했다.

 

3. 성완종 리스트 공개 이후 신문보도 분석

 

성 회장 죽음 이후 보도량 폭증, 의견기사도 3배 넘게 나와

 

자원개발 사업 사정정국의 대상자인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 현 정권 실세들의 금품수수 증거를 남긴 채 목숨을 끊자 5개 신문사의 보도수가 폭증했다. 사망 이전시기인 3월 18일부터 4월 9일까지 경남기업 및 성 전 회장 관련 기사는 66건이었으나 4월 10일부터 4월 20일까지는 무려 635건에 달했다. 의견기사(사설과 칼럼)도 92건으로 전체 기사 대비 14.5%의 비율을 보였는데, 이는 사망 이전 4.5%의 3배를 넘는 수치이다. 특히 1면 보도로 다뤄진 것도 75건으로, 11일 간 ‘성완종 리스트’ 관련 보도는 1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전 정권을 겨냥한 사정정국에서 현 정권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번진 본 사안의 중요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 <표6> 성완종 전 회장 사망 이후 성 전 회장 관련 신문사별 보도량(4/10~4/20)

 
성 전 회장 사망 직전 경향신문과 단독 인터뷰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전모는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와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메모는 이름과 액수를 남겼지만, 경향신문의 단독 인터뷰 기사는 자세한 금품 전달 정황과 배경을 증언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컸다. 
 
검찰은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를 시신 수습 이틀이 지난 11일에야 알렸지만 경향신문은 10일 성 전 회장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의 일부를 보도했다. 경향신문의 보도가 아니었다면 이번 사안은 자칫 흐지부지 묻혔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향신문은 10일 첫 보도 이후, 인터뷰 전문을 공개한 16일까지 순차적으로 주요 내용을 보도했다. 이 기간 동안 경향신문은 인터뷰 내용 보도 11건, 녹취록 제출에 관한 경향신문의 입장 관련 3건, 인터뷰의 증거 능력 관련 1건 등 총 15건을 내보냈다.
 
 첫 보도 <성완종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 줬다>(4/10, 1면)에서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10만 달러, 허태열 전 비서실장 7억 원 전달 내용이 공개됐다. 특히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2007년 전달한 7억은 “그렇게 경선을 치른 것”이라는 성완종 전 회장의 증언에 따라 새누리당 불법 경선자금 의혹이 실체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같은 날 <박 대통령 최측근에 금품 주장… 성완종 리스트 열렸다>(4/10, 3면)에서는 “성 전 회장이 생전 전․현 정부 주요 인사 등 정치권 전반에 걸쳐 친분을 맺어왔다는 관측과 맞물려 메가톤급 파괴력의 판도라 상자인 ‘성완종 리스트’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며 본격적인 사건의 서막을 알렸다. 
 
11일에는 홍문종 의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금품 수수 관련 증언이 공개됐다. 성 전 회장의 “(2012년)대선 때 홍 본부장에게 2억 원 정도를 현금으로 줬다”(11일 <성완종 2012년 홍문종에 대선자금 2억 줬다>)는 말과 “뭘 처리해요, 꿀꺽했지”(11일 <돈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묻자 뭘 처리해요, 꿀꺽했지>)라는 발언으로 새누리당의 불법 대선자금을 폭로했다. 14일에는 이완구 총리의 3천만 원 수수 내용이 드러났다. 
 
12일 검찰은 경향신문에 인터뷰 녹음 파일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13일에는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경향신문 압수수색을 주장하기도 했다. 언론사들도 인터뷰 내용 전체의 빠른 공개를 촉구했다. 계속되는 공세 속에서 경향신문은 12일, 검찰 제출 및 전문 공개를 약속했고 16일 그 약속을 지켰다. 성 전 회장은 죽음을 앞두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여러 차례 “녹음을 해서 꼭 좀 보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하는데, 경향신문은 성숙한 태도로 고인과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 <경향신문> 성 전 회장 사망 직전 단독 인터뷰 전문 갈무리

 

현 정권의 불법 대선자금 철저한 수사 강조하는 한겨레·경향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새누리당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경향신문 <사설/성완종 리스트 수사, 대선자금 의혹도 파헤쳐야>(4/13)에서 “대선자금은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라며 검찰이 주춤거린다면 “권력의 시녀란 딱지를 떼지 못할 것”이라 지적했다. 

 

한겨레는 <수사상황 청와대로 보고되는 구조…수사 신뢰 받을지 의문>(4/14, 3면)을 통해 권력 핵심인사들이 수사 대상일 때 특별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수사 보고 시스템 자체를 문제 삼았다. “검찰총장이 수사 상황을 상세히 보고받아 법무부 장관에게 다시 보고하게 되면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돼 있는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 등이 검찰의 수사 상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파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수사상황과 수사대상에 집중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돈준 시기․액수․명목 언급된 4명이 우선 수사대상>(4/13, 3면, 전수용․박상기 기자)에서 홍문종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2012년 대선 당시 각각 맡았던 조직총괄본부과 직능총괄본부는 “특성상 돈이 많이 필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김무성 “대선자금 조사 받겠다.”…악재 정면돌파 승부수>(4/13, 4면, 이재명․홍정수 기자)는 12일 잇달아 ‘엄정한 대처’를 외친 새누리당, 검찰, 청와대에 대해 “‘공멸의 위기감’이 이들을 똘똘 뭉치게 만든 셈이다”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2012년 대선은 내 책임하에 치렀다. 어떠한 위반도 없지만 필요하다면 어떠한 조사도 받겠다”고 말한 김무성 대표를 “의혹 규명을 위해 총대를 메겠다는 의지도 밝혔다”며 여당 입장의 해석을 내놓았다.

 

조선‧동아, 야당 정치자금도 조사해야한다며 물귀신 작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찌감치 여야 쌍방책임론을 꺼내 ‘성완종 리스트’를 여야공방이 예상되는 사안으로 몰고갔다. 조선일보는 4월 11일부터 <성완종 마당발 인맥 與野 안가려… 추가 리스트 있을 가능성>(4/11, 4면)에서 “성 전 회장의 인맥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 것 같다”는 소문과 함께 “현재의 야권도 여권을 공격하기는 편치가 않다”고 공언했다. 

 

동아일보는 13일 <사설/盧정부 특별사면·朴정부 대선자금 철저히 파헤치라>에서 “박 대통령은 자신의 살이라도 베어낸다는 각오로 성역 없는 수사를 독려해야 할 것”이라 해놓고 수사 대상으로 갑자기 노무현 정부와 야당을 지목했다. 2007년 성 전 회장의 두 번째 특별사면을 언급하며 성 전 회장이 “노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 로비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야당은 박근혜 정부에 요구한 철저한 수사라는 잣대를 자신들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13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성 전 회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은 것과 관련해 “다소 이례적 사면에 대해 국민이 걱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새누리당도 일제히 노무현 정부 시절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이 이루어진 점 등을 들어 야당으로의 수사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고 김무성 대표는 “야당도 공범”이라고 말했다.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비리를 밝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야권 책임론 부각시켜 박근혜 정부 대선 정치자금 문제 희석시키는 조선‧동아 

조선일보는 <문재인, 盧정부 때 성완종 2번 特赦 해명해야>(4/14, 5면)에서 더욱 선명하게 야권 책임론을 전면에 부각했다.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여야의 입장을 동등하게 다룬 동아, 중앙의 제목에 비해서 조선은 김무성 대표의 야당 비판 발언만을 부각시켰다. (4월 14일 동아일보 <김무성 “野도 함께 조사 받아야”…문재인 “엉뚱한 소리”>, 중앙일보 <“야당 대선자금도 조사해야”, “여당, 남 탓 하는 못된 버릇”>) 게다가 소제목도 <與․野 탈당파 요구>라고 뽑고 “문 대표에 대한 공격은 (새누리당이 먼저 한 것이 아니라) 13일 야당 탈당파에서 시작됐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 특사에 대한 해명 요구에 힘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사설/돈과 권력의 끈질긴 공생, 성완종 뿐인가>(4/14)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2월 “우리가 쓴 불법 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 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고 했으나 “검찰은 노무현 캠프의 불법 대선 자금 규모가 113억 원으로 한나라당의 7분의 1 수준이라고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10분의 1이 아니고 7분의 1이라서 문제라는 동아일보는 정작 야당에 비해 7배를 쏟아 부은 한나라당에는 침묵했다. 또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의 선거 자금이 485억 원 지출에 466억 원 보전이었다고 전하면서 갑작스레 “실체적 진실이 이와 다르다면 여든 야든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중앙일보도 <박지원 “성 전 회장, 반기문 내세워 뉴 DJP 시도 했었다”>(4/13, 10면)에서 성 전 회장의 야권 인맥을 부각하고 <여당 “노 정부 때 성완종 특별사면 두 차례 … 대단히 이례적”>(4/14, 5면, 현일훈․이지상 기자)를 통해 특별사면을 따로 다뤘으나 야당의 반발을 실어 기계적 균형은 맞추었다. 중앙일보는 노골적으로 야권 수사를 종용하는 의견기사도 없었다.